강유영의 심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조원철의 반응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어린 시절의 정을 생각해서 놓아주기는 커녕, 오히려 그의 욕구만 자극한 꼴이 되었으니...고양이 앞에 놓인 쥐가 된 기분이었다.뼛속 깊이 자리 잡은 압박감에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온몸이 저려오는 가운데, 그의 수려한 얼굴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그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때,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정기우가 헛기침을 하며 인기척을 냈다.“세자….”하지만 조원철은 바로 손을 놓았고, 강유영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처럼 그의 품에서 번쩍 뛰어 물러났다.평생을 통틀어 이토록 반응이 빨랐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그녀가 겨우 중심을 잡고 섰을 때, 정기우가 문 안으로 들어섰다.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절묘한 시점이었다.강유영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정말 정신이 아득해지는 순간이었다.조금만 늦었으면 정기우에게 그 광경을 들켰을 것이다.그녀는 이내 무심코 조원철을 바라보았는데, 그는 단정하게 앉아 한 손을 탁자에 얹은 채, 무심한 눈빛으로 정기우를 바라보고 있었다.무심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절제된 모습이었다.정기우가 들어오기 직전까지 그가 어떤 황당한 짓을 벌이려 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강유영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그는 늘 이런 식으로 연기에 능했다.세상 사람들은 모두 그가 고결하고 청렴한 귀공자인 줄로만 알 것이다.“세자, 이제 심문을 다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정기우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조원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정기우는 강유영을 보더니 잠시 망설이다 위로의 말을 건넸다.“강 소저, 너무 겁먹지 마시오. 사실 소저는 피해자이니, 앞으로의 일은 소저와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오.”외출조차 자유롭지 않은 양반댁의 양녀가 진범일 리가 없었다.게다가 경화 공주의 오라버니인 서왕께서 특별히 그녀를 겁주지 말라고 당부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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