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노부인의 심복으로서 화씨 어멈은 이미 노부인의 성미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그녀가 이런 말을 흘린 것은 강유영의 지시를 고분고분 따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는 철저히 자신을 위해서였다. 강유영이 벌인 일이 탄로 나면, 약을 탄 자신의 죄 역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한배를 탄 이상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 아이가?"조씨 노부인은 누렇게 뜬 얼굴로 침상 머리맡에 힘없이 기대어 있었다."오늘 자리가 순안후부와 혼사를 맺을 수 있는지 판가름 나는 중요한 자리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하여 그런 짓을 한단 말이냐?"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니 힘이 부쳤다.금세 큰 병이라도 앓은 사람처럼 수척해졌고, 머리도 평소처럼 빨리 돌아가지 않았다."노부인, 잊으셨습니까? 일전에 국공 부인께서 세자의 혼처를 구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외가의 조카딸과 짝을 지어주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화씨 어멈은 조심스레 일깨워 주었다.회남왕의 역모 사건에 얽힌 탓에, 세자의 혼사가 예전만큼 순탄치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어리석은 것! 그깟 친정이 감히 순안후부에 비할 바가 된단 말이냐!"조씨 노부인은 화를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찻잔을 탁 내려놓았다."당장 사람을 보내 한씨를 불러오거라!"노부인은 분통이 터져 치를 떨었다."예."화씨 어멈은 문밖으로 나가 지시를 내린 뒤, 다시 돌아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노부인, 이따가 국공 부인을 보시더라도 절대 대놓고 따지시면 안 됩니다. 아직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심증일 뿐이지 않습니까."만약 노부인이 섣불리 다그쳤다가 한씨가 발뺌이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두 사람이 말다툼이라도 벌이는 날엔, 중간에 낀 자신만 무사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나도 다 생각이 있다."조씨 노부인은 다시 찻잔을 집어 들었다.화씨 어멈이 얼른 다가가 찻잔을 채웠다."강 태의께서 물을 많이 드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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