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hapter 351 - Chapter 360

460 Chapters

제351화

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진국공부의 첩부인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녀는 최근 누가 총애를 받고 있는지 알아본 적이 없었다."아씨, 소인에게 분부하실 일이 무엇입니까?"화씨 어멈이 불안한 기색으로 물었다. 그녀는 강유영이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시킬까 봐 내심 조마조마했다."할머니께서 진짜로 앓아눕게 만드세요."강유영은 싸늘한 눈빛으로 어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명했다.노부인이 꾀병을 좋아한다면, 아예 진짜로 병이 들게 만들 작정이었다. 연세도 지긋하신 분이 몸이 불편해지시면, 자신에게 이리저리 트집 잡을 기운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화씨 어멈은 멍하니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아씨, 설마 노부인께 약을 타라는 말씀이십니까?"멀쩡한 사람을 어찌 병들게 하겠는가. 약을 쓰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감히 그런 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건 어멈이 알아서 할 일이에요. 나는 결과만 원합니다."강유영은 화씨 어멈이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더 길게 말하지 않고 손을 내저었다."일단 물러가세요. 앞으로 할머니 처소에 무슨 일이 생기거든, 가장 먼저 내게 와서 알리도록 하세요."화씨 어멈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실은 지금 당장 고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무슨 일이죠?"강유영은 시선을 돌려 어멈을 바라보았다."노부인께서 세자의 배필로 순안후부의 넷째 아가씨를 점찍어 두시고 계십니다. 내일모레 순안후부의 노부인을 저택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화씨 어멈은 그간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고했다.강유영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그 속뜻을 알아차렸다. 조씨 노부인은 조원철을 하루빨리 장가보내 자신의 마음을 단념시키려는 속셈인 것이다."약을 쓰는 일은 돌아가서 어찌 처리할지 잘 생각해 보세요. 손을 쓰기 전에 먼저 나를 한번 찾아오고요."강유영은 금세 상념을 거두고 지시를 내렸다.조원철에게 또 혼담이 오가고 있다니.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그가 일찍 부인을 맞이하면, 자신을
Read more

제352화

이 약은 방상철이 평소에 쓰던 것이었다."이걸로 되겠느냐?"화씨 어멈은 좀처럼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안 될 게 뭐가 있습니까? 배탈이 나서 설사하는 것도 병입니다."방상철은 어멈의 손을 꼭 쥐었다."어머니, 제 목숨도 어머니께 달렸습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노환을 핑계로 귀향하시지요. 시골로 내려가면 제가 모시고 지극정성으로 효도하겠습니다."그는 새빨간 거짓말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술술 내뱉었다. 하지만 화씨 어멈은 그 뻔한 수작에 넘어가 금세 눈물을 거두고 웃음을 지었다."효도는 무슨. 내 속이나 썩이지 않으면 다행이지."다음날 이른 아침.요월원에는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새가 지저귀었다. 작은 정원에는 봄꽃이 다투어 피어났고, 연못에는 형형색색의 비단잉어가 헤엄치며 생기 넘치는 풍경을 이루었다.강유영은 머리를 대충 틀어 올리고 상아색 짧은 소매의 무복 차림으로 잎이 무성한 동백나무 아래서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이 무술은 조원철이 직접 가르쳐준 것이었다. 글을 가르치기 시작한 날부터 매일 연마하도록 명했다.처음 연마할 때는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자주 게름을 피우려 했고, 매일같이 그가 억지로 구박해야만 마지못해 한 번을 끝내곤 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익숙해졌고 그녀도 더는 무공 연습을 거부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조원철이 곁에서 지켜보지 않아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세 번씩 꼬박꼬박 무술을 연마했다. 무술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몸 상태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아씨, 노부인께서 앞쪽 온실로 오라십니다. 순안후부의 노부인께서 오셨고, 세자 저하와 국공 부인도 와 계십니다. 듣자 하니 오늘 세자 저하의 혼담을 의논하신다 하네요."이화는 일부러 큰 소리로 떠벌렸다. 강유영이 세자를 홀렸으니, 노부인이 보란 듯이 세자의 혼담을 주선하면 강유영이 화병이라도 날 것이라 여긴 것이다.강유영은 자세를 거두고 호흡법에 따라 길게 숨을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촘촘히 맺혀
Read more

제353화

강유영이 온실에 들어섰을 때, 예상대로 조원철은 이미 와 있었다.온실 안에는 온통 웃어른들뿐이라 그는 아랫자리에 앉아 있었다.앉아 있는 자세조차 꼿꼿하고 단정하며 위엄이 넘쳤다.강유영은 그를 가볍게 한 번 훑어보고는 곧장 앞으로 나아가 예를 갖추었다."할머니, 어머니.""이분은 순안후부의 왕씨 노부인이시다."상석에 앉은 조씨 노부인이 손을 들어 소개했다."처음 뵙겠습니다, 노부인."강유영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객석에 앉은 왕씨 노부인을 향해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저희 집안에서 거둔 양녀인데, 강씨 성을 가진 아이입니다."조씨 노부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 아이가 워낙 겁이 많아 바깥출입을 잘 안 합니다. 마침 오늘 노부인께서 귀한 걸음을 하셨기에, 견문도 넓히게 할 겸 불렀습니다."말을 마친 조씨 노부인은 강유영을 향해 손짓했다. 그 몸짓은 영락없이 자애로운 할머니의 모습이었다."내 뒤로 오렴.""예."강유영은 고분고분하게 대답하고 노부인의 뒤로 걸음을 옮겼다.마침 그 자리에 서 있던 화씨 어멈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강유영은 시선을 피하며 소매 속에 감춘 손을 저도 모르게 꽉 쥐었다.화씨 어멈은 지시한 대로, 아침 일찍 조씨 노부인의 조찬에 파두 가루를 넣었을 것이다.잠시 후면 꽤나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녀는 내심 긴장이 되었다.지금껏 단 한 번도 남을 해칠 마음을 먹어본 적이 없었고, 이런 일을 꾸며본 적도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며 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먼저 도를 넘은 건 한씨와 조씨 노부인이었다. 반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 양심의 가책을 느낄 까닭이 없었다."세자는 평소 한가할 때 주로 무엇을 즐겨 하는가?"왕씨 노부인의 시선이 조원철의 얼굴에 머물렀다.인품이나 훤칠한 용모에 대해서는 흠잡을 데가 없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이 혼사를 추진시키려니 아직 약간의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회남왕의 반역 사건에 조원철까지 연루되었기 때문이
Read more

제354화

심장이 날카로운 칼끝에 푹 찔린 듯 예리한 통증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얼굴은 이미 창백하게 질렸다.그가 매일같이 밖으로 돌며 바쁘게 움직였던 것도 결국 소은경 때문이었던 걸까.궁에서 술에 취해 돌아왔을 때도 그녀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을 지도 모른다그가 그토록 노심초사하며 치밀하게 계획하던 모든 일들이 전부 소은경의 안위를 도모하기 위함이었던 걸까?"폐하께서 단지 승은만 내리셨을 뿐, 교지조차 내리지 않으셨는데 무슨 지장이 있겠습니까."조씨 노부인이 서둘러 해명했다."안심하십시오. 그녀와 우리 국공부는 이제 일말의 연관도 없습니다.""그렇습니다."한씨가 맞장구를 쳤다."저희가 직접 폐하께 자초지종을 명백히 고했습니다. 애당초 혼사도 폐하께서 친히 내려주신 것이었고, 두 아이는 사사로이 정을 통한 적도 없었지요."강유영은 그 말을 들으며 속이 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했다.조원철과 소은경 사이에 사사로운 정이 없었다니. 한씨는 세상 사람들을 모두 눈먼 장님으로 여기는 걸까?"명백히 밝히셨다니 다행입니다."왕씨 노부인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유영아, 왕씨 노부인께 차를 따라 올리거라."한씨가 강유영에게 지시했다. 강유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가에는 짙은 혐오감이 서려 있었다. 머지않아 이 눈엣가시 같은 계집을 당당하게 집안에서 내쫓고 완벽하게 치워버릴 수 있을 것이다."예."강유영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고는 찻주전자를 들어 올리고 소매를 살짝 걷어 쥔 채 왕씨 노부인의 찻잔을 채웠다.그때 한쪽에 앉은 조원철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일부러 쳐다본 것은 아니었고 그저 곁눈질로 스쳤을 뿐이다. 허나 그의 눈빛이 워낙 노골적이라 굳이 마주 보지 않아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그녀는 손에 쥔 찻주전자에 힘을 주며 행여 실수라도 할세라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았다.'왜 날 쳐다보는 거지?'소은경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려서 신경이 쓰였던 걸까. 사실 그녀에게 굳이 숨길 필요
Read more

제355화

왕씨 노부인이 한 말은 당연히 겉치레에 불과했다. 왕씨 노부인은 방금 전 상황이 어찌 벌어진 것인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하지만 후원의 여인들 사이에서 암투가 벌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니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정말 우연일 수도 있었다."과찬이십니다."조씨 노부인이 웃음을 터뜨렸다."저희 가문은 대대로 내려오는 법도가 엄하여, 가풍을 바르게 세우는 것을 가장 중히 여깁니다. 사내아이든 딸아이든 엄격하게 예절 교육을 시켜야지요.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으니까요…."말을 이어가던 조씨 노부인이 돌연 입을 다물었다.갑자기 노부인의 배 속에서 꾸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온실 안의 모든 사람의 귀에 똑똑히 들어갔다.모두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노부인을 바라보았다.왕씨 노부인은 얼굴빛이 변하더니 황급히 표정을 수습했다.조씨 노부인은 민망함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동시에 불가마에 든 개미처럼 속이 타들어 갔다. 배 속이 부글거리며 이따금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몰려와 아파서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강유영만 입술을 꾹 깨물고 노부인의 시선을 피해 쓰라린 손등을 살살 문질렀다.조씨 노부인의 안색은 험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배가 아파서인지 아니면 민망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마 민망함이 더 클 것이다.방금 전까지 진국공부의 바른 가풍과 엄격한 예절 교육을 운운하자마자 그런 점잖지 못한 소리를 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사람이라면 누구나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모를 상황이었다.한씨는 내심 고소해했다. 시어머니는 평소 자신을 깔보며 늘 어리석고 체통이 없다며 구박하곤 했다.그런데 오늘 보여준 시어머니의 행태는 자신보다 더 격 떨어지는 모습이었다.오직 조원철만이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왕씨 노부인은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사람이 나이가 들면 비위가…."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씨
Read more

제356화

"어머님, 괜찮으세요?"한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조씨 노부인에게 다가가며 명을 내렸다."어멈, 어서 사람을 보내 의원을 불러오거라."겉으로는 자못 걱정하는 기색이었지만, 사실 냄새가 너무 고약해 다가가기가 싫었다. "그럴 것 없습니다."이때 조원철이 돌연 입을 열었다."청운, 네가 가서 의원을 모셔 오너라.""예."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청운이 대답했다.강유영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고개를 숙인 채 최대한 숨을 참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조씨 노부인의 안위를 묻지도 않았다. 본래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니, 이런 상황에 나서서 괜히 걱정하는 척한다면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었다.그녀는 조원철의 지시를 듣고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자신이 벌인 일이 조원철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청운을 시켜 의원을 부른 뜻이 무엇일까? 설마 자신을 까발리려는 것일까?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어쨌든 그녀는 그의 할머니에게 약을 써서 큰 망신을 주었고, 그의 새로운 혼사까지 망쳐버렸다.그가 자신을 원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속내를 읽을 수 없었다.그래서 강유영은 마음이 더욱 불안해졌다.화씨 어멈이 다가가 조씨 노부인의 팔을 부축했다."노부인, 소인이 먼저 처소까지 모시겠습니다."어멈은 찔리는 구석이 있어 내심 죄책감이 들었다.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유영에게 단단히 약점을 잡힌 상황이라 그녀가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조씨 노부인은 일어나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노부인은 배를 움켜쥔 채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입을 떼는 순간 쏟아질 것만 같았다. 속으로는 분통이 터지고 수치스러웠지만 지금 당장은 화도 낼 수 없는 처지였다.잠시 숨을 고른 조씨 노부인은 손을 내저었다."다들 먼저 물러가거라.... 화씨 어멈, 나를 부축해 뒤쪽으로 가자꾸나."
Read more

제357화

짐작건대 조원철이 청운을 시켜 강 태의에게 그리 말하라 일러둔 듯했다.강유영은 그가 자신을 돕고 있다는 게 잘 믿기지 않았다.조씨 노부인은 그를 끔찍이 아끼는 할머니인데 그가 할머니를 제치고 자신을 도와준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아무리 몸을 탐한다고 한들, 이 정도인가 싶기도 했다.'아니면, 다른 속셈이라도 있는 걸까?'"그럼 강 태의께서 처방을 써 주시지요."한씨가 서둘러 나서며 강 태의를 밖으로 안내했다.침상에 누운 조씨 노부인이 다시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이 증상에 특별히 쓸 만한 처방은 없습니다."강 태의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물을 많이 드시고, 뒷간을 몇 번 다녀오시면 자연히 나을 것입니다. 기력을 보충할 탕약이나 지어 올리지요.""부탁드리겠습니다."한씨는 그를 탁자 쪽으로 안내하고 하인들에게 지필묵을 가져오게 했다."너희는 그만 가 보거라."조씨 노부인은 조원철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지금은 강유영을 상대할 기력조차 없었다. 아이들이 지켜보는 데서 또 뒷간을 가야 하니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조원철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할머니, 몸조리 잘하십시오."강유영은 무릎을 굽혀 인사를 올리고 천천히 방을 빠져나왔다.그녀는 조원철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걸음을 늦췄다. 그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상황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정원의 회랑 모퉁이에 이르렀을 때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강유영."강유영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기는커녕 놀란 토끼처럼 발걸음을 재촉해 앞으로 나아갔다.그가 조씨 노부인에게 약을 쓴 일을 추궁하러 온 것이 분명했다. 방금 전에는 보는 눈이 많아 모른 척 넘어갔을 터. 단둘이 남은 지금이라면 반드시 죄를 물으려 할 것이다."거기 서거라!"조원철이 빠른 걸음으로 쫓아왔다.강유영은 아예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뒷덜미가 그의 큰 손에
Read more

제358화

방금 전 조원철이 피식 웃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강유영은 순간 헛것을 보았나 싶었다. 지금쯤 화를 내고 있어야 정상인데 그가 웃을 리 없었다."손 이리 주거라."조원철은 그녀의 팔을 잡아 뒤로 감췄던 손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가볍게 감싸쥐고 세심히 살폈다.강유영도 무심코 손을 내려다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손등을 보고서야, 온실에서 조씨 노부인이 손을 밀치는 바람에 뜨거운 찻물에 데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방금 전까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손등을 보니 그제야 욱신거리기 시작했다.그녀는 흠칫 놀랐다.자신이 손이 데었다는 사실을 그가 여태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아프냐?"조원철은 붉게 부은 부위를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강유영은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저으며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내리깔았다.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긴장감과 의구심이 교차했다.그는 할머니에게 약을 먹인 일을 원망하기는커녕 상처가 아픈지부터 묻고 있었다. 순안후부와의 혼사가 날아가 버렸으니 그로서는 무척 아쉬울 법도 한데 참 이상했다.조원철은 자그마한 약병을 꺼내 마개를 열고는, 끈적한 기름 같은 것을 덜어내어 그녀의 손등에 펴 발랐다."오소리 기름이다."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설명했다.강유영은 힐끔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는 늘 그녀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듯했다. 지금만 해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이 약통에 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저를…… 원망하지 않으십니까?"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행여나 나중에 갑자기 묵은 원한을 들추어내며 죄를 물을까 봐 두렵기도 했다. 확실히 묻고 넘어가지 않으면 이 일은 두고두고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먼저 너를 함정에 빠뜨리려 한 사람은 할머니였다."조원철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불어주었다.그의 말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담담해서, 마치 남의 일
Read more

제359화

조씨 노부인의 심복으로서 화씨 어멈은 이미 노부인의 성미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그녀가 이런 말을 흘린 것은 강유영의 지시를 고분고분 따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는 철저히 자신을 위해서였다. 강유영이 벌인 일이 탄로 나면, 약을 탄 자신의 죄 역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한배를 탄 이상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 아이가?"조씨 노부인은 누렇게 뜬 얼굴로 침상 머리맡에 힘없이 기대어 있었다."오늘 자리가 순안후부와 혼사를 맺을 수 있는지 판가름 나는 중요한 자리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하여 그런 짓을 한단 말이냐?"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니 힘이 부쳤다.금세 큰 병이라도 앓은 사람처럼 수척해졌고, 머리도 평소처럼 빨리 돌아가지 않았다."노부인, 잊으셨습니까? 일전에 국공 부인께서 세자의 혼처를 구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외가의 조카딸과 짝을 지어주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화씨 어멈은 조심스레 일깨워 주었다.회남왕의 역모 사건에 얽힌 탓에, 세자의 혼사가 예전만큼 순탄치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어리석은 것! 그깟 친정이 감히 순안후부에 비할 바가 된단 말이냐!"조씨 노부인은 화를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찻잔을 탁 내려놓았다."당장 사람을 보내 한씨를 불러오거라!"노부인은 분통이 터져 치를 떨었다."예."화씨 어멈은 문밖으로 나가 지시를 내린 뒤, 다시 돌아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노부인, 이따가 국공 부인을 보시더라도 절대 대놓고 따지시면 안 됩니다. 아직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심증일 뿐이지 않습니까."만약 노부인이 섣불리 다그쳤다가 한씨가 발뺌이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두 사람이 말다툼이라도 벌이는 날엔, 중간에 낀 자신만 무사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나도 다 생각이 있다."조씨 노부인은 다시 찻잔을 집어 들었다.화씨 어멈이 얼른 다가가 찻잔을 채웠다."강 태의께서 물을 많이 드셔야 한다
Read more

제360화

"그럼 서두르거라."조씨 노부인은 지금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사흘 안에 끝내도록 해.""예. 그럼 당장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푹 쉬십시오."한씨는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순순히 대답했다."국공 부인, 배웅해 드리겠습니다."화씨 어멈이 뒤따라 나갔다.마당 문 입구에 이르렀을 때였다."어멈."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화씨 어멈을 바라보았다."어머니께서 왜 저러시는가? 갑자기 어찌 저리 크게 노하셨어?"노부인이 성미가 깐깐하긴 해도 나름 속이 깊어 쉽게 화를 낼 위인이 아니었다. 대체 왜 갑자기 저러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노부인께서는 아침에 부인 처소에서 가져온 요리를 드시고 탈이 났다고 생각하십니다."화씨 어멈이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게다가 순안후부와의 혼사마저 틀어졌으니, 심기가 몹시 불편하신 겁니다. 부인께서 조금 참으시지요."강유영은 한씨에게 이 말을 전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이것이 고부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수작임을 어멈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노부인의 물건을 훔쳤다가 상대에게 들켰고, 그 구멍을 도저히 메울 재간이 없었다. 그러니 강유영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무슨 소린가, 며느리로서 마땅히 모셔야지."한씨는 손을 내저으며 밖으로 나갔지만, 속으로는 이가 갈렸다.노인네가 그야말로 생떼를 쓰고 있었다. 그 연근 요리는 자신도 먹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억지 핑계를 대는 격이었다.화씨 어멈은 한씨가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사람이 있는지 살피고는 구석진 곳으로 갔다. "어찌 되었습니까?"서유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화씨 어멈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노부인께서 국공 부인에게 사흘 안에 움직이라고 명하셨다. 유영 아씨가 팔자가 사나워 재앙을 몰고 온다는 소문을 기정사실로 만들라고 말이지."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초여름, 밤하늘은 옅은 청회색을 띠고 있었다. 밝은 달빛이 요월
Read more
PREV
1
...
3435363738
...
4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