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동쪽 외곽의 장원.조사예가 방으로 뛰어 들어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어머니, 아버지께서 오고 계시대요. 임성아는 준비 되었나요?"숨이 턱에 닿도록 뛰어온 탓에 풍만한 살결이 출렁이고 있었다..임성아는 두 모녀가 모아둔 재산을 털어 고심 끝에 고른 여인이었다.이번에 진국공부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임성아에게 달렸다."벌써 오셨다고?"첩실 이씨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방 안에 있던 임성아를 서둘러 끌고 나왔다. 그러고는 그녀의 소매를 걷어 올리며 다그쳤다."어서 밭으로 나가서 내가 일러준 대로 하거라."단오가 다가오자, 첩실 이씨는 진국공이 사당에 올릴 제사 용품과 제전의 수확량을 점검하러 장원에 들를 것이라 짐작했다. 명색이 단오이니 진국공부도 큰 제사를 치를 것이다.이는 모녀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첩실 이씨는 일찌감치 이 일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나이가 든 그녀는 진국공의 눈길을 사로잡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큰돈을 들여 젊은 미모의 여인을 사들인 것이다.진국공의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다. 임성아는 가냘픈 외모에 가슴이 풍만하고 허리가 가늘어 진국공의 취향에 꼭 맞았다. 그가 보고서 눈독을 들이지 않을 리 없었다.이씨에게 떠밀려 나간 임성아는 문 앞의 밭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허리를 굽혀 토란을 캐기 시작했다."어머니, 정말 될까요?"조사예는 조금 걱정스러웠다.장원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고달팠다. 살갗은 까맣게 탔고, 본래도 빼어난 용모가 아니었는데 이제는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몰골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이는 전부 강유영 그 요망한 계집 때문이었다.도경진과의 혼사도 망치고, 장원으로 쫓겨나 이 고생을 겪은 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가 갈렸다. 본가로 돌아가기만 하면 반드시 이 수모를 몇 배로 갚아줄 작정이었다."염려 말거라."이씨는 딸의 손을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두 모녀는 꽤나 영악했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끈기도 있었다.일각쯤 지났을 때, 진국공과 장원 관리
이화는 들키지 않아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가볍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고개를 들어 창문 틈새로 바짝 귀를 갖다 댔다.강유영은 한숨을 폭 내쉬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예전부터 어머니께선 나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셨지. 할머니까지 돌아온 뒤로는 더욱 나를 탐탁지 않게 보시는구나. 게다가 지금 할머니는 병환에 드셔서 심기도 불편하시고. 아침저녁으로 문안 인사를 올릴 때마다 나한테 화풀이를 하실 텐데. 단비야, 난 이제 어쩌면 좋니?"원래 온순하고 여린 성격이라, 무기력하고 애처로운 말투는 평소와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그래서 이화는 전혀 의심을 품지 않았다.이화가 생각하는 강유영은 늘 나약하고 겁이 많으며 무능한 인간이었다. 그녀는 마음속 깊이 강유영을 깔보고 있었다."소인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단비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제안했다."아씨, 차라리 꾀병을 부리시는 건 어떨까요? 아프다고 하시면 노부인께서도 굳이 처소까지 부르시진 않을 텐데요."당연히 미리 입을 맞춘 대사였다.오직 밖에서 엿듣는 이화에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그건 안 돼."강유영이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만약 할머니나 어머니가 믿지 않으시고 의원을 부르기라도 하시면 어떡하려고? 내가 꾀병을 부린다는 게 들통나면 그땐 더 미움만 받을 텐데."그 말투에는 평소의 겁 많은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이화는 가소롭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 저리 겁이 많아서야 매사 앞뒤를 재느라 꾀병 따위는 부릴 엄두도 못 낼 것이다."아씨, 그럼 이렇게 하시지요."하던 일을 멈춘 서유가 화장대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일부러 넘어지신 다음 다리가 아프다고 하시는 겁니다. 나중에 진짜 의원이 와도 계속 아프다고 우기면, 꾀병이라고 하지는 못할 겁니다."서유는 웃음을 꾹 참으며 강유영을 바라보았다.강유영도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어투로 대꾸헀다."멀쩡한 길에서 갑자기 넘어지는 게 말이 되니? 안
"그럼 서두르거라."조씨 노부인은 지금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사흘 안에 끝내도록 해.""예. 그럼 당장 가서 준비하겠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푹 쉬십시오."한씨는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순순히 대답했다."국공 부인, 배웅해 드리겠습니다."화씨 어멈이 뒤따라 나갔다.마당 문 입구에 이르렀을 때였다."어멈."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화씨 어멈을 바라보았다."어머니께서 왜 저러시는가? 갑자기 어찌 저리 크게 노하셨어?"노부인이 성미가 깐깐하긴 해도 나름 속이 깊어 쉽게 화를 낼 위인이 아니었다. 대체 왜 갑자기 저러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노부인께서는 아침에 부인 처소에서 가져온 요리를 드시고 탈이 났다고 생각하십니다."화씨 어멈이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게다가 순안후부와의 혼사마저 틀어졌으니, 심기가 몹시 불편하신 겁니다. 부인께서 조금 참으시지요."강유영은 한씨에게 이 말을 전하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이것이 고부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수작임을 어멈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노부인의 물건을 훔쳤다가 상대에게 들켰고, 그 구멍을 도저히 메울 재간이 없었다. 그러니 강유영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무슨 소린가, 며느리로서 마땅히 모셔야지."한씨는 손을 내저으며 밖으로 나갔지만, 속으로는 이가 갈렸다.노인네가 그야말로 생떼를 쓰고 있었다. 그 연근 요리는 자신도 먹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억지 핑계를 대는 격이었다.화씨 어멈은 한씨가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사람이 있는지 살피고는 구석진 곳으로 갔다. "어찌 되었습니까?"서유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화씨 어멈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노부인께서 국공 부인에게 사흘 안에 움직이라고 명하셨다. 유영 아씨가 팔자가 사나워 재앙을 몰고 온다는 소문을 기정사실로 만들라고 말이지."서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초여름, 밤하늘은 옅은 청회색을 띠고 있었다. 밝은 달빛이 요월
조씨 노부인의 심복으로서 화씨 어멈은 이미 노부인의 성미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그녀가 이런 말을 흘린 것은 강유영의 지시를 고분고분 따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이는 철저히 자신을 위해서였다. 강유영이 벌인 일이 탄로 나면, 약을 탄 자신의 죄 역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한배를 탄 이상 이제 와서 발을 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 아이가?"조씨 노부인은 누렇게 뜬 얼굴로 침상 머리맡에 힘없이 기대어 있었다."오늘 자리가 순안후부와 혼사를 맺을 수 있는지 판가름 나는 중요한 자리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하여 그런 짓을 한단 말이냐?"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니 힘이 부쳤다.금세 큰 병이라도 앓은 사람처럼 수척해졌고, 머리도 평소처럼 빨리 돌아가지 않았다."노부인, 잊으셨습니까? 일전에 국공 부인께서 세자의 혼처를 구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외가의 조카딸과 짝을 지어주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화씨 어멈은 조심스레 일깨워 주었다.회남왕의 역모 사건에 얽힌 탓에, 세자의 혼사가 예전만큼 순탄치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어리석은 것! 그깟 친정이 감히 순안후부에 비할 바가 된단 말이냐!"조씨 노부인은 화를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찻잔을 탁 내려놓았다."당장 사람을 보내 한씨를 불러오거라!"노부인은 분통이 터져 치를 떨었다."예."화씨 어멈은 문밖으로 나가 지시를 내린 뒤, 다시 돌아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노부인, 이따가 국공 부인을 보시더라도 절대 대놓고 따지시면 안 됩니다. 아직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심증일 뿐이지 않습니까."만약 노부인이 섣불리 다그쳤다가 한씨가 발뺌이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두 사람이 말다툼이라도 벌이는 날엔, 중간에 낀 자신만 무사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나도 다 생각이 있다."조씨 노부인은 다시 찻잔을 집어 들었다.화씨 어멈이 얼른 다가가 찻잔을 채웠다."강 태의께서 물을 많이 드셔야 한다
방금 전 조원철이 피식 웃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강유영은 순간 헛것을 보았나 싶었다. 지금쯤 화를 내고 있어야 정상인데 그가 웃을 리 없었다."손 이리 주거라."조원철은 그녀의 팔을 잡아 뒤로 감췄던 손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가볍게 감싸쥐고 세심히 살폈다.강유영도 무심코 손을 내려다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손등을 보고서야, 온실에서 조씨 노부인이 손을 밀치는 바람에 뜨거운 찻물에 데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방금 전까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손등을 보니 그제야 욱신거리기 시작했다.그녀는 흠칫 놀랐다.자신이 손이 데었다는 사실을 그가 여태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아프냐?"조원철은 붉게 부은 부위를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강유영은 입술을 꼭 깨물고 고개를 저으며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내리깔았다.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긴장감과 의구심이 교차했다.그는 할머니에게 약을 먹인 일을 원망하기는커녕 상처가 아픈지부터 묻고 있었다. 순안후부와의 혼사가 날아가 버렸으니 그로서는 무척 아쉬울 법도 한데 참 이상했다.조원철은 자그마한 약병을 꺼내 마개를 열고는, 끈적한 기름 같은 것을 덜어내어 그녀의 손등에 펴 발랐다."오소리 기름이다."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설명했다.강유영은 힐끔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는 늘 그녀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듯했다. 지금만 해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이 약통에 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저를…… 원망하지 않으십니까?"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행여나 나중에 갑자기 묵은 원한을 들추어내며 죄를 물을까 봐 두렵기도 했다. 확실히 묻고 넘어가지 않으면 이 일은 두고두고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먼저 너를 함정에 빠뜨리려 한 사람은 할머니였다."조원철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불어주었다.그의 말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담담해서, 마치 남의 일
짐작건대 조원철이 청운을 시켜 강 태의에게 그리 말하라 일러둔 듯했다.강유영은 그가 자신을 돕고 있다는 게 잘 믿기지 않았다.조씨 노부인은 그를 끔찍이 아끼는 할머니인데 그가 할머니를 제치고 자신을 도와준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아무리 몸을 탐한다고 한들, 이 정도인가 싶기도 했다.'아니면, 다른 속셈이라도 있는 걸까?'"그럼 강 태의께서 처방을 써 주시지요."한씨가 서둘러 나서며 강 태의를 밖으로 안내했다.침상에 누운 조씨 노부인이 다시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이 증상에 특별히 쓸 만한 처방은 없습니다."강 태의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물을 많이 드시고, 뒷간을 몇 번 다녀오시면 자연히 나을 것입니다. 기력을 보충할 탕약이나 지어 올리지요.""부탁드리겠습니다."한씨는 그를 탁자 쪽으로 안내하고 하인들에게 지필묵을 가져오게 했다."너희는 그만 가 보거라."조씨 노부인은 조원철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지금은 강유영을 상대할 기력조차 없었다. 아이들이 지켜보는 데서 또 뒷간을 가야 하니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조원철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할머니, 몸조리 잘하십시오."강유영은 무릎을 굽혀 인사를 올리고 천천히 방을 빠져나왔다.그녀는 조원철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걸음을 늦췄다. 그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상황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정원의 회랑 모퉁이에 이르렀을 때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강유영."강유영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기는커녕 놀란 토끼처럼 발걸음을 재촉해 앞으로 나아갔다.그가 조씨 노부인에게 약을 쓴 일을 추궁하러 온 것이 분명했다. 방금 전에는 보는 눈이 많아 모른 척 넘어갔을 터. 단둘이 남은 지금이라면 반드시 죄를 물으려 할 것이다."거기 서거라!"조원철이 빠른 걸음으로 쫓아왔다.강유영은 아예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 뒷덜미가 그의 큰 손에
“그쪽 주인 어르신이 외출을 금하기라도 하신 거야?”강유영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살피며 나지막하게 물었다.그녀는 줄곧 서준이 조정의 어느 대감 댁에서 일하게 된 줄로만 알고 있었다.차림새로 보아 하니 못해도 승상이나 상서 댁은 되어 보였다.그런 명문가라면 가풍과 규율이 엄격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녀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음, 뭐, 그런 셈이지.”서준이 한 걸음 다가서며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나를 그토록 애타게 찾은 이유가 뭐야?”“그게...”강유영은 그와 너무 가까이 있는 것
머리를 만지는 솜씨가 서툴러 가장 낮게 틀어 올리는 것이 전부였지만, 강유영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상하게 보여 남들의 눈길을 끌지만 않으면 그만이었다.“아씨, 어디 나가시렵니까?”서유가 뒤에서 물었다.“서준을 만나야겠다.”강유영은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대꾸했다.“가지 마십시오. 오씨 어멈에게도 가시면 안 됩니다.”서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강유영은 그녀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었다.그녀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결심한 이상,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 했다.더는 세자의 명을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
강유영은 문가에 기댄 채 가만히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한씨가 판을 깔고, 소은경이 사람을 보냈다.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조원철이 그들을 추궁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한씨는 그의 어머니였으니 문책할 리는 없을 테고, 소은경은 그가 마음에 품은 정인이자 곧 부인으로 맞이할 사람이니 추궁할 이유가 없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가슴속 깊이 밀려드는 쓰라림을 억눌렀다.어차피 이번에 다친 것은 그 자신이었다. 그가 죄를 묻지 않는 것 역시 그의 일일 뿐, 이제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
내실 안은 어느새 정적에 휩싸였다.따스한 불빛이 조원철의 수려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는데, 특유의 날카로운 기세가 촛불에 번져 부드러워 보였다. 눈꼬리에는 옅은 붉은 기가 감돌았고, 긴 속눈썹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녀를 가만히 응시하는 동안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 속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강유영은 얼굴이 화끈거려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사방을 뒤덮은 감송향과 약 냄새는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처럼 그녀를 옭아매어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들었다.그녀는 물기 어린 눈을 크게 뜬 채 아득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