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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조원철은 앞장서서 서재로 향했다.

강유영은 그의 뒤를 따르다가 문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실내에는 옅은 먹 향이 은은하게 감돈 상태로, 양옆으로는 높은 책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단목 책상 위에는 서책 몇 권과 공문 한 무더기도 놓여 있었다.

붓과 벼루, 자줏빛 구리로 만든 향로까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고즈넉한 공간이었다.

조원철은 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유영은 더 따라가지 않고 조용히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그녀는 조원철의 서재 안쪽에 작은 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곳은 너무나 내밀한 공간이라, 자신이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여겼다.

잠시 후 조원철이 밖으로 나왔고, 무심하면서도 차가운 그의 시선이 이내 그녀에게 닿았다.

“이리 오너라.”

그는 책상 앞에 앉으며 시선을 내리깔고 서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강유영은 잠시 망설이다 문을 닫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이러면 그가 함부로 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그는 마치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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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예는 강유영과 달랐다. 비록 서출이지만 그래도 생모가 진국공의 첩실이고 그 첩실에게 조사예는 하나뿐인 딸이었다. 그러니 모든 걸 쏟아부어 혼수를 준비할 것이다.강유영은 세상의 차가운 인심을 많이 겪어왔기에 도경진의 어머니가 진심으로 미안한 게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그저 체면치레일 뿐이다. 도 부인에게는 며느리가 조사예인 것이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할 터였다.도경진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강유영을 바라보았다. 준수한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더니 눈시울이 붉어지며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그는 뭐라도 해명하고 싶었지만 쉽사리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유영 아씨, 저는….”그러나 끝내는 말을 잇지 못했다.“압니다.”강유영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조사예가 차주전자를 들고 가던 일을 떠올렸다.아마 조사예는 차에 뭔가를 탔을 것이고 강유영이 보낸 거라며 도경진에게 먹였을 것이다. 그러고는 사람을 유인해서 현장을 잡게 한 것이다.결국 도경진과의 혼사는 이뤄질 수 없게 되었다.도경진의 얼굴에는 괴로움이 서려 있었다. 그는 몇번이고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려다가 다물었다.조원철은 곁눈질로 강유영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도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강유영은 조각 토끼와 옥비녀를 꺼내 도경진에게 건넸다.그녀는 이제 와서 조원철이 이것들을 돌려준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가 직접 도경진에게 돌려주라는 뜻이었다.다시 말해 조원철은 조사에가 이런 짓을 저지를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것이다.심지어 차를 따르라며 그녀를 대청으로 불러 조사예에게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모든 건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그에게는 소은경이 있고 장래 장모의 환심도 샀으니 혼인 교지가 내려질 날도 머지않았다.그럼에도 그는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고상하고 올곧기로 소문난 사람이 사적으로 양녀인 그녀에게는 왜 이리도 잔인하게 구는 걸까.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95화

    조원철은 무심한 얼굴로 비단 수건을 꺼내 그녀의 손가락을 느릿느릿 닦아주기 시작했다.하얗고 매끄러운 손가락은 가늘고 길게 뻗은 양지옥을 떠올리게 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인내심 있게 한번 또 한번 닦았다.하얀 손등이 빨갛게 붓기가 올라오고 손톱에 묻은 봉선화 물감이 옅어졌는데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강유영은 그제야 아까 정자에서 도경진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그녀는 바깥을 살피다가 다시 그를 돌아보았다. 지금은 누가 들어올까 봐 두렵기 그지없었다.그러나 아무리 손을 빼내려 해도 그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잘못했습니다.”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예전 같으면 그녀가 이렇게 울면서 잘못을 빌면 그는 대부분 넘어가 주었다.게다가 그가 이미 그녀와 도경진의 혼사를 허락했는데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일까?“뭘 잘못했느냐?”조원철은 비로소 손을 멈추고는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고서 물었다.강유영은 입술을 움찔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느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겁을 먹은 듯, 그와는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도경진은 남이 아닌 그녀의 정혼자였다.조원철에게는 소은경이라는 정혼자도 있고 월연도 있지 않은가.하지만 이런 불만은 속으로 생각만 할 뿐, 감히 입밖에 내지는 못했다.조원철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워낙 용모가 빼어난 사람이라 웃는 모습은 눈이 부실 정도로 준수했다. 강유영은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리자, 두려움도 잠시 잊은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본 게 언제였던지 기억나지 않았다.그가 웃던 모습은 이미 기억 속에서 흐릿해졌다.앞으로는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곧 쓸모가 있을 테니 잘 간직하거라.”자리에서 일어선 조원철이 그녀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정신을 차린 강유영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놀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가 건넨 것은 도경진이 그녀에게 주었던 선물이었다.절구공이를 들고 있는 조각 토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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