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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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소설아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하마터면 이 두 형제를 잊고 있을 뻔했다. 이 바보 같은 형제들이 직접 나서준다면, 일이 커지지 않을 리 없었다."둘째 도련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전 그저 부인이 걱정스러울 뿐입니다."소명천은 '둘째 도련님'이라는 낯선 호칭을 들을 때마다 이마의 핏대가 곤두서는 기분이었다."그럼 입꼬리는 왜 자꾸 올라가는 것이냐?"소설아는 슬며시 손을 들어 뺨을 만지며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내렸다."둘째 도련님께서 잘못 보신 모양입니다. 부인께서 이토록 큰 화를 당하셨는데, 제가 어찌 감히 웃을 수 있겠습니까."소명천이 다시 한마디 쏘아붙이려던 순간, 소명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둘째야,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거라. 지금 중요한 건 아버지께서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크게 노하셨는지 알아내는 것이다."소설아는 얼굴을 살짝 문지르며 걱정스러운 기색을 지었다."부인께서는 평소 그토록 현숙하신 분인데, 후작님의 노여움을 살 만한 일을 저지르셨을 리 없지 않습니까. 혹시 누군가 중간에서 이간질이라도 한 게 아니겠습니까."소명준의 미간이 좁혀졌다."설마… 조 이낭, 그년 짓은 아니겠지?"위원후가 조 이낭을 유독 총애한다는 사실은 후작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후작부 곳간이 비어 각 처소의 살림이 빠듯해졌을 때조차, 위원후는 자식들에게는 한 푼도 더 쓰지 않으면서 뒤로는 조 이낭에게 재물을 아낌없이 안겨 주었다. 덕분에 조 이낭의 생활은 정실부인인 민씨를 위협할 정도로 풍족했다.소설아는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세자 저하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조 이낭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린 것이 사실이라 해도, 자식 된 도리로서 저희가 함부로 나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조 이낭은 신분이 분명한 애첩이었다. 엄연히 후작부의 주인 중 한 사람이었고, 항렬로도 윗사람에 속했다.공경하되 거리를 두고, 순종하되 예를 지켜야 할 상대였다. 가문의 자식들이 함부로 나서 그녀를 몰아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소명준은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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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민씨는 명절을 앞두고도 태연하게 말했다."이런 큰 명절에 어찌 후작님을 옥에 그대로 두겠느냐. 사흘 안에 반드시 구해 오너라."소설아는 가진 재물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사방으로 사람을 찾아다니고, 닥치는 대로 고개를 숙여 부탁했다.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단왕비의 처소였다. 단왕비는 그녀를 한참 내려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얇은 치마 한 장만 걸친 채 얼음판 위에서 춤을 춰 보아라.""내 마음에 들 만큼 춘다면 사람을 풀어주지."하필 그날은 폭설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칼날 같은 바람이 눈발을 몰아쳤고, 흩날리는 눈가루는 마치 얼음 바늘처럼 온몸을 파고들었다.얇은 옷 한 벌로는 혹독한 추위를 막을 수 없었다. 치맛자락은 진작 얼어붙어 딱딱하게 굳었고, 몸은 점점 감각을 잃어 갔다. 입술은 새파랗게 질렸고 머리카락에는 서리가 내려앉았다. 온몸은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시야마저 점점 흐려졌다.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단왕비가 그만두라 말하기 전까지는 멈출 수가 없었다.몰락해 가는 후작부의 양녀 하나쯤 얼어 죽는다 한들,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을 터였다.그녀가 정신을 잃기 직전,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왕비마마, 이쯤에서 그만두시지요."구황자였다.붉은 망포를 걸친 추영우가 눈 덮인 뜰에 서 있었다. 금실로 수놓인 자수가 설빛 아래 은은하게 빛났다."내일 형님과 이곳에서 내기를 하기로 약조했습니다. 사람이 죽어 나가면 영 재수가 없지 않겠습니까."그 한마디에 단왕비도 더는 억지를 부리지 못했다.소설아는 떨리는 몸으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때 추영우가 두툼한 두루마기 하나를 그녀 앞으로 던졌다."걸치고 가거라."소년의 눈빛은 겨울밤처럼 차가웠다.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눈부셔 보였다.원래 소설아는 신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그날만큼은 달랐다. 그녀에게 구황자 추영우는 절망 속에서 내려온 유일한 동아줄과도 같았다.소설아는 두루마기를 몸에 감싼 채 간신히 후작부로 향했다.하지만 집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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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추영우는 또다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사냥감을 희롱하면서 단 한 번도 주도권을 놓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설아 앞에만 서면 늘 무력감과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겉으로 보기에는 그가 모든 판을 쥐고 흔드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꼭두각시에 가까웠다.늘 먼저 공세를 취하는 쪽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어김없이 수세에 몰렸다. 어느 순간 공수의 형세가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매번 살기를 품고 찾아왔건만, 그녀를 끌어안고 체향을 맡고 나면 그 살기는 어느새 기묘한 열기로 변해 온몸을 어지럽게 휘젓고 다녔다.소설아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괴짜였다. 아니, 미치광이에 가까웠다.미치광이를 상대하려면 그보다 더 미쳐야 하는 법이다.이번만큼은 철저히 준비하고 왔다.절대 지지 않을 생각이었다."너한테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구나."추영우는 눈을 감은 채 은은하게 감도는 난초 향을 느끼면서도 짐짓 차갑게 말했다."역겹다.""그러신가요?"소설아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제게서 무슨 냄새가 나기에 그리 역겹다는 말씀이십니까?"추영우는 대답하지 않았다.괜히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가는 거짓말만 더 빨리 들통날 뿐이었다.소설아가 슬며시 말했다."전하, 조금 더 가까이 오셔서 다시 맡아보시겠습니까?""사양하마."추영우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나는 개나 고양이처럼 서로 냄새를 맡고 노는 취미가 없다."그는 손을 휙 잡아당겼다.찰그랑!바닥을 끌던 쇠사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다음 순간 그의 손에는 검은 철제 상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너에게 줄 선물을 가져왔다. 마음에 드는지 한번 보거라."소설아는 몸을 일으켜 상자를 바라보았다.그것은 다름 아닌 삼백안의 목을 담아 두었던 철제 상자였다.상자 표면에는 얼룩진 핏자국과 짙은 갈색으로 굳어버린 핏덩이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소설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구황자가 또 이런 흉측한 물건을 들고 와 자신을 겁주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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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마치 새하얀 눈밭 위에 떨어진 검은 참깨 한 알 같았다.소설아는 그가 또다시 당황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곧 도망치듯 자리를 뜰지도 몰랐다.문득 궁금해졌다.고작 손을 잡았을 뿐인데, 왜 이토록 큰 반응을 보이는 걸까?대체 그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창살 사이로 스며든 오후 햇살이 바닥에 엷은 금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비록 창문에는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방 안은 여전히 환했다.그제야 소설아는 깨달았다. 구황자는 빛을 몹시 싫어한다는 것을 말이다.사방이 지나치게 밝아 불편했던 것이다.그에게 가장 편안한 시간은 칠흑 같은 밤이었다. 정말 고양이와 닮았다고 생각했다.소설아는 슬며시 그의 손을 놓았다. 대신 검지손가락 하나를 조심스레 감쌌다.굳어 있던 손가락이 서서히 힘을 푸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다시 손을 맞잡았다.열 손가락 모두 깍지를 끼진 않았다.그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을 뿐이었다.혹여 또다시 달아나 버릴까 두렵기 때문이었다.마치 어린 들짐승을 달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그때 추영우가 가면을 벗었다.그는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 선 듯한 중성적인 아름다움 눈부시게 화려했고, 보는 사람의 혼을 빼앗을 만큼 매혹적이었다.차갑고 희디흰 피부는 눈처럼 맑고 깨끗했다.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그것도 환한 대낮에 그의 얼굴을 바라볼 기회는 흔치 않았다.소설아는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이번에는 또 뭘 하려는 것이냐?"추영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그러나 자세히 들으면 어딘가 미묘하게 뒤틀린 기색이 섞여 있었다.그는 소설아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또한 자신이 잘생겼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수많은 여인들이 그를 향해 이런 시선을 보내곤 했다.그래서 이번에는 저 입에서 또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다."전하께서 너무 아름다우셔서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소설아가 솔직하게 말했다."전하는 제가 지금껏 본 사내들 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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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큰 아가씨, 벌써 한 시진도 넘게 주무셨으니 이제 일어나셔야지요!"밖에서 단이가 두어 번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소설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그녀는 여전히 침상에 누워 있었다. 방 안에는 햇살을 받은 먼지들이 공중에서 흩날리고 있었다.그 불결한 철제 상자는 여전히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악귀 가면 또한 침상 위에 놓여 있었다.구황자가 다녀간 것은 분명했다.방금 전의 일도 결코 꿈은 아니었다.조금 전 일을 떠올리자 소설아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구황자는 비수로 자신의 얼굴을 그었고, 피범벅이 된 얼굴로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설마 자신을 겁주기 위해 그런 짓까지 한 것일까?그녀는 분명 두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을 감싸 안고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 상처 위에도 입을 맞추었다.심지어 목덜미의 작은 점에까지 입술이 닿았을 때, 구황자는 마치 놀란 듯 그녀를 거칠게 밀어냈다.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는 분명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리고 그는 또다시 도망치듯 사라졌다. 뒤이어 숨이 막힐 만큼 짙은 송목 향이 밀려왔고, 그녀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소설아는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손에는 피 한 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입술에도, 얼굴에도, 옷과 침구에도 혈흔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구황자는 몹시 낭패한 기색으로 황급히 달아났다.철제 상자조차 챙기지 못하고 간 사람이, 그녀의 손과 얼굴을 씻겨 주고 침구까지 갈아주었을 리는 없었다.그렇다면 방금 전의 일은 정말 환각이었던 것일까?하지만 그 감촉은 지나치게 생생했다.차갑던 그의 살결이 점점 뜨거워지던 순간도, 목덜미 아래에서 힘차게 뛰던 맥박도, 그리고 숨결에 실려 오던 열기마저도 말이다.심지어 그녀는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까지 또렷하게 들었었다.소설아는 무심코 제 입술을 쓸어내렸다.그 위에는 아직도 구황자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입을 맞춘 것은 사실이었다.하지만 칼로 얼굴을 긋는 장면은 환각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듣자 하니 금의위에는 죄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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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태의원 원정은 시선을 아래로 슬쩍 내리깔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뢰었다. "전하께서는 아직 여인을 가까이하신 적이 없으시지요? 전하의 연세에 이처럼 정상적인 생리적 충동이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저 몸 안에 맺힌 화를 풀어내기만 하시면 될 터이니, 굳이 약을 드실 필요도 없습니다."태의원 원정은 그대로 밖으로 쫓겨났다."저따위 돌팔이가 대체 어찌 태의원 원정 자리에 올랐단 말이냐?!"곁에서 눈치를 살피며 시중을 들던 내시가 조심스레 아뢰었다. "전하, 다른 태의를 부르시겠습니까?"추영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시가 다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전하, 시혼 궁녀를 두어 명 뽑아 들이심이 어떠하겠습니까?"시혼 궁녀란, 궁중에서 황자들에게 '남녀의 일'을 가르치고 이끌어주기 위해 따로 둔 궁녀를 뜻했다.추영우는 단번에 탁자를 엎어버렸다.내시는 혼비백산하여 부리나케 물러났다.하마터면 구황자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릴 뻔했다.*소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단이를 안으로 불렀다."저 철제 상자, 깨끗이 씻어서 궤짝 안에 넣어두거라."단이는 처음에 혈적자를 치울 때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았으나, 이제는 혈적자와 엇비슷한 철제 상자를 보고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집어들 수 있게 되었다."큰 아가씨, 이건 또 뭡니까?""그냥 사냥 도구란다."단이는 더 묻지 않고 철제 상자를 들고 나가 물로 씻어냈다.소설아는 악귀 가면을 주워 들어 꼼꼼히 살펴본 뒤, 마찬가지로 궤짝 안에 넣었다.궤짝 안의 흉기는 갈수록 늘어만 갔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구황자에게 도로 가져가시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막 정리를 마쳤을 때, 춘경원에서 심부름꾼 하녀가 사람을 부르러 왔다.소설아는 간단히 채비를 한 뒤 하녀의 뒤를 따라 민씨를 만나러 갔다.위원후가 사정없이 손찌검을 한 탓에 민씨는 처참하게 두들겨 맞은 꼴이었다. 얼굴 반쪽은 만두처럼 퉁퉁 부어올랐고, 오른쪽 눈은 눈두덩이가 시퍼렇게 멍든 채 불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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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소명주는 문득, 예전에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하던 소설아의 말대꾸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고 느꼈다.민씨 앞이라 믿는 구석이 있는 소명주는 절대 지고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오늘 아버지께서 어머니를 그토록 핍박하실 때, 언니는 어찌하여 수수방관만 하셨습니까?"소설아는 그녀를 곁눈질하며 대꾸했다. "명주야, 너 역시 구경만 하지 않았느냐?"소명주가 발끈하여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죠? 저는 중간에 가로막고 서서,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손찌검하시지 못하도록 말렸단 말입니다!"소설아는 덤덤한 어조로 받아쳤다. "그래? 내 눈에는 똑똑히 보이던데. 후작님께서 부인을 매질하실 때 너는 겁에 질려 방 어멈 뒤에 숨어 있다가, 상황이 다 끝나고 나서야 슬그머니 기어 나오지 않았더냐."소명주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민씨의 팔을 부여잡고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 악착같이 변명했다. "어머니, 아닙니다. 언니가 헛소리를 지껄이는 겁니다! 어머니, 제 말을 믿어주세요!"소설아는 시종일관 태연한 얼굴로, 먼저 시비를 걸어왔던 소명주가 제 꾀에 넘어가 평정심을 잃고 발악하는 꼴을 가만히 감상했다.민씨가 끼어들었다. "됐다, 그만들 해라!"여기서 말을 더 섞었다가는 그녀 자신조차 소명주의 진심을 의심하게 될 것 같았다.그녀는 눈이 뚫어져라 소설아의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보았다.소설아는 최근 들어 부쩍 기세가 등등해져서는 제 앞에서도 전혀 거리낌 없이 입을 놀리고 있었다. 설마하니 밖에서 몰래 든든한 뒷배라도 찾은 것일까…민씨가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소명준이 들것에 실려 들어왔다. "어머니, 어서 저와 함께 가시지요! 제가 조 이낭의 확실한 꼬리를 잡았습니다. 이번에야말로 그년을 가차 없이 내다 팔아버릴 수 있습니다!"조 이낭을 내다 팔 수 있다는 말에 민씨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대체 무슨 일이냐? 어서 상세히 고해보거라."소명준은 일부러 뜸을 들였다. "어머니, 너무 깊이 묻지 마시고 그저 저를 따라오시기만 하면 됩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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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민씨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소명준을 바라보았다. "어찌하여 외숙부님과 외숙모를 부른 것이냐?"소명준이 아뢰었다. "어머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제가 결코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까닭 없이 매질을 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민씨가 무어라 더 말하려 했으나, 그녀의 큰올케가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아가씨, 명준이를 탓하지 마세요. 명준이 이 아이가 워낙 효심이 깊지 않습니까. 다 아가씨를 걱정해서 한 일일 겁니다."민씨의 큰 오라버니는 그 즉시 위원후의 코앞에 삿대질을 하며 호통을 쳤다. "우리 민씨 가문의 여식을 어찌 이리 함부로 능멸할 수 있단 말이냐?! 애초에 내 누이를 내어달라 청혼할 적에는 무어라 약조했더냐?! 그래 놓고 지금 내 누이에게 어찌 이따위로 대할 수 있단 말이냐?!"민씨가 황급히 나서서 그를 가로막았다. "큰 오라버니, 전 괜찮습니다. 그저 제 부주의로 부딪혔을 뿐입니다. 할 이야기가 있거든 돌아가서 하시지요."소명준이 나섰다. "어머니, 심려치 마십시오. 소자가 문중 어르신들과 가주 어르신까지 모셔왔으니, 반드시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실 것입니다!"민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라?!"문중 어르신들까지 모셔왔다고?! 그녀는 당장이라도 소명준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이 일이 커져서 그녀에게 좋을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부군인 후작에게 약을 먹여 불임으로 만든 사실이 문중에 발각되기라도 하면, 그건 당장 죽어 마땅한 중죄였다!민씨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사람들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란입니까! 전 그저 후작님과 가벼운 말다툼을 했을 뿐입니다. 부부지간에 어찌 평생 순탄하기만 하겠습니까. 싸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위원후 역시 체면을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자였기에, 이 일을 외부에 알릴 리 만무했다.허나 그 역시 약에 당해 속이 끓어오르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 상태였기에, 말투가 거칠고 험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은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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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양측의 다툼이 가라앉지 않고 갈수록 격해지자, 결국 사람들이 소씨 가문 가주를 부축해 상석에 모셨다. 가주가 크게 호통을 치고 나서야 장내가 겨우 조용해졌다."위원후, 자네는 왜 사람을 때렸느냐?"위원후는 이를 악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민씨를 무섭게 노려보았는데, 두 눈에서 불길이 일어 당장이라도 민씨를 통째로 삼켜버릴 듯했다."민씨, 이 천한 년! 네 년이 저지른 일이니, 네가 알아서 수습하거라!"민씨는 안절부절못하며 흐느꼈다. "명준아, 일단 돌아가자. 돌아가서 얘기해. 이 일은 후작님의 잘못이 아니란다."소명준은 어머니가 억울함을 당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어 큰 소리로 따져 물었다. "아버지, 어찌하여 어머니를 매질하신 것입니까?!"소명천 역시 거들었다. "아버지, 혹 조 이낭이 중간에서 이간질한 것입니까? 아버지, 일러바치는 첩실 따위가 어찌 정실부인 머리 위로 기어오른단 말입니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소명주도 말했다. "아버지, 저희는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를 위해 늘 마음 쓰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조 이낭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신 것뿐이지요. 아버지, 조 이낭을 더는 곁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가문을 어지럽히는 근원이니 하루빨리 처분해야 합니다."소명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민씨의 곁에 서 있기만 했다.민씨는 속이 타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모두 입을 다물거라! 전부 내 잘못이고 후작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후작님을 몰아세우지 말거라!""명준아, 네가 맏이가 아니냐. 어서 동생들을 데리고 돌아가거라!""후작님, 오늘 일은 제 뜻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아이들을 돌려보내겠습니다!"민씨는 눈물을 흘리며 자식들과 두 오라버니 부부를 바라보았다. "오라버니, 이렇게 빌겠습니다. 제발 일단 돌아가 주십시오. 돌아가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습니다.""더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만일 한마디라도 더 보탠다면, 내 당장 이곳에 머리를 찧고 죽어버릴 테다!"민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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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보아하니 모두 제가 왜 부인을 매질했는지 무척이나 알고 싶은 모양인 듯합니다!"자리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고, 오직 민씨만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경악했다. "후작님, 냉정해지셔야 합니다. 제발 한순간의 충동으로 일을 그르치지 마세요!"민씨가 위원후에게 달려가 그를 붙잡으려 하자, 소설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민씨를 붙들었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부인, 두려워 마세요. 저희는 모두 부인의 편이랍니다."위원후는 연약하고 가련한 조 이낭을 한 차례 바라보더니, 부르르 떨리는 손가락으로 민씨를 가리키며 마침내 모질게 마음을 먹고 입을 열었다."부인이 제게 약을 먹여, 제 생식 능력을 아주 망가뜨려 놓았습니다!"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당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민씨의 두 오라버니도, 소명준을 비롯한 남매들도 모두 할 말을 잃고 침묵했다.가주와 문중에서 덕망 높은 몇몇 어르신들 역시 묵묵부답이었다.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민씨의 이성의 끈이 마침내 '툭' 하고 끊어지고 말았다.소명준은 전혀 예상치 못한 기상천외한 이유에 너무 경악한 나머지, 들것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그는 제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떡 벌린 채, 어떤 말도 잇지 못했다.민씨는 온몸을 바르르 떨며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소설아가 그녀의 팔을 단단히 붙들어 받쳐주며 말했다. "명주야, 또 구경만 하려는 게냐? 어서 와서 부인을 부축하거라."소명주 역시 제 어머니가 이토록 악독한 짓을 저질렀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어머니에게 연루될까 두렵고,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원망할까 무서워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소설아가 대놓고 지목하자, 어쩔 수 없이 다가와 어머니를 부축해야 했다.두 사람이 양옆에서 단단히 붙든 덕에, 민씨는 나중에 매를 맞더라도 꼼짝없이 서서 맞아야 할 판이었다.그 순간, 가주는 민씨의 앞으로 걸어오더니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이 악독한 년 같으니라고!""민 대인은 와서 누이를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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