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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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그 진심 어린 마음에 소설아의 가슴이 뭉클해졌다.소명풍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직접 다가와 소설아의 등을 떠밀며 마차 쪽으로 이끌었다."어서 올라가 쉬고 있거라. 여긴 모기며 벌레가 많다."그러고는 단이를 향해 당부했다."단이야, 아가씨를 잘 모셔라. 함부로 내려오시게 해서는 안 된다."소설아가 마차에 올라 자리를 잡는 것까지 확인한 뒤에야 소명풍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는 금세 소명남의 곁으로 달려가 소매를 걷어붙였다."자, 형님! 얼른 만들어요!"그리고는 의욕 넘치는 얼굴로 본격적인 가마 제작에 나섰다.마차 안에 앉은 소설아는 품에 안긴 녹운을 내려다보며 옅게 웃었다.사람과 사람의 차이는 참으로 컸다.후작부 사람들은 은혜를 갚을 줄 몰랐다. 그들은 늘 받기만 했고, 더 요구할 줄만 알았다.하지만 소명풍의 가족은 달랐다. 꽃 한 송이를 받으면 정원 하나를 돌려주려 할 만큼 정이 깊은 사람들이었다.이런 기분은 참 좋았다. 소설아는 직접 차를 우린 뒤 단이에게 녹운을 잘 지키라고 일렀다.그리고 찻잔을 들고 마차에서 내려와 두 오라버니에게 건넸다.*한편 소명천은 마침내 공왕 세자의 일행과 합류했다.그의 안색은 눈에 띄게 수척했고 기운도 없어 보였다.왕 도령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형님, 기운 내십시오."그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공왕 세자의 눈에 들어 금오위에 발만 들여놓게 되면, 일개 표사 놈과 계집 하나 처리하는 게 무슨 대수겠습니까?"소명천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공왕 세자 곁에는 인재가 워낙 많으니 솔직히 자신이 부족하긴 하다."왕 도령도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오늘은 실력자들이 많이 모인 듯합니다."잠시 후 그가 말했다."하지만 최선을 다한다면 부끄러울 것은 없을 것이다."두 사람이 서로를 격려한 뒤, 왕 도령이 슬며시 목소리를 낮췄다."형님."그의 눈에 교활한 빛이 스쳤다."제게 좋은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일만 잘 풀리면 금오위 부통령 자리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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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공왕 세자는 더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말에서 내렸다. 그는 곧장 추영우 앞으로 달려가 공손히 예를 올렸다."구황숙, 평안하셨습니까."추영우는 무심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얇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나를 보고 어찌 그리 서둘러 자리를 뜨려 한 것이냐?"나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대황자는 비록 황제의 총애를 받지는 못했으나 일찍이 군왕으로 봉해져 공왕이라는 작호를 받았고, 종실에서 한직을 맡고 있었다.공왕 세자 추훈은 대황자의 정비 소생이었다. 종실 서열로는 여섯째였으며, 나이 또한 추영우보다 몇 살 위였다.하지만 아버지인 공왕조차 추영우 앞에서는 함부로 굴지 못했다. 하물며 추훈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구황숙, 제가 어찌 도망치려 했겠습니까."추훈은 급히 웃음을 지어 보였다."황숙을 뵈어 너무 반가운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을 뿐입니다.”“이리 와서 나와 대련이나 하자구나."추영우가 담담히 말했다.추훈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구황숙, 제 무공이 워낙 변변찮아 황숙의 흥을 깨지 않을까 걱정됩니다."그는 뒤따라온 사람들을 슬쩍 돌아보며 웃었다."황숙께서 괘념치 않으신다면,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골라 몸을 푸시는 것은 어떠하시겠습니까?"추영우의 시선이 천천히 사람들 사이를 훑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에게 멈췄다. 소명천이었다.추영우는 손에 쥔 홍영창을 들어 올렸다. 붉은 술이 달린 창끝이 곧장 소명천을 가리켰다.그 싸늘한 눈빛에 소명천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추훈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누구냐? 구황숙께서 친히 지목하셨는데 어찌 아직도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이냐."그는 웃으며 덧붙였다."구황숙의 눈에 들었으니 이것 또한 네 복이다."소명천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구황자와 공왕 세자. 이 두 거물 앞에서 얼굴을 알릴 기회를 얻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오늘은 정말 운이 따르는 날이었다.주변에서도 부러운 시선이 쏟아졌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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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소명천은 곧장 연무장으로 향하지 않고 몸을 살짝 숙인 채 목소리를 낮췄다."공왕 세자 저하."그의 눈빛에 은근한 기대가 어렸다."만에 하나 소인이 구황자 전하를 다치게 하기라도 한다면…"추훈이 낄낄 웃었다."다치게 한다고?"그는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다치게 하면, 내 너에게 후한 상을 내리마."그 말을 듣는 순간 소명천의 눈빛에 음산한 독기가 번뜩였다.‘이 상은 반드시 내 차지다.’그는 의기양양하게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대로 연무장 안으로 들어섰다."이랴!"소명천이 고삐를 당기며 추영우를 향해 말을 몰았다.그 순간 추영우가 눈을 들어 흑마를 한번 바라보았다.시선은 담담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겨울밤의 칼바람처럼 차가웠다.한여름 뙤약볕 아래였음에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뇌우가 갑자기 푸르르 콧김을 내뿜었다. 이어서 재채기를 몇 번 연달아 해댔다."구황자 전하, 실례…”소명천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그가 타고 있던 흑마의 몸이 갑자기 딱딱하게 굳어 버린 것이다. 뇌우의 콧방울은 크게 벌어졌다. 이어서 거친 숨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훅! 훅!그리고 다음 순간 뇌우가 미친 듯이 앞발을 치켜들며 날뛰기 시작했다.히이잉!거친 울음소리가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흑마는 몸을 활처럼 휘어 올렸다가 그대로 바닥을 향해 내리꽂았다.쿵!소명천은 고삐를 붙잡을 틈도 없었다. 그의 몸이 그대로 허공으로 튕겨 나가 땅바닥에 나뒹굴었다.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사람을 떨궈낸 뒤에도 뇌우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놈은 앞발을 휘저으며 곧장 소명천을 향해 달려들었다.무거운 쇠말굽이 땅을 내리칠 때마다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우드득!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명천의 다리가 말굽에 짓밟혀 그대로 부러진 것이었다."말, 말이 미쳤다! 어서 막아라!"사방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뇌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놈은 몸을 곧게 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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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추영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추훈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이런 머저리 같은 놈까지 데려오다니."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서늘한 압박감이 깃들어 있었다."너도 참 재주가 좋구나."추훈은 재빨리 허리를 숙이며 억지웃음을 지었다."구황숙, 저도 저자의 내력은 잘 모릅니다."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구황숙의 흥을 깨뜨렸으니 참으로 송구할 따름입니다."잠시 눈치를 살피던 추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구황숙께서 괘념치 않으신다면 제가 다른 사람을 골라 올리겠습니다."그는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반드시 구황숙께서 흡족해하실 만한 자로 골라 드리겠습니다.""됐다."추영우는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짧게 답했다. 그리고는 말머리를 돌려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추영우의 뒷모습이 멀어지자 추훈은 그제야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쳤다.‘휴우. 드디어 저 무서운 놈을 보냈구나.’연무장 한쪽에는 소명천이 생사를 알 수 없는 몰골로 널브러져 있었고, 왕 도령은 얼굴 반쪽이 피범벅이 된 채 주저앉아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추훈은 그 광경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몸을 돌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돈이나 좀 쥐여 보내거라."그에게 저런 천한 것들은 신경 쓸 가치조차 없는 존재였다.*소명천이 위원후부로 실려 왔을 때는 이미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상태였다.민씨는 둘째 아들의 다리가 부러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전생에도 소명천은 다리를 다쳤다. 하지만 훗날 무사히 치료를 받고 결국 무장이 되지 않았던가.민씨의 눈에 이번 사고는 그저 소명천이 반드시 거쳐야 할 시련에 불과했다.이 고비만 넘기면 훗날 더 크게 비상할 것이 분명했다.소명준 역시 별일 아니라는 듯 넘겨버렸다. 그는 소명천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결국 무사히 회복해 출세할 사람인데 굳이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자신도 엉덩이를 크게 다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다.반면 소명지와 위원후는 달랐다.두 사람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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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전생에 둘째 오라버니의 말에 따르면, 귀의는 심보가 바르지 못하고 독을 잘 다루어, 비록 다리를 고쳐주기는 했으나 치료 과정 내내 그를 몹시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귀의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귀의를 데려온 소설아를 뼛속 깊이 원망했었다.그러니 자신은 그저 곁에서 말동무나 되어주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둘째 오라버니가 아끼는 사람은 영원히 자신이 될 터였다.전생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소명주는 생긋 웃으며 손수건을 꺼내 소명천의 입가에 묻은 약자국을 정성껏 닦아주었다."둘째 오라버니, 약이 참 쓰죠? 다 드셨으니 달콤한 다과 좀 드세요. 이건 제가 오라버니를 위해 절에서 받아온 평안부랍니다. 분명 금방 쾌차하실 거예요. 혼자 누워 계시면 심심하시죠? 둘째 오라버니, 제가 책이라도 읽어드릴까요?"소명주는 그렇게 소명천과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내 병서를 펼쳐 들고 나직한 목소리로 읽어주기 시작했다.누군가 곁을 지켜주니 소명천의 마음도 점차 평온해졌다."소설아는 어디 있느냐? 당장 와서 내 약을 달이라고 해라!"예전에는 그가 조금만 다쳐도 소설아는 안절부절못하며 직접 침상 곁을 지키고 병수발을 들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도 다른 사람들은 다 다녀갔건만, 유독 소설아 그 기집애만 아직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만약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돌아와 직접 자신을 돌본다면, 그간의 괘씸한 죄를 용서해 줄 의향도 있었다.소명주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언니가 아직 후작부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던데, 어디로 놀러 간 건지… 언니를 찾으시는 거예요?"소명천이 코웃음을 쳤다."내가 그 기집애를 왜 찾겠느냐? 새 오라버니를 찾았으니, 이젠 내가 눈에 안 차는 게지."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의 말투에는 묘한 질투심이 배어 있었다.소명주가 입술을 뾰로통하게 모으며 물었다."새 오라버니라니요?"소명천은 소명풍과 우연히 마주쳤던 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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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전생의 기억 덕분에 소설아는 쉽게 귀의의 거처를 찾을 수 있었다. 귀의의 거처 입구에는 전생처럼 진법이 쳐져 있었다.미종진법, 전생에 소설아는 이 진법을 돌파하려다 갇힌 적이 있었다. 다시 보니 오히려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둘째 오라버니, 셋째 오라버니. 제 뒤에 바짝 붙어 오세요."진법은 둘째 치고, 중요한 것은 귀의의 괴팍한 성미였다. "이따가 그분을 뵙게 되면 절대 함부로 입을 놀리시면 안 돼요."소설아의 안내에 따라 세 사람은 금세 진법을 통과해 귀의를 만날 수 있었다.귀의는 일흔이 넘은 노인으로, 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 마치 복과 수명을 관장하는 신선처럼 자애로워 보였다.소설아가 준비해 온 '녹운'을 바치며 말했다."귀의 대인, 부디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시길 간청드립니다."귀의는 '녹운'을 보더니 과연 무척 기뻐했다. "이름과 거처를 적어 두고 가거라. 시간이 나면 들르마."소설아가 큰아버지의 이름과 거처를 종이에 적어 건네자, 귀의는 그 종이를 보지도 않고 휙 던져두더니 일행을 내쫓으려 했다.이에 소명풍이 불만을 터뜨렸다. "귀의 대인, 언제쯤 진찰하러 오실 겁니까?"귀의가 짧게 답했다. "시간이 날 때."소명풍이 되물었다. "그럼 대체 언제 시간이 나시는데요?"귀의는 대답 대신 손을 뻗어 수염을 쓰다듬었다.소설아는 귀의가 슬슬 짜증이 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셋째 오라버니, 그만해. 이만 나가자."하지만 소명풍은 봇물 터지듯 질문을 쏟아내며 소설아가 말려도 듣지 않았다. "환자의 상태도 안 물어보십니까? 고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이 녹운은 동생이 엄청난 공을 들여 키운 천금 같은 난초란 말입니다! 우리 아버지를 고쳐주셔야 드릴 수 있습니다!"소설아가 소명풍을 잡아끌며 밖으로 향했다. "셋째 오라버니, 제발 그만해! 그만하고 따라와."소명풍은 끌려가면서도 투덜거렸다. "설아야, 저 사람 사기꾼은 아니겠지? 진찰을 저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어딨느냐. 우리가 써온 것도 안 읽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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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귀의가 후작부에 발을 들인 당일, 소설아는 곧바로 쓸모가 없어졌다.소설아는 소명천의 상태를 한 번 보러 갔다.소명천은 전생보다 훨씬 참혹하게 다쳐 있었다. 두 다리가 부러지고 오른손마저 부러졌으며, 얼굴은 시퍼렇게 멍들고 퉁퉁 부어올라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소명천은 소설아를 보고도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만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그 안에는 원망도 깃들어 있었고, 기묘하게도 연민마저 서려 있었다.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소설아는 은밀히 사람을 시켜 월 이낭에게 두어 마디 말을 전했다.*요즈음 월 이낭이 먹는 음식은 전부 의란거의 작은 주방에서 만든 것이었다.소설아와 같은 식단으로 먹었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그녀의 볼에 살이 제법 붙고 윤기가 돌게 되었다."세자 저하, 명주 아가씨가 또 둘째 도련님 처소에 가셨다고 합니다. 직접 탕약도 먹여드리고, 책까지 읽어드리며 적적함을 달래드린다고 하네요."월 이낭은 창가 탑상에 앉아 아기의 배냇저고리를 바느질하며 나직이 말했다."세자 저하, 다 제 탓입니다. 전부 소첩의 잘못이에요. 저 때문에 명주 아가씨가 세자 저하와 멀어지신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침상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던 소명준이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현아, 그게 어찌 네 잘못이겠느냐? 이 일은 신경 쓰지 말고 태교나 잘하거라. 네 배 속에 있는 내 귀한 핏줄을 무사히 지켜내기만 하면 된다!"월 이낭은 고개를 숙인 채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소명준, 이 사내는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소명주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가 취한 최대의 방어책이라곤 그저 소명주가 보낸 탕약을 자신에게 먹이지 않는 것뿐이었다.만약 그녀가 가만히 앉아서 세자의 보호만 믿고 기다렸다면,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월 이낭은 제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한껏 겁먹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세자 저하,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면 너무 안이한 처사가 아닐까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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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단이는 부인이 소설아를 공왕 세자에게 바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부인께서 어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그 공왕 세자는 처첩을 거느리고 색에 빠져 사는 난봉꾼인데, 어찌 큰 아가씨를 그런 공왕부로 보낸단 말입니까! 큰 아가씨, 당장 후작님께 말씀드려요. 후작님께선 절대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위원후는 소설아를 이용해 장공주부에 줄을 대려고 안달이 난 상태였다. 비록 속셈이 불순하긴 했으나, 서 군왕은 젊고 전도유망하여 공왕 세자보다 만 배는 나은 사내였다.소설아는 품에 고양이 상염을 안은 채, 느긋하게 고양이 발바닥을 조물딱거리며 태연하게 말했다."서두를 것 없다. 조 이낭을 이리로 모셔 오렴. 그렇게 되면 부인은 곧 제 코가 석 자가 될 거야."조 이낭은 위원후가 총애하는 첩으로, 아리땁고 풍만한 자태를 지녀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녀가 후작부에 들어온 이후로, 위원후는 열흘 중 아흐레를 조 이낭의 방에서 묵었다.소설아의 뜰에는 꽃이 많이 피어 있어 조 이낭이 자주 꽃을 얻으러 오곤 했다. 차 반 잔을 마실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조 이낭이 찾아왔다. 소설아는 그녀에게 난초 화분 하나를 선물하며 은밀히 몇 마디를 건넸다. 조 이낭이 돌아갈 때는 바람에 흔들리는 꽃가지처럼 요염한 걸음걸이로, 얼굴에는 화사한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그날 밤, 조 이낭은 살살 교태를 부려 위원후를 자신의 처소로 꾀어들였다.사랑으을 나눈 후, 조 이낭은 위원후의 손을 이끌어 제 배 위에 살며시 얹게 하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후작님, 소첩이 이 집에 들어온 지도 일 년이 넘었는데 어째서 아직도 기쁜 소식이 없을까요?""후작님께서 소첩의 처소에 이리 자주 납시어 정기를 듬뿍 내려주시건만… 제게 아이를 가질 복이 없는 걸까요? 하오나 제게 복이 없다면 어찌 후작님의 총애를 이리 듬뿍 받을 수 있겠습니까…"조 이낭은 말을 잇다 말고 기어이 목메어 흐느끼기 시작했다.위원후는 사랑스러운 첩을 품에 꽉 끌어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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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소설아는 마침 춘경원에 들를 구실이 없어 고심하던 차에, 민씨가 부른다는 전갈을 받자마자 아침 식사조차 거르고 단숨에 달려왔다.춘경원 대문에 들어서자 어린 하녀가 쪼르르 마중을 나와 막아섰다."큰 아가씨, 회랑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인께서 지금 예불을 드리고 계십니다."뙤약볕이 내리쬐는 회랑은 숨이 막힐 듯 무더웠다.소설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민씨가 쓸 줄 아는 얕은 수법이란 고작 이런 것뿐이지.차 한 잔을 마실 시간쯤 서 있었을까, 민씨가 그제야 사람을 시켜 그녀를 안으로 들였다."명천이가 저리 크게 다쳤는데, 넌 그저 수수방관만 할 셈이냐?"소설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부인, 둘째 도련님께서는 저를 탐탁지 않아 하십니다. 제가 곁에 가면 오히려 심기가 불편해지셔서 병세에 악영향을 미칠까 저어되어 가지 않았습니다."민씨가 싸늘하게 명령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믿을 만한 의원을 모셔 오너라."귀의는 성격이 워낙 괴팍하여 함부로 사람을 진찰하지 않는 자였다. 민씨는 전생에 소설아가 대체 무슨 조화를 부려 그를 후작부로 모셔 왔는지 알 길이 없었다. 만약 소설아에게 이렇듯 아직 써먹을 구석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진작에 공왕 세자에게 짐짝처럼 던져버렸을 터였다.소설아가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숙였다."예."민씨가 다시 다그쳤다."언제쯤 모셔 올 수 있겠느냐?""부인께서 명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소설아는 민씨가 자신이 귀의를 대령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귀의는 없어도 골목 어귀에 널린 게 돌팔이 의원들이었다.민씨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몸이 좀 찌뿌둥하니, 네가 나 대신 바닥의 염주알을 좀 주워 다오. 다 줍고 나면 물러가도 좋다."그것은 민씨가 새로 고안해 낸 사람을 모욕하는 수법이었다. 염주알을 흩뿌려 놓고 허리를 굽혀 한 알 한 알 줍게 하는 것이다.소설아는 짐짓 생긋 웃으며 답했다."예, 알겠습니다."민씨가 마당 바닥에 염주알을 쫙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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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위원후는 눈앞이 아찔했다. 하마터면 쥐고 있던 검을 놓칠 뻔하기까지 했다.소설아는 이 광경이 퍽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다. 특히 위원후가 칼을 치켜들고도 한참이나 내리치지 못한 모습은 더더욱 그랬다.민씨는 온몸을 벌벌 떨며 울먹였다. "후작님, 대체 왜 이러십니까? 분명 조 이낭 그 천한 년이 소첩을 모함하여 헛소리를 지껄인 게지요…"위원후가 민씨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어디서 남에게 누명을 씌우느냐! 네년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정녕 모른단 말이냐?!""내 오늘 당장 네년을 내쫓아버리겠다!"민씨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저를 내치시려거든 저희 친정인 민씨 가문에 먼저 의견을 물어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민씨에게는 오라비가 둘 있었는데, 큰 오라비는 병부에, 둘째 오라비는 홍려시에 관직을 두고 있었다. 두 오라비의 관직이 비록 높지는 않으나 함부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둘째 오라비의 딸이 삼황자에게 첩으로 시집갔으니, 훗날 삼황자가 황위에 오르기만 한다면 둘째 오라비의 앞날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저를 내치는 것은 후작님 말 한마디로 될 일이 아닙니다. 후작님께서 직접 말씀해 보시지요. 제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씀이십니까?"민씨도 이쯤 되니 대강 감이 잡혔다. 아마도 탕약 일이 발각된 게 분명했다.빌어먹을, 대체 누가 폭로한 거지? 조 이낭인가? 그 가슴만 크고 머리엔 든 게 없는 멍청한 년이 침상에서 사내를 홀리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또 있단 말인가?소설아? 그건 아닐 것이다. 탕약을 보낸 지가 몇 년인데… 소설아는 전생에 죽을 때까지도 몰랐으니, 이번 생에도 당연히 알 리 없었다.민씨는 마음을 다잡고 위원후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후작님께서 아무런 까닭도 없이 저를 때려죽이려 하시니, 저는 도저히 승복할 수 없습니다!"그녀는 감히 탕약을 보낼 때부터 발각될 경우의 수까지 진작에 다 계산해 둔 터였다.위원후는 체면을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설령 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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