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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Author: 청연
주모운은 말을 마치고 하인을 데리고 떠났다.

소명지는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며 멀어지는 주모운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규연은 소명지의 팔짱을 끼고 뒷간으로 향하며 툴툴거렸다.

“둘째 아가씨, 저 자 참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습니다. 계속 둘째 아가씨만 빤히 쳐다보고, 완전 예의 없는 난봉꾼이 따로 없습니다!”

소명지가 규연을 가볍게 찰싹 때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냐. 괜히 허튼소리 하지 마라.”

“저런 가난한 선비 주제에 감히 우리 둘째 아가씨를 넘보다니요! 우리 아가씨께서는 지체 높은 댁으로 시집가실 분인데 말입니다!”

소명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체 높은 곳으로 시집가는 게 무어가 좋단 말인가.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눈치를 봐야 할 뿐만 아니라, 깐깐한 동서들과 여우 같은 첩실들까지 감당해야 했다.

차라리 장래가 유망한 자를 골라 낮춰 시집가는 편이 훨씬 나았다.

부군이 처가의 배경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라면 감히 함부로 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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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40화

    원통 대사가 소설아를 바라보며 엄숙하게 물었다.“부인의 병을 고치려면 자식이 제 몸을 내어야 합니다. 큰 아가씨께서는 그리하실 수 있겠습니까?”침상에 누운 민씨의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 일부러 머리도 빗지 않은 채 흐트러뜨려 놓아, 병색이 짙은 모습이 몹시 초췌해 보였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설아에게 쏠렸다.소설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연주가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설아는 그저 수양딸일 뿐인데, 설아의 몸을 상하게 한다고 해서 부인의 병을 고칠 수 있겠습니까? 듣기로 이런 방법은 친자식이 해야 효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원통 대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이 염불을 외웠다.“나무아미타불.”그는 손에 쥔 염주를 천천히 굴렸다. 구슬이 하나씩 맞부딪히며 일정한 소리를 냈다.“부모의 은혜는 아무리 큰 보답을 한다 해도 다 갚기 어려운 법이지요. 하물며 직접 낳은 자식도 아닌 수양 자식이라면, 길러주신 은혜가 얼마나 깊겠습니까. 낳아준 은혜만큼이나 길러준 은혜 또한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법입니다.”원통 대사는 이름난 고승답게 경전에 담긴 이치를 몇 마디 풀어내는 것만으로 이연주의 입을 단번에 막아버렸다.소씨 가문 가주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원통 대사께서는 경전에 밝으신 분이니, 과연 말씀이 지당하십니다.”채 부인도 얼른 거들었다.“대사님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후작 부인이 아니셨다면 설아가 어찌 되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자유국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자라면 노비로 팔려가거나 기방으로 흘러가는 일이 허다하니, 심지어는…”뒷말이 너무나 잔인했던 탓에, 채 부인은 운만 떼어놓고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심한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 고관대작의 노리개로 팔려가, 지금껏 살아남지도 못했을 터였다.원통 대사를 모셔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채 부인이었다. 서북 지방의 지진 사태를 계기로 채여진이 다시 황제의 총애를 얻자, 채씨 가문은 지금 온 힘을 다해 소명주를 밀어주고 있었다.채 부인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다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39화

    소명주가 말을 이었다.“어머니, 우리 위원후부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거예요. 가문을 다시 일으키는 데 명지의 혼사까지 희생할 필요는 없어요. 명지는 그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시집가서 평범하고 편안하게 한평생을 살면 돼요. 지체 높은 명문가에 시집가면 겉으로야 화려하고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겠지요.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다툼을 명지처럼 순진한 아이가 어떻게 견뎌내겠어요?”전생에 소명지는 보국공부로 시집갔다.그곳에서는 위로 손윗동서 넷에게 눌려 지냈고, 남편의 마음 한구석에는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첫사랑까지 있었다.눈치 빠르고 싹싹한 성격도 아니었던 탓에 남편의 총애를 얻기는커녕 시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했다. 매일같이 눈물로 세월을 보내며 속절없이 시들어갔다.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신보다 격이 낮은 집안에 시집가는 편이 나았다.적어도 그랬다면, 평생의 행복까지 내어주지는 않았을 테니까.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번듯한 집안이 아니더라도, 위원후부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이상 그 가난한 선비가 감히 동생을 업신여기지는 못할 터였다. 게다가 동생의 혼수도 넉넉하게 마련될 테니, 시어머니라고 해서 함부로 트집을 잡거나 억지를 부리기는 어려울 것이다.집안 살림 역시 동생 뜻대로 꾸려갈 수 있을 테니,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순탄할 터였다.그러니 이번 생에는 명지가 조금 용기를 내어, 자기 행복을 스스로 좇게 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어머니, 명지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곰곰이 생각해보시면 제 말도 틀리지 않잖아요? 명지야, 언니는 네가 행복해지길 바랄게.”소명지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더니, 금세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명주 언니… 언니는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 흐윽.”사실 소명지도 주모운의 집안 형편이 내세울 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저 그가 진사에 급제하리라는 기대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런데 명주 언니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두둔하고 나서줄 줄이야.명주 언니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언니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38화

    민씨는 소명주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명주야,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소설아에게 제 몸에 상처까지 내 가며 약을 달이게 하는 건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설령 그것만으로 소설아의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더라도, 녀석의 마음을 더럽히고 한동안 꽤나 괴롭게 만들 수 있을 터였다.제 몸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약을 마련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민씨는 벌써 그 뒤에 벌어질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소설아가 제 몸을 상하게 해가며 정성껏 달여 온 약을 눈앞에서 모조리 쏟아버리고, 그걸 개에게 먹여버리는 것이다.사람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번에는 그 정성까지 철저히 짓밟아버릴 작정이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민씨는 밀려드는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힐 수 없었다.소명주는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우선 명지부터 불러오는 게 좋겠습니다.”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려면 자식들 모두가 제 몸을 희생해야 했다. 큰 오라버니와 둘째 오라버니 쪽은 설득하기 어렵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집안에서 유독 소명지만 조금 둔하고 어리숙한 편이었으니, 훗날 제 속내가 드러나지 않도록 미리 일러둘 필요가 있었다.민씨가 사람을 보내 소명지를 불러오게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명지의 처소에는 아무도 없다는 보고가 돌아왔다.“명지는 또 어디로 갔느냐?”“소인은 알지 못합니다. 셋째 아가씨께서 요 며칠 자주 외출하셨는데, 늘 규연이만 데리고 나가셨습니다. 어디로 가시는지는 저희에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민씨의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그동안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민씨는 제 앞가림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그러니 소명지에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곰곰이 떠올려보니, 전생에도 바로 이맘때쯤 소명지는 어느 가난한 선비와 인연을 맺고는 그에게 시집가겠다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었다.그때 소설아가 나서서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고, 훗날에는 소명지에게 더 나은 혼처를 마련해 주었다.그제야 민씨는 다급하게 소리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37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소설아는 온몸이 날아갈 듯 상쾌했다.어젯밤, 추영우는 황제께서 직접 혼처를 정해주실 거라 알려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이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두 사람이 혼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고, 용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구황자 전하가 그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엄청난 발전이었다.구황자 전하는 깊은 설산 속에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얼음덩어리 같았다. 차갑고 단단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동상에 걸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그 얼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소설아는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한 기분으로 말했다. “옷을 갈아입혀 다오. 부인께 가야겠다.”민씨는 아침 일찍부터 작은 법당에 무릎을 꿇고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연 어멈이 죽고 소명주도 들어오지 못하니, 바깥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민씨는 속으로 불안하고 두려웠다.그녀는 방석 위에 꿇어앉아 작은 소리로 불경을 외웠다. 처음 배운 경전을 다 외우고 나자, 이번에는 좀 더 어려운 경전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해서 읊조린 후 눈을 뜨자, 곁에 서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소설아가 보였다.민씨는 알 수 없는 긴장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소설아, 너, 네가 여기서 뭣 하는 게냐?”소설아는 다소곳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부인, 저도 불공을 드리러 왔습니다.”불상 앞으로 다가간 소설아는 왼손으로 향 세 개를 뽑아 부시로 불을 붙인 뒤, 두 손으로 향을 쥐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녀는 장엄한 모습의 불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부인, 안성주가 후부에서 죽었으니 안 태감이 부인께 복수하려 한다고 합니다.”민씨는 하마터면 방석에서 굴러떨어질 만큼 크게 놀랐다.“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안성주는 분명 네가 죽였지 않느냐!”민씨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이 살인마 같은 년! 사람을 죽여놓고 부처님 앞에서 감히 거짓말을 해?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냐!”민씨는 두 눈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36화

    소설아는 미역국을 끓이고 계란도 하나 부쳤다.난생처음 해보는 요리라 그녀의 손놀림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미역국을 끓여 내긴 했지만, 모양새는 영 볼품없었다. 용비가 준비했던 소고기 고명이 잔뜩 올라간 미역국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하지만 추영우는 소설아가 끓인 이 미역국이 필시 아주 맛있을 거라 생각했다.음식이 완성되자 소설아는 두 손으로 그릇을 받쳐 들고 추영우 앞으로 다가갔다. “전하, 미역국의 첫 입은 제가 먹여 드릴게요.”풍습에 따르면 생일 당일 아침에 먹는 미역국의 첫 입은 보통 어른들이 먹여주곤 했다. 하지만 추영우가 미역국조차 먹지 않은 것을 보면, 그에게 음식을 먹여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이 틀림없었다.그녀는 숟가락으로 한 숟갈 들어 올려 호호 분 다음, 추영우의 입가로 가져갔다. 추영우는 입술을 축이더니 얌전히 입을 벌려 조심스레 음식을 먹었다.그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는데, 그 모습이 제법 보기 좋았다. 소설아는 그의 입술에 시선을 둔 채 물었다. “전하, 용비 마마께서는 왜 전하께 미역국을 먹여주지 않으신 겁니까?”추영우는 음식을 삼킨 뒤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그러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마마마께서는 병을 앓고 계신다.”소설아가 눈을 깜빡였다.“네, 무슨 병이요?”첫 입을 받아먹었으니 나머지는 스스로 먹을 수 있었다. 추영우는 그릇을 건네받아 숟가락으로 휘휘 저었다. “너는 어찌하여 내 일에 이토록 관심이 많은 것이냐?”“전하는 저와 평생 손을 맞잡고 살아갈 분이시니까요. 그래서 전 전하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소설아는 아주 자연스럽게 애정을 표현했다. “전하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요.”국을 휘휘 젓던 추영우의 손이 멈칫하더니, 그의 얼굴이 조금 더 붉어졌다.“황제에 대한 그분의 사랑은, 일종의 병적인 집착이다.”그가 보기에 용비는 마치 영혼 없는 껍데기 같았다. 그녀가 살아가는 목적은 오로지 황제의 사랑을 얻기 위함뿐이었다.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라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35화

    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전하, 저도 알고 있답니다. 낮에는 검은 관복을 입고 계셨잖아요.”그런데 추영우는 옷만 갈아입은 게 아니었다. 목욕까지 하고 향까지 피운 모양이었다.추영우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이 여자가 감히 몰래 자신을 훔쳐보고 있었던 모양이다.소설아가 등잔에 불을 붙이자 방 안이 환해졌다. 따스한 불빛이 추영우의 수려한 얼굴을 고스란히 비추었다.붉은 옷감은 희고 매끈한 피부와 어우러져 그의 훤칠한 자태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마치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풍경도 그의 앞에서는 빛을 잃을 것만 같았다.소설아는 순간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보았다.“전하, 붉은 옷을 입으시니 정말 잘 어울리세요.”추영우의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했다.“네 눈에는 붉은 옷만 입으면 사내가 다 늠름해 보이나 보구나.”소설아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다 문득 깨달았다.아까 자신이 둘째 오라버니에게 붉은 관복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던 것을, 전하가 들었던 모양이었다.“그래도 전하가 훨씬 잘 어울리세요. 둘째 오라버니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요.”그제야 추영우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흥.”소설아가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전하, 오늘 생신이시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세요?”기분이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추영우가 애써 감정을 누르며 물었다.“내 생일을 알고는 있었느냐?”“당연히 알고 있었죠. 지난번에 전하께서 말씀해주신 뒤로 잊지 않고 있었답니다.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추영우가 순간 멈칫했다.“말은 그럴듯하게 하는구나. 그런데 생일 선물을 준비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던데.”“선물은 당연히 준비했죠.”소설아가 웃으며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으려 했다.추영우는 슬쩍 손을 피했다.“뭘 하려는 것이냐?”그는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고, 애써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네가 준비했다는 생일 선물이, 또 나를 놀리는 것이었다고 말할 셈은 아니겠지.”소설아가 웃으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4화

    대청에서 나온 소설아는 거처를 새로 옮겼다.그 연놈이 더럽힌 곳에는 단 한 발자국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이 후부도 이제는 더는 머물 곳이 못 되었다. 하지만 조정의 법도상 여인은 홀로 호적을 가질 수 없으니, 혼인도 하지 않은 몸으로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후부를 떠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했다.소설아가 하녀들을 시켜 이삿짐을 옮기게 하고, 거처를 옮긴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소명주의 시녀가 찾아왔다. "큰 아가씨, 둘째 아가씨께서 노비를 보내 물어보라 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이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3화

    "소명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나 있느냐?!"민씨는 염주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소명주는 민씨의 표정에 겁을 먹었다."어머니, 제 설명을 들어보십시오…"민씨는 무의식적으로 소설아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허공만을 휘저었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민씨는 소설아가 오늘따라 왜 저러나 싶었다.'후부의 세자가 기녀를 아내로 맞겠다는데, 이토록 큰일 앞에서 소설아가 이토록 침착하다니?''가장 격렬하게 반대해야 할 사람은 바로 소설아가 아닌가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2화

    "아버지, 어머니, 소자는 평생 임현 낭자가 아니면 장가들지 않겠습니다!""임현 낭자가 비록 춘란원(春欄院)의 기녀라 하나 몸가짐이 깨끗합니다. 경성의 수많은 귀공자가 그녀를 위해 천금을 아끼지 않았으나, 그녀는 오직 소자 한 사람만을 허락했습니다.""부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허락해 주십시오!""만약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내년 과거 시험에도 응시하지 않겠습니다!"소설아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망언이었다.'오라버니는 여전히 이토록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고작 기녀 한 명 때문에 과거 시험을 담보로

  •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제1화

    "형부… 서두르지 마십시오…""내가 어찌 서두르지 않겠느냐, 곧 있으면 네 언니가 올 텐데…"바람이 등나무 꽃을 흔들며 고요한 연못에 파문을 일으켰다.소설아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꿈속에서 그녀는 아직 시집가기 전이었다.그녀는 침실 문 앞에 서서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탕한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자세히 분별하지 않아도 안에 있는 남녀가 자신의 정혼자 원태준과 동생 소명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의 정혼자와 동생이, 그녀의 침실에서, 그녀의 침대 위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침실 안의 목소리는 마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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