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의 공기는 차갑고 무거웠다. 희수는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안, 침대 끝에 걸터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재원의 차 시트 위에서 그의 소매를 붙잡고 있었다. 코끝을 스치던 그의 스킨 향, 핸들을 쥐고 있던 단단한 손등, 그리고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던 가로등 불빛들. 그 모든 감각이 아직 피부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정작 그 감각의 주인은 이제 내 곁에 없다."이게 왜 이렇게 됐지?"희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머릿속으로 오늘의 대화들을 수천 번 되감기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가 그 골목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아니, 애초에 그 파스타 집에 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아니면, 어제 그 배부르다는 톡을 보내지 않았다면?후회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속이 텅 빈 것처럼 고요했다. 현실감이 없었다. 내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일어났다'는 재원의 무미건조한 톡이 올 것만 같고, 주말이면 다시 그의 집에서 제육 덮밥을 볶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진짜 끝이야, 희수야. 너도 봤잖아. 그 남자의 눈빛.'잠을 자려 누웠지만, 천장 위로 재원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떠다녔다. - 네가 다가오는 게 공포스러워.- 맞다. 부담스러웠다.- 이제는 그냥 스트레스다. 안 본다.그 말들이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희수의 심장에 하나씩 박혔다. 1년 동안 '사랑'이라고 믿으며 쌓아 올린 공든 탑이, 사실은 재원에게 '질식할 것 같은 압박'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겨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재원이 기상 톡을 보내던 시간인 오전 7시 30분. 희수는 휴대폰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1분, 2분, 5분... 정적만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평소 같으면 진동 한 번에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했을 텐데, 이제 그 진동은 영영 울리지 않을 신호가 되었다. "정말... 끝이구나."몸과 마음이 납덩이를 매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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