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현은 차라리 제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머릿속으로 수십 번, 수백 번을 되짚어 봐도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그러다 다음 날 백영 그룹으로 출근했을 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오늘 정우진 역시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그제야 임정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임시로 야근하게 된 것은 정우진의 심기를 건드려서가 아니라 단지 그가 미리 일을 끝내고 오늘은 출근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적어도 임정현은 그렇게 생각했다.병원은 평일 오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의사의 지시에 따라 신시아는 초음파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결과는 모두 양호했다.“너무 말랐어요. 영양 보충을 좀 하셔야겠어요.”의사는 검사 결과를 살피며 신시아를 훑어보았다.“같은 개월 수의 다른 산모들에 비해 배가 많이 작아요. 입덧은 아직도 심한가요?”신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입덧은 없어요. 아마 일이 너무 바빠서, 끼니를 제때 못 챙겨 먹은 탓인 것 같아요. 앞으로 조심할게요.”“아직도 일하고 있어요?” 의사는 문득 그녀가 처음 검진을 받으러 왔을 때 입었던 단정한 정장 차림을 떠올렸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커리어 우먼이었다.“출산 휴가는 언제부터 낼 예정이에요?”“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어요.”신시아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렸다.“다른 문제는 없고요?”의사가 검진서를 건네며 말했다.“네, 별 이상 없어요. 한 달 뒤에 다시 검진받으러 오세요.”신시아는 검진서를 챙겨 들고 진료실을 나섰다가 복도에서 대뜸 누군가와 부딪혔다.“죄송합니다...”다급하게 사과하며 고개를 든 순간,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시아야.”한채은 역시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언가 떠오른 듯 방금 그녀가 나온 진료실을 힐끗 살폈는데 산부인과였다.그리고 지금 그녀 손에 쥐어진 것도 검사 결과지라니.“여기서 뭐 하는 거야?”신시아는 입술을 달싹이며 변명거리를 찾으려던 참이었다. 그때, 손에 쥐고 있던 종이에 갑자기 힘이 실렸다.한채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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