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Chapter 181 - Chapter 188

188 Chapters

제181화

“어머님.”은유라는 조용히 쉴 곳을 찾으려다가 기현주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그녀 옆에 앉았다.“우진이 바쁘잖아요. 엄마로서 이해해 줘야죠. 게다가 유라는 현주 씨가 잘 보살피면 되는 걸요 뭐. 나도 뭐라 안 하는데 왜 아들한테 그렇게 까다롭게 굴어요?”옆에서 손연경이 맞장구를 쳤다. 서로의 자식을 치켜세우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사모님들도 덩달아 웃으며 거들었다. 별안간 기현주와 손연경을 향한 찬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은유라는 그저 형식적으로 몇 마디 대꾸할 뿐 이내 입을 다물었다. 주변 사람들이 기현주와 손연경에게 아부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시선은 자꾸만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정우진에게로 향했다.바로 그때,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하선재의 의미심장한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하선재는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자 잔을 들어 인사하는 시늉을 했다.은유라는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렸다. 아예 못 본 척하면서 말이다.“유라야, 왜 그래?”손연경은 이 자리에 오기 전, 오늘이 정태석의 생신 연회임을 수없이 강조했다.하여 은유라는 신시아의 임신 소식 때문에 속이 뒤틀렸지만, 겉으로는 항상 웃음을 유지해야 했다.그나저나 멀쩡했던 얼굴이 정태석을 만나고 내려온 직후부터 눈에 띄게 굳어졌다. ‘나 뭔 일 있어요’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붙일 기세였다.“아니에요, 아무것도.”은유라가 고개를 저었다.“유라야, 위층 올라가서 엄마 물건 좀 가져다줄래?”그때 손연경이 그녀에게 눈짓을 보냈다.“삼 층 휴게실에 엄마 휴대폰을 놓고 온 것 같구나.”“네, 알겠어요.”은유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현주에게 말했다.“어머님, 저 잠깐 올라갔다 올게요.”기현주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얼른 다녀오렴.”연회장을 벗어난 은유라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하선재가 술잔을 들고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은유라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가 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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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모녀는 휴게실을 나와 연회장으로 직행했다.그 시각, 연회장은 한창 열기로 달아올랐다. 정태석과 권미희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케이크를 자르고 축하 인사를 받았다.정재형은 짧은 소감을 밝히고는 기현주에게 마이크를 넘겼다.진한 레드 드레스를 차려입은 기현주는 얼굴에 화색이 만연했다.“오늘은 우리 정씨 가문에 겹경사가 있는 날입니다. 아버님의 생신 연회를 빌려 기쁜 소식 하나 더 전할까 합니다. 바로 우리 우진이와 유라의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는 8월 26일로 정해졌어요. 그날 여러분 모두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순식간에 연회장이 떠들썩해지고 여기저기서 축하의 박수와 덕담이 쏟아져 나왔다.정우진의 곁에 있던 사람들이 속속 그와 잔을 부딪쳤다.“정 대표님, 축하드려요!”“축하합니다!”정우진은 손에 든 와인 잔을 가볍게 흔들며 귀족적인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하지만 그 미소는 눈매까지 닿지 않은 채 차갑게 멈춰 있었다.“감사합니다.”이 광경을 본 은유라가 연회장 입구에서 손연경을 붙잡았다.“됐어요, 엄마. 묻지 마세요.”손연경은 억울함에 이를 갈았다.“그냥 넘어가면 어떡해? 저 늙은이들이 시아 그년만 소중히 여기고 너는 안중에도 없잖아! 아이 문제도 그렇고 결혼하기 전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해!”그녀는 은유라를 끌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다만 은유라는 끈질기게 엄마를 막아섰다.“나한텐 우진 오빠랑 결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씨 가문에 망신을 주면 우리 결혼도 끝장이라고요!”그제야 손연경도 조금 진정이 됐다.그녀는 단상 위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한껏 치켜세워지고 있는 기현주를 응시했다.“하긴, 네 시어머니도 체면을 중시하니 이따 연회 끝나거든 다시 가서 물어볼게.”은유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올려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엄마, 나 화장 안 번졌죠?”“완벽해! 우리 딸 제일 예뻐.”손연경은 흘러내린 딸아이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귀 뒤로 넘겨주었다.곧이어 은유라는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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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그런데 하필이면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담당 의사가 회진을 나가는 바람에 당분간 돌아오기 어렵게 되었다.그때, 같은 과의 다른 의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무슨 일이시죠?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라면 말씀해주세요.”신시아는 임보나의 주치의가 아닌 다른 의사에게 세세한 병증을 묻는 건 접어두기로 했다. 대신 현실적인 문제를 꺼냈다.“앞으로 매달 들어갈 치료비가 대략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요.”“지금은 유도 완화 치료 단계라 초기 비용은 천만 원 정도 될 겁니다. 그 이후에 유지 및 강화 치료 단계로 넘어가면 매달 4백만 정도면 충분하고요.”의사가 차분하게 설명했다.다 듣고 난 신시아는 미간을 확 구겼다.“저희 이번 달에 이미 4천만 원이나 냈는데 다 쓴 건가요?”“네?”의사는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그럴 리가요... 물론 환자마다 치료 방식이 다를 순 있지만요.”의사는 책상 위에 놓인 차트를 챙겨 들었다.“자세한 건 주치의 선생님 돌아오시면 직접 물어보세요.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네, 감사합니다.”신시아는 사무실에서 의사를 기다렸지만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장건우가 병원에 도착했다는 말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주치의 상담을 뒤로하고 윤경선의 병실로 향했다.입원동 엘리베이터 앞, 장건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신시아의 손에 들린 과일 바구니를 보더니 남자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뭘 이런 걸 다... 내가 다 준비했는데.”신시아는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병실 문 앞에 과일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어른 뵙는 자리인데 빈손으로 올 순 없잖아.”장건우는 과일 바구니 두 개를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신시아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윤경선은 미리 몸을 추스르고 매무새를 정돈해 둔 상태였다.며칠 만에 마주한 윤경선은 살이 부쩍 빠지고 안색이 초췌했다.하지만 좋은 일이 생겼으니 억지로라도 기운을 내려는 듯 표정만큼은 꽤 밝아 보였다.“아주머니.”신시아가 다가가자마자 장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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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이 시간이라면 정태석의 생신 연회가 끝나지도 않았을 텐데 정우진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걸까?“방금 정 대표님 아니야?”장건우도 정우진을 발견하곤 무언가 떠오른 듯 물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인터뷰하면서 은유라 씨랑 결혼한다고 발표하지 않았나?”정우진은 스쳐 지나가는 순간, 신시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장건우의 손을 힐끗 쳐다봤다.남자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신시아도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서둘러 장건우를 밀쳐냈다.“미안!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장건우의 손은 허공에 머문 채 몇 초간 굳어 있었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손을 거두어들였다.그때 신시아가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말했다.“고마워. 그럼 이만.”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차에 탄 후, 정다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이어질 뿐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신시아의 가슴이 조금씩 조여들었다.자동 종료되기 직전, 정다슬이 마침내 전화를 받았다.“다슬 씨, 무슨 일 있었어요?”정다슬의 목소리 너머로 분주한 소음이 들려왔다. 그녀는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고 대답했다.“할아버지가 갑자기 편찮으셔서 혈압이 급격하게 오르는 바람에 지금 막 병원으로 모시고 왔어요. 근데 언니는 어떻게 알았어요?”아까 응급 의료진이 워낙 급하게 움직여 신시아는 응급 카트 위의 환자가 누구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저도 지금 병원이거든요.”그녀가 차분하게 답했다.“주차장에서 일단 대기할게요. 할아버지 상태를 지켜보다가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줘요.”정다슬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걱정 마세요. 큰 문제는 아니래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그냥 과로라시네요. 연세도 있으신데 무리하게 해드려서 그렇대요. 다 우리 엄마 때문이죠 뭐. 굳이 사람들 불러 놓고 오빠랑 은유라 결혼 발표나 하고...”정다슬은 속상한 듯 투덜거렸다.통화가 끝나고 신시아는 차 안에서 자리를 뜨지 못했다.30분쯤 지났을까, 정다슬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할아버지의 혈압이 안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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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정우진이 가족들을 배웅하러 내려가는 길, 은유라가 두어 걸음 뒤에서 바짝 따라붙었다.“오빠도 몸 잘 챙겨. 내일 다시 병문안 올게.”“아니야, 됐어. 할아버지는 안정이 최우선이라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정우진은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너도 아직 다리가 채 안 나았잖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마.”은유라는 겨우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는 상태였고 의사도 적당히 돌아다니라고 신신당부했던 터였다.“괜찮아, 기사가 데려다줄 거야. 오면 아무 말 안 하고 점심만 전해드리고 바로 갈게.”그녀의 고집에도 정우진은 허락해주지 않았다.“말 좀 들자, 유라야.”짧은 이 한 마디에 담긴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 그 뒤에 희미하게 배어 나오는 귀찮음까지 은유라는 고스란히 느꼈다.결국, 더는 고집부리지 못하고 순순히 대답했다.“알겠어.”주차장에서 떠날 채비를 하던 신시아는 그들이 내려와 각자의 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차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야 그녀는 시동을 걸고 천천히 움직였다.하지만 주차 구역을 막 벗어나려는 찰나, 훤칠한 남자의 실루엣이 불쑥 눈에 들어왔다.상대는 바로 정우진이었다.탄탄한 체구로 그곳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이 남자, 얇은 입술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자욱했고 깊은 눈동자는 어스름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정확히 눈이 마주친 건 아니지만 신시아는 그가 지금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정우진의 바로 앞에 차를 세우고는 마지못해 안전벨트를 풀고 내렸다.“대표님.”어느덧 화려한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옷단에 레이스가 장식된 연두색 롱 원피스로 갈아입은 그녀였다.쇄골 라인이 워낙 예쁜지라 어떤 옷을 걸쳐도 태가 났다.길게 드러난 목선은 우아한 백조처럼 가늘고 여리여리해서 은근한 청초함과 도도한 기품이 동시에 묻어났다.“당분간 휴가 내지 마. 나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으니까 임 비서랑 함께 업무 분담해.”정우진의 목소리는 서늘했고 주변 공기까지 무겁게 가라앉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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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잠깐만요, 엄마!”그때 은유라가 손을 뻗어 휴대폰을 확 낚아챘다.“전화 걸지 마세요!”손연경은 그녀의 손을 밀어내고 다시 휴대폰을 뺏었다.“왜 못 걸어? 너 시집가서 억울한 꼴 당하는 걸 나더러 보고만 있으란 거야?”은유라는 휴대폰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와 거리를 두었다.“정씨 가문에서 임신 사실을 알든 모르든 지금 이 일을 터뜨리면 집안이 발칵 뒤집힐 거예요. 할아버님 상태도 저런데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난 오빠랑 결혼 못 할 수도 있다고요!”이미 긴 세월을 기다려왔는데 결혼을 코앞에 두고 또 기다릴 순 없지.손연경은 망설임 없이 차갑게 내뱉었다.“신시아 그 계집애 임신 여부부터 확실히 밝혀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 결혼 자체가 다 무슨 소용이야!”은유라를 정씨 가문의 며느리로 만들기 위해 공들여 키워온 손연경이었지만 자기 딸이 정씨 집안 사람들에게 얕보이거나 이용당하는 꼴은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다.“그년 배 속의 아이가 누구 건지 확실히 알아낼 방법을 생각해 뒀어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엄마는 나서지 마세요.”은유라의 태도는 여느 때보다 결연했다. 절대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성격이 아니었다!그녀가 정우진을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해 왔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손연경이었다.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깨닫고 결국 손연경이 한발 물러섰다.“알았어. 방법이 있다면 네가 한번 해봐. 다만 이것만 기억해둬, 유라야. 만약 혼자 해결하기 힘들어지거든 꼭 엄마한테 말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엄마가 뒤를 봐줄 테니까!”그녀는 은유라에게 더할 나위 없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은유라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돌려주었다.“알았어요, 엄마! 역시 우리 엄마밖에 없다니까요.”그녀는 손연경 옆에 앉아 팔짱을 끼며 한참 동안 애교를 부렸다.잠시 후, 은유라는 위층 방으로 올라가 휴대폰을 열어 주하영과의 대화창을 확인했다.[유라 씨, 저번에 유라 씨가 봤던 여자분은 보육원 원장이에요. 신시아를 키워준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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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신시아는 휴대폰을 어깨와 귓가에 낀 채 손에 든 서류를 넘겼다.“알겠어. 그럼 병원비 문제는 잘 부탁할게, 지원아.”“그나저나 정우진, 은유라 진짜 결혼한대?”정태석의 생신 연회 이후, 두 사람의 결혼 날짜가 언론을 통해 퍼지며 연일 화제였다.김지원은 혀를 쯧쯧 찼다.“남자는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라더니! 솔까 얼굴이며 몸매며 네가 은유라보다 못한 게 뭐야? 나아도 훨씬 나은데 정우진 그놈은 도대체 왜 아무 생각이 없는 거냐고?”김지원은 확신에 찬 어조로 덧붙였다. 열에 아홉은 신시아가 은유라보다 훨씬 예쁘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냥 좀 예쁜 수준이 아니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말이다.“서로 콩깍지 씌었겠지 뭐.”신시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왜? 난 둘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두 사람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어. 진심이야.”그녀는 서류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고쳐 쥐었다.“둘이 행복하길 바라.”휴대폰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김지원은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 어떤 표정일지 상상하는 듯했다.그때 신시아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서류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먼저...”사무실 문가에는 정우진이 서 있었다. 검은 셔츠 차림에 느슨하게 풀린 넥타이, 윗단추 몇 개가 풀어헤쳐진 모습이었다.턱 끝에는 며칠 깎지 않은 듯 거뭇한 수염이 올라와 있었는데 그 모습에 평소의 날카로움이 묻히고 나른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풍겼다.“끊을게, 지원아.”신시아는 목소리를 낮추며 서둘러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대표님.”정우진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팔에는 연회색 외투를 걸치고 서 있었다.그는 가늘게 뜬 눈으로 신시아를 빤히 응시했다. 좀 전에 그녀가 내뱉은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난 둘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둘이 행복하길 바라.”그 말을 할 때 신시아의 표정은 너무나 담담하고 평온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임이 분명했다.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정우진의 마음 한구석에 형용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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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정우진은 신시아의 바로 곁에 바짝 붙어 누워 있었다. 셔츠 단추는 전부 풀어 헤쳐져 있었고 그 사이로 탄탄하고 매끄러운 가슴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구릿빛 피부 위로 짙은 남성미가 후끈하게 뿜어져 나왔다.몇 초간의 망설임 끝에 신시아는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그때 남자가 서서히 눈을 떴다. 잠기운이 서린 나른한 눈길이 그녀를 향했다.신시아는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얇은 이불을 잡아 몸을 가리려다가 자신의 옷차림이 그대로라는 것을 깨달았다.정우진 역시 셔츠 단추만 풀어헤쳤을 뿐 옷은 제대로 갖춰 입은 상태였다.반쯤 닫힌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왔다.사무실 밖에서는 분주한 발소리와 대화까지 다 들렸다.신시아는 애써 시선을 고정하며 베개 옆에 놓인 휴대폰을 낚아챘다.벌써 오전 아홉 시 반이라니!“대표님, 저는 이만 나가서 일하겠습니다.”그녀는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내려와 옷매무새를 다듬었다.정우진은 팔을 베고 누운 채 구겨진 원피스를 펴고 있는 그녀를 빤히 지켜보았다.오랫동안 품에 안지 못해서였을까?어젯밤에 침대로 옮길 때, 허리가 조금 굵어진 느낌이 들었다.말랑말랑하고 살집이 꽤 오른 느낌...혹시 그녀가 살이 찐 걸까.남자의 노골적인 시선에 신시아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정우진이 자신을 침대로 옮겼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임신 전보다 살이 많이 찐 건 아니지만 배는 확실히 불러 있었다.그가 훑어보는 모든 시선이 마치 자신의 비밀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다행히 비서실에는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아 신시아가 정우진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걸 발견한 이가 없었다.“시아 씨, 좋은 아침.”오혜린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장 그녀에게 다가와 하늘색 도시락통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건우가 끓인 국이야. 시아 씨한테 드리라고 하데.”신시아는 멈칫하다가 잽싸게 도시락통을 들어 올리며 돌려주려 했다.“아니요, 전 됐어요. 아침 다 먹었거든요.”“알아. 점심때 먹으라고 가져온 거야.”오혜린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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