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해산은 눈을 들어 회의실을 한 바퀴 훑어봤다.“그 작품들, 아무거나 하나만 해도 값이 장난 아니야. 하나라도 망가뜨리면 너희는 물론이고 작업실까지 통째로 물어내도 감당 못 해.”말이 떨어지자 회의실 안은 곧바로 잠잠해졌다.“심씨 가문이라고요?”누군가 참지 못하고 숨을 삼키듯 조그맣게 말했다.“어느 심씨 가문인데요?” 종수가 물었다. “심명그룹 그 심씨 가문인가요?”“그럼 또 누가 있겠냐?” 도해산이 종수를 노려봤다. “진짜 큰손이야. 다들 행동 조심해.”주예는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넘겨봤다. 그 말이 아주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심명그룹.해외 P국에서 기반을 잡은 뒤, 사업을 전 세계로 뻗어 나간 집안이었다. 경울시 재벌들조차 함부로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위세가 대단한 곳.다만 심씨 가문의 총수는 워낙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공개된 정보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사진은 찾아보기조차 쉽지 않았다.늘 해외에 머문다는 말도 있었고, 심씨 가문 안쪽 사정이 복잡해서 외부에 드러나는 걸 꺼린다는 얘기도 돌았다.하지만 주예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회의가 끝난 뒤, 도해산이 주예를 불렀다.“주예야, 잠깐 남아.”다른 사람들은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안에는 주예와 도해산만 남았다.“네 , 이번에 들고 가.”도해산의 말에 주예는 눈을 들었다.“스승님, 그건 아직 덜 여문 작업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내가 가져가라면 가져가는 거야.” 도해산은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 “신작 구역에 걸어.”“덜 여물긴 뭐가 덜 여물어.” 도해산이 입꼬리를 비죽였다. “그건 내가 기준이 높아서 그렇게 말한 거고. 네 그림 정도면 밖에 내놔도 충분해. 내가 키운 제자인데 수준이 빠질 리가 있겠어?”주예는 대꾸하려다 말문이 턱 막혔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도해산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거 팔리면 네가 모두한테 밥이나 한번 사.”“스승님, 너무 손해 안 보는 장사만 하시는 거 아니에요?”주예가 어이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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