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원래 분별을 잘 하는 사람이잖아. 당연히 뭐가 먼저인지 알 거라고 믿어. 그렇지?]진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주예가 물러설 자리를 마련해 주는 사람처럼 여유 있게 말을 건넸다.주예는 소리 없이 웃었다.진후에게 주예의 인생은 늘 ‘조금 뒤로 미뤄도 되는 것’이었다. 어떤 일도, 어떤 사람도, 결국은 주예보다 우선시되었다.“한진후.”주예가 또렷하게 진후의 이름을 불렀다.“아직도 내가 당신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전화기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당신은 내가 그냥 철이 없고, 세상 물정도 몰라서 이혼하겠다는 말을 꺼낸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당신이 일 정리해 놓고 몇 마디 달래기만 하면, 나는 얌전히 다시 돌아갈 거라고. 지난 3년 내내, 당신은 줄곧 그렇게 생각해 왔잖아.”진후는 반사적으로 받아쳤다.[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상관없어.”주예가 진후의 말을 잘라 냈다.“나는 안 돌아가. 당신이 끝까지 내가 철없다고 생각하고 싶으면, 그냥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난 더 이상은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 보기 좋게 보이려고 이런 일들을 계속하진 않겠어.”주예는 그 말을 끝으로 바로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하고 난 뒤에도 지후는 계속 뭔가를 곱씹고 있었다.“오빠, 내 말 듣고 있어?”규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지난 일을 떠올리는 표정에는 즐거운 기색이 어렸다.“그때 우리 놀러 갔을 때 기억나? 내가 굳이 원시림 쪽으로 들어가 보겠다고 우겨서, 탐험하겠다고 혼자 신났었잖아.” “그러다 길도 잃었고, 핸드폰도 안 터졌지. 그런데도 난 하나도 안 무서웠어.”규나는 가볍게 콧소리를 냈다. 그 기억을 꺼내는 일 자체가 달콤하다는 듯한 태도였다.“왜냐하면, 오빠가 꼭 날 찾아낼 거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 오빠가 비 맞으면서 두 시간 넘게 날 찾았잖아. 신발도 다 젖은 채, 나를 없고서 산길도 한참 내려왔고.”“그때 나는 오히려 오빠한테 유난 떤다고 짜증까지 냈어. 그런데 오빠는 나한테 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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