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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 오빠, 또 어디로 가는 거야

Author: 8489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18 10:24:14

최상층 라운지.

유리창 너머로 도시가 깔려 있었다. 윤지연은 창가에 기대 서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천천히 웃었다.

“왔네.”

뒤돌지도 않고 말했다.

“오빠.”

그 한 단어가 공기를 바꿨다.

강태준이 안으로 들어왔다.

지연이 천천히 돌아봤다.

눈이 바로 맞았다.

“…왜 왔어.”

태준이 짧게 말했다.

“확인.”

지연이 피식 웃었다.

“뭘.”

“네가 뭘 들고 있는지.”

지연이 한 발 다가왔다.

“그거 보려고 왔어?”

짧게 웃었다.

“아니면— 또 흔들려서?”

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연이 더 가까이 왔다.

“오빠.”

낮게.

“나 버릴 거야?”

태준이 눈을 살짝 좁혔다.

“그 질문 의미 없는거 알잖아.”

지연이 웃었다.

“아니, 있어.”

한 발 더 다가왔다.

“오빠는 항상 그러거든.”

짧게.

“버릴까 말까.”

태준이 말했다.

“난 선택 안 한다.”

지연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상황 만든다.”

짧은 침묵.

지연의 눈이 번뜩였다.

“…역시 오빠네.”

그리고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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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합 심리 첫날.법정 화면에는 피해자 이름 대신 네 개의 역할만 떠 있었다.의료 승인.신원대체 작성.접촉 차단.최종 승인.판사는 피고인들을 차례로 바라봤다.“오늘 묻는 것은 누가 최초 아이디어를 냈는지가 아닙니다.”잠시 정적.“각자가 결과를 알게 된 이후에도 왜 자신의 역할을 계속했는지입니다.”가장 먼저 백윤호가 불렸다.검사는 한 장의 의료기록을 띄웠다.신생아 생존 상태 양호.그리고 그 아래.같은 날 작성된 서류.Neonatal Death Certificate“둘 다 본인이 확인한 문서입니까?”백윤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아이의 생존을 알면서도 사망확인서에 서명했습니까?”침묵.백윤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당시에는 실제 사망을 증명하는 서류가 아니라…”그는 잠시 멈췄다.“행정상 분리를 위한 문서라고 설명받았습니다.”검사가 물었다.“살아 있는 아이를 죽었다고 적는 문서가 행정상 문서라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까?”백윤호의 입이 닫혔다.서아는 방청석에서 그를 바라봤다.강윤서에게 약물을 투여하고,진료도 없이 판단능력 부족 의견에 서명했던 사람.그때도 그는 같은 방식으로 말했었다.의료 판단이 아니라 요청받은 문서였다.다음은 박성진이었다.생모의 이의신청이 화면에 떴다.제 아이에게 다른 아이의 이름을 주지 마세요.검사가 물었다.“이 문서를 읽었습니까?”“네.”“그 다음 날 신원대체서를 작성했습니까?”“상부 승인이 있었습니다.”“질문에 답하십시오.”박성진의 얼굴이 굳었다.“…작성했습니다.”“아이 어머니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도?”긴 침묵.“네.”법정이 조용해졌다.서문태에게는 부모의 방문기록이 제시됐다.세 차례.아버지 한 차례.그리고 그가 남긴 지시.No further access. Redirect all inquiries.서문태가 말했다.“회장실을 보호해야 했습니다.”검사가 되물었다.“누구로부터요?”서문태는 대답하지 않았다.“자기 아이를 찾으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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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성그룹 본사 로비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출근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둔했다. 오늘은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차기 후계 구도를 논의하는 자리.겉으로는 회의.하지만 실제로는—권력을 나누는 날.그때였다.건물 앞에 검은 세단 한 대가 멈췄다.문이 열렸다.구두가 바닥에 닿았다.또각.로비 유리문이 열리자, 직원 한 명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그리고—숨이 멎었다.“…어?”옆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왜 그래?”대답이 나오지 않았다.그저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됐다.천천히 걸어오는 여자.검은 코트.

  • 핏빛 유산   2화 — 기억이 돌아왔다

    어둠 속에서 소리가 먼저 떠올랐다.삐— 삐— 삐—규칙적인 기계음.그 다음에야 감각이 돌아왔다.차가운 공기. 무거운 몸. 그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답답함.윤서아는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한 천장. 형광등 불빛이 번져 보였다.“…여기…”입을 열었지만 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그때였다.“환자분! 눈 뜨셨어요?”간호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까워졌다. 발걸음 소리가 이어졌고, 곧 의사가 따라 들어왔다.서아의 시야에 여러 얼굴이 겹쳐 보였다.“의식 돌아왔습니다. 동공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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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윤서아는 비를 맞은 채 서 있었다.숨이 가빴다.“…태준.”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눈앞.강태준.그리고—그 옆에 서 있는 윤지연.“왜 여기 있어…”짧은 침묵.지연이 먼저 웃었다.“언니.”한 걸음 다가왔다.“죽은 줄 알았는데, 끈질기네.”공기가 식었다.서아의 시선이 태준에게 향했다.“…너.”입술이 떨렸다.“설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서아를 보고 있었다.감정 없는 얼굴.“…말해.”“아니라고 해.”정적.하지만—그는 끝내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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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이 잠긴 소리가 아직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철컥.그 짧은 금속음이—이 방을 완전히 밀실로 바꿔버렸다.윤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눈앞.한수민을 닮은 여자.하지만—전혀 다른 존재.“…엄마 아니야.”그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도윤이 먼저 움직였다.문으로 달려갔다.손잡이를 잡았다.철컥.돌아가지 않았다.“잠겼습니다.”낮고 짧은 보고.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당황하지 마.”도윤이 뒤를 돌아봤다.“상대가 유도했습니다.”“알아.”짧은 침묵.서아의 시선이 방 안을 훑었다.문. 창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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