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가문을 기만하고 아비의 발치에서 사람의 영혼을 찢어 발기는 괴물들을 속여 넘기기 위해 혁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그 사흘이 전부였다.은신처 본당을 가득 채운 시커먼 피비린내와 붉은 살기, 그리고 당장이라도 우의정 댁을 도륙 내겠다며 포효하는 형 담의 광기 어린 외침 속에서 혁은 가까스로 사색이 된 안색을 갈무리하며 옥좌 앞으로 한 걸음 무겁게 나아갔다.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와 불안감이 목구멍까지 거세게 차올랐으나 혁의 눈빛은 비현실적일 만큼 차갑고 오만하게 빛나고 있었다.그는 짓씹히는 입술을 숨긴 채 짐짓 대담하게 허리를 숙여 최종 수장인 아비와 형 담, 그리고 전모 아래로 뱀 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자신을 감시하는 구미호를 향해 이간의 모책을 건넸다.“형님, 우의정 댁의 본거지를 찾아낸 것은 과연 대단한 성과이나 백호 놈의 결계를 그리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됩니다.소인이 그간 그 담장 주변을 은밀히 수색해 본 결과, 서편 담장 전체는 적들이 파놓은 거대한 함정이며 백호의 신성한 도화 영력이 가장 빽빽하게 집중된 결계의 정수입니다.형님이 그곳을 먼저 친다면 아군 귀물들의 절반이 안으로 진입하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타 죽을 터인데, 어찌 그리 무모하게 군대를 움직이려 하십니까.”“무어라? 네 놈이 감히 내 안목을 의심하고 아버님 앞에서 나를 모욕하는 게냐!”담이 단검을 쥔 손을 부르르 떨며 당장이라도 혁의 목을 벨 듯 살기를 뿜어냈으나, 혁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옥좌에 앉은 아버지를 향해 시선을 똑바로 돌렸다.“아버님, 백호의 결계를 무너뜨리기 위해선 보름달이 하늘 가장 높은 곳에 뜨는 그 기운의 찰나, 제가 먼저 서편의 눈을 속여 잠입한 뒤 동편에 숨겨진 영석을 내리쳐 깨부수어야 합니다.결계가 안에서부터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그 파쇄의 소리가 들릴 때 기습을 감행하셔야만, 단 한 명의 무사도 놓치지 않고 옥선녀의 영혼을 완벽하게 찢어 아버님 발치에 바칠 수 있을 것입니다.그러니 기습 시간을 보름달이 가장 높이 뜨는 자정으로 늦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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