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좌충우돌 꽃미남 흥신소: Kapitel 71 – Kapitel 80

84 Kapitel

윤회(9)

낮 동안 단이가 전한 흉흉한 소문은 잔인한 잔상이 되어 온종일 목련의 숨통을 조여왔다.인간의 영혼을 사냥하러 도성 안까지 기어들어 왔다는 잔혹한 반역 세력의 괴물들.목련은 어둠이 짙게 가라앉은 밤이 되어서도 쉽게 잠들지 못한 채 사흘 전 저잣거리 골목길에서 마주했던 그 도령의 서늘한 안광을 떠올렸다.‘....정녕 그 도령이 나를 죽이러 온 괴물이었단 말인가........’의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목련은 자석에 이끌리듯 어젯밤 그 사내가 머물렀던 별당채 돌담벼락 밑을 서성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복사꽃 향기가 코끝을 찔렀으나 가슴속 한기는 가시지 않았다.바로 그 순간이었다.사각-어젯밤과 똑같은 위치,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높은 돌담벼락 위로 나뭇가지가 가볍게 흔들리더니 검은 도포를 휘날리는 사내의 신형이 모습을 드러냈다.혁이었다. 서로의 영혼이 묶인 기이한 온기에 이끌려 또다시 제 발로 이 무시무시한 결계 속을 찾아들고 만 것이었다.목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담장 위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는 혁의 눈빛을 마주하자, 낮에 단이가 했던 말들이 뇌리를 스치며 전신이 굳어 들어갔다. 목련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주먹을 꽉 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담장 위를 향해 물었다.“당신은…… 정녕 누구이십니까. 내게, 우리 가문에 해를 입히러 온 자입니까?”목련의 올곧으면서도 경계 어린 물음에 혁은 담장 위에서 호흡을 멈추었다.사내의 가슴속으로 지독한 죄책감과 서글픔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그녀의 의심은 정확했다.자신은 그녀의 영혼을 찢어 발치에 바쳐야 하는 가혹한 운명의 적이 맞았으니까.혁은 그녀가 제 정체를 눈치챘을까 봐 심장이 서늘해졌으나, 이내 날카로운 조소를 지으며 가슴속 깊은 진실을 섞은 위악의 거짓말을 내뱉었다.“해를 입히러 온 자라니, 참으로 대단한 오해를 하는군.나는 그저 권력에 미쳐 눈이 돌아간 내 아비와 그 영광스러운 발치 아래서 무고한 사람들의 영혼을 사냥하며 기어 다니는 끔찍한 괴물들 밑에서 숨이 막혀 도망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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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10)

담이 옥선녀의 본거지를 알아내었다며 보름날 밤 기습을 선언한 그 찰나부터 혁의 영혼은 단 한 순간도 쉬지 못하고 잔인하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가문 전체가 그리고 아버지가 부리는 대부대가 이 고요한 옥선녀의 본거지를 피바다로 만들 날이 고작 사흘 뒤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정작 그 처절한 파국의 그물이 조여오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우의정 댁의 안마당은 낮 동안 비현실적일 만큼 평화로운 봄볕이 내리죄고 있었다.“아기씨! 소인이 주방에서 꿀을 듬뿍 바른 약과를 몰래 훔쳐........... 아니 챙겨왔사옵니다!석 도련님이 아시면 또 잔소리를 하실 터이니 얼른 드셔요!”별당채 마루에 앉아 있던 목련의 앞으로 영물 빈이 코를 찡긋거리며 호기롭게 소매를 걷어붙였다.하인들이 대거 나간 뒤 정막만 감돌던 뜨락에 빈이의 쾌활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목련은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그 맑은 웃음소리를 따라 별당 마당으로 걸어 들어온 것은 훤칠한 기개에 다정한 안광을 지닌 목련의 정혼자, 현이었다.“빈이 네 이놈- 아기씨께 또 무슨 해괴한 장난을 치는 게냐.”“악! 현 도령! 장난이라니요! 소인은 그저 아기씨 기력을 보해 드리려고…….”빈이가 약과 접시를 품에 안고 안절부절못하며 변명을 늘어놓자, 현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풋 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농이다. 석 도련님이 서편 서고에서 부르시니 어서 가보거라. 결계의 영석을 검사하신단다.”“예? 아, 참 알겠습니다! 아기씨, 약과 꼭 다 드셔야 합니다!”빈이가 후다닥 마당을 가로질러 사라지자 넓은 별당 마루에는 단둘만이 남게 되었다.현은 천천히 목련의 앞으로 다가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나비가 내려앉듯 사뿐히 마루 끝에 걸터앉으며 목련을 향해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현의 깊고 맑은 시선이 목련의 얼굴을 거쳐 그녀가 사흘 전부터 제 머리카락 끝에 소중하게 땋아 내린 은은한 연분홍빛 비단 댕기에 머물렀다.가문에서 내려준 값비싼 패물도 아니요, 오라비인 석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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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11)

사흘.가문을 기만하고 아비의 발치에서 사람의 영혼을 찢어 발기는 괴물들을 속여 넘기기 위해 혁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그 사흘이 전부였다.은신처 본당을 가득 채운 시커먼 피비린내와 붉은 살기, 그리고 당장이라도 우의정 댁을 도륙 내겠다며 포효하는 형 담의 광기 어린 외침 속에서 혁은 가까스로 사색이 된 안색을 갈무리하며 옥좌 앞으로 한 걸음 무겁게 나아갔다.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와 불안감이 목구멍까지 거세게 차올랐으나 혁의 눈빛은 비현실적일 만큼 차갑고 오만하게 빛나고 있었다.그는 짓씹히는 입술을 숨긴 채 짐짓 대담하게 허리를 숙여 최종 수장인 아비와 형 담, 그리고 전모 아래로 뱀 같은 눈동자를 빛내며 자신을 감시하는 구미호를 향해 이간의 모책을 건넸다.“형님, 우의정 댁의 본거지를 찾아낸 것은 과연 대단한 성과이나 백호 놈의 결계를 그리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됩니다.소인이 그간 그 담장 주변을 은밀히 수색해 본 결과, 서편 담장 전체는 적들이 파놓은 거대한 함정이며 백호의 신성한 도화 영력이 가장 빽빽하게 집중된 결계의 정수입니다.형님이 그곳을 먼저 친다면 아군 귀물들의 절반이 안으로 진입하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타 죽을 터인데, 어찌 그리 무모하게 군대를 움직이려 하십니까.”“무어라? 네 놈이 감히 내 안목을 의심하고 아버님 앞에서 나를 모욕하는 게냐!”담이 단검을 쥔 손을 부르르 떨며 당장이라도 혁의 목을 벨 듯 살기를 뿜어냈으나, 혁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옥좌에 앉은 아버지를 향해 시선을 똑바로 돌렸다.“아버님, 백호의 결계를 무너뜨리기 위해선 보름달이 하늘 가장 높은 곳에 뜨는 그 기운의 찰나, 제가 먼저 서편의 눈을 속여 잠입한 뒤 동편에 숨겨진 영석을 내리쳐 깨부수어야 합니다.결계가 안에서부터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그 파쇄의 소리가 들릴 때 기습을 감행하셔야만, 단 한 명의 무사도 놓치지 않고 옥선녀의 영혼을 완벽하게 찢어 아버님 발치에 바칠 수 있을 것입니다.그러니 기습 시간을 보름달이 가장 높이 뜨는 자정으로 늦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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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12)

핏빛 보름달이 하늘 가장 높은 중심에 시리도록 붉게 들어찬 그 자정.우의정 댁의 서편 뒷담벼락 밑은 기이할 정도로 서늘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봄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흩날리는 분홍빛 복사꽃 잎들 사이로, 작은 괴나리봇짐을 가슴에 꼭 쥔 목련이 초조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서성였다.그녀의 머리 끝에 단단히 매여 있는 은은한 연분홍빛 비단 댕기가 밤바람결에 위태롭고 쓸쓸하게 흔들렸다.그것은 무사 운이 제 전 재산을 털어 장터에서 남몰래 사다 바쳤던, 주군을 향한 목숨 건 충정의 서약이었다.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목련은 지금 그 충정의 상징을 머리에 맨 채, 가문을 기만하고 다른 가문의 사내와 이승의 끝으로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지독하고도 서글픈 엇갈림의 전조가 밤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스으으—그때, 가슴을 거칠게 짓누르는 묵직한 영혼의 박동과 함께 높은 돌담벼락 위로 검은 도포 자락이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혁이었다. 권력에 미친 아비와 형 담, 그리고 귀물들의 대부대를 제 명줄을 걸고 기만하며 오직 목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폭풍처럼 내달려온 사내였다.담장 위에서 내려다본 목련의 안색은 창백했으나,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 맑은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혁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거대한 안도감을 느꼈다. 사내는 주저 없이 높은 담장 아래로 몸을 던져 내리뎠다.“옥선녀.....”“도령님! 약속을 정말로 지켜주셨군요.”목련이 화사하게 반달눈을 접어 웃으며 혁을 향해 가볍게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혁은 차마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의 가녀린 하얀 손을 터질 듯이 꽉 맞잡았다.두 사람의 손바닥이 맞닿자마자 눈이 멀 것 같이 뜨겁고 단사한 치유의 빛무리가 두 사람의 손틈 사이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서로의 영혼이 강제로 결속된 기이한 온기가 전신을 타고 흐르는 순간, 혁은 이것이 비극의 시작일지라도 결코 후회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이대로 이 여자의 손을 잡고 조선 땅의 끝이든, 이승과 저승의 경계 너머든 도망치면 그뿐이었다.사내의 거친 입가에 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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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13)

콰콰콰콰쾅-!돌담벼락이 통째로 무너지며 솟구친 매캐한 흙먼지 사이로 시커먼 요기와 피비린내를 풍기는 흑호 무리의 귀물들이 마침내 목련이 머무는 별당채 앞마당까지 노도처럼 들이닥쳤다.백호의 신성한 복사꽃 결계가 처참하게 찢겨 나간 뜨락은 이미 도검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명음과 살풍으로 가득 찬 지옥도나 다름없었다.그 밀고 들어오는 적들의 군대 앞을 가장 먼저 가로막은 것은 가문을 배신하고 검을 거꾸로 쥔 혁이었다.사내의 검은 도포는 이미 적들의 검은 피와 자신의 살점이 찢겨 나가며 뿜어낸 붉은 선혈로 얼룩져 가고 있었다.혁은 핏발 선 눈으로 제 가문의 무사들을 베어 넘기며, 마침내 별당 문턱을 넘으려던 제 형 담의 앞을 완벽하게 가로막아 섰다.담은 가문을 등지고 한낱 인간 여자에게 미쳐 칼날을 들이대는 친동생의 모습을 보며 이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장검을 치켜들었다. 담의 주위로 흑호 가문 특유의 잔혹한 요기가 폭풍처럼 피어올랐다.“비키거라. 안 그러면 내 손에 네놈도 함께 죽는다.”담의 무자비하고도 서늘한 경고가 별당 마당을 강타했다.평생 자신을 사냥개로 부리며 멸시했던 가문의 무서운 핏줄이자 형제였으나 혁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사내는 역치를 더욱 움켜잡으며 검은 살기를 뿜어냈고 대치하는 담을 향해 이질적인 포효를 내지른 뒤 등 뒤의 수호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옥선녀를 백호에게 빨리 데려가라! 어서!”그것은 사냥꾼이 제 목숨을 버려 사냥감을 구하겠다는 잔인하고도 애절한 반역의 외침이었다.혁이 목숨을 걸고 담의 대부대를 온몸으로 막아서며 사투를 벌이는 그 덕에 목련과 우의정 댁의 수호신들은 서둘러 별당채를 빠져나가 다른 곳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그러나 무너진 담장 너머로 피비린내를 풍기며 적들이 끊임없이 들이닥치는 난전 속에서, 대피하는 걸음은 무겁기만 했다.우의정 댁의 장자이자 이무기의 피를 이어받은 석이 다급하게 목련의 하얀 손을 붙잡아 끌었다.“목련아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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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14)

콰아앙-!장검과 장검이 맞부딪치며 뜨락의 한복판에 시커먼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피비린내 진동하는 별당 마당을 가로질러, 흑호 무리의 대부대를 홀로 막아서던 혁의 앞을 기어코 그의 친형인 담이 서슬 퍼런 검날을 들이밀며 막아섰다.담의 검 끝에는 방금 전 결계를 부수며 묻혀온 잔혹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담은 제 가문을 등지고 한낱 인간 여자에게 미쳐 칼날을 돌린 친동생을 향해 이를 갈며 장검을 무자비하게 내리쳤다.“미련한 놈! 네놈의 그 알량한 연정 때문에 이 가문의 거대한 대업을 한순간에 그르치다니!아버님의 신뢰를 이리 더러운 배신으로 갚는 게냐!”담의 서슬 퍼런 호통에 혁은 검을 거꾸로 쥔 채 그의 검격을 받아내며, 그간 가슴속 깊은 곳에 켜켜이 쌓아두었던 서러움과 분노를 폭풍처럼 토해내기 시작했다.사내의 목소리는 피를 토하듯 처절하게 마당을 울렸다.“대업이라 하셨습니까? 평생을 가문의 사냥개로 살며 형님의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진 채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던 나였습니다!사람의 영혼을 찢어발기는 그 잔혹한 소굴에서 내 추악한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내 찢어진 마음을 이해해 준 것은 오직 그 여인... 목련이뿐이었습니다!그러니 가문의 역도가 되는 한이 있어도 나는 오늘 그 여인을 지킬 것입니다!”포효와 함께 혁의 전신에서 믿기 힘든 수준의 거대한 흑색 살기가 사방으로 폭발했다.본래도 가문 내에서 무술에 가장 능했던 혁이었으나 담장 아래서 목련과 손을 맞잡고 영혼이 동기화된 이후로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신화적인 능력이 배로 강해진 상태였다.단사한 치유의 빛무리가 혁의 검날을 휘감으며 거대한 파괴력으로 치환되었다.창창창-!혁은 광기 어린 움직임으로 밀려드는 수백 명의 가문 군대를 홀로 추풍낙엽처럼 베어 넘기기 시작했다.그 압도적인 기세에 밀린 담이 당황하여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혁의 역치가 담의 어깨와 가슴을 사정없이 스쳐 지나가며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끄아악-!”담이 붉은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굴러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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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15)

현의 차가운 시신이 허공으로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하얀 꽃잎들에 덮여가던 그 잔혹한 숲길.피비린내를 쫓아 폭풍처럼 내달려온 혁이 마침내 그 자리에 도달했을 때, 사내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가슴이 뚫린 채 죽어있는 현과 그의 시신을 안은 채 핏발 선 눈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무사 운의 모습이었다.운은 혁의 검은 도포 자락이 나무람 없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가슴이 찢어지는 분노로 이를 갈며 장검을 뽑아 들고 일어섰다.두 사내 사이에 숨 막히는 대립의 기류가 팽팽하게 휘몰아쳤다.“더러운 가문의 사냥개 놈.... 감히 네 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기어코 여기까지 발을 들이며 우리 아기씨를 넘보는 게냐!네 놈들의 거짓 밀어에 도련님이 이리 처참하게 도륙당하셨다!”운이 장검을 혁의 목줄기에 들이대며 폭효했으나, 혁은 제 목을 파고드는 서슬 퍼런 칼날의 통증조차 개의치 않는다는 듯 오직 미친 사람처럼 충혈된 눈으로 운의 덜덜 떨리는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사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숲을 흔들었다.“내 목숨은 평생을 가문에서 썩어 문드러졌으니 언제든 베어가라!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옥선녀는..... 어디 있느냐! 네 놈이 필히 백호의 안전한 땅에 데려다 두었겠지? 그렇다고 말하란 말이다!”“네 놈이 알 바 아니다. 내 손으로 아기씨를 결계 안으로 숨겼으니 다시 한번 내 눈에 띈다면 그땐 진짜 네 놈의 목을 베어 대문에 걸 것이다.”운이 냉정하게 칼을 거두며 돌아서려던 바로 그 찰나 숲의 어둠을 뚫고 대지를 통째로 얼려버릴 듯한 기괴하고도 거대한 살기가 그들의 숨통을 조여왔다.“어리석은 것! 고작 그 알량한 자격지심과 계집을 향한 연민 때문에 가문의 거대한 대업을 한순간에 그르쳤단 말이냐?!”천지를 뒤흔드는 무시무시한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혁의 친아비이자 최종 수장이었다.그리고 그 뒤편으로 거대한 검은 흑호의 신령이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들이닥쳤다.혁은 제 아비를 바라보며 울분을 토했으나 흑호는 그런 혁의 처절한 반역을 비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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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을 가르는 빛, 사방신의 싱크

“아...........”현대의 깊은 산속, 붉은 단풍잎들이 가을바람에 서글프게 바스라지는 고찰 화연사의 대웅전 앞마당.그 차가운 돌바닥 위에 서 있던 강하의 입술 사이로 옥빛 같은 신음이 가늘게 흘러나왔다.그녀의 뺨 위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뜨겁고 서늘한 눈물 한 줄기가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담의 잔혹한 칼날에 찔려 신음하던 흥신소 소장 도훈을 백호의 땅으로 숨겨 치료해 주며 느꼈던 기억은 그저 어렴풋한 꿈 조각에 불과했었다.하지만 이 고요한 법당의 전경을 두 눈에 온전히 담는 순간,소하의 뇌리를 강타한 것은 전생의 마지막 밤 한 사내가 제 존재가 천지간에 소멸하는 지옥 같은 고통을 견뎌내며 오직 저를 살리기 위해 제 영혼을 단지 안으로 밀어 넣고 오열하던 법당의 잔상이었다.그때의 마지막 기억이 200년이라는 시공간의 벽을 단숨에 부수고 소하의 영혼에 100% 완전하게 내려앉았다.내가 옥선녀 목련이었구나...나를 위해 내 오라비가 온몸에 화살을 맞고 무릎이 꺾였으며, 나와 가장 친한 벗이었던 삽살개 빈이가 짐승의 안광을 뿜으며 구미호에게 심장을 뜯겼고, 나를 은애하던 정혼자 현과 무사 운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구나.그리고....... 나를 위해 제 가문을 등지고 칼을 거꾸로 쥔 채 법당에서 스러져 간 혁이 있었구나.“오라버니..........”소하의 입에서 터져 나온 오열과 함께 그녀의 심장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던 온전한 옥선녀의 신성한 영력이 현대의 육신을 찢고 마침내 완전하게 해방되었다.쿠구구구구-!범종각에 매달린 거대한 청동 범종이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적막 속에서 홀로 거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동시에 소하의 가녀린 몸을 중심으로 눈이 멀 것 같이 찬란한 순백과 분홍빛의 단사한 빛무리가 하늘을 향해 거대한 빛의 기둥이 되어 일직선으로 치솟아 올랐다.화연사의 밤하늘을 문자 그대로 반으로 갈라버릴 듯 솟구친 그 찬란한 빛의 파동은 대기권을 타고 도심 한복판과 숲속, 흩어진 사방신의 영혼이 숨 쉬는 현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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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연사 대전투-사방신의 사냥

화연사의 밤하늘을 문자 그대로 반으로 가르며 치솟은 강소하(목련)의 찬란한 순백색 빛의 기둥. 그 신성한 파동은 200년의 시공간을 가로질러 흩어져 있던 사방신의 영혼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리꽂혔다.거대한 영혼의 동기화였다.그 빛의 파동이 가장 먼저 도달한 곳은, 현대의 화연사 외곽을 굳게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돌문인 일주문앞이었다.스아아아-!“어리석은 가문의 역도 놈 결국 제 발로 사지를 찾아왔구나!”최종 수장과 담의 명령을 받고 화연사의 진입로를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던 흑호의 선봉 요물 대부대가 일제히 기괴한 살기를 뿜어내며 앞을 가로막아 섰다.시커먼 밤안개 속에서 수백 마리의 악귀들과 가문의 무사들이 검을 치켜들었으나 그들의 정면에 서 있는 사내 정혁의 눈동자에는 단 한 자락의 두려움도 서려 있지 않았다.조금 전 소하의 원격 치유 영력으로 전신의 부러진 뼈와 파열된 장기를 완벽하게 재생해 낸 정혁은 제 왼손바닥에 불덩이처럼 붉게 타오르는 단사한 각인을 지긋이 쥐어 잡았다.200년 전, 제 가문을 등지고 오직 한 여인의 밤을 지키기 위해 고독한 외골수의 길을 걸었던 무관의 감각이 현대의 손끝에 소름 끼치도록 선명하게 돌아와 있었다.정혁은 허리춤에 매달아 두었던 가볍고 날카로운 최신 합금 재질의 현대식 도검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서슬 퍼런 칼날이 가을 밤빛을 받아 차갑게 번뜩였다. 그리고 사내는 주저 없이 검자루를 거꾸로 쥐어 잡았다. 전생의 전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역치의 자세였다.“200년 전에는 내 무력함으로 너를 잃었지만..........”정혁의 핏발 선 눈동자에서 검은 흑색의 살기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와 검은 아스팔트 바닥을 서늘하게 잠식해 들어갔다.사내의 입술 사이로 서글프고도 단호한 독백이 흘러내렸다.“이번 생에는 내 존재가 천지간에 소멸하는 한이 있어도 결코 네 손을 놓지 않을거야....”타아앙-!정혁의 가죽신이 아스팔트 바닥을 강하게 박차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거꾸로 쥔 현대식 도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날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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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만의 업보, 구미호와 흑호의 종말

화연사의 고요한 대웅전 앞마당을 가득 채운 다섯 가지 색의 신화적인 안광이 빛났다.200년이라는 기나긴 영원의 침묵과 지독한 저주의 굴레를 깨부수고 마침내 온전한 사방신의 자태로 한자리에 집결한 이들의 무시무시한 기세 앞에서는 차가운 겨울바람조차 숨을 죽인 채 오도 가도 못하고 정지해 있었다.결계가 찢겨 나간 마당 위로 팽팽한 살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전생의 그 처절했던 비극의 낙차를 현대의 압도적인 역습으로 되갚아주기 위한 사방신의 반격이 비장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흥~”대치 구도를 잔인하게 가로지르며 붉은 도화 꽃이 그려진 전모를 비스듬히 쓴 구미호가 붉은 소매로 입가를 가린 채 특유의 간사하고도 기괴한 콧노래를 흘려보냈다.그녀는 200년 전 전생의 깊은 숲속에서 정혼자 현(의 가슴을 관통하고 심장을 후벼파며 조롱했던 그 뱀 같은 눈동자를 번뜩였다.구미호는 정혁과 사방신의 삼엄한 엄호를 받고 서 있는 소하를 향해 현대의 전황조차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듯 독기 어린 비아냥을 다시금 내뱉으려 붉은 입술을 달싹였다.“호호호! 가엾기도 해라.전생의 그 비참한 패배자들이 현대의 옷을 처입고 기어 나와 봤자 결국은 내 손바닥 안의 장난감일 뿐이거늘.저 여인은 이번 생에도 제 가문을 도륙 낸 사냥개 도령에게 정신이 팔려 피눈물을 흘리고 있구나.어찌 이리 200년 전과 똑같이 멍청하고 우스운 꼴인지...........”“그 더러운 주둥이 다물어라. 이번 생에는 내 친히 뼈마디까지 갈아엎어 먼저 찢발겨 줄테니...”구미호의 독설이 채 끝나기도 전 재민이 그녀의 목소리를 가차 없이 가르는 서늘한 호통과 함께 앞으로 짓쳐 나갔다.재민의 전신에서 200년 전 제 정인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외롭게 죽어가야 했던 정혼자 현의 한 서린 푸른 영력이 겨울 폭풍처럼 피어올랐다.사내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눈부신 영험함이 화연사의 밤공기를 사정없이 동결시켰다.재민은 도훈이네 어머니가 평생 신을 모실 때 사용하던 영험한 전통 무구 ‘신칼’을 허공을 향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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