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처음 같지가 않았다.그 생각은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도 내내 떠올랐고,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다음 날 아침 회사 로비 유리문 앞에 섰을 때까지도 멀쩡하게 따라붙어 있었다. 지안은 출근 카드 태그를 찍으면서 속으로 욕을 한 번 했다. 원나잇 상대가 회사 신입으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일하는 방식까지 공교롭게 잘 맞는 건 너무 성실한 재앙이었다.그래도 회사에서는 업무를 해야한다. 메일은 와 있었고, 전날 PT 수정본 컨펌은 떨어져 있었고, 오전 열 시 전에 넘겨야 할 정리 파일도 있었다. 지안은 그 질서가 좋았다. 사람 미치게 하는 감정 같은 것보다 엑셀 줄 맞추기가 훨씬 믿을 만했다."야, 오지안."서연이 의자에 걸터앉듯 반쯤 기대며 물었다."왜.""너 어제 집 가서도 일 생각했냐.""보통은 그렇지.""아니. 일 말고."지안이 마우스를 클릭하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박서연.""응.""말 돌리지 말고 용건만."서연이 피식 웃었다. "그래. 용건. 어제 PT 잘 끝났고, 팀장님 기분 좋고, 신입은 생각보다 훨씬 쓸 만하고.""그래서?""그래서 넌 왜 아직도 심기가 불편하냐고."지안은 그제야 서연을 봤다."내가?""응. 네가."서연은 사람 얼굴 보는 데 귀신이었다. 남들 앞에서는 웃고 넘겨도 혼자 있을 때 컵을 얼마나 세게 내려놓는지, 메일 답장을 몇 초 만에 보내는지, 머리끈을 몇 번 다시 묶는지 같은 걸 이상할 만큼 잘 봤다. 지안은 그 재능이 가끔 고마웠고, 대부분은 성가셨다."월요일부터 화요일까지 클라이언트 셋이랑 붙어 있는데 심기가 좋겠냐.""논리적인 대답이네." 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어제부터 너 논리적인 대답만 해.""난 원래 논리적인 사람이야.""그건 맞는데, 지금은 너무 맞아."지안은 컵에 남은 커피를 다 마셨다. 미지근했다. 기분이 더 나빠졌다."오대리님, 공유 폴더 정리본 어디까지 올리면 될까요?"맞은편 자리 막내가 물어왔고, 지안은 곧장 화면을 돌렸다."수정 전 버전은 다 아카이브
Last Updated : 2026-04-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