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Chapter 131 - Chapter 140

145 Chapters

#130. [아름다운 파멸의 서막]

충격의 순간이었다.스틸의 심장으로 예리한 칼날이 파고들었다. 그는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떨리는 손으로 주변 바닥을 다급하게 훑었다. 하지만 인간의 육안에 의존해 광활한 전장에서 작은 램프를 금방 찾아내기란 애초에 만무한 일이었다.“뭡니까? 지니 양은 먼저 순간이동으로 퇴각한 겁니까?”리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스틸은 피가 배어 나오도록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램프 자체가 사라진 이상, 이는 단순한 이탈이 아니었다.“어? 아까는 분명 지쳐서 벽에 기대어 쉬고 있었는데. 돌아간다면 미리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대체 어디로 간 거지?”리나의 말에 마티어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이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얹었다.“반대로 생각하면, 자신 때문에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던전 폐쇄를 포기할 수 없으니 조심스레 먼저 귀환한 것 아닐까요? 어서 돌아가서 찾아봅시다.”“어쩌면 리노 길드의 상점에 가서 쉬고 있거나, 스틸 대공의 숙소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모두가 이제야 지니의 부재를 눈치채고는, 그녀가 마법으로 먼저 귀환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스틸은 입술을 짓씹었다. 지니가 혼자 돌아갔을 리 없었다. 목걸이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사실이 그 방증이었다. 그녀가 머무를 곳은 오직 스틸의 곁뿐이었으니까.‘격렬하게 전투를 치르다 램프를 떨어뜨린 거겠지! 지니는 그 안에서 쉬고 있을 거야!’복잡하게 엉키는 생각을 정리하며, 어떻게 지니를 찾아야 할지 현자인 램프에게 조언을 구하려던 스틸은 순간 숨을 들이켰다. 정작 그 램프를 잃어버렸다는 엄연한 사실이 다시 한번 뇌리를 난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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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내 여자는 내 품에 있어야해]

스틸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리노 일행을 떠나보낸 뒤, 그는 광기 어린 눈으로 던전을 샅샅이 뒤졌다. 바닥만을 집요하게 노려보며 목걸이가 떨어졌을 것이라 확신한 채 주변을 헤맸다. 심지어 듀라한과 밴시에게도 명령을 내렸다.“제발! 지니를 찾아!”6층과 5층을 집중적으로 훑어댔다. 바닥 여기저기에는 마정석이 밭을 이루고 있었고, 저걱거리는 빛과 마력을 품은 마정석이 아무리 발끝에 차여도 스틸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바닥을 보고 또 보며 목걸이가 떨어졌을지도 모를 곳을 찾아 헤맸고, 끊임없이 그녀의 이름을 울부짖었다.“지니!”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미쳐 날뛰는 그의 그림자가 던전 벽면에 일렁였다. 왜 하필 오늘 비가 내려 이런 일이 생겼을까. 자책의 화살이 고스란히 자신에게로 향했다. 비는 그에게 잔인한 저주처럼 내리쬐었다. 지니가 비를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오늘 폐쇄를 강행했을까. 지독한 후회가 밀려왔다.“스펙터, 제발 부탁이야! 어떤 흔적이라도 좋아! 도와줘.”스펙터에게까지 도움을 요구하며 스틸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알았다. 다만 기대는 하지 마라.]스펙터 역시 듀라한들을 사방으로 뿌려 지니의 흔적을 좇으라 명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진작에 지니를 그냥 기숙사나 가르나르에서 쉬도록 보냈어야 했을까. 비가 오니 오늘은 던전 폐쇄를 하지 말자고 강단 있게 말했어야 했나. 모든 일이 벌어진 후에야 후회의 집요한 파도가 밀려왔다. 오랜 수색 끝에 절망한 그는 던전 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이를 악문 입술 사이로 마른 신음이 새어 나왔다. 어쩌면 신은 없는 게 확실했다. 왜 제 인생은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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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심연에 머문 대공의 밤]

“전능하신 하데스여, 아직 명부에 들지 못한 영혼이 이곳에 머무니, 그 흔적을 밝히소서.”“전능하신 하데스여, 아직 명부에 들지 못한 영혼이 이곳에 머무니, 그 흔적을…….”주문을 반복하자 지팡이 끝에서 은빛 소용돌이가 피어올랐다. 연기 같은 빛이 주변을 감싸더니 마지션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니 양은 순도 높은 청량한 기운을 가졌으니, 잘하면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교수님,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그동안 목걸이를 찾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니. 지니의 향기라면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스틸은 그제야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나 아차 싶었다.“자, 지니의 기운을 함께 찾아봐요!”“네! 고맙습니다, 교수님!”인벤토리 속 스펙터도 스틸을 돕기 위해 은밀히 조언을 건넸다.[비가 와서 추적은 힘들 테니 기대는 하지 마라. 대신 자신의 생명을 깎아 마력을 증폭시키다니 진심을 다해 너를 도와주려 하는 것은 확실하다.]어쩐지 기이하다 했다. 대가로 피를 흘려 생명력을 소진하고, 그 대가로 주변의 기운을 흡수해 일시적으로 마력을 증폭시키는 주술을 지금 마지션은 펼쳐주고 있었다.스틸 역시 깊은 감사를 표하며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온몸에 마력을 휘감고 지니의 흔적을 좇기 시작했다.***찰박찰박, 추적추적.나무 저택의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 내리는 창밖 풍경 탓에 마음까지 차분히 가라앉는 밤이었다. 부르도 영지 영주가 머무는 저택에서는 방금 전까지 뜨겁게 타오르던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리나는 마티어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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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그녀의 흔적을 쫓고 쫓아]

-네? 지니 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요?리노의 목소리가 스틸의 귓전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스틸은 마력이 바닥난 상태로 스펙터의 부축을 받아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길을 걷다 멈춰 서서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과거 수업에서 보았던 영상 구현 마도구를 떠올리며 지니의 실종 소식을 전했다. “지니는 던전에 머물다 실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지션 교수님도 함께 수색해 주시다가 방금 전 귀환하셨습니다.”리노는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격앙되어 말을 건넸. 당일 던전에는 어떤 이상 징후도 없었다고 단언했다.-차원의 틈새가 강제로 벌어진 흔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반경 내로 접근한 침입자도 없었고요.“그래서 예전에 수업에서 보여주신 영상 구현 마도구를 떠올려 결례를 무릅쓰고 피곤하실 텐데 연락을 드렸습니다.”스틸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급하게 대답하자, 리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아하,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으며 물었다.-스틸 대공, 지니 양의 행방을 영상으로 추적하겠다는 뜻이군요?“네. 그 마도구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알고 싶습니다.”리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천천히 생각을 정리한 뒤 말을 건넸다.-······그 마도구는 현재의 위상만을 마력으로 기록하는 매체입니다. 과거 재현은 단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지만, 이론상 가능성은 존재합니다.그의 말에 스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렇습니까? 대체 어떤 방식으로 말입니까!”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다는 희망에 스틸의 눈이 번뜩였다.-평소라면 무리겠지만, 지금처럼 폭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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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심장이 조여드는 진실]

스틸은 잔인한 예감을 떨치려 애쓰며 리노의 뒤를 좇았다. 시선을 들어 주변을 천천히 부감했다. 확실히 던전의 주인이 부재한 공간은 기괴한 마력을 잃고 평범한 동굴로 전락해 있었다. 공기의 질감도, 비릿한 물비린내 섞인 냄새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전에는 비현실적일 만큼 몽롱하고 신비로운 풍경이었다면, 지금은 그저 생기를 잃고 퍼석하게 메말라 버린 잔해 같았다. “리노 사장, 확실히 던전이 그새 변했습니다.”“네. 그저 껍데기뿐인 동굴이지요. 하지만 엄청난 마력을 숨긴 자가 우리 뒤를 밟고 있긴 했군요!”“뭐라고요?”스틸은 순간 온몸이 서늘하게 굳어 얼굴을 감싸 쥐었다. 마티어스와 리나 역시 던전이 폐쇄되는 그 와중에 누군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대체 얼마나 정교한 은밀 마법과 투명화 능력을 갖춘 자였을까요?”“만약, 처음부터 지니를 노리고 접근한 적이었다면······.”설마 아니겠지. 제발 아니어야만 하는데.“그렇다면······.”리노가 감지한 마력의 잔상이 무엇을 가리키든, 스틸은 지니를 찾을 단서만 있다면 악마의 속삭임이라도 믿고 싶었다. 이곳의 위상이 아무리 달라졌다 한들 스틸은 본능적으로 지니의 향기를 좇아 주변을 맴돌았다. “······여기입니다. 지니가 머물렀던 자리.”“역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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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그 대공은 과연 주인의 자격을 갖춘 걸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스틸은 지금 제 눈에 투영되는 영상을 보고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아는 그 지니가 마주한 사내에게 그 어떤 놀람이나 거부감도 없이 평온하게 미소 짓고 있다니.심지어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류는 지독할 만큼 친근해 보였다. 그것이 스틸의 이성을 짓뭉개 놓았다. 지니가 먼저 검은 옷의 사내에게 가만히 손을 내밀자, 사내는 자연스럽게 그 손등에 입을 맞춘 뒤 지체 없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지니는 단 한 번의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사내의 품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며 순순히 걸음을 옮겼다.“세상에, 저 자는······.”리노가 나지막이 탄식 섞인 신음을 뱉자, 스틸은 마른 손으로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트리며 시선을 회피했다.스틸에게 있어서 지니는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삶에 각인된 유일한 존재였다. 엘프라는 미지의 존재 자체가 낯설었고, 전생에는 이종족과의 접촉조차 전무했던 그였다. 이번 생에서는 지니의 인도 덕분에 마력이라는 초월적인 힘을 다루게 되었고, 완전히 다른 궤도의 인생을 살 수 있었다. 환생 직후 번개처럼 그의 세상에 난입했던 그녀가, 이제는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화면 속에서 지니의 모습이 사그라지며 두 사람의 잔상도 함께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것은 명백히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지니는 스틸이 아닌, 다른 주인의 손을 잡은 것이다.문득 리노의 눈빛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묘한 자취가 있었다. 저 남자를 알고 있는 듯한 기색이었다.지니는 왜 자신을 떠난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녀를 다시 마주하기 전에는 영원히 답을 구하지 못할 심연의 의문이었다. 강제로 납치된 것도, 소멸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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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미완성으로 결말을 지을 순 없지]

[부르도 영지, 두 번째 던전 폐쇄 전격 성공! 이번에도 스틸 대공의 압도적 활약 돋보여······.][부르도 영지의 주인, 마 리나 로테 여공작 드디어 사교계 전면 데뷔? 황실에서 발송된 황녀 데뷔탕트 초대장에 응해······.][스틸 반 가드 캔도르 대공, 리노 상단과 손잡고 화훼 산업 본격 전개! 사교계의 이목 집중][소문과 진실: 가르나르 영지에 거대한 뽕나무 군락지가 존재한다는 설에 대륙 섬유업계 술렁······.][가르나르 영지와 부르도 영지 개발 초읽기. 베일에 싸인 가르나르의 내부 공개 소문, 과연 진짜인가 가짜인가?]며칠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스틸에게는 이제 시간도, 공간도 무의미한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저 가르나르 성벽 안에 스스로를 잔인하게 고립시킨 채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마티어스와 리나가 여전히 지니를 찾고 있다며 끈질기게 연락을 취해왔지만, 스틸은 답할 말을 찾지 못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연락도 서서히 뜸해졌다. 시곗바늘은 무자비하게 굴러갔고, 스틸은 그 가차 없는 속도감을 외면했다.지니의 부재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곁을 지키던 존재의 무게를 뼈아프게 각인시켰다. 24시간 내내 붙어 있었던 존재가 지니였는데. 과거 그녀가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지 못했을 때조차 이 정도로 참혹한 박탈감을 느끼진 않았었다. 어제 같은 오늘, 그리고 내일 역시 전혀 기대되지 않는 무채색의 나날들이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있었다.달력은 어느덧 7월 중순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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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생각의 반전이 필요한 순간]

붉은 인장이라니.“······안젤루스가 보낸 초대장이야.”[황가에 초청을 받다니. 축하한다, 스틸.]나름 위상이 올라갔다는 증거인가.지니를 만나기 전 폐급에 망나니에 거지 대공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게 입지가 다져진 스틸이었다.제국의 황녀가 자신의 데뷔탕트 초대장을 스틸의 앞으로 보냈다니.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자신은 이세계에 그저 지니와 사랑 타령이나 하며 유유자적 살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숙적 아쳐를 향한 처절한 복수, 레투카 황실의 콧대를 꺾어놓으며 붕괴한 캔도르 가문을 대륙 위에 찬란하게 재건하는 것. 그것이 그가 다섯 번째 삶을 부여받으며 가슴에 새긴 본연의 목표였다.이대로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기회를 헛되이 날려버린다면, 설령 지니가 돌아올 여건이 마련된다 한들 이 한심한 모습을 보고 다시 발길을 돌리지 않겠는가.“······정신 차려야겠어. 어디 보자. 여기나 가볼까?”[사교 활동에 발을 들이는 건 나쁜 선택이 아니다. 제국의 내로라하는 고위 관료들과 거물들이 죄다 모일 테니 말이다.]황실의 심장부이자 권력의 집약체인 북관 응접실.스틸은 오랜만에 캔도르 대공 가주의 지배자다운, 결의에 찬 눈빛을 두 눈에 담았다. 지니가 북돋아준 능력이 빛을 발했고, 램프가 없어도 스틸은 대단한 고위 귀족으로 입지도 다진 상태였다.제대로 두 발을 땅에 딛고 일어서 전장으로 향한다면, 이 지독한 우울감도 마침내 떨쳐낼 수 있으리라 믿으며 초대장을 꽉 움켜쥐었다.***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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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증거를 봐, 그럼 그렇지]

리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러고 보니 자신이 지니에게 귀한 옷감을 맡겼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깜빡 잊고 있었다.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이는 것을 느끼며, 리나는 시녀 소르도가 건넨 커다란 종이 상자 속에서 조심스럽게 드레스를 꺼내 올렸다.은은한 보랏빛이 감도는 최고급 원단이 화려한 금빛 자수, 그리고 풍성한 실루엣을 자랑하는 드레스로 완벽하게 탈바꿈해 있었다.“어쩜······ 이리도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들 수 있단 말이야?”누가 보아도 금화를 치러야만 손에 넣을 수 있을 법한 대작이었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허술한 재봉 흔적 따위는 단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국 공인 최고의 디자이너가 온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완성도였다. 이음새와 솔기 처리는 어찌나 정교한지, 옷의 앞뒤를 아무리 번갈아 보아도 원래 하나의 거대한 그림이었던 것처럼 무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졌다.“소르도 할멈, 이거 대체 누가 전해준 거야?”“아가씨, 저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만······ 웬 낯선 아가씨가 문 앞에 상자를 살짝 내려놓고 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답니다.”그럼 지니인데!“뭐? 그랬으면 당장 날 불렀어야지!”“그게······ 누구시냐고 말을 붙이기도 전에, 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찰나의 순간에 사라져 버리셨거든요. 그리고······.&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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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그녀가 내게 오려 한 거야]

상자 안에는 캔도르 대공 가문의 위엄 넘치는 상징, 불사조 문양이 아주 정교하게 새겨진 최고급 예복이 정갈하게 개어 있었다.대공가의 유서 깊은 기본 복색과 완벽히 일치하는 고혹적인 색감, 그리고 황금빛 실로 한 땀 한 땀 수놓인 불사조의 형상이라니.최상급 비단이 은은한 빛을 발하며 완벽한 핏을 자아내는 예복의 자태에도 위엄이 느껴져 스틸의 입술 사이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아무래도 너의 그 엘프와 관련이 아주 깊은 듯하다.]“그럼 지니가······ 지니가 돌아온 건가? 지니! 지니 어디 있어!”스틸은 이성을 잃고 사방을 둘러보며 그녀의 이름을 애타게 외쳤다. 그러나 목걸이는 여전히 스틸에게 걸려 있지도 않았고, 주변의 마력 흐름 속에서도 지니의 인기척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극도로 신경을 곤두세워 투명화 마법이나 은신 탐지 스킬까지 발동해 보았으나, 허공에는 그 어떤 흔적도 포착되지 않았다.하지만 연미복의 옷깃을 끌어 안는 순간, 그곳에 깊게 배어 있는 그녀 특유의 포근하고 달콤한 향기가 말없이 모든 진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예복을 품에 부서질 듯 안아 내리자, 마치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 가슴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스펙터······. 그래도 이건 희망의 증거야. 맞지?”자신을 냉정하게 버리고 가버린 줄만 알았는데, 이토록 눈부신 예복을 남겨두었다는 것은 대체 무슨 뜻일까. [그래, 아무래도 사정이 있는 것 같다.]그녀는 어째서 자신의 얼굴 한 번을 보여주지 않고, 오직 이 서글픈 흔적만을 남긴 채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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