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Chapter 101 - Chapter 110

147 Chapters

#101. [영웅이 되기 위한 첫걸음]

어떻게든 캔도르 대공가의 어린 새싹인 스틸을 도려내거나 아예 짓밟아 버리라고 지난 20년 내내 아쳐를 그렇게 담금질하며 다그쳤던 골타르였다.백성들에게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아카데미에서도 무조건 압도적인 두각을 나타내라고 신신당부했건만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오히려 아쳐가 스틸을 부당하게 괴롭혔다느니, 남의 여자를 강제로 건드리려 했다느니, 방화범으로 스틸에게 누명을 씌우려다 실패했다느니, 심지어 던전에 저주를 풀어 무고한 모험가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흉흉한 추문만 사방에 들끓고 있었다.정작 당사자인 아쳐는 부끄러운 줄은 아는지 축제장에 나타나지도 않아 황제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다 못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그런데 그 꼴사나운 광경을 관람석 한구석에서 묘한 눈빛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수수한 회색 튜닉에 검은 망토를 길게 두른 은발의 여인.그녀는 깊은 침묵 속에서 먼 발치의 스틸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스틸을 바라보는 그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참 이상하네요, 폐하.”“이 미련한 새끼. 어째 지난 두 달간 아쳐 그놈은 스틸 그 애송이 놈을 영웅으로 추켜세워 주는 징검다리 역할만 한 거냐고!”황실의 최고 마법사이자 조언자인 자드키엘은 황제의 악에 받친 고함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조용히 제 할 말만 조심스레 내뱉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입가에 살며시 기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폐하, 제가 잠시 자리를 좀 비우겠습니다.”그 순간, 아카데미 관람석 사이로 한 줄기 스산하고 차가운 바람이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었다.***레투카 황제가 아카데미 강단에 오르자 전교생과 귀빈들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다.건강 악화설이 돈 지 오래건만, 그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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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감히, 나를 속였어?]

축제가 한창인 아카데미는 그야말로 외부 손님들로 들끓어 어디를 가나 웃음소리가 만발했다.5월의 꽃이 만발하고 화사한 학교만큼이나 학생들도 얼굴이 환하게 펴져 여기저기 여유가 넘쳤다.학교가 공부를 안 하고 시험도 안 치면 그리 좋을 수가 없는 곳이 아니던가.즐겁게 또래와 어울리고,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세상 시름 잊고 뭔가에 몰두하게끔 만들어 주는 곳이 학교니, 꽤 다닐 만한 곳이 맞긴 했다.심지어 공부가 취미라면 얼마나 좋은 곳이겠는가. 인정도 받고 스스로 지식을 뽐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이런 축제가 열리니 스틸은 '이세계 페스티벌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만끽하는 중이었다.지금은 교수동과 마법 수업이 펼쳐진 야외 만찬회가 웨스트 에어리어에서 열렸기에, 이곳에서 티타임을 갖게 되었다.음악과 차와 맛있는 디저트가 즐비했고, 여기저기 테이블도 설치되어 많은 귀족 손님이 다과를 즐겼다.다행히 지니도 부랴부랴 작위가 내려진 덕에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다. 확실히 여기는 시녀나 시종을 제외하고는 평민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이유는 귀부인들의 안전과 품위를 위해서라고 했다.그래서 스틸은 이곳 풍경을 부감하며 테이블에 앉아 지니와 차를 즐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나다니던 사람들도 하나둘 인사를 하러 다가왔다.그리고 마티스와 마티어스는 아예 의자에 앉아 디저트를 펼쳐 놓고 먹으며, 지난 일주일 동안의 사연을 자세히 묻고 답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그래도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행이야.”“걱정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뭐,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렇죠? 형님?”마티스의 말에 마티어스 역시 차를 마시며 스틸에게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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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이용하는 남자, 이용당한 여자]

스틸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마지션의 얼굴을 보는 순간, 분노가 폭발할 듯 끓어올랐다.어떻게 감히 군중 속에 저주를 흩뿌릴 수 있단 말인가?다행히 지니는 지금 안전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스틸과 마티어스, 리나를 지키려다 그 던전에서 하마터면 소멸될 뻔했다. 바로 마지션이 뿌린 저주 때문에 말이다.그 순간 스틸은 묘한 기운을 감지하고 고개를 돌렸다. 마지션이 이동한 마력의 경로가 머릿속에 좌표처럼 희미하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잘만 하면 추적할 수 있을 것 같았다.[추적해 봐, 스틸. 발전했군.]스펙터의 말과 동시에 마력이 도착해 머무른 좌표가 뇌리에 명확히 지정되었다.“교수실 3층, 마력이 멈춘 좌표가 거기야.”***마티어스는 황급히 부르도 영지로 향했다.스틸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에 리나의 긴장이 풀리자, 그의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도 마침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두 사람은 침대에서 부둥켜안고 처음엔 기뻐서 웃다가, 이내 온전히 둘만의 뜨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소르도 할멈도 영지 밖으로 장을 보러 나간 터라, 지금 이 저택에는 마티어스와 리나 둘뿐이었다.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엉겨 붙은 채, 두 사람은 침대 위에서 격렬하게 관계를 맺으며 오늘의 기쁨을 나누었다. 서로의 뜨거운 숨결이 얽히는 침대 위에서, 리나가 교성을 섞어 속삭였다.“아흑··· 마티어스, 난 오늘이 너무 행복해! 던전이 완전히 폐쇄됐다는 말보다··· 후후, 지금이 더 좋아!”그녀의 갈색 머리칼 사이로 땀방울이 보석처럼 반짝였고, 마티어스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부드럽게 훑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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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진짜인지 가짜인지 궁금하게]

아쳐의 의견에 따르자면 제국의 경계에 이런 이형 던전이 있어서 막아주고 있는 것이라 마지션은 설명했다.그리고 모험가가 쓰러져 있다면 자신이 정화해서 데리고 나오겠다며 성기사도 불렀다는 사실을 전해주었다. 그녀의 창백한 안색과 야윈 손목에서 지난 며칠간의 고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그 때문에 지니가 쓰러져 사경을 헤맸습니다. 제 동료들도 죽을 뻔했고요.”“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 저주가 그리 강력할 줄··· 저도 몰랐습니다. 처음 써보는 거라···. 흑흑, 미안합니다.”스틸이 보기에 그나마 마지션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먼저 술술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뭔가 맥이 풀리는 기분마저 들었다.“교수님, 던전 폐쇄는 로테 공작의 의지였습니다. 영지가 발전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네··· 이제는 이해했네요. 던전은 폐쇄되었고, 마탑 관계자들이 더는 그곳이 던전이 아닌 일반 대지라고 판단을 내렸으니까요.”“아쳐 황태자는 어찌 된 겁니까?”“중간에 마력이 뒤틀려 일부 던전이 무너질 때 휩쓸리신 것 같았습니다. 어디로 튕겨 나가셨거나, 차원의 틈에 갇히신 게 아닌가 저도 걱정하고 있어요. 최악의 경우에는 유명을 달리하셨을 수도···.”그러자 눈치 빠른 스펙터도 바로 스틸의 귀에만 들리게끔 제 의견을 울려주었다.[저 인간이 하는 말에 거짓은 없어. 악의도 없어 보이는군.]스틸은 이왕 마지션과 이야기를 나눈 김에 타바에 대해 물어보고자 바로 질문을 이어 나갔다.&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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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처음 마음으로 첫 밤처럼 뜨겁게]

그때 지니는 풋, 하고 손으로 입을 막더니 어지간히도 웃음을 참을 수 없는지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이 학교에서 교수님이라면 다들 함부로 못 할 테고, 뭔가 어리숙해도 다들 이해해 줄 테니까. 스펙터님 천재네!”지니의 말은 옳았다. 여차하면 순간이동으로 도망칠 수 있으니, 마법력을 구현했다고 의심받을 일도 없을 것 같았다.“그래도 그렇지. 나도 모르겠다. 스펙터 잘 다녀와. 그리고 난 여기 청소나 해야지.”스틸은 스펙터의 어이없는 행동에 고개를 내젓고는, 오랜만에 돌아온 숙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바람을 날려 보낼 수 있다면 거꾸로 끌어당길 수도 있는 법이었다. 좁은 방이 신기한지 스틸의 기숙사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던 스펙터는, 갑자기 테이블 위에 금화 10개를 툭 꺼내 놓고는 몸을 돌렸다.“스틸, 지상으로 옮겨.”“이거 나 이사하라고 보태준 건가? 연금술은 됐어.”“연금술 아니다. 생전에 내가 지니고 있던 거다. 필요하면 더 말해. 더 줄 테니”스펙터의 이 애교 섞인 씀씀이에 스틸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하하, 고맙다. 이곳이 내 시작점이야. 난 이제 가르나르에 번듯한 저택을 짓고 거기서 살 거거든. 여기는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놔둘 생각이야.”스펙터는 '초심'이라는 단어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기숙사 구석구석을 응시했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는 듯한 깊은 눈빛이었다.“그대가 이리 비루한 곳에서 복수를 꿈꿨다니. 배울 점이 많군.”사실 그 말이 정답이었다. 나름대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그럼.”스펙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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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마력이 오고 가는 밤]

스틸은 일단 현재로서는 한계에 다다라 멈출 수 없었기에, 감질나는 흥분을 만끽하며 지니를 감미롭게 애무해 나갔다.이윽고 두 몸이 하나로 이어졌다. 스틸의 맥박이 폭풍처럼 뛰기 시작했고, 지니의 숨소리도 점점 높아져 갔다. 아랫배에 충만한 기쁨이 차오르자, 스틸은 지니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주인님, 우리 처음보다 많이 대단해졌다. 맞지?”스틸 자신도 그렇게 느꼈다. 이제 모험가로서 레벨도 최고치를 찍었고, 등 뒤에는 어둠의 기사들까지 든든하게 버티고 있으니 이보다 더 거칠 것이 없었다. 영지 개방은 시간문제였다. 천리장성 외곽에 구축 중인 결계 작업이 끝나면, 완벽한 영지 방어 시스템이 완성될 터였다.“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이곳에 온 지도 이제 두 달이 되었다. 그사이 사람 하나가 완전히 새로 태어나 버렸고, 세상 사람들의 평판도 정반대로 뒤집혔으니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뿌듯할 따름이었다. “앞으로 난 더 많이 변할 거야.”“우리 주인님의 변화가 기대돼.”지니를 한껏 품은 채 결합된 온기를 느긋하게 움직이며, 스틸은 달콤한 관계를 이어 나갔다. 포근한 그녀의 온기 안에서 안락함을 느끼며 허리를 움직이자, 그녀 역시 더욱더 스틸을 행복하게 조여왔다. 지니는 스틸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는, 조금의 틈도 없이 그의 몸을 가득 끌어안았다. 지니의 기대에 부응하듯 스틸은 뜨겁게 그녀의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찰나 같은 시간 속에 싹튼 유대감은 마치 운명처럼 신기할 따름이었다.“···그런데 어떻게 마지션 교수님은 아쳐 같은 분을 좋아할 수가 있지?”그게 의문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란 참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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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살다 살다 별 거지 같은!]

스틸은 이세계에 와서 유일한 자신과 같은 초월자이자 벗인 스펙터가 너무 걱정이 되었다. 스펙터가 왜 아직 못 돌아온 걸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뱀파이어들처럼 햇빛을 받으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닌가?나름대로 신경이 쓰인 그는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축제가 한창이라 늦은 시각까지 학교가 북적인 탓에, 새벽녘에도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해가 뜨기 전이었지만 하늘은 제법 밝아져 있었고, 아침 운동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펙터는 어디 있는 거지? 스펙터! 스펙터!’램프 속에 있거나 인벤토리에 있는 스펙터를 부를때 이용하는 권능으로 그렇게 스펙터를 찾아 다녔다.아카데미는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펼쳐질 예정인지 곳곳에 연회장이나 먹거리 장터, 물건을 파는 가판대와 학생들의 각종 공연 무대 등, 말 그대로 유흥의 꽃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달리고 또 달리고. 숨을 내뱉고 또 내뱉고.그런데 마구간으로 누군가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를 마중 나온 듯 맞이하였다.멀리서만 봐도 확실히 알 것 같은 존재였다. 숨죽여 발걸음을 멈추고 마구간을 지켜보았다.작은 체구에, 망토에 달린 모자를 머리까지 뒤집어썼지만, 드러나는 짧은 은발이라니.‘어? 설마 스펙터? 아니면, 마지션 교수님?’***스틸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숨길 만한 곳을 찾으려 주변을 살폈다.마구간 입구 앞에서 새어 나오는 광채가 칼날처럼 번뜩였다. 숨을 죽인 채 나무 뒤로 몸을 숨기자, 스틸 옆으로 기척이 일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지는 확실히 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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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쓰레기라 불러도 될 것 같은 놈]

‘뭐? 한 나라의 황태자가 금지한 약초를 만들기까지 한다고?’[알아보니 꽤 고가에 밀매하기까지 하는 것 같더군.]미친 자식. 아쳐야말로 이 나라의 재앙이다.‘차라리 그때 죽어버렸어야 했는데!’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살기를 돋운 스틸을 보며, 스펙터는 껄껄 웃으며 그런 험한 말도 할 줄 아는 줄은 몰랐다며 가볍게 농담을 건넸다. 스틸은 인간의 영혼을 중독시키는 약물로 장사나 하는 황태자가 존재하는 이 나라의 현실에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그래, 네 마음이 이해가 가는군. 일단 저들이나 살펴봐. 네가 알아둬서 나쁠 게 없어 보이니.]다행히 아쳐와 마지션은 스틸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대화에 열중해 있었다.“전하! 정말 걱정했어요. 매몰된 줄만 알았는데 무사하셔서 천만다행입니다!”그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지션이 아니라, 다름 아닌 아쳐였다. 그는 울부짖으며 망토의 모자를 벗어던지고 옷까지 거칠게 벗어내려 알몸이 되었다.“마지션 교수님. 제가 그 천하의 악마 같은 스틸 때문에 이리되었습니다.”아쳐는 미친 게 분명했다.‘뭐? 저 자식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하지만 스틸은 아쳐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너무 놀라 하마터면 털썩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악마 같은 스틸이라는 모함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아쳐의 얼굴이 얼기설기한 흉터로 뒤덮여,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게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전하! 이런!”마지션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벽에 기대며 겨우 버티고 서 있었고, 아쳐는 분노에 차서 말을 쏟아냈다.“내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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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드디어, 때가 되었다니!]

이게 말이 되나. 스틸은 현기증이 올라왔다.마구간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엄연히 중대한 범죄 현장이었기에 억지로라도 지켜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아쳐가 손가락 사이에 타바를 끼워 넣자, 마지션이 다급하게 그를 막아섰다.“몸과 마음을 갉아먹는 타바는 제발 멀리하십시오, 전하! 전하는 이미 충분히 강하십니다. 앞으로 더 강해지실 수 있어요!” “교수님, 이거라도 피우지 않으면 전 미칠 것 같습니다.”이미 아쳐는 타바 끝에 불을 붙여 깊게 빨아들였다.훅, 하고 끼쳐오는 메케하고도 달콤한 향이 밀폐된 지하실을 무겁게 채워갔다. 탁한 연기 사이로 아쳐의 일그러진 눈동자가 번뜩였다. “난 더 강해져야 합니다. 아바마마께 버림받고 황위까지 위태로운 마당에, 그 빌어먹을 스틸 놈의 존재감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단 말입니다.”아쳐가 초조하게 읊조리자, 침대에서 일어난 마지션이 부드럽게 그의 손을 맞잡았다. “정 그리 초조하시다면, 차라리 제게 푸십시오. 전하의 화를 달랠 수만 있다면 제 몸과 마음을 전부 바쳐도 아깝지 않습니다.”아쳐가 낮게 실소를 터트렸다. 그는 기어이 타바를 끝까지 머금었다가 나른하게 연기를 뱉어냈다. 타바의 기운이 돌기 시작했는지, 그의 풀린 눈동자가 마지션의 굴곡진 몸을 노골적으로 훑었다.아쳐는 마지션의 허리를 낚아채 제 품으로 끌어당기며,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옷단추를 하나씩 풀어나갔다.“교수님도 참 대단한 말씀을 하시는군요.”은밀하고 숙련된 손길이 마지션의 옷자락을 매끄럽게 벗겨내렸다.‘설마, 윽!’스틸의 입에서 절로 곤혹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 당장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스펙터는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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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이세계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화려했던 축제는 막을 내리고, 마침내 폐회식이 다가왔다. 계절은 완연한 6월, 이곳의 날씨도 어느덧 한여름의 열기를 품고 있었다.스틸은 자신과 같은 ‘대공’의 지위를 가졌다는 자가 과연 어떤 인물일지 호기심이 생겼다. 올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인 끝에 결국 폐회식장에 발을 들였다.이날 식장에는 황제 골타르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늘 곁을 지키던 망토를 깊게 눌러쓴 기이한 여인은 동행하지 않았다. 황태자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고, 오직 안젤루스 황녀만이 화려한 비취색 드레스를 차려입은 채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이번 폐회식의 주인공이자 표창장 수여자는 마티어스로 지정되어 있었다. 덕분에 도르트 후작을 비롯한 마티어스의 부모 역시 감격에 찬 얼굴로 단상 상석에 자리했다.스틸은 제국 서열 4위의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그의 바로 옆자리에는 최근 작위를 내려준 덕분에 당당히 귀빈 자격을 얻은 지니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직 서열 3위인 다른 대공 부부의 자리는 공석인 상태였다.학생들은 한 주간의 즐거웠던 기억을 안고, 밀려드는 아쉬움을 달래며 폐회식을 지켜보았다. 제국 군악대의 웅장한 합주가 장내를 울렸고, 아카데미 3, 4학년들이 주축이 된 의장대의 절도 있는 행렬이 이어졌다. 학교 곳곳에서 다채로운 연회가 펼쳐졌고, 마지막 피로연까지 완벽하게 기획되어 있어 다들 벌써 가을 축제를 기다리는 눈치였다.“스틸 대공 전하, 축제 기간에는 통 얼굴을 보기 힘들더군요. 무척 바쁘셨나 봅니다.”그때 황녀 안젤루스가 스틸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당당한 자태로 시선을 똑바로 마주해오는 그녀의 모습에, 스틸은 묘한 뿌듯함을 느끼며 여유롭게 인사를 받았다.“잠시 가르나르 영지에 내려가 정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r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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