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요망한 엘프랑 리벤지 리부트(Revenge Reboot: My Seductive Elf): Chapter 111 - Chapter 120

145 Chapters

#111. [쓰레기 위에 더 대단한 쓰레기?]

폐회식 공식 행사가 모두 끝나자, 귀빈들과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피로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스틸의 시선은 여전히 한곳에 붙박인채 움직일 줄 몰랐다.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릿속으로 아티팩트 '램프'가 알려준 정보를 되짚었다.라이엔 루카스크 대공비. 현재 제국 서열 3위인 오스카 헤세 본 루카스크 대공의 아내로, 레투카 제국 남부의 온화하고 풍요로운 영지 출신에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이라고 했다.그녀는 제국 내에서도 아름다움과 총명함을 겸비한 여인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올해 스물일곱인 오스카 대공이 6년 전, 미성년자였던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3년 전에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로맨틱한 일화까지 들려왔다.이세계의 성년은 남녀 모두 18세. 그러니까 스틸이 전생에 가슴 졸이며 짝사랑했던 그 여인은, 이미 3년 전에 이 세계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된 셈이었다.사실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었다. 스틸이 지구에서 죽어갈 즈음 그녀는 멀쩡히 살아 활동하고 있었는데, 같은 시기에 이세계에서는 '라이엔'이라는 대공비가 버젓이 자라고 있었으니 전혀 다른 인물임이 분명했다.'하지만 머리색만 빼면 저렇게까지 똑같을 수가 있나?'우주 어딘가나 다른 차원에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산다는 '도플갱어'의 가설이 눈앞에서 증명되는 기분이었다. 스틸은 애써 복잡한 감정을 가라앉히며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단상에서 상을 받고 내려오는 마티어스와 눈이 마주치자, 스틸은 희미하게 웃어 보이며 축하의 눈빛을 보냈다.오늘 피로연에는 황제 골타르가 황궁으로 바로 환궁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공인 스틸 역시 수많은 귀족과 인사를 나누고 주인공인 마티어스를 축하해 주어야 하는 타이틀 매치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자꾸만 라이엔 대공비에게 향하는 시선 때문에 뇌의 사고 회로가 통째로 정지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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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전생 짝사랑녀는 도플갱어?]

역시 그 아버지 밑에 그 아들이었다. 아쳐가 그리 엉망인 것 또한 골타르의 영향이 아니겠는가. 스펙터의 안목이 정확했다. 제대로 된 한 나라의 어른이라면, 제국을 수호하다 홀로 남은 어린아이를 이토록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목숨 바쳐 국경선을 수호한 가문을 멸시하고 천덕꾸러기 취급하다니. 생각할수록 골타르를 향해 악감정이 치밀어 올랐다.“네, 황제 폐하. 지난 10년간 제게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오호, 하지만 지금은 소문과 다르게 제법 의젓해졌군.”의젓하다니, 이런 망할. 망나니에 거지 대공이라는 소문과 딴판이니 배가 꼬이는 모양이었다.스틸은 이가 갈렸지만 의연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저를 음해하려 한 자도 있었고, 제국을 지킨 저희 가문을 멸시하려는 불온한 자들도 있었으나 모두 잘 극복해 나가는 중입니다.”순식간에 주변의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수많은 고위 귀족이 황제의 곁에서 스틸을 주시했고, 황실 호위기사단 역시 매서운 눈초리로 연회장을 지키고 있었다. 스틸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 은근한 시선으로 장내를 훑었다. 음해하려는 자는 황태자 아쳐이며, 멸시하려는 불온한 무리는 황실 패거리라는 진실을 뼈 있게 던진 것이다.얼굴이 엉망이 된 채 구석에서 타바나 피우며 숨어 있는 황태자와 달리, 자신은 이렇게 보란 듯이 세상에 나섰다. 오롯이 자신과 지니의 노력으로 말이다.황제의 오른쪽 눈 밑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이 상황이 무척이나 불쾌한 모양이었다. 그때, 황제의 옆에 서 있던 오스카 대공 부부가 스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이런, 감동적이군요, 스틸 대공.”“안녕하세요, 스틸 반 가드 캔도르 대공 전하.”스틸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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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한밤중의 기묘한 호출]

밤이 되었다.해가 지고 하늘에 별이 뜨자 스틸은 지니와 기숙사 앞 공터에서 술을 한잔 기울이게 되었다. 인벤토리에서 나온 스펙터는 오늘 전혀 새로운 얼굴을 마법으로 만들어 뒤집어쓰고는, 인간처럼 굴면서 또 어디 구경을 하러 나가버렸다.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니 지니에게 좀 미안한 그였다. 과거의 여자에게 멍하게 굴어 얼마나 미안하던지. 스틸은 그리 지니에게 사과부터 건네며 술잔을 부딪쳤다.“미안, 지니. 전생에 난 그녀를 닮은 여자를 좋아했었어.” “사실 좀 놀랐어. 초월자에 시공을 넘나들었는데 그리 마음이 남아 있는 줄은 말이야.”참 의외의 말을 지니가 해 주고 있었다. 마음이 남아 있나? 이건 호기심? 아니면 그때의 감정?자신을 한번 그렇게 되돌아본 그는 가끔 그녀가 엘프가 아니라 그저 아름다운 인간으로 생각될 때가 많았다. 세상물정 모르는 그녀는 이세계에 상식이 없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존재 같아서 참 동질감을 많이 느꼈는데……. 알고 보면 그는 다른 종족에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인간은 그래. 감정의 동물이지.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도 하고 또 뭔가 극복하고자 의지를 세우기도 하고. 감정에 못 이겨 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성취감을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리기도 해.”엘프가 인간보다 더 감정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다면 그 긴 세월 어찌 살려나,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지니에 대해 이해하고 싶고 알고 싶은 스틸은 넌지시 그녀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우린 좀 인간과 비슷하기도 하고 다른 면도 있는 것 같아. 기쁘고 행복한 것보다는 고통과 분노에 더 의미를 두고 있어. 빠르게 뭔가를 바꾸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기다리는 것이 익숙해.”이건 철학적인 대답처럼 들려서 스틸은 그녀의 이야기가 좀 어렵게 다가왔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지니에게 잘해주고 행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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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사람 참 싱숭생숭하게, 또?]

스틸 자신을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도우려 하다니. 스펙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하지만 스틸에게는 확고한 행동 기준이 있었다. 마법을 부린들 자신은 결국 인간일 뿐이며, 신도 아니고 목숨이 여러 개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가능한 선에서는 사람을 돕고, 배후에 음흉한 흑막이 있다면 제 손으로 벗겨내고 싶었다.“지니, 대신 넌 위험할 수 있으니 일단 램프 속으로 들어가 있어.”지니는 별 걱정을 다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원하는 대로 순순히 램프 안으로 몸을 숨겼다.-주인님, 알았어.“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널 노리는 자들이 있잖아. 너를 꼭 데리고 오라는 것도 거슬려.”-하긴, 나쁜 일 당하는 것보다 대비하는 게 낫지.지니가 황제의 역한 악취가 떠오른 듯 미간을 찌푸렸다. 스틸 역시 아쳐와 골타르 부자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감히 지니를 그런 음험한 눈으로 바라보다니. 탐욕과 권력에 찌들어 도덕을 상실한 부자지간이었기에, 무슨 수를 써서든 지니를 납치하려 들 게 뻔했다.“자, 그럼 어디 한 번 덫인지, 아니면 사연이 있는 건지 확인하러 가 볼까?”온갖 의문을 품은 채 스틸은 순간이동 마법을 발동했다. ***부르도 영지 한가운데.리나가 알려준 집은 비록 허름했지만 자유민이 사는 곳치고는 제법 규모가 큰 2층 주택이었다. 문을 두드리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의 리나가 교복 차림으로 스틸을 맞이했다.“늦은 시각에 오게 해서 미안해요, 스틸 대공.”굳이 이 시각에 밀회를 청한 데는 필시 합당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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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탐닉하는 밤]

“던전 폐쇄? 당연히 좋은 것 아닌가?”스틸은 이제 든든한 조력자들을 얻었기에 한결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리나의 제안을 경청했다.“부탁해요, 스틸 대공.”-주인님, 그 아이디어 좋아! 부르도 영지를 복구하면 가르나르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겠지. 스펙터 님? 어떠세요?[허허, 내 의견까지 묻다니. 난 아무래도 상관 없다.]지니의 명랑한 목소리가 정신을 깨웠다. 스틸은 이번 생에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초월자들을 곁에 두게 된 것에 깊이 감사했다. 단 한 번도 온전한 내 편이 없었던 전생들과 달리, 지니와 스펙터라는 거대한 존재가 기꺼이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수없는 고통을 겪은 끝에 맞이한 다섯 번째 삶에서 하늘이 내린 기회인 것만 같았다.‘스펙터, 지니의 말대로 가르나르와 부르도 영지를 복구하려면 던전 폐쇄가 답이 될까?’수많은 연대를 아우르는 사단급 군대를 보유한 초월자가 뒤를 받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등 뒤가 든든했다. 던전에서 추출한 마력으로 천리장성의 결계를 강화할 수 있게 되자, 영주로서의 책임감과 전략적인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그때 스펙터가 기분 좋은 듯 나지막한 웃음을 터뜨리며 긍정적인 기운을 풍겼다.[왜, 나 같은 존재를 또 만나고 싶은가? 어쨌든 이형의 던전은 흔치 않지. 평범한 중형 던전이라면 이제 스틸 너 혼자서도 거뜬할 것 같다.]사실 그것이 스틸의 속내였다. 또 다른 초월자가 존재한다면 더할 나위 없고, 설령 아니더라도 던전의 소멸은 모험가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던가. 절호의 기회였다.-주인님, 난 찬성. 대신 일단 그곳 분위기를 근처라도 가서 살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중형으로 분류된다는 건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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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빌런을 사랑한 엘프]

한여름 밤, 가르나르 영지의 꽃들이 지천에 널려 청명하고 향기로운 기운이 밤공기 속에 넘실거렸다.“그래, 스테이터스를 오늘 확인해 봐야겠어.”· 주인님, 레벨이 더 대단해졌을 게 분명해.일단 시작한 것은 마무리를 지어야 했기에, 스틸은 은근한 기대를 품은 채 지니와의 달콤한 호흡을 이어 나갔다.스틸의 온몸에는 지니의 살결과 꽃향기가 깊게 스며들어, 마치 향수 속에 몸을 담근 듯 아찔한 감각이 가득했다. 서로를 뜨겁게 품어 안고 결국 황홀한 절정에 이른 뒤에야, 두 사람은 노곤해진 몸으로 옷을 대강 추슬러 입고 꽃밭에 누웠다.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가쁜 숨을 고르는 스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사람을 아주 극락으로 보내버리는 지니의 손길바람은 실로 엄청났다. 엘프가 이토록 은밀한 학습력이 좋을 줄이야.지니는 아이처럼 맑게 웃으며 스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우리 주인님이 더 멋져진 탓에 제국의 모든 여자들이 눈독을 들일 텐데 어쩌지?“설마. 아직은 그저 망해가는 폐급 영지의 영주일 뿐이야.”스틸은 누운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이곳에 사람이 정착해 살아가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하지만 지천에 널린 꽃들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형형색색의 빛을 내뿜는 꽃밭은 비현실적일 만큼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며 현실의 무게를 잊게 만들었다.“그래도 여기 너무 아름다워. 가르나르는 이제 모두에게 공개해도 될 만큼 담장도 높고 결계까지 완벽하잖아?”“그렇지. 하지만 미궁이라 불리던 곳이니 정화도 좀 하고, 도로도 닦고 건물도 세워야지. 영지민들을 거두려면.”마수니 미궁이니 하는 거친 수식어들은 지금의 스틸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저 제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꽃밭과 웅장한 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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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흑마법이 발현된 대공의 등장]

쨍그랑!월요일 아침, 접시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밀레 가문의 공기가 얼어붙었다.렘브란트는 제 아버지 어깨에 처치된 피 묻은 붕대에 시선을 두었다. 부상을 입은 이후 그의 성격이 날카로워진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집안 공기는 흉흉하기만 했다.그저 아카데미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쨍그랑!황실 제3 기사단장인 기니그 밀레는 두 번째 접시를 기어이 깨뜨리고는 펜릴 밀레 부인에게 호통을 치듯 언성을 높였다.“음식이 왜 이래? 아랫사람 관리 이리 할 거야?”기니그의 신경질적인 눈빛이 식탁을 훑었다.그 모습을 보던 렘브란트와 레무르는 어깨를 움찔거리면서 조심스레 수프를 떠먹었다. “어머, 다시 내오라고 할게요. 스텔라! 음식 이게 뭐야? 안 되겠네, 회초리라도 들어야지.”슬금슬금 펜릴 부인은 주방이라도 갈 태세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렘브란트 입맛에는 오늘도 맛은 좋았다. 기니그의 눈치를 보던 렘브란트는 조심스레 화제라도 전환하고자 제 아버지에게 입을 열었다.“황태자 전하는 그럼······.” “얼굴에 마스크를 쓰시고 전장을 누비면서 수많은 도른 제국의 흑마법사들을 상대하셨지. 일단 낙마하셨는데······, 쯧쯧······.”역시 황태자는 다르다고 생각하던 렘브란트는 어째 이해가 되지 않았다.백작 가문의 기사단도 꽤 유능했고, 수천이나 보유한 이 군사력은 제국에서도 손꼽힐 정도였다.그래도 이리 밀려서 패할 정도니, 도른 제국의 군사력이 얼마나 발전한 것인지 의아함이 들었다.“아버지, 저랑 마티어스 경이랑 어째 좀 잘 되면 안 되나요? 그럼 우리 가문도 좋고······ 황태자님께 힘도 실어 드리고······.”레무르의 목소리엔 조바심이 묻어났다. 그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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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예쁜 쓰레기VS빌런 대공]

“이게 뭐지?”스틸은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아카데미 정원 연못가에 걸음을 멈추었다. 잔잔한 물결 위에 비친 얼굴은 분명 자신의 것이었지만, 낯선 이질감이 전신을 감쌌다.갈색과 금빛이 오묘하게 뒤섞인 머리카락은 새벽빛을 받아 마치 살아 움직이듯 매끄럽게 반짝였고, 차갑고 서늘한 인상과 한층 깊어진 눈매는 어둠 속에서 깨어난 악마처럼 보는 이를 단숨에 홀릴 만큼 매혹적인 외모로 탈바꿈해 있었다. 햇빛이 닿을 때마다 금빛 실루엣이 화사하게 부서지는 한편, 다른 한쪽에는 여전히 짙은 어둠의 기운이 남아 있어 기묘하리만치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겼다.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치 허물을 벗어던진 것처럼 이목구비는 투명하리만치 뚜렷해졌고 피부 또한 백옥처럼 맑아져 있었다. 새벽에 마주친 학생들이 왜 그를 보며 황태자를 운운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갔다.그는 믿기지 않는 듯 손가락으로 볼을 살짝 꼬집어보았다. 비현실적인 감각에 등골이 서늘하게 젖어 들었다. 아카데미 산책로 벤치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은 스틸은, 제 몸에 일어난 변화의 이유가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스펙터, 정말 내가 흑마법을 각성해 흑마법사가 된 건가?’[나 같은 초월적 존재와 깊게 얽혔으니, 네 내면의 마력 형질에도 거대한 변화가 찾아온 것이겠지.]‘하지만 난 너를 강제로 흡수하거나 금기된 주술을 부리는 등, 그 어떤 비정상적인 행위도 하지 않았어.’[글쎄. 나 역시 생전에 흑마법의 길을 걸은 자는 아니었기에 확답을 주긴 어렵군.]이럴 때야말로 램프가 지닌 초월적인 지혜가 필요한 법이었다. 지니는 아직 램프에 자고 있었기에 그녀가 깨지 않도록 일단 조심했다. 그리고 품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램프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나지막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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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나 영웅에 소질이 있을 지도]

그런데, 아쳐를 대하는 주변의 반응은 묘하게 흘러갔다. 어떤 식으로 진실을 포장했는지, 학생들이 아쳐의 주변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어 찬탄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제국의 빛나는 태양이신 황태자 전하, 서쪽 카르나 지역을 방어하시다 큰 부상을 입으셨다니 마음이 아픕니다.”“제국을 수호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직접 지휘하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전하.”“저희가 아카데미에서 평화롭게 즐길 때도, 전하께서는 피를 흘리며 싸우고 계셨다니 감동적입니다.”설마, 말도 안 되는 소리를.스틸은 속으로 차가운 비소를 삼켰다. 던전에 부정한 저주를 뿌리다 얼굴이 엉망이 된 것을 저토록 숭고한 희생으로 포장하다니, 아쳐야말로 위선의 극치였다.그때 렘브란트의 동생인 레무르가 아쳐의 곁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염려를 건넸다.“황태자 전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라버니에게 전하의 거친 전투에 대해 전해 들었습니다.”“아, 레무르 영애. 내가 지킬 나라이니 당연히 나서야 할 일이지요.”“충분히 요양하셔야 할 시기임에도 이리 수업에 참석하시다니, 역시 존경스럽습니다.”“기니그 경에게도 내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수많은 이들이 질문을 던졌음에도 아쳐는 오직 레무르에게만 다정하게 응대했다.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레무르는 한껏 으스대는 얼굴로 아쳐의 곁에 밀착하더니 스틸을 힐끔 눈짓하며 입술을 삐죽였다.“저 스틸 대공을 보면 던전이란 참 기이한 곳이에요. 저리 훤칠하게 변하고 마력마저 대단해진 것을 보면 말이죠.”“그래봤자 하찮은 캔도르 대공가의····&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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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빌런 대공을 대하는 그녀들의 자세]

스틸이 전생에 나라를 구하고 악을 응징하기 위해 원한을 품은 채 환생을 거듭해 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 기이한 인과는 오직 흑마법이라는 금기된 스킬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았다.어쩌면 고결한 엘프인 지니가 제 주인이 되어주고, 영혼인 스펙터와 막역한 사이가 된 것 역시 제 내면에 깃든 이 짙은 어둠의 마력이 그들을 끌어당긴 탓일지도 몰랐다.“백마법의 한계를 흑마법이 메운다니, 마치 편법 같군요.”“아······ 스틸 대공은 정말 나이에 걸맞지 않게 대단한 혜안을 지닌 분이군요.”선문답 같은 대화가 오가자 마지션 역시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흑마법도 올바르게 쓰면 이롭다지만, 파멸의 위험성 탓에 기피하는 것은 이 세계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이미 제게 악당의 기질이 있었던 걸까요. 저번 수업 때 어떻게 그런 기운을 느끼신 건지 궁금합니다.”마지션은 스틸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마법 지팡이로 공중의 어느 한 지점을 짚었다.“그때 스틸 대공이 지니 양을 안고 이곳에 나타났다가, 어지러움을 느끼고 강의동을 나가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난 대공이 남긴 마력의 잔향을 살폈습니다.”순간이동을 처음 시전하고 호기롭게 등장하자마자 볼품없이 비틀거렸던 기억이 떠올라, 스틸은 머쓱하게 머리를 쓸어 넘기며 웃었다. 마지션은 그 자리로 걸어가 지팡이를 휘휘 저으며 묘한 연기를 피워냈다. 그러자 공중의 한 단면이 은은한 회색빛으로 변해갔다.“얼마나 순도 높고 대단한 마력인지, 아직도 이리 선명한 기운이 남아 있군요.”오래전 그 자리에 머물렀던 마력의 흔적까지 완벽히 추적해 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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