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자, 어떻게 반응하실까.’거짓말이었다.간밤 폐하는 결코 밖에서 들릴 만큼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짖은 적이 없었다.앞치마를 쥔 에다의 손에 서늘한 땀이 배었다. 정말 기억을 잃은 가여운 정부라면,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을 안은 황제에게 투기와 비참함을 보여야 마땅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저 껍데기 속에 웅크린 것이 다른 존재라면…….‘알아야겠어. 당신이 이름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 블랑인지, 아니면 내가 영원히 충성해야 할 주인님인지.’‘로제를 불렀다고? 나를 안으면서?’블랑은 실소하며 제 옆자리를 쓸었다.짚어낸 시트는 온기라곤 먼지 한 톨만큼도 남아 있지 않은 채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내가 로제라는 걸 모르는 거야. 알았다면 이렇게 갔을 리가 없어.’그럼 그에게 나는 뭐지?나는 그저 껍데기뿐인 대용품이자, 자위 기구에 불과한가?‘기억을 잃은 가련한 백치 정부 따위, 밤새 욕정이나 풀고 가 버려도 그만인 장난감이다 이거지.’“…….”수치심을 넘어선 맹렬한 모멸감이 전신을 난도질했다. 블랑이 덜덜 떨리는 입술을 짓씹고 있을 때, 에다가 쐐기를 박듯 폭탄 같은 소문을 꺼내 놓았다.“그, 그리고 부인. 지금 황궁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젯밤 폐하께서…… 어떤 정체 모를 여인을 마차에 태워 데려오셨다고 합니다.”“뭐……?”“그 여인을 동쪽 별궁에 숨기셨대요. 아무도 얼굴을 보지 못하게 꽁꽁 싸매서, 폐하께서 손수 안아 들고 방 안까지 모셨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찻잔을 쥐고 있던 블랑의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갔다.어젯밤. 제 안에 욕망을 쏟아내며 로제의 이름을 부르짖던 그 시간에. 카시안은 또 다른 여자를 황궁의 가장 은밀한 곳에 숨겨두었다.“하……, 하하하.”블랑의 입술 사이로 마침내 기가 막힌 실소가 터져 나왔다.밤새 저도 모르게 겪은 정사와, 대용품으로 전락한 끔찍한 진실, 그리고 동쪽 별궁의 여자. 모든 파편이 머릿속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정교하게 결합했다.‘역시 잔인하고 역겨운 인간. 로
다음날 아침,지독한 숙취가 머리를 반으로 쪼개는 것 같았다.“으음…….”블랑은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눈을 떴다. 익숙한 서쪽 별궁의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행히 레녹의 마차를 타고 들키지 않은 채 침대까지는 무사히 돌아온 모양이었다.“부인……! 일어나셨어요?”침대 곁에서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구르던 에다가 울상을 지으며 다가왔다. 들고 있는 트레이에는 해장용 꿀물이 놓여 있었지만, 에다의 안색은 나라를 잃은 사람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에다…… 물 좀 줘. 목이 타네.”블랑은 상체를 일으키려 매트리스 짚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윽……!”허리와 골반을 끊어낼 듯한 뻐근한 과부하가 전신을 타고 강렬하게 들이쳤다. 술 기운으로 인한 두통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무언가에 가차 없이 짓눌리고 꺾인 듯한 노골적인 감각이었다.은밀한 곳은 열감으로 홧홧하게 부어올라 있었고, 젖은 허벅지 안쪽이 움직일 때마다 끈적하게 달라붙었다.‘이게 뭐지……?’황급히 이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어 제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손끝에 점액질처럼 묻어 나오는, 밤새 짓이겨진 농밀한 정사의 흔적. 뒤이어 코끝을 스치는 지독한 위스키 향과 낯익은 진한 체취를 확인한 순간, 블랑의 사고가 서서히 얼어붙었다.어젯밤의 기억이 조각조각 부서져 있었다. 분명 독주에 취해 환각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꿈속에서 카시안이 제 옷을 찢고, 제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사납게 몰아쳤던 기억.‘꿈이니까…… 마음대로 해, 카시안.’제 입으로 그 서늘한 허락을 건넸던 기억이 벼락처럼 머릿속을 스쳤다.‘……그게 꿈이 아니었다고?’심장이 천 길 낭떠러지로 뚝 떨어졌다. 술김에 미쳐서 카시안에게 몸을 내준 것도 모자라, 그 지독한 폭주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매달렸다니.블랑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에다가 건넨 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켜고는, 본능적인 두려움을 누르며 물었다.“에다. 어제…… 폐하가 오셔서 어떻게 됐지?”“…….”“말해. 내가 실수한 게 있어? 내 입으로 무슨 말이라도 뱉었느냐
더는 기다릴 이유도, 지켜볼 이유도 없었다.카시안은 제 목을 감아오는 블랑의 가느다란 손목을 한 손으로 거칠게 낚아채 침대 헤드 위로 찍어 눌렀다. 다른 한 손으로는 에다가 입혀놓은 얇은 실크 슬립을 거칠게 쥐어뜯었다.찌익- 가차 없이 찢겨나간 백색 원단 사이로, 위스키의 열기에 절여져 붉게 물든 뽀얀 속살과, 한 손에 으스러지도록 쥘 수 있을 것 같은 유려한 허리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아…… 읏.”독한 술기운과 갑작스러운 한기에 블랑이 몸을 잘게 떨며 눈을 흐리게 떴다. 초점이 풀린 눈동자에 저를 집어삼킬 듯 포악한 독점욕을 번뜩이는 카시안의 얼굴이 들어왔다.지독한 취기에 이성이 통째로 녹아내린 그녀는 제 몸을 짓누르는 이 압도적인 무게감을 그저 서글픈 환각이라 확신했다.“꿈이구나…….”블랑의 입술 사이로 나른하고 실없는 미소가 흘러나왔다. 눈가에 고여있던 투명한 눈물이 귀밑으로 툭 떨어졌다.그녀는 도망치는 대신, 오히려 이 서늘한 환각을 안아버리겠다는 듯 힘 풀린 팔을 뻗어 카시안의 단단한 어깨를 감싸 안았다.“가끔은…… 이런 꿈도 나쁘지 않지.”뜨겁게 달아오른 몸이 그의 넓은 품 안으로 더 깊숙이 밀착되었다. 사방으로 끼치는 지독한 위스키 향 속에서, 블랑이 카시안의 목덜미에 숨을 불어넣으며 웅얼거리듯 속삭였다.“어차피 꿈이니까…… 마음대로 해, 카시안.”그 체념 섞인 허락이, 카시안을 억누르던 마지막 이성의 빗장을 산산조각 내버렸다.자신에게 매달리는 여자를 보며, 아랫배 깊은 곳에서부터 잔인한 가학증과 지독한 성욕이 왈칵 뒤엉켜 솟구쳤다.“네가 원한 거다, 로제.”카시안의 낮고 굵은 한숨이 블랑의 젖은 입술 위로 내리꽂혔다. 입술을 가르는 통증과 함께 지독한 위스키 향과 황제의 거친 타액이 끈적하게 섞여 들었다. 질척한 마찰음이 밀실 같은 침실 안에 외설적으로 울렸다.그의 입술은 이내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 가슴골 사이에 말라붙은 호박색 액체를 사납게 핥아 올렸다. 혀끝이 닿을 때마다 홧홧하게 타오르는 자극에 블랑이
“으음…….”블랑이 칭얼거렸지만 깨어나지는 않았다.카시안은 침대 위로 올라가, 무언가 확인하듯 블랑의 몸을 끌어안고 코를 파묻었다.킁.목덜미, 흐트러진 머리카락, 붉은 입술.그리고 다른 놈의 냄새. 그 은색 가면의 놈이 그녀의 몸에 남긴 흔적을 찾기 위해 집요하고 거칠게 살결을 탐했다.하지만 느껴지는 건 식도를 태울 듯 지독한 싸구려 위스키 냄새뿐이었다.머리가 아플 정도로 독한 알코올 향이 다른 모든 체취를 완벽하게 덮어버리고 있었다.‘……술 냄새뿐이군.’카시안이 딱딱하게 굳어있던 턱관절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거친 숨결에 뒤척이던 블랑이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독한 술기운에 초점 없이 풀린 몽롱한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다 제 위를 짓누르고 있는 카시안의 얼굴에 닿았다.“……어?”그녀는 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눈동자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에 들뜬 뺨을 기댄 채, 베시시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카시안…….”평소처럼 가면을 쓴 목소리로 부르는 폐하가 아니었다.그녀는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연인을 부르듯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블랑의 뜨거운 손가락이 허공을 더듬다 카시안의 뺨에 닿았다. 알코올로 인해 흐트러진 그녀의 머릿속은, 지금이 현재인지 과거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할 만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려 있었다.“당신 눈…… 참 붉다. 태양 같아.”그녀의 손끝이 카시안의 눈가를 느릿하게 쓸었다.“그때도…… 이렇게 붉었는데.”뜬금없는 헛소리에 카시안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웅얼거림에, 카시안의 심장이 벼락을 맞은 듯 멈춰 섰다.“당신이 쥐여줬던…… 그 단검 말이야.”“……뭐?”“그거…… 꽤 쓸모 있게 썼어. 차갑고, 날카로워서…… 숨통을 끊어내기엔 아주, 제격이더라…….”카시안의 호흡이 멎었다.그것은 블랑이 알 수 없는 기억이었다. 카시안이 오직 로제에게만, 살아남으라며 제 손으로 직접 쥐여주었던 호신용 단검.블랑은 지금 꿈과 현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진 채 제 과
카시안의 기사단이 턱밑까지 추격해 오기 직전. 빗속을 뚫고 내달린 레녹의 마차는 서쪽 별궁의 으슥한 뒷문에 아슬아슬하게 미끄러져 들어왔다.“부축해 드립니까?”“아뇨. 혼자 갈 수 있어요. 빨리 가세요. 우리 싸움의 원인이 당신때문이었으니까.”“나요?”“제가 당신과 폐하를 비교했거든요. 지금 마주하면 그 목이 내일까지 안 붙어 있을거예요. 그러니까, 가세요.”마차에서 내린 블랑은 땅에 발을 딛자마자 다리가 풀려 휘청거렸다.빈속에 들이부은 싸구려 독주가 이성을 몽롱하게 마비시키며 온몸을 뜨겁게 집어삼키고 있었다.“부인!”어둠 속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에다가 사색이 되어 달려와 무너지는 그녀를 받아냈다.블랑은 간신히 몸을 가누면서도, 손톱이 옷감을 뚫고 살갗을 파고들 만큼 절박한 악력으로 에다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에다… 잘 들어.”“예, 예! 말씀하세요.”“폐하가… 폐하가 오시면…….”블랑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흐려지는 정신을 억지로 붙잡았다.“내가 들어온 지… 한 시간은 됐다고 해야 해. 알겠지? 꼭… 한 시간 전이야.”“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부인.”간신히 당부를 마친 블랑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에다의 품에 무너져 내렸다. 사색이 된 에다는 완전히 의식을 놓고 축 늘어진 그녀를 반쯤 끌다시피 하며 다급히 침실로 향했다.숨 돌릴 틈도 없이 젖은 평민의 옷부터 벗겨 자신의 빨래통 깊숙이 처박고는, 블랑을 얇은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눕혔다.지독한 위스키 냄새가 훅 끼쳐왔지만, 물수건을 가져와 씻길 1초의 여유조차 없었다.그때였다.투두두두둑-!거센 빗소리를 뚫고, 별궁 앞마당의 진흙탕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수십 필의 말발굽 소리가 지진처럼 울려 퍼졌다.히이잉-!신경질적인 말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허공을 찢었다. 에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숨을 고를 틈도 없었다. 곧바로 별궁 복도의 대리석을 울리는 무겁고 폭력적인 군화 발소리가 침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쾅!“블랑!”카시안이 침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검붉은 드레스는 이미 빈민가의 전당포 창고에 헐값으로 처박힌 지 오래였다.수도의 가장 깊고 은밀한 뒷골목 야시장.레녹이 급조해 온 얇고 거친 리넨 원피스 하나만 걸친 블랑은, 낡은 숄을 뒤집어쓴 채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골목을 걷고 있었다.“아…….”블랑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싸구려 꼬치구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번들거리는 고기기름과 붉은 소스가 그녀의 입술에 끈적하게 묻어났다. 입가를 핥아 올리는 야릇한 혀놀림.세상의 가장 값비싸고 화려한 것들만 탐할 것 같던 여자가, 숯불 연기와 먼지가 섞인 뒷골목의 싸구려 음식을 이토록 달게 삼켜내다니.“그렇게… 맛있습니까?”평민 복장을 한 레녹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당장이라도 질색할 줄 알았던 그녀는, 마치 이런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라는 듯 뺨을 붉히며 먹고 있었다.블랑은 입가에 묻은 소스를 손등으로 쓱 닦아내며 활짝 웃었다. 계산된 교태가 아니었다. 가면도, 화장도 없는 민낯으로 웃는 그녀는 황궁의 요부 블랑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여인 로제로 돌아가 있었다.고개를 끄덕이던 그녀의 시선이 거리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머물렀다.부모의 손을 잡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블랑의 눈빛이 금세 아련하게 젖어 들었다.‘나에게도… 저런 평범한 행복이 허락됐더라면.’그 얼굴을 멍하니 보던 레녹의 심장이 쿵, 하고 통제를 벗어나 무겁게 내려앉았다.단지 쓸만한 파트너인 줄 알았던 여자가, 기어이 제 숨통을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황제의 손아귀에서 이 처연한 여자를 온전히 훔쳐 올 수만 있다면, 기꺼이 제 목을 걸어도 좋겠다는 서늘하고도 미친 충동이 일었다.그때, 어둠 속에서 레녹의 수하가 다급하게 다가와 귓속말을 전했다.레녹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짧은 꿈에서 깰 시간이군요, 부인.”레녹이 낮게 속삭였다.“폐하께서 수도 성문을 전면 봉쇄하고 이 잡듯이 뒤지고 계십니다. 검은 망토를 쓴 여자와 은색 가면의 남자를 찾으라고.”블랑의 손에서 꼬치구이가 툭 떨어졌다.아련하게 젖어있던 눈빛이 순식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