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의실의 육중한 철문이 닫히고, 복종을 맹세한 상단주들과 용병단장들의 발소리가 복도 너머로 멀어졌다. 눈치 빠른 레녹까지 가볍게 목례를 올린 뒤 자리를 비우자, 드넓은 회의실 안에는 마침내 로제와 레온 단둘만이 남았다.숨 막히는 정적을 먼저 깬 것은 레온이었다.“……설명해 봐, 로제.”우뚝 서 있던 레온이 성큼성큼 단상 위로 걸어 올라와 로제의 앞에 섰다. 꽉 쥔 그의 두 주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배신감과 혼란이 거센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이게 대체 다 무슨 짓이지? 성문 앞에서 날 카일이라 부른 것도, 저 드라켄의 귀족 놈이 이곳에서 너를 여왕으로 추대할 준비를 마쳐 놓은 것도…… 전부 언제부터 계획한 거야?”레온이 타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으며 로제의 가녀린 어깨를 붙잡았다.“분명 동굴에서 나와 약속했잖아. 이곳으로 와서 아르센을 재건하고, 우리의 왕국을 다시 세우자고! 그런데 너 혼자 새로운 왕좌에 앉겠다니, 그럼 나와 아르센은 네게 대체 뭐였던 거지?”상처 입은 짐승처럼 구는 레온을 올려다보던 로제가,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어깨를 잡은 그의 손목을 매정하게 떼어냈다.“우리의 왕국이라니, 아직도 꿈에서 덜 깼나 보네요, 레온.”“……뭐?”“아르센이 무너지던 날, 내 몸을 미끼로 던져 당신의 목숨을 살렸어요. 그걸로 황후로서의 내 의무도, 당신과 나의 인연도 전부 끝난 거예요.”차갑게 선을 긋는 목소리에 레온의 숨이 턱 막혔다.“인연이…… 끝났다고?”“그래요. 이 타르타스는 당신이 아니라 내가 목숨을 걸고 적진에서 굴러가며 쟁취한 땅이에요. 그런데 내가 왜 빈손으로 굴러들어온 망국의 황제에게 내 왕좌의 절반을 내어주어야 하죠?”로제가 왕좌에서 일어나 레온의 턱 끝까지 바짝 다가섰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서늘한 눈동자가 핏기가 가신 레온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나와 다시 대등하게 서고 싶나요? 그렇다면 내 치맛자락을 붙잡고 따질 게 아니라, 당신 혼자 힘으로 아르센을 되찾아서 일국의 황제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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