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Kapitel 21 – Kapitel 30

30 Kapitel

제21화

실크 슬립 차림의 온세아는 가늘고 긴 다리를 카펫 위에 교차한 채 앉아 있었다.‘헉.’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비현실적인 광경에 구형민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이내 용수철이라도 달린 듯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하지만 일어서고 나니 상황은 더 가관이었다.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체, 몸에 남은 것이라곤 달랑 속옷 한 장뿐이었다.“우리, 어젯밤에...”그가 가슴을 졸이며 물었다.“어젯밤에 뭐?”온세아는 여전히 창가에 앉아 한치의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그를 응시했다.구형민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초조하게 얼굴을 감싸 쥐었다.미간이 일그러질 정도로 얼굴을 거칠게 문질러 보아도 요동치는 심장은 진정될 기미가 안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온세아의 마음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갔다.일부러 이런 차림으로 찾아온 건 그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명색이 부부인데, 설령 밤을 함께 보냈대도 이상할 게 없건만 그는 마치 큰 죄라도 지은 양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눈을 뜨자마자 보인 노골적인 반응,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구형민의 마음속에 그녀라는 존재는 미비했고, 살결이 닿는 것조차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안심해, 어젯밤에 우리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온세아가 차가운 눈길로 그를 훑어내리고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구형민은 어안이 벙벙했다. 당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어젯밤에 술 취해서 바닥에 고꾸라졌어. 방까지 부축해주려는데 내 몸에 토하는 바람에 둘 다 엉망이 됐고. 그래서 옷만 벗겨준 거야.”상세한 설명이 이어지자 그제야 구형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식은땀이 맺힌 이마를 훔쳐냈다.이를 지켜보던 온세아는 콧방귀를 뀌었다.구형민이 자신과 관계를 맺는 것을 이토록 두려워할 줄이야.설령 술김에 저지른 실수라 해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인가?‘나랑 엮이면 온아정 볼 면목이 없을까 봐 저러는 거겠지.'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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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사무실 안.온세아는 컴퓨터 앞에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양손은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고, 주변의 공기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했다.[구형민 죽어버려. 길 가다 차에 확 치여서 반신불수나 돼라. 뼛가루까지 탈탈 털어서 거름으로 써버릴 테다!][온아정은 얼굴에 여드름이나 잔뜩 돋아서 약혼자한테 버림이나 받아. 무좀까지 걸려서 동네방네 다 옮기고 다녀라!]무서운 속도로 타자를 하는 온세아의 입가에 기괴한 미소가 번졌다. 마치 이런 방식으로나마 분풀이를 하는 듯 보였다.“세아 씨, 대체 뭘 그렇게 열심히 써요?”백희주가 한참 동안 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물었다.발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이 든 온세아는 격분한 마음에 휘갈겼던 문구들을 재빨리 삭제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실장님, 웬일이세요?”백희주는 그제야 본론이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잠시 후 임원 회의, 세아 씨가 진행하기로 했잖아요. 아직 회의실 안 가고 뭐 해요?”그제야 온세아는 오늘 오전 중요한 임원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어젯밤 자신을 언니로 착각했던 구형민 때문에 기분을 잡치는 바람에 깜빡 잊을 뻔했다.“알려줘서 고마워요. 지금 바로 갈게요.”온세아는 서둘러 정리하고 백희주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오늘 회의는 온세아가 대표 비서로서 처음 진행을 맡은 자리였다.모든 것이 순조로웠다.하지만 권태혁이 발언을 시작한 순간, 온세아의 시선은 자석에 이끌리듯 그에게 고정되었다.몸속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불길이 치솟았다.전신을 타고 흐르는 비정상적인 열기에 숨이 턱 막혀 왔다.‘안 돼, 설마 또 시작인가?’오늘 아침 구형민의 방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오느라 약을 챙겨 먹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하필 이런 타이밍에 권태혁이라니.연설하는 그의 모습은 남자가 봐도 반할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냈다.온세아는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감당하기 힘든 갈망이 해일처럼 밀려왔다.하지만 이곳은 회의실, 권태혁을 비롯해 각 부서장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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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회의실 안에 감도는 기묘한 기류를 눈치챈 이들은 불똥이라도 튈까 봐 겁에 질려 숨을 죽였다.오직 온세아만이 제 몸에서 일어나는 낯선 감각에 매몰되어 주변을 돌아볼 여력조차 없었다.‘미치겠네!’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그렇다고 지금 당장 달려들어 대표님을 집어삼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세상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왜 자꾸만 저 남자를 탐내지? 이러다 잘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냐고.’온세아는 무의식중으로 정장 상의 윗단추를 하나 풀었다.조금이라도 숨을 틔워 정신을 차려볼 속셈이었다.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탓에 너무 힘을 주었는지, 상의가 후드득 풀려 버렸다.그 사이로 레이스 속옷이 살짝 비쳐 보였다.하지만 증세가 한창인 온세아는 자신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인지조차 깨닫지 못했다.그 꼴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권태혁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회의실 한복판에서 단추까지 풀어 헤치고, 대체 누굴 유혹하려는 거지?자리에 앉아 있는 부서장들은 대부분 남자였다.지금 그녀의 모습은 혼을 빼놓을 만큼 치명적이었다.“회의 종료!”부장의 보고가 채 끝나기도 전, 권태혁의 서늘한 명령이 떨어졌다.난데없는 선언이었으나, 보고 중이던 부장은 사면이라도 받은 죄수처럼 서둘러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다른 사람들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정해진 일정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채 권태혁이 강제로 종료를 선언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멍하니 앉아 있던 온세아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서둘러야 했다. 지금 당장 엉망진창이 된 몸을 이끌고 어떻게든 수습해야만 했다.하지만 채 발걸음을 떼기도 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발목을 잡았다.“세아 씨는 잠시 남지.”온세아의 발길이 우뚝 멈췄다. 속이 타들어 가는 듯 조바심이 났다.“네? 혹시... 지시할 사항이라도 있으신가요?”얼른 사무실로 달려가 급한 불부터 꺼야만 하는데, 제발 짧게 끝내주길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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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아니라고? 그럼 회의 내내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본 거지?”권태혁의 깊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그녀를 꿰뚫을 듯 응시했다.“설마 나한테 딴마음이라도 품고 있는 건가?”온세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내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제가... 감히 어떻게 그러겠어요?”하지만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 갔다.사실 오래전부터 그의 몸을 탐해왔으나 죽어도 인정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권태혁이 갑자기 몸을 숙이며 다가오더니, 그녀의 뒤쪽 책상 가장자리를 양손으로 짚어 퇴로를 차단했다.“그래? 내가 보기엔 대담하기 짝이 없던데. 회의실에서 그 많은 사람을 앞에 두고 대놓고 나를 유혹할 만큼.”온세아는 서늘하고 예리한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본능적으로 변명을 늘어놓았다.“전... 정말 그런 적 없어요...”권태혁이 무자비하게 몰아붙였다.“근데 왜 얼굴이 빨개지지? 제 발 저린 사람처럼.”그러고는 자신의 품 안으로 그녀를 가두어버렸다.등 뒤에 닿은 회의실 책상은 딱딱하고 차가웠다.온세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며 책상을 짚은 채 필사적으로 물러났다.어떻게든 그와 거리를 두려 했다.하지만 도망갈수록 점점 가까워졌다.결국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진 두 사람의 몸은 거의 밀착되다시피 했다.온세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이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지금 욕망이 끓어올라 죽을 만큼 괴로운데, 이렇게나 바짝 붙어 있다니.정말이지, 더는 이성을 붙잡기 힘들 지경이었다.“정말... 아니에요. 대표님, 일단 이것 좀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온세아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다급하게 속삭였다.권태혁은 흐트러진 그녀의 모습을 그윽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분명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오기로 버티고 있다니.다만 초점이 흐릿해진 눈동자와 발갛게 달아오른 뺨은 지독할 정도로 유혹적이었다.그의 몸 안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본능적인 반응은 이미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상태였다.“진심으로 놔달라는 거야? 아니면, 거칠게 다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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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자칫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튈까 봐 겁이 났다.온세아는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그리고 회의실을 뛰쳐나와 화장실로 직행했다.수도꼭지를 틀고 찬물을 몇 번이나 얼굴에 끼얹고 나서야 몸속의 불길이 겨우 사그라드는 듯했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자꾸만 권태혁의 잔상이 떠올랐다.‘방금 입을 맞추려 했던 걸까?’그럴 리가 없다. 냉철하기로 소문난 회사 대표가 고작 일개 직원한테 관심을 가지다니?하지만 아까 책상 사이에 갇혀 있을 때, 온몸으로 느껴졌던 그 뜨거운 열기는 거짓이 아니었다.방해하는 사람만 없었더라면 정말 입을 맞췄을지 모른다.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일까지 벌어졌을지도.온세아는 머릿속이 뒤죽박죽 했다.어느덧 호흡이 다시 가빠오기 시작했다.증세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가 약을 챙겨 먹었다....권태혁은 허둥지둥 도망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심연처럼 깊은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코끝에는 여전히 그녀의 체향이 맴돌았다.그 유혹적인 향기 때문에 요 며칠 업무에 도통 집중할 수가 없었다.사실 일할 때뿐만이 아니었다.집에 돌아와서도, 심지어 잠자리에 들어서도 문득문득 그녀가 생각났다.특히 병이 도져 욕망에 짓눌린 채 애타게 자신을 갈구하던 모습은 그의 전신에 거센 불길을 지폈다.‘젠장.’권태혁은 신경질적으로 미간을 짚었다.그녀의 증세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지금껏 보여준 모든 행동이 그저 그 병 때문이라는 사실 또한 명확히 인지했다.자신을 향한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 그저 억누를 수 없는 증상이 빚어낸 착각일 뿐이라는 것도.그런데도 그녀에게......오후가 되어서야 온세아는 새로운 수행 비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남자가 입을 열어 자기소개를 시작한 순간, 그녀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이 목소리는 분명...”회의실 책상 위에서 권태혁에게 짓눌려 입을 맞추기 직전, 불쑥 끼어들었던 그 목소리였다.그 불청객이 새로 부임한 대표이사 수행 비서일 줄은 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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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온세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구형민은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어젯밤에 내가 정말 많이 취했었잖아. 혹시라도 술김에 누구 이름을 불렀더라도 마음에 두지 마. 그냥 인사불성 상태에서 지껄인 헛소리니까.”온세아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그게 정말 헛소리일까, 아니면 취중 진담일까?’이내 평온한 말투로 받아쳤다.“알았어.”구형민은 온세아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정말로 화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내가 괜한 걱정을 한 건가? 어젯밤에 술 취해서 별소리 안 했나 보네.’“고마워.”그는 그제야 안도하며 숨을 내뱉었다.온세아는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으나, 조금 전 그가 내일이 주말이라고 했던 게 떠올라 다시 고개를 돌렸다.“내일 본가에 엄마 뵈러 갈 건데, 너도 같이 갈 거지?”1년 전 구형민과 결혼한 이후로 그녀는 주말마다 거르지 않고 본가를 찾아가곤 했다.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아닐 거라 믿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구형민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대답했다.“내일 출근해야 해.”“출근?”온세아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결혼 후 주말마다 본가에 가는 건 거의 관례나 다름없었다.그동안 꼬박꼬박 쉬던 사람이 하필 왜 이번 주말에 출근한다는 걸까?“방금은 내가 먹고 싶은 거 같이 먹으러 가자며?”그녀가 따지듯 물었다.구형민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온기 한 점 없이 싸늘해졌다.“아까는 깜빡했어.”어느새 그는 다시 예전의 냉랭하고 소원한 태도로 돌아가 있었다.말을 마치고는 그녀를 철저히 외면한 채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방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다정함과는 그야말로 딴판이었다.온세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녀의 짐작이 맞다면, 조금 전까지 구형민이 갑자기 살갑게 굴었던 건 본인과 온아정의 관계를 들킬까 봐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지금 태도가 돌변한 이유는 아마도 그런 우려가 말끔히 사라졌다는 뜻이리라.게다가 그녀가 알기로 온아정과 큰어머니는 이번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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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이 비취 팔찌는 외할머니의 유일한 유품으로, 평소 성해연 본인도 아까워 차마 몸에 지니지 못할 만큼 애지중지하던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온아정에게 선물하겠다니?“이 팔찌, 엄마 외가에서 물려받은 마지막 물건이잖아요. 그냥 엄마가 간직하세요. 언니는 이런 거 없어도 충분히 가진 게 많은 사람이에요.”어머니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온세아의 간곡한 만류였다.하지만 성해연은 즉시 얼굴을 굳히며 서슬 퍼렇게 나무랐다.“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아정이가 부족함이 없다고 한들 우리가 도리를 안 해서야 되겠어? 결혼은 여자 인생에 단 한 번뿐인 대사야. 번듯한 예물 몇 개라도 더 갖춰가지 않으면 시댁에서 얕잡아 보이기에 십상이란 말이다. 더군다나 네 언니가 시집가는 곳은 그 대단한 진씨 가문 아니더냐.”온세아는 숨이 턱 막혀왔다.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하지만... 제가 결혼할 때는 번듯한 예물 같은 건 구경도 못 했잖아요.”그랬다. 하나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아버지와 큰어머니는커녕, 친어머니조차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사실상 빈손으로 구형민에게 시집을 간 셈이었다.그 일로 시댁 식구들과 시어머니에게 은근한 비아냥을 들어야 했고, 사랑받지 못하는 온씨 가문의 핏줄과 결혼한 탓에 구형민이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소리는 꼬리표처럼 그녀를 따라다녔다.“네가 어떻게 아정이랑 비교가 되니?”성해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훈계했다.“아정은 온씨 가문의 명실상부한 아가씨야. 네 아버지와 큰어머니의 딸이라고. 게다가 진씨 가문 후계자한테 시집가는 거잖니. 국내 굴지의 재벌가인 그곳에서 귀한 안주인 대접을 받을 몸이란 말이다.”이내 한술 더 떠서 경멸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내렸다.“그런데 너는 어떠니? 네 남편은 애초에 사생아 출신 아니냐. 구씨 가문과 진씨 가문은 아예 급부터가 달라. 억울하면 내 몸에서 태어난 걸 탓해야지. 넌 평생 번듯한 자리에 서지 못할 팔자니까 아정이랑 하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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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나 유혹하는 게 뜻대로 안 된다고 바다에 뛰어들기라도 하겠다는 거야?”권태혁의 어이없는 한마디에 온세아는 가슴을 짓누르던 울적함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불과 몇 초 전까지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 있었건만,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대표님이야말로 여긴 어쩐 일이세요?”정신을 차린 온세아가 깜짝 놀라 물었다.“타.”권태혁이 대뜸 명령했다.온세아는 당황한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지금은 엄연히 주말이고, 사적으로 그다지 친한 사이도 아닌 상사의 차에 올라탈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내가 아는 척 안 했다고, 진짜로 바다에 빠질 작정이야?”권태혁이 눈썹을 살짝 치켜뜨며 능청스럽게 물었다.“누가 바다에 뛰어든대요? 그리고 대표님을 넘본 적도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온세아가 차분히 말했다.오늘은 정말 기분이 엉망이라 그를 상대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하지만 권태혁은 그녀가 당장이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사람이라 굳게 믿은 눈치였다.“이 밤중에 혼자 해안 도로를 서성이는데, 만에 하나 떨어지기라도 하면 산재 처리해 줘야 하지 않겠어?”“...”“나중에 딴소리하면서 덤터기 씌울 생각 말고 얼른 타.”권태혁은 다짜고짜 그녀를 조수석에 밀어 넣었다.지금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온세아는 아마 모를 것이다.붉게 충혈된 눈동자, 밤바람에 엉망이 된 머리카락과 옷차림.흡사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 없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가엾고 무력한 모습은 권태혁의 마음속에 이유 모를 연민을 불러일으켰다.‘내가 미쳤나?’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성격이었던가.수년 동안 자신을 보좌해 온 부하 직원들의 사생활조차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그였다.그런데 길가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여자를 보자마자 어째서 이런 측은지심이 생기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심지어 친절하게 차를 돌려 태워주기까지 하다니.온세아는 옆자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을 의식했다.무언의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결국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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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그리고 서둘러 가방에서 휴대용 우산을 꺼내 들고 차에서 내렸다.이내 권태혁의 곁으로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며 물었다.“어떻게 됐어요?”“차가 고장 났군.”무덤덤한 대답에 온세아의 눈이 동그래졌다.“이렇게 좋은 차도 고장이 나요?”“속도가 너무 빨랐던 데다 비까지 많이 와서 웅덩이를 못 보고 앞바퀴가 완전히 빠져버렸어.”권태혁이 간결하게 상황을 설명하더니 한마디 덧붙였다.“세아 씨는 차 안에서 기다려.”온세아가 우산을 내밀었다.“그럼 이거라도 쓰고 계세요.”여자 혼자 쓰기에도 작아 보이는 우산을 본 권태혁의 미간이 좁아졌다.“남자 몸으로 비 좀 맞는 건 일도 아니니까 얼른 들어가 있어.”온세아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배려를 받는 생경한 경험이었다.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물론, 명목상의 남편인 구형민조차 그녀의 존재와 감정을 무시해 왔다.그런데 눈앞의 남자는 장대비 속에서 기꺼이 우산을 양보하며 그녀를 차 안으로 떠밀고 있었다.온세아는 고마운 마음을 안고 먼저 차로 돌아왔다.십여 분이 흐른 뒤에야 권태혁이 흠뻑 젖은 몸으로 운전석에 탔다.온세아는 얼른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차는 고쳐졌나요?”권태혁이 대충 물기를 닦아내며 대답했다.“고치긴 했는데, 앞바퀴가 너무 깊게 빠졌어. 일단 나갈 수 있는지 한번 해보지.”몇 번이고 시동을 걸어 보았지만 모두 실패였다.다시 밖으로 나가 커다란 돌을 주워 바퀴 밑에 지지해도 차는 좀처럼 빠져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설상가상으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마저 진흙탕 속으로 빠져 버렸다.권태혁이 다시 차 안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젖어 있었다.짧은 머리카락에 맺힌 물방울들이 그의 수려한 얼굴 윤곽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날렵한 턱을 지나 도드라진 목울대를 타고 내려간 물줄기가 이윽고 젖은 셔츠 너머 탄탄한 가슴팍 안쪽으로 스며들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온세아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차라리 보지 말자.’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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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권태혁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하복부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확 끼쳐 올랐다.이대로 있다가는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 같았다.그는 서둘러 차 문을 열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트렁크에서 비상용으로 챙겨둔 새 옷 한 벌과 마른 수건을 꺼내 돌아와서 그녀에게 내밀었다.“닦고, 옷 갈아입어.”세아는 마른 수건만 받아들며 사양했다.“전 괜찮아요. 대표님이야말로 온몸이 다 젖으셨는데 얼른 옷부터 갈아입으세요.”“그럼 세아 씨는 이 셔츠 입어. 난 바지 갈아입을 테니까.”권태혁이 셔츠를 그녀 쪽으로 툭 던졌다.그리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미 몸에 딱 달라붙어 있던 젖은 옷을 벗어 던졌다.고스란히 드러난 탄탄한 복근과 견고하게 잡힌 근육들을 마주하자 온세아는 당혹감에 헛기침을 내뱉었다.“설마... 여기서 바지까지 갈아입으시게요?”권태혁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되물었다.“왜, 남자 거 처음 봐?”“그럴 리가, 당연히 본 적 있죠!”말을 내뱉자마자 아차 싶었다. 권태혁의 안색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기 때문이다.그는 속이 뒤틀렸다.제길, 그녀가 이미 유부녀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니.남편과 한 침대에 누운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형용할 수 없는 질투심이 들끓었다.권태혁은 가라앉은 눈으로 온세아를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그래? 볼만하던가?”온세아는 과거 이채린이 억지로 성인물을 보여주려 했을 때, 얼떨결에 훔쳐보게 되었던 화면이 떠올랐다.“아니요! 징그럽기만 하던데요.”권태혁은 그녀가 방금 누구를 떠올렸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십중팔구 남편일 것이라 짐작했다.가능하다면 당장이라도 이 여자를 차 밖으로 내쫓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내 서늘한 눈빛으로 가시 돋친 냉소를 내뱉었다.“남편은 이미 세아 씨 언니한테 간 거 아니었나? 아직도 그런 놈이 생각나나 보지?”온세아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방금 이채린과의 통화 내용을 그가 전부 듣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이런 치욕스러운 가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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