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안.온세아는 컴퓨터 앞에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양손은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고, 주변의 공기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했다.[구형민 죽어버려. 길 가다 차에 확 치여서 반신불수나 돼라. 뼛가루까지 탈탈 털어서 거름으로 써버릴 테다!][온아정은 얼굴에 여드름이나 잔뜩 돋아서 약혼자한테 버림이나 받아. 무좀까지 걸려서 동네방네 다 옮기고 다녀라!]무서운 속도로 타자를 하는 온세아의 입가에 기괴한 미소가 번졌다. 마치 이런 방식으로나마 분풀이를 하는 듯 보였다.“세아 씨, 대체 뭘 그렇게 열심히 써요?”백희주가 한참 동안 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물었다.발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이 든 온세아는 격분한 마음에 휘갈겼던 문구들을 재빨리 삭제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실장님, 웬일이세요?”백희주는 그제야 본론이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잠시 후 임원 회의, 세아 씨가 진행하기로 했잖아요. 아직 회의실 안 가고 뭐 해요?”그제야 온세아는 오늘 오전 중요한 임원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어젯밤 자신을 언니로 착각했던 구형민 때문에 기분을 잡치는 바람에 깜빡 잊을 뻔했다.“알려줘서 고마워요. 지금 바로 갈게요.”온세아는 서둘러 정리하고 백희주과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오늘 회의는 온세아가 대표 비서로서 처음 진행을 맡은 자리였다.모든 것이 순조로웠다.하지만 권태혁이 발언을 시작한 순간, 온세아의 시선은 자석에 이끌리듯 그에게 고정되었다.몸속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불길이 치솟았다.전신을 타고 흐르는 비정상적인 열기에 숨이 턱 막혀 왔다.‘안 돼, 설마 또 시작인가?’오늘 아침 구형민의 방에서 화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오느라 약을 챙겨 먹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하필 이런 타이밍에 권태혁이라니.연설하는 그의 모습은 남자가 봐도 반할 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냈다.온세아는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감당하기 힘든 갈망이 해일처럼 밀려왔다.하지만 이곳은 회의실, 권태혁을 비롯해 각 부서장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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