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Chapter 731 - Chapter 740

762 Chapters

제731화

권태혁이 즉시 몸을 일으켰다. 깊고 짙은 시선으로 방 안을 한 바퀴 훑더니 이내 창가에 멈췄다.온세아가 창가 옆에 앉아 있었다. 몸에 그의 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었다.셔츠의 단추 세 개가 풀려 있어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쇄골이 훤히 드러났고 매끈하게 뻗은 긴 다리가 셔츠 아래로 드러난 채 맞은편 벽에 닿아 있었다.나른하고 무심해 보이는 자태였다.창밖으로 스며든 옅은 아침 햇살이 온세아의 몸 위로 사뿐히 내려앉아 매혹적인 옆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온세아는 권태혁이 깬 것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깊은 상념에 잠겨 있었다.그 모습에 넋을 잃은 권태혁은 한참 동안 그녀를 조용히 눈에 담다가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다가갔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깼어?”온세아는 권태혁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미동도 없이 그 자세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권태혁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창가에 나란히 기대앉으며 다시 물었다.“왜 좀 더 안 자고?”온세아는 여전히 그를 외면하고 가라앉은 눈동자로 창밖만 응시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세아야?”그녀가 계속 묵묵부답이자 권태혁이 다시 한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온세아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와 시선을 맞추려 하진 않았다. 오히려 몸을 옆으로 살짝 빼며 그와 거리를 두었다.그녀가 의도적으로 선을 긋는 것을 느낀 권태혁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하지만 입 밖으로 내어 묻진 않았다. 어젯밤 자신이 절제하지 못하고 그녀를 몰아붙인 탓에 힘들어서 이러는 거라고 짐작했다.왜냐하면 예전에도 온세아가 잠자리를 가질 때 제발 적당히 해달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어젯밤 같은 상황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생전 처음 보는 온세아의 적극적인 도발에 흥분한 권태혁은 도저히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왜 그래?”권태혁이 온세아의 턱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 다시 물었다. 그러자 온세아가 그의 손을 밀어내고 고
Read more

제732화

온세아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별을 고해봤자 권태혁이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것을.하지만 당장 멈춰야만 했다. 그것이야말로 두 사람을 위한 최선의 결말이었다.온세아가 고개를 들어 권태혁을 마주 보았다.“헤어지는 데 꼭 거창한 이유가 필요해요?”아무 이유 없이 헤어지는 커플도 대다수였다.권태혁이 상체를 숙이며 눈을 가늘게 떴다.“난 필요해.”적어도 그가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설명은 해야 했다.온세아가 권태혁의 숨은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저 어떤 핑계를 대야 할지 머리를 굴려야 했을 뿐이었다.“우린 애초에 사는 세계가 달라요.”그의 세계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그녀의 자리가 아닌 곳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되어 비참하게 쫓겨나는 결말 따위는 사양이었다.과거 구형민과 결혼했을 때 이미 한 번 처참하게 당해봤다. 두 번 다시 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았다. 뼈저린 교훈은 한 번으로 족했다.“그딴 게 이유일 리가 없잖아.”권태혁이 온세아의 핑계를 단칼에 잘라냈다.그녀가 돌연 이별을 고한 진짜 이유가 절대 그것일 리 없다는 직감이 들었다.이건 처음부터 존재했던 문제였다. 정말 그것 때문에 헤어지려 했다면 진작에 끝냈을 것이고 어쩌면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함께하기로 해놓고서 이제 와서 그만하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권태혁이 이렇게까지 예리할 줄은 몰랐다. 급조해 낸 핑계가 한순간에 간파당하고 말았다.“진짜 이유를 말해.”권태혁이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온세아를 옭아맸다.더 이상 속일 수 없음을 직감한 온세아는 차라리 모든 걸 털어놓기로 했다.“나 구형민이랑 결혼했었던 여자예요.”권태혁이 멈칫했다.“그래서?”그에게 그녀가 과거에 다른 남자와 결혼했었다는 사실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작 알고 있던 사실을 새삼스럽게 들먹일 필요는 없었다.온세아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러니까 우린 안 된다고요.
Read more

제733화

온세아가 손을 빼냈다.“그건 태혁 씨의 일방적인 착각일 뿐이에요.”권태혁이 그녀의 미래에 그가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해서 정말 그렇게 될까? 세상에는 두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그가 몸을 숙여 한쪽 무릎을 꿇었다.“내가 전에 말했잖아. 그렇게 불안하면 언제든지 혼인신고해도 된다고.”온세아의 표정이 여전히 덤덤했다.“누가 태혁 씨랑 결혼한대요?”권태혁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네가 결혼하겠다고 한 적은 없지. 하지만 내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너 하나뿐이야.”그 말에 온세아는 심장이 쿵쾅거렸다.‘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나 하나뿐이라고?’이보다 더 낭만적인 사랑 고백은 없을 것이다.온세아가 전혀 감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냉혹한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까마득한 신분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구형민과 얽힌 그 돌이키기 싫은 과거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설령 권태혁이 지금 당장은 괘념치 않는다 해도 평생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하는 법이다. 훗날 굴욕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말이다.“미안하지만 난 지금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누군가와 선을 넘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도 않고요.”온세아는 어쩔 수 없이 권태혁을 밀어냈다.권태혁이 그녀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온세아의 마음속 깊숙이 뿌리내린 불안감을 온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구형민이 남긴 그림자를 완전히 떨쳐내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그녀는 정말 지쳐 있었다. 너무나도 지쳐 몸과 마음이 모두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난 우리가 선을 넘을 만큼 깊은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데.”권태혁이 그윽한 눈길로 온세아를 응시했다. 그녀의 복잡한 머릿속을 낱낱이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널 사랑하니까 너와 함께하고 싶은 거야. 내게는 우리 사이가 아무리 깊이 얽혀도 결코 과하지 않아.”“하지만 네가 이런 친밀함을 부담스러워한다면 널 위해 얼마든지 내
Read more

제734화

권태혁이 움직임을 멈추자 온세아가 눈을 뜨고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그녀 역시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키스 마크를 가리며 고개를 돌려버렸다.“나 그냥 갈게요.”어떤 남자라도 이런 흔적을 눈앞에 두고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어쩌면 그는 지금껏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누르며 이성을 감정으로 덮으려 애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하지만 온세아는 권태혁이 그녀를 위해 이토록 억지로 인내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온세아가 권태혁을 밀어내며 창가에서 내려오려던 그때 권태혁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그러고는 온세아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녀를 널찍한 침대 위에 눕힌 뒤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권태혁의 끓어오르는 욕망을 직감한 온세아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가슴팍을 밀어냈다.“권태혁...”그녀가 거절하기 전에 권태혁이 먼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분위기 깨는 소리 하지 마.”“정말 싫어요...”온세아가 계속해서 거부했다. 머릿속에 목의 키스 마크를 보았을 때 굳어버렸던 권태혁의 얼굴이 자꾸만 맴돌았다.아무래도 지금 각자 시간을 갖는 게 나을 것 같았다.구형민이 두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몸을 섞고 싶진 않았다.권태혁이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짙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온세아를 직시했다.“진심이야?”온세아가 고개를 끄덕이고서야 권태혁이 그녀를 놓아주었다.“조금 이따 내려와서 아침 먹어. 난 회사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해. 넌 나가지 말고 여기 있어.”그렇게 당부를 남긴 뒤 방을 나섰다.온세아는 홀로 침대에 누워있다가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주방에는 이미 권태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벌써 출근한 모양이었다.그녀 역시 별장을 나가려던 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누구지?’온세아는 현관문 앞까지 다가갔으나 한참을 망설이며 문을 열어주지 못했다.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었다.지난번 권태혁의 별장에 머물렀을 때
Read more

제735화

이채린이 손을 뻗어 가리키며 답했다.“말동무해주러 왔는데 간식이 빠지면 섭섭하잖아?”이채린은 권태혁과 온세아의 별장에 군것질거리가 없을 거라 확신하고 직접 챙겨왔다.“전부 네가 좋아하는 거로만 사 왔어.”“고마워.”온세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이채린이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고맙긴. 나야말로 영광이지.”“영광이라니?”이채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사모님이시잖아. 사모님께 간식 조공 정도는 당연히 바쳐야지.”“사모님은 무슨. 아니야!”온세아가 반박하며 소파 쪽으로 걸어가 앉았다.이채린도 재빨리 과자 몇 봉지를 골라 들고 온세아의 곁에 바짝 붙어 앉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왜? 네가 사모님이 아니면 누가 사모님인데?”“아무튼 난 절대 아니야.”온세아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아무 생각 없이 툭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숱한 일들을 겪고 나니 자신과 권태혁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과 차이가 얼마나 아득한지 뼛속 깊이 깨달았을 뿐이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이채린이 걱정스레 물었다.온세아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구형민이...”온세아가 어젯밤 있었던 일을 친구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얘기를 끝까지 들은 이채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뭐라고? 구형민이 너를 집으로 끌고 가서 억지로 덮치려 했다고?”온세아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응.”이채린이 길길이 날뛰며 욕을 퍼부었다.“구형민 그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이미 이혼한 마당에 무슨 권리로 사람을 끌고 가? 널 대체 뭐로 보는 거야? 어디서 감히 강제로 덮치려 들어?”온세아가 싸늘하게 웃었다.“원래도 날 안중에 두지 않던 인간이잖아. 지금은 그냥 더 우습게 보는 것뿐이지.”부부였던 시절에도 구형민은 단 한 번도 온세아의 의견을 존중해 준 적이 없었다.돈과 권력을 모두 쥔 지금 구형민이 온세아를 안중에 둘 리 만무했다.온세아는 지금 자신의 남자친구가 권태혁이라는 사실을 수없이 강조했었다. 하
Read more

제736화

온세아의 입가에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 번졌다.“난 만약을 가정한 질문엔 대답 안 해.”세상에 만약이란 건 없다.온세아는 재벌가 딸이 아니라 그저 혼외자일 뿐이었다.비록 온세아가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신이 남들보다 비천하다고 여긴 적은 없지만 때로는 현실의 벽을 마주해야만 할 때가 있었다.이채린이 점심 식사까지 함께한 뒤에야 별장을 떠났다.온세아는 위층으로 올라가 낮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이미 오후 3시 반이었다.원래 휴대폰이나 좀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접속하자마자 구명 그룹에 문제가 생겼다는 뉴스가 도배되어 있을 줄이야.기사를 클릭해 보니 구형민의 외삼촌이 공금 횡령으로 고발당했다는 내용이었다.구명 그룹 전체가 조사를 받고 있었고 인터넷 여론이 일제히 구씨 가문을 비난하고 있었다.내일 주식 시장이 열리면 구명 그룹 주가에 막대한 타격이 갈 것이 분명했다.‘어떻게 타이밍이 이렇게 기가 막힐 수 있지? 어젯밤에 구형민이 날 건드리려 했는데 오늘 아침에 바로 구명 그룹이 조사를 받는다고?’이번 사태의 원인이 구형민의 외삼촌에게 있다 해도 온세아는 왠지 이 일이 단순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배후에 누군가 의도적으로 구명 그룹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만 같았다.‘대체 누구지? 권태혁?’권태혁의 성격상 어젯밤 구형민이 온세아에게 한 짓을 알고도 가만히 넘길 리가 없었다.하지만 구형민 역시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이대로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터.그렇다면 권태혁과 구형민이 본격적으로 맞붙게 된 셈이었다.온세아는 두 남자가 자신을 두고 적이 되어 싸우는 날이 오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골치가 아파지던 찰나 온세아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휴대폰 너머로 온아정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세아, 너 이번에 구형민을 아주 작정하고 망쳐 놨더라.”온아정이 다짜고짜 비난부터 퍼부었다.온세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구명 그룹 뉴스를 그녀도 확인하긴 했지만 그게 그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Read more

제737화

“지난번에 전 사장한테 덜 맞았어?”불쑥 던진 온세아의 한마디에 온아정의 안색이 급변했다.지난번 전원철에게 끌려간 후 온아정은 무자비한 구타를 당했다. 살면서 남자에게 그토록 맞아본 건 처음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온철환에 의해 해외로 쫓겨난 ‘죄인’의 처지였기에 경찰에 신고할 수도,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었다.억울함을 풀 방법이 전혀 없었던 그녀는 그저 속으로 울분을 삼켜야만 했다.온아정은 지금까지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 이 모든 게 다 온세아 때문이었다.“온세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온아정이 핏발이 선 두 눈으로 독기 어린 말을 내뱉었다.그런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뚝 끊겼다. 온세아가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었다.“빌어먹을 년.”온아정이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예전에는 늘 온아정이 온세아의 것을 빼앗았다. 하지만 구형민이 온아정을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 이후부터 그녀는 자신의 것을 온세아에게 빼앗겼다는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이 기분은 정말이지 끔찍했다.온아정은 구형민이 온세아를 선택한 것이 틀렸다는 걸 어떻게든 그에게 증명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구형민은 온세아에게 더 깊이 빠져들 뿐이었다. 이제는 구형민 스스로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그녀는 가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권태혁과 구형민은 대체 온세아의 어디에 반한 걸까? 설마 그 두 사람이 온세아의 진짜 출생의 비밀을 이미 알고 있는 걸까?“아정아!”그때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해연의 목소리인 걸 알아챈 온아정이 짜증을 내며 문을 열러 갔다.“또 왜 왔어요?”성해연을 대하는 온아정의 태도가 차갑기 그지없었다. 지금 지내는 이 거처를 마련해 준 사람이 성해연이어도 말이다.전원철은 권태혁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이미 온아정을 버렸다. 이제 이 세상에서 그녀에게 가장 맹목적으로 잘해주는 사람은 성해연뿐이었다.그럼에도 온아정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성해연을 향한 지독한 원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Read more

제738화

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런데 별장 안이 쥐 죽은 듯이 고요했고 사방이 칠흑같이 캄캄했다.권태혁은 온세아가 별장에 있긴 한 건지 의구심까지 들었다.하지만 오늘 온세아가 온주 그룹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그러니 십중팔구 아직 별장에 있을 터.“세아야.”온세아를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위층으로 올라가 침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어둠을 더듬으며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넓은 침대 위에 아무도 없었다.권태혁의 마음에 순식간에 상실감이 번졌다.‘정말 떠난 거야?’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아 스탠드 조명을 켰다. 따뜻한 오렌지빛 조명이 방 안을 밝혔다.온세아가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던 권태혁의 시야 끝에 침실과 이어진 서재가 들어왔다.곧장 성큼성큼 다가갔다. 넓은 책상 앞에 가녀린 모습의 누군가가 엎드려 있었다.“온세아?”그녀를 본 권태혁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 떠나지 않았어.’그가 책상 앞으로 다가가 온세아를 불렀지만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서재의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책상 위 노트북에서 새어 나오는 푸른빛이 전부였다.온세아가 팔을 베고 엎드려 있었고 어둠 속에 감춰진 옆모습이 보였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깊이 잠든 모습이었는데 기다란 속눈썹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살짝 다문 붉은 입술을 간혹 달싹일 때면 무언의 유혹 같았다.권태혁의 가슴이 요동쳤다.잠든 모습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전례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몸을 숙여 온세아를 번쩍 안아 올린 뒤 침대에 조심스레 눕히고 신발도 벗겨주었다. 그러고는 침대 맡에 엎드린 채 고요히 그녀를 응시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온세아가 잠에서 깼다.부스스한 눈을 비비던 그때 코끝이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온 권태혁의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언제 들어왔어요?”온세아가 놀란 얼굴로 묻자 권태혁이 다정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대답했다.“방금.”몸을
Read more

제739화

온세아가 아래층 주방으로 내려갔다.예상대로 권태혁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에 5성급 호텔에서 포장해 온 음식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얼른 앉아서 먹어.”권태혁이 온세아에게 젓가락을 건넸다.젓가락을 받아 든 온세아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 없이 조용히 식사만 했다. 하지만 온세아의 마음속은 복잡하게 요동치고 있었다.겉으론 밥을 먹는 것으로 보여도 머릿속은 온통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구명 그룹이 조사에 들어간 걸 권태혁한테 물어봐야 하나? 그런데 이 일이 나랑 상관없는 일인데 괜히 물어봤다가 헛다리 짚은 거면 어떡해?’온세아가 한참 속으로 고민하던 그때 권태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그녀가 흠칫 놀라며 상념에서 빠져나왔다.“아마 있을 거예요. 왜요?”권태혁이 여유로운 태도로 말했다.“주말에 시간 비워 둬. 나랑 같이 갈 곳이 있으니까.”“아, 네.”온세아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다가 결국 입 밖으로 꺼내려던 구명 그룹에 대한 질문을 도로 삼켰다....그날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경다혜가 온주 그룹으로 온세아를 찾아왔다.“저녁에 같이 술 한잔 어때요?”온세아는 순간 망설였다.“그게...”경다혜가 권태혁을 포기하겠다고 직접 얘기하긴 했지만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사이인 건 아니었다. 심지어 전에 권태혁 때문에 얼굴을 붉힌 적도 있었다.“가요. 내가 잡아먹기라도 한대요?”경다혜가 기어코 온세아를 끌고 나섰다.벌써 적지 않은 동료들이 이쪽의 소란에 시선을 뺏긴 채 소곤거리고 있었다.온세아는 자신이 아직 심미란의 감시 아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경다혜는 경씨 가문의 딸로 신분도 남달라 함부로 척을 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결국 온세아는 그녀를 따라나서는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꽤 유명한 핫플레이스 바에 갔다. 경다혜가 이곳에 자주 오는지 바텐더와 웨이터들이 모두 그녀에게 인사를
Read more

제740화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적어도 지금 당장 두 사람이 적대할 일은 없다는 것.“건배!”경다혜가 먼저 잔을 들어 권하자 온세아가 옆에 있던 도수가 높지 않은 과일주를 들어 그녀의 잔에 부딪혔다.“참, 태혁 씨가 세아 씨 때문에 요즘 계속 구명 그룹을 옥죄고 있다면서요?”갑자기 생각난 경다혜가 물었다.그 질문에 온세아의 표정이 굳어졌다.“꼭 나 때문만은 아닐걸요?”경다혜가 즉각 반박했다.“왜 아니에요? 세아 씨 때문이 아니면 태혁 씨가 뭐 하러 구형민을 치겠어요? 권씨 가문과 구씨 가문은 원래 이해관계가 있는 사이인데 그걸 깨버린 거잖아요. 세아 씨 때문이 아니라면 태혁 씨가 그렇게 충동적으로 나설 리가 없죠.”그 말을 들은 온세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권태혁이 정말 나 때문에 구씨 가문을 쳤다고?’온아정이 전에 했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 구명 그룹이 왜 갑자기 고발당했나 했더니 권태혁이 그녀를 위해 복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온세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예쁜 얼굴에 복잡한 심경이 스쳤다.권태혁이 그녀를 위해 나선 거라는 건 알지만 권태혁이 이럴수록 구형민이 더더욱 그녀를 쉽게 놓아주지 않으리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온세아는 구형민을 너무도 잘 알았다. 그는 원래부터 받은 만큼 반드시 갚아주는 인간이었다.이번 일로 권태혁이 구형민을 크게 고꾸라뜨렸으니 구형민은 온세아는 물론이고 권태혁 역시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어느 한 클럽 VIP 룸 안.구형민이 이미 이곳에서 오랫동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권상진은 일부러 한 시간 넘게 늦게 도착했다.구형민이 기다리다 지쳐 먼저 가버렸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그를 만나볼 가치는 충분했다.“회장님.”구형민은 권상진을 보자마자 먼저 손을 내밀면서 겸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였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린 것에 대한 불만이나 짜증 같은 건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권상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구형민을 아래위로 훑어봤다가
Read more
PREV
1
...
72737475767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