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유지영에게 거절당하자 민경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그러자 곁에 있던 경왕비가 다소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장녕군주, 얼마 전에 너와 경주 사이에 오해가 좀 있었던 것은 안다. 하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이고, 경주도 너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청한 것인데, 장차 한 지붕 아래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할 처지에 굳이 이렇게..."경왕비는 말끝을 흐리며 한숨을 쉬었다.민경주는 눈을 내리깔며 일부러 서운한 기색을 지어 보였다."군주님께서 아직 화가 풀리지 않으셨다면, 제가 무릎을 꿇고 사죄라도 올릴까요?"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궁문 앞에 서서 불쌍한 척하니, 이미 적잖은 이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만약 경왕비가 배현준의 친모였다면 유지영도 한 번쯤 참아주었을지 모른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었기에,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받아쳤다."나 역시 궁 안이 낯설어 민 소저를 챙겨줄 처지가 못 된다고 사실대로 말했을 뿐인데, 어찌 이리 눈물까지 보이는가?"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탓에 귀부인 몇 명이 다시 이쪽을 돌아보았다."경왕비 마마, 안 그래도 간만의 입궁이라 저도 잔뜩 긴장하고 있고 민 소저를 원망하는 말은 꺼낸 적도 없사온데, 마마께서는 어찌 제 뜻을 왜곡하십니까?"유지영은 눈썹을 치켜세운 채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말을 이었다."저와 민 소저는 아무런 원한도 없거늘 사죄는 무엇이며,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또 무슨 뜻입니까?"연이은 추궁에 경왕비는 멍하니 굳어버렸고, 민경주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군주님...”"민 소저, 나는 참으로 그대를 상대하기가 겁이 나네."유지영은 그녀가 다가오려 하자 얼른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못을 박았다."장차 혼인한 뒤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민 소저를 난처하게 만들 생각이 없으니 부디 나쁜 생각은 하지 말게."'나쁜 생각'이라는 말은 예전에 민경주가 목을 매 자결하려 했던 일을 주변에 다시금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오늘 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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