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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Author: 레몬과 향수
서씨 노부인은 눈물 콧물을 쏟으며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내막을 모르는 이가 보았다면 절로 동정심이 일 만한 모습이었다.

오늘 서씨 노부인과 함께 입궁한 이는 서유천과 서씨 가문의 어르신 한 명이었다.

서씨 노부인이 울며 하소연할 때마다, 서유천은 곁에서 그녀를 부축했다.

"폐하, 서씨 가문이 태후에게 빚을 진 것은 맞습니다. 허나 그 시절 혼처를 바꾼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태후 역시 동의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서씨 가문이 경성으로 올라온 후부터, 태후께서는 사사건건 저희를 과녁 삼아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 늙은 것이 입궁하여 용서를 구하며 온갖 눈치를 보았습니다. 그래도 원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열 달을 품어 낳은 제 딸이니까요. 어릴 적에는 그저 순하고 사랑스러웠는데, 어쩌다 성정이 저리 뒤틀려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권세를 믿고 횡포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양나라의 체면까지 깎아내리려 듭니다."

"이 늙은이는 더 이상 방도가 없어, 대의를 위해 혈육을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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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672화

    그날 서 태후가 만약 기분이 안 좋았더라면, 서명주 역시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것이다.소 상궁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제가 주제넘게 마마의 일에 참견하였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이 사람아, 대단한 일도 아닌데 뭘 그리 놀라고 그러느냐. 내가 툭하면 사람이나 죽이는 살인마도 아니고."서 태후는 헛웃음을 지으며 가볍게 손을 들어 소 상궁을 일으켰다.그렇게 두 사람은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었다. 서 태후는 친정인 서씨 가문을 처결한 일에 대해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어느덧 일월 초가 되었다.천리마 한 필이 쏜살같이 경성 성문을 통과했다.말 위의 사내는 쉴 새 없이 채찍질을 가하며 단숨에 황궁 앞까지 내달렸다.때마침 궁문 앞에는 마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에 휘장이 걷히고 정군왕비가 고개를 내밀었다. 말 위에 올라탄 사내의 검게 그을리고 훌쩍 야윈 얼굴을 확인하자, 그녀는 눈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준형아, 준형아!"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든 배준형은 어머니를 발견하고 급히 말에서 내려 마차로 다가갔다."어머니."변방에서부터 밤낮없이 말을 몰아세운 덕에 스무 날이 넘게 걸릴 거리를 보름 만에 달려왔다.온몸의 뼈마디가 부서질 듯 지쳐 있었지만, 다행히 어명에 명시된 기한 내에 당도할 수 있었다."이곳은 긴 이야기를 나눌 곳이 못 됩니다. 어머니께서는 먼저 돌아가 십시오. 저는 입궁을 해야 하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궁문에서 내관 한 명이 걸어 나와 배준형을 막아섰다."정군왕 세자, 폐하께서는 이미 세자께서 경성에 당도하신 것을 알고 계십니다. 입궁하여 알현할 것 없이, 바로 저택으로 돌아가 자숙하라 명하셨습니다."내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배준형은 순간 자존심이 상했다.안색은 순식간에 굳어졌다.밤낮을 가리지 않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달려왔건만, 황제는 고작 내관 하나를 시켜 문전박대한 것이다.자존심 높은 배준형으로서는 뼈아픈 치욕이었다.하지만 황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 피안을 거슬러   제671화

    사혼을 철회한다는 태후의 명은 서씨 가문에도 당도했다. 소 상궁이 말을 마치자마자 서명주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가문이 몰락한 지난 며칠 동안, 그녀는 일전에는 끔찍히 싫었던 첩실 자리를 유일한 동아줄로 간주하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그 기대마저 사라진 것이다.크나큰 충격에 휩싸인 서명주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소 상궁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상궁님, 어찌……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소 상궁은 서명주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네 아비가 죽고 장례도 번듯하게 치르지 못했거늘, 명색이 적녀인 너는 효상을 치르기는커녕 다른 집으로 시집갈 생각을 품었단 말이냐? 서씨 가문은 대역 죄인이나 태후 마마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목숨만 살려주신 것이다. 반면 최씨 가문은 공신 가문이거늘,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 집안 문턱을 넘는단 말이냐!"정곡을 찌르는 질책에 서명주는 수치심과 절망감에 휩싸였다.곁에 있던 서 부인 진씨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그제야 태후의 속내를 깨달았다.서 태후는 일찌감치 서씨 가문의 말로를 전부 계획해 두었던 것이다.애초에 서명주를 최씨 가문의 첩으로 보낼 생각이 없었다.모든 것은 서씨 가문이 제 발로 무덤을 파도록 유도한 덫에 불과했다.소 상궁이 오늘 서씨 가문을 찾은 것은 태후의 명을 전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경전 필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서소현, 진씨, 서씨 노부인, 서명주 네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얌전히 경전을 바쳤다. 글씨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 태가 역력했다.반면 네 사람의 태도는 제각각 달랐다.그래도 다들 군말 없이 필사를 해놓긴 했다.소 상궁은 적당히 눈감아주고 돌아서려 했다. 그때 서씨 노부인이 지팡이를 짚고 부들부들 떨며 다가와 소 상궁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녀는 품속에서 서신 한 통을 꺼내 내밀었다."상궁, 수고스럽겠지만 이 서신를 태후께 전해 주시게. 과거 내가 완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 억울함과 수모를 겪게 한 것을 뼈에 사무치게 후회된다고 말이오."

  • 피안을 거슬러   제670화

    유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태후 마마께서는 요 며칠 평안하셨습니까?""왕비 마마, 염려 마십시오. 마마께서는 기분 잡치는 일 없이 잘 지내고 계십니다."소 상궁이 다정하게 대답했다.행랑에 들어서자 소 상궁은 우산을 접어 곁에 있던 궁녀에게 넘겼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두꺼운 휘장을 걷어 올리며 유지영을 안으로 안내했다.대전 안에는 은은한 향이 감돌고 있었다.자녕궁에 다른 손님이 없을 때면 유지영은 통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전각에 들 수 있었고,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서 태후는 그녀가 온 줄도 모르고 창가에 기대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든 태후는 유지영을 발견하고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지영이 왔구나."서 태후는 즉시 소 상궁에게 분부했다."수라간에 일러 지영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점심을 준비하라 하거라.""예, 마마."소 상궁이 예를 갖추고 물러갔다.유지영은 몸에 밴 한기를 털어내고 두꺼운 망토를 벗었다. 책상 앞으로 다가가니 벼랑 끝에 꼿꼿이 핀 붉은 매화를 그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매화는 차가우면서도 고고한 기백을 뽐내고 있었다.서 태후가 붓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오늘은 어쩐 일로 입궁하였느냐?"유지영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고했다."최 부인이 현왕부로 찾아와 간곡히 청을 넣었습니다. 태후 마마께 말씀드려, 서명주를 최씨 가문의 첩으로 들이라 하신 사혼을 거두어 달라 하더군요."최 부인은 처음부터 서명주가 최씨 가문의 문턱을 넘는 것을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비록 첩이라 할지라도 말이다.서 태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화가 난 기색은 전혀 없었다. 그녀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애당초 서 태후 역시 서명주를 진짜로 최씨 가문에 시집보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최씨 가문의 속을 긁고 자극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며칠 전 궁에서 벌어진 일은 들었느냐?"서 태후가 물었다. 유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너무 매정하다 생각하느냐?""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 피안을 거슬러   제669화

    십이 월 말.며칠째 내린 폭설로 온 경성이 하얗게 뒤덮였다. 거리의 백성들은 두꺼운 옷을 겹겹이 껴입었고, 입을 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유지영은 유국공부에서 막 돌아와 평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운청이 서씨와 영씨 가문의 소식을 꺼냈다."영정은 저택으로 실려 간 뒤에도 간신히 숨이 붙어 있다고 합니다. 허나 감히 그를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의원이 없어, 영씨 노부인이 몇 번이나 혼절했다고 합니다.""서씨 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방계는 가산을 몰수당하고 유배를 떠났고, 직계는 경성에 남긴 했으나 하루하루가 생지옥이나 다름없다 합니다."서씨 가문 직계는 하루아침에 대역 죄인이 되었다.서 태후가 친정에 이토록 모질고 냉혹하게 대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유지영은 따뜻한 차로 계속해서 목을 축였다. 그녀는 서씨 가문에 대해 일말의 동정심도 일지 않았다. 그때 홍주가 다가왔다."왕비 마마, 최 부인이 뵙기를 청하십니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유지영은 상대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대략 짐작이 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을 들이라 일렀다.잠시 후, 최 부인이 눈보라를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선 그녀는 유지영을 향해 예를 갖췄다."현왕비 마마를 뵈옵니다.""최 부인, 격식은 차리지 마시고 앉으시지요."유지영은 곁에 있는 자리를 가리켰고, 운청이 다가와 차를 올렸다.자리에 앉은 최부인는 황송한 기색이 역력했다."왕비 마마, 오늘 이리 불쑥 찾아와 번거롭게 해드려 송구합니다. 실은 간절히 청할 일이 있어 염치 불고하고 찾아왔습니다. 부디 태후 마마께 말씀 좀 잘 전해주십시오. 저희는 서명주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첩으로 들이는 것조차 최부인 가문으로서는 꺼려지는 일이었다.하지만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지금의 서씨 가문은 모두가 기를 쓰고 피하는 존재였다. 화친 공주를 배출한 서운영과 그 가족들만이 유일하게 화를 면했다."그건

  • 피안을 거슬러   제668화

    퍽!서소현의 날 선 목소리가 뚝 끊겼다.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뺨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서씨 노부인을 쳐다보았다.서씨 노부인은 가슴을 치며 통탄했다."서완이 유 서생과 몰래 정을 통하여 깊이 빠졌다고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네년의 그 요망한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은 탓에 나는 완이를 끝없이 오해했고, 어떻게든 네 뜻을 이루어 주려고 완이에게 모진 고통을 주었다!"당시 서씨 노부인은 서소현을 맹목적으로 감쌌다. 게다가 서 태후가 변명조차 하지 않고 입을 다물자 화가 나서 본때를 보여주려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하지만 육씨 가문에 파혼 서신을 보낸 일만큼은 서씨 노부인도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이제 와서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어릴 적에는 그렇게 사이가 좋던 자매가 어쩌다 서로를 헐뜯고 계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서소현이 돌연 기괴한 웃음을 터뜨렸다."같은 적녀로 태어났거늘 어찌하여 저는 먼 언성 육씨 가문에 시집가야 했고, 서완 그것은 회북에 남아 영씨 집안의 안주인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단 말입니까?"게다가 서소현은 일찌감치 언성 육씨 가문의 장자가 좋은 혼처가 아니라는 소문을 들은 터였다. 성미가 잔혹하여 그 손에 피를 묻힌 목숨만 해도 여럿이었다.그런 사내를 지아비로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 서소현은 매일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니 매사가 평온한 서완을 볼 때마다 뼛속 깊이 원망이 솟구쳤다.서씨 노부인은 기가 막혀 실소를 터뜨렸다."과거 두 집안이 맺은 혼약은 서씨 집안 어른들이 강요한 것이 아니라, 네가 직접 제비를 뽑아 선택한 길이 아니더냐! 게다가 언성 육씨 가문은 일대를 주름잡는 거상이고, 안주인인 육 부인은 당대의 청하 최씨 가문 못지않은 권세가 출신이다. 네가 육씨 가문으로 시집갔더라면 둘째, 셋째 부인을 짓누르고 당당한 안주인이 되었을 터!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탐을 내는 혼처인데!"하지만 서소현의 눈에는

  • 피안을 거슬러   제667화

    진씨는 독기를 품은 눈으로 서소현을 노려보며 호통쳤다."사태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어찌 뉘우칠 줄을 몰라! 기어이 우리 모두를 사지로 몰아넣어야 속이 시원하겠어?"서소현의 끊임없는 억지와 불경한 말들을 참다못한 진씨는, 결국 끓어오르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서소현에게 덤벼들었다. 그녀는 서소현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주먹을 휘두르며 거칠게 할퀴고 꼬집었다."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천박하게 군 것도 모자라, 제 배 아파 낳은 자식들을 다 죽여놓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려!"진씨는 매섭게 손찌검을 퍼부었다.서소현은 찢어질 듯 비명을 지르며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매를 맞았다.서씨 노부인은 화가 나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어서, 어서 당장 그 손 놓지 못할까!"예전 같았으면 시어머니의 체면을 생각해 속으로 삼켰겠지만, 이제 가문마저 풍비박산 난 마당에 진씨는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서씨 노부인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삿대질을 했다."이제 와서 무슨 어른 행세를 하려고 들어! 당신은 이미 서씨 가문의 죄인이야!"진씨의 분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당신이 상황 파악도 못 하고 저것의 패악질을 덮어주지만 않았어도! 그 서신이 가짜인 걸 뻔히 알면서도 겁 없이 어전에 찾아가 고자질만 하지 않았어도! 서씨 가문이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야!"진씨는 뼈저리게 후회했다. 서 태후의 말을 듣고 먼저 죄를 시인하고 용서를 청했어야 했다.그랬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괜스레 어전까지 끌고 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더니, 결국 가문의 미래를 시궁창에 처박고 만 것이다.서씨 노부인은 진씨의 윽박에 숨을 헐떡이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진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벌하게 쏘아붙였다."여기서 백날 기절해 봐. 의원을 부를 돈도, 사람도 없어 이제."매서운 일갈에 서씨 노부인은 마침내 입을 다물었다.그제야 진씨도 조금 이성을 되찾았다. 머리는 산발이 되고 얼굴과 팔 곳곳에 긁힌 상처가 가득한 채, 예전의 우아하던

  • 피안을 거슬러   제3화

    옥신각신하는 사이, 유씨 노부인이 소식을 듣자마자 대전으로 달려왔다. 송씨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지영이는 다 좋은데 고집이 너무 세서 문제에요. 분명 마음속에 세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못해 세자에게 심통을 부리고 있지 뭐예요. 내일 혼사가 정해지지 않으면 우리 유씨 집안은 온 인주의 웃음거리가 될 텐데 말이에요.”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인간이었다.유씨 노부인은 불쾌한 눈으로 유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영아, 세자께 사죄드리거라.”양모가 돌아가신 뒤, 유씨 노부인은 유지영을 슬하에 두고 보살

  • 피안을 거슬러   제2화

    종령각 이층 누각.유지영은 부스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유난히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회랑 아래에서는 하인들이 정원을 단장하며 내일 있을 성년례가 떠들썩할 거라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꾹 눌렀다. 아픔이 몰려왔고, 곧바로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직감했다.그녀는 죽임을 당한 뒤 성년례 하루 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이때 밖에서 고씨 어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부인께서 대전으로 들라 하십니다. 경성에서 사람이 온 듯합니다.”전생의 배준형도 성년

  • 피안을 거슬러   제1화

    7월의 장안 거리는 굉장히 시끌벅적했다.마차 한 대가 성문 입구에서 멈추었다.털썩!유지영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마대에 담겨 바닥에 내던져졌다. 온몸으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특히 하반신에서는 찢어질 듯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다.“읍….”지나가던 백성들이 소리를 듣고 마대를 풀어주었다.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사내의 옷가지를 걸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하얗고 가는 목덜미 아래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이 사람은 정왕 세자비 아닌가?”누군가가 유지영을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옷매무새가 이 모양인 것을 보아 불결

  • 피안을 거슬러   제10화

    동금은 원래 표사의 딸이었으나 부모를 잃은 뒤 전당포에 팔려간 데다가, 전생에서는 실족사로 죽기까지 했다.충성을 맹세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생에 유지영을 배신하지는 않았다.매일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송씨에게서 문서를 기어코 받아낸 것을 보면 눈치도 빠르고 수완도 있는 듯했다.나머지는 아직 관찰 대상이었다.“오늘부터 종령각을 배신하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유지영은 근엄한 표정으로 엄명을 내렸다.나머지 사람들은 주향 일당이 내쳐지는 것을 보았기에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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