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내관은 명을 내려 긴 대청 탁자 여러 개를 들여오게 했다. 그는 경전들을 탁자 위에 펼쳐놓고, 건양제의 손에 들려 있던 서신을 받아 그 가운데 올려두었다."시기로 보아 이 서신은 십칠 년 전에 쓰인 것이고, 이 경전들은 십육 년 전 태후가 황후이던 시절에 친필로 남긴 것들이다. 모든 경전에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으니 조작은 불가능하다. 짐의 명이니, 단 한 글자도 빠짐없이 꼼꼼하게 대조해 보라!"건양제의 명이 떨어졌다.여섯 학사는 즉시 경전을 넘기며 서신의 필적을 대조하고 낱낱이 탁본을 뜨기 시작했다.그 광경을 지켜보는 서소현은 극심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녀는 다급히 입을 열어 변명하려 했으나, 류 어사가 먼저 선수를 쳤다."고작 일 년의 시간으로는 필체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는 태후 마마의 결백을 증명할 가장 확실한 방도가 될 것입니다."대전 안은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종잇장 넘기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서 부인 진씨는 서소현의 안색을 곁눈질로 살폈다. 핏기가 가신 채 굳어있는 표정을 보는 순간, 진씨는 희망을 접었다.다만 확신을 잃지 않는 서씨 노부인의 꼿꼿한 태도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같은 시각, 편전.서 태후는 입가에 느긋한 미소를 머금은 채 탁자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렸다. 소 상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태후 마마, 차가 다 식었습니다.""상관없다."태후는 차를 두어 모금 마셔 목을 축인 뒤, 소 상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소 상궁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마마를 믿고 절대 배신하지 않으실 분은 온 천하에 폐하뿐이군요. 일찌감치 만반의 채비를 갖춰 두셨으나, 서씨 가문이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았다면 폐하께서도 먼저 치려 하진 않으셨을 것입니다."결국 서씨 집안은 제 무덤을 판 격이었다.서 태후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건양제는 서씨 가문을 벼랑 끝으로 몰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감히 어전으로 달려와 억울함을 호소하며 태후를 끌어내릴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그들은 스스로 황제의 역린을 건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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