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태후가 이토록 감상에 젖어 슬퍼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진 그녀는 다가가 가볍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제가 철이 들고부터, 어머니께서 마마를 원망하시는 기색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기억 속의 담혜정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정하고 단아한 여인이었다. 활짝 웃을 때면 양 볼에 작게 패는 보조개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늘 유지영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거나 나지막이 노래를 불러주던 어머니였다.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이 눈에 띄게 쇠약해지더니, 끝내 병상에 누워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서 태후는 붉어진 눈시울로 오랫동안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유지영의 두 손을 꼭 잡았다.그날 유지영이 다녀간 이후로, 자녕궁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아무도 들이지 않고 고요히 정적에 잠겼다.*연말이 다가오고 있었다.사람들은 새로운 화친 공주가 과연 누구 집 규수일지 떠들었지만, 황실의 철저한 입단속 덕분에 소문 하나 새어 나오지 않았다. 오직 최씨 가문만이 흠천감에 줄을 대어 간신히 작은 실마리 하나를 얻어냈을 뿐이다.'화친을 갈 여인은 정군왕부 사람이다.'소식을 접한 최씨 가문 식구들은 정군왕부의 여식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았다.그동안 정군왕은 적자인 배준형 외에도 서녀를 여섯이나 더 두었다.가장 어린 세 명은 각각 네 살, 다섯 살, 여섯 살이니 나이가 너무 어려 화친은 어림도 없었다. 남은 것은 첫째, 둘째, 셋째 딸뿐이었다.첫째는 열여섯, 둘째는 열다섯, 셋째는 열넷이었다.하지만 첫째는 다리가 불편한 데다 인물도 평범하여 일찌감치 혼처가 정해진 상태였다. 둘째의 생모는 양민 출신의 첩으로, 아이도 반반한 얼굴을 가졌는데 아직 혼약이 없었다.셋째 역시 가능성이 컸다. 딸들 중에서 가장 인물이 훤하여 정군왕이 각별히 예뻐하는 자식이었다. 셋째의 생모는 정군왕비가 친정에서 데려온 시녀 출신이었는데, 오랜 세월 곁에서 충성을 다한 덕에 정군왕비도 그들 모녀에게만큼은 관대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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