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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화 타협의 무게

Author: 릴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0 17:01:33

CB 대회의실의 차가운 정적 속, 테이블 위에는 찰스 킴과 외부 디자이너 팀이 밤을 새워 수정해 온 메인 컬렉션 스케치 패널들이 빽빽하게 깔려 있었다.

"다시 제출한 스케치들입니다, 대표님."

상석에 앉은 도진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테이블 위를 천천히 쓸어내리는 그의 손가락 끝에 디자이너들의 침이 바짝 말라갔다.

도진이 마침내 첫 번째 스케치 패널을 집어 들었다. 찰스 킴이 제안한 메인 아우터 라인이었다. 지난 회의 때의 과격한 비대칭 절개선은 대폭 수정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카라와 어깨선 라인에 찰스 특유의 뾰족하고 날카로운 디테일이 남아있었다.

"찰스."

"예, 대표님."

"어제보다 훨씬 낫군."

도진의 입에서 의외의 긍정이 나오자 찰스 킴의 어깨가 슬며시 올라갔다. 하지만 이어진 도진의 말은 어김없이 칼날 같았다.

"하지만 이 트위드 소재 매치는 빼. 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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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잔인한 축복   15화 원하지 않는 아이

    "기쁘지... 않아?" ​수진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도진은 굳어있던 안면 근육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껍데기뿐인 미소가 그의 얼굴에 기괴하게 자리 잡았다. ​"당연히 기쁘지. 내일 병원 갔다가 아기용품부터 보러 가자. 전에 네가 갖고 싶다던 한정판 가방도 사줄게." ​그의 다정한 음성에 수진은 안심한 듯 도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도진은 그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입안의 쓴 침을 삼켰다. 수진과 밀회를 즐기면서도 잠자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때마다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피임을 챙겼던 자신이었다. ​'임

  • 가장 잔인한 축복   14화 너도 그 곳에 있구나

    그토록 기다렸던 임신 소식이었지만, 지수와 도진에게 허락된 기쁨은 야속할 정도록 짧았다. 다음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는 확신을 유보한 채 일주일 후에 다시 검사하자는 말만을 나겼다. 그 일주닝은 도진과 지수에게 평생보다 긴 지옥이었다. 손끝하나 대면 깨질 것 같은 불안 속에서 부부는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으나, 운명은 그들에게 자비롭지 않았다.일주일 후 다시 마주한 초음파 화면에는 생명의 고동 대신 기괴한 그림자만이 가득했다. " 포상기태 입니다." 의사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 임신유지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태아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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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비를 만나고 잠시 RV에서 현재까지 도진의 회사에 투자된 내역을 훝어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던 지수는 아랫쪽의 축축한 감각에 번쩍 눈을 떳다. 생리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다. 임신이라는 희망이 이내 절망으로 뒤바뀌는 이 지독한 상실감은, 몇번을 겪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평소와 다르게 일찍 돌아온 도진은 지수를 찾으며 방문을 열었을때 무기력하게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는 지수의 모습을 보았다. 이번 시술은 유난히 지수를 갉아먹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된 지수를 보며, 힘들었을 순간 곁을 지켜주

  • 가장 잔인한 축복   12화 D-5

    아침에 일어난 지수는 싸늘하게 식어있는 옆자리를 보았다. 몇일 집에 잘 들어오던 도진은 어젯밤 들어오지 않았다.생리가 시작하기 전에 느껴지는 익숙한 배의 묵직한 불편감에 불안감이 든 지수는 자신의 아랫배를 살살 만지며 제발 이번에는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과 편하게 강도진을 떠나기 위해 이번에도 실패하기를 바라는 자신의 양가적인 생각에 웃음이 났다. 잠시 후 오랫만에 슬비를 만나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나가던 중 가정부의 통화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이번에는 사장님께서 가출하신 것 같아요. 집에 안들어 오시네요. 아마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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