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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화 혼돈 속에서 피어나는 빛

Penulis: 릴리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10 17:00:59

같은 시각, 제이아우라 대회의실의 공기는 CB와는 또 다른 의미로 뜨겁게 과열되어 있었다.

제이아우라가 브랜드의 명운을 걸고 처음으로 내놓는 ‘여성복 메인 라인’의 첫 기획 회의. 총괄 책임자인 지나 수석과 CB 등 대형 브랜드 출신의 이직 디자이너들, 그리고 중소 패션 업체 출신의 현장파 디자이너들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신입 디자이너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눈치만 살피는 중이었다.

"지나 수석님, 오트쿠튀르 감성은 명품관 팝업 행사에서나 먹히는 겁니다! 저희가 현장에서 굴러라며 체득한 건 시장에서 당장 매출을 찍어내는 '입을 수 있는 옷(Wearable Look)'이에요. 첫 컬렉션부터 이렇게 웅장한 드레스 라인과 하이엔드 테일러링만 고집하시면 대중성은 어디서 찾습니까?"

중소 브랜드 팀장 출신의 이직 디자이너가 시안을 탁자에 툭 던지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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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잔인한 축복   294화 차가운 사형선고

    며칠 뒤, 박진우의 호출을 받은 강도진은 약간의 희망을 안고 다시 그의 집무실로 향했다. 지난 미팅에서 진우가 "도전정신은 마음에 든다"며 남겼던 여지가, 남미 광산 투자의 물꼬를 틀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도진을 맞이한 것은 서늘한 정적과 진우의 차가운 눈빛이었다.진우는 도진이 내밀었던 사업계획서 옆에, 두꺼운 조사 보고서 두 묶음을 툭 던져놓았다. 하나는 과거 아스테리아에서 실시했던 남미 광산 현장 실사 보고서였고, 다른 하나는 앤더슨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작성한 따끈따끈한 현장 보고서였다."강 대표님. 이 두 보고서를 읽어보셨습니까?"진우의 무덤덤한 질문에 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진우는 두 보고서의 특정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강 대표님이 내민 계획서의 화려한 전망과, 외부 전문가들이 작성한 이 현장 조사 결과가 왜 이렇게 판이하게 다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특히 이번 CB의 현장 조사 때 앤더슨 씨가 직접 동행했던 것으로 아는데, 어째서 CB의 최종 보고서에는 그가 제시한 치명적인 지질학적 위험 요소와 붕괴 가능성이 쏙 빠져 있는지 의문이군요."진우가 CB 현장 보고서의 신뢰성 자체를 정면으로 건드리자, 도진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도진은 침을 삼키며 급히 변명을 내놓았다."앤더슨 씨가 이야기한 위험성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십수 년 동안 잔뼈가 굵은 실무자들과 개발 브로커들

  • 가장 잔인한 축복   293화 아이들의 눈물, 그리고 진실

    힘겹게 2주를 기다린 끝에, 강도진은 드디어 박진우와의 미팅 자리에 들어설 수 있었다.도진은 그동안 밤을 지새우며 사력을 다해 완성했던 남미 에메랄드 광산 사업계획서를 테이블 위에 당당하게 내밀었다. 이 거대한 광산 사업의 가치와 비전을 확인한다면 박진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그러나 서류를 넘겨보는 진우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냉담했다."……에메랄드 광산이라."진우는 계획서를 대충 몇 장 훑어보더니, 더 이상 읽을 가치도 없다는 듯 서류를 내려놓았다. 진우의 얼굴에는 흥미나 호기심 따위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을 완전히 아랫사람 취급하듯 무심한 진우의 태도에 도진의 자존심이 바닥까지 짓밟히며 파르르 떨렸다."박 대표, 사업 규모나 수익성 면에서 이만한 건이 없다는 건 잘 알 텐데?""강 대표님. CB의 현 자금 사정과 리스크를 감안했을 때, 이 정도 덩치의 해외 광산 투자는 사업이 아니라 무모한 도박에 가깝습니다. 저희는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건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원론적이고 단호한 거절에 도진은 수치심으로 얼굴이 허얗게 질려갔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진우가 당장이라도 과거 지원했던 200억 투자금마저 당겨서 상환하라고 회수 독촉을 날릴까 봐 사시나무 떨리듯 불안감이 밀려왔다.그런 도진의 파르르 떨리는 턱관절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진우는, 서류를 천천히 덮으며 묘한 여운이 담긴 나지막한 한마디를 덧붙였다."하지만 강 대표님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검토는 해 보지요. 그래도 전혀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넓혀보겠다는 그 도전정신만큼은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말은 검토해 보겠다지만 사실상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으니 나가라는 말없는 축객령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도진의 발목을 잡는 은밀한 희망의 밧줄이기도 했다. 마치 불쌍한

  • 가장 잔인한 축복   292화 진짜 럭셔리의 조건

    유현의 용기 있는 SNS 글 한 줄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오랫동안 찰스의 폭정과 착취 아래 숨죽이고 있던 피해자들의 가슴에 거대한 불꽃을 피워 올렸다.유현은 박성재 변호사의 조력 아래, 개인 SNS DM과 댓글로 조심스럽게 연락을 건네온 찰스의 전·현직 피해 디자이너들과 비밀리에 연쇄 미팅을 갖기 시작했다. 수많은 연락과 미팅을 이어갔지만, 거대한 공룡 기업 CB와 업계의 거물 찰스에게 직접 맞서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이었을까, 선뜻 법정이나 재판에 직접 나서 주겠다는 사람들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유현도 그들의 망설이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소중한 디자인을 빼앗겨서 처음엔 화나고 분통이 터지는 마음도 시간이 지나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 점차 시들해지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아무리 용기를 내어 이 부조리한 사실을 밝힌다고 해도 결국 자신들이 할 줄 아는 건 디자인뿐이었다. 찰스가 자신의 막강한 업계 인맥과 권력을 동원해 뒤에서 어떤 매장 공작을 펼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다들 신중하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되는 거절과 난색에, 유현의 가슴 한구석에 서운함과 무력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이었다.그렇게 발품을 팔며 힘겹게 모은 10명 내외의 디자이너 중, 유현과 끝까지 뜻을 함께하여 법정 싸움을 해보겠다는 확신을 보여준 사람들은 이미 패션 디자인 업계를 떠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머지 몇몇은 재판의 진행 상황을 관망하면서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철저한 익명을 요구한 현직 디자이너들이었다.비록 당

  • 가장 잔인한 축복   291화 화려한 조명 뒤의 균열

    박성재 변호사 및 법무팀과 함께 CB와 찰스를 향한 본격적인 법적 소장을 준비해 나가던 유현은, 밤늦게 자신의 SNS 계정을 열었다.유현은 이전에 찰스에게 디자인을 빼앗기고 억울해할 때, 강도진 대표로부터 "디자인을 지키는 것도 디자이너의 능력이자 힘이다"라는 찬바람 부는 핀잔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유현은 이번 홀리데이 시즌 CB의 세컨드 라인으로 출시되어 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티치 커플구두의 최초 원본 스케치 및 3D 도면 초안을 SNS에 무덤덤하게 업로드했다.그리고 그 사진 아래에 한 줄의 짧고 단단한 제목과 함께 장문의 글을 적어 내려갔다.['지키는 것도 힘'이라고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유현이 적어 내려간 글은, 무기력하게 아이디어를 빼앗기고 눈물 흘렸던 과거의 자신에 대한 깊은 연민이자 다시는 그런 부조리를 겪지 않겠다는 단단한 다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거대한 권력에 눌려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빼앗기고 숨죽이고 있을 수많은 주니어 디자이너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기도 했다.유현의 글은 올라오자마자 패션계 안팎과 CB 그룹 사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다음 날 아침, CB 사옥 디자인실 옆 휴게실. 직원 몇몇이 커피를 들고 모여 앉아 유현의 SNS 화면을 띄워놓고 소곤거리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와, 그 순하고 입 무겁던 유현 씨가 이렇게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올리다니 진짜 대단하다.""그러게. 그런데 이거…… 그냥 자기 다짐글은 아닌 것 같지 않아?""당연하지! 딱 봐도 찰스 저격글이잖아. 그리고 유현 씨가 올린 스케치, 이번 시즌 찰스가 자기 작품이라고 발표해서 대박 친 세컨드 라인 구두랑 소름 돋을 정도로 유사한 부분이 많았잖아.""아, 나 그 이야기 들은 적 있어! 강도진 사장이 유현 씨한테 슈즈 라인 기획해 보라고 해서 유현 씨가 몇 달 동안

  • 가장 잔인한 축복   290화 피와 욕망의 그늘

    남미 에메랄드 광산 사업.박진우를 향해 내밀었던 투자 제안과는 별개로, 강도진은 남미 광산 지분 독점 확보를 위해 사력을 다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현지 브로커들과 개발팀이 끊임없이 요구해 오는 말도 안 되는 액수의 로비 자금과 현장 개발 비용은 이미 CB 그룹의 가용 자산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있었다.회사 공금에 손을 대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컸기에, 도진은 결국 자신이 보유한 개인 실물 자산들을 하나씩 조용히 처분하기 시작했다. 급매 수준으로 내던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동산과 자산의 덩치가 너무 크다 보니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믿었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조차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다"는 절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문제는 아무리 입속의 혀처럼 조용히 자산을 정리하려 해도, 패션 및 재계에 소문은 새어나가기 마련이라는 점이었다.며칠 동안 핏발 선 눈으로 뛰어다니던 도진이 머리를 식힐 겸 자신이 즐겨찾던 강남의 고급 프라이빗 바(Bar)에 들어서자, 순간 웅성거리던 내부 소리가 뚝 끊기며 이상한 정적이 흘렀다.도진이 구석 바 테이블에 무거운 몸을 묻자, 바 주인이자 오랜 친구인 지철이 다가와 그가 즐겨 마시는 싱글몰트 위스키 한 잔을 슬그머니 내밀며 입을 열었다."야…… 너 요즘 힘드냐?"뜬금없는 질문에 도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위스키 잔을 잡아챘다."무슨 헛소리야.""아니, 요즘 너 고급 빌라랑 실물 자산들 급하게 정리하고 있다고 업계에 소문이 파다하길래."도진은 참았던 깊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잔을 들이켰다."아니야. 그냥 필요 없는 것들 깔끔하게 정리하던 중이야.""포스트 빌리지도 내놨다며?""거긴…… 지수랑 신혼집이었잖아. 그리고 수진이하고도 관련이 있고 해서 정리하는 것뿐이야.

  • 가장 잔인한 축복   289화 자유의 형태, 그리고 서늘한 반격

    회식 자리 구석, 주니어 디자이너들의 솔직한 고백과 찰스를 향한 억눌린 불만이 터져 나온 후 유현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져 있었다.유현은 자신에게 진심을 내어준 동료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늘 혼자라고 생각했던 이곳에서, 사실은 자신과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상처를 어루만지며 숨죽이고 있던 아이들의 존재를 비로소 직시한 순간이었다. 유현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조심스럽지만 단호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 퇴사하고도 여러분께 계속 연락드려도 될까요?"유현의 갑작스럽고도 조심스러운 질문에 디자이너들은 순간 말을 멈추고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유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이 또 오지랖을 부린 것은 아닐까, 타인의 영역에 함부로 발을 들여놓아 부담을 준 것은 아닐까 싶어 유현은 한껏 작아진 목소리로 황급히 덧붙였다."아…… 혹시 마음이나 상처에 부담이 되신다면 괜찮습니다. 제가 너무 갑작스럽게 기분 내켜서 부린 탐욕일 수도 있으니까요."그러자 한 디자이너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특유의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아이구, 유현 씨! 그게 아니에요! 저희한테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신 게 오늘이 진짜 처음이라서 너무 낯설고 놀라워서 그래요. 저는 언제든지 연락 환영입니다!""맞아요! 저도요! 매일 스케치북만 들여다보시길래 우리가 말 걸면 싫어하실 줄 알았어요. 우리 번

  • 가장 잔인한 축복   8화 D-8

    이지현은 비서 슬비가 가져온 서류를 검토하다거 결국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서류 봉토 안에는 동생 지수의 처절한 결혼 생활과 강도진의 외도 증거들이 빠곡히 담겨 있었다. "하, 이지수,, 이딴 남자 때문에 그렇게 속상해하고 있었던 거야?" 지현은 화가나고 속상한듯 서류를 구기며 슬비를 봤다."박비서님은 지수의 친구이기도 하니 당분간 A국에서 가서 지수 옆에 있어 주실수 있다요? 이건 상사로서 명령이라기 보다는 지수 오빠로서의 부탁입니다. 아 그리고 지수가 부탁한 사람은 이 이사람이 좋겠군요""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가장 잔인한 축복   7화 D-9

    전날 시어머니에게 수모를 당하고 돌아온 지수는 K국에 있는 오빠 이지현에게 연락을 했다. " 오빠~ 잘 지내? 너무 오랫만에 연락했지? 실은 나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서 ...." 지금 K국은 아침 6시였다. 지현은 시차도 잊은 채 걸려온 동생의 목소리에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다정한 웃음을 지었다."우리 공주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 줘야지. 무슨 일인데. 말만해. 오빠가 다 처리해 줄께."여전히 자신을 아껴주는 오빠의 음성이 지수는 목이 메었지만, 간신히 감정을 억눌렀다. " 오빠 나 아이가 생기면 혼자서 회사를 운영하기

  • 가장 잔인한 축복   6화 D-10

    3일간 안정을 취한 지수는 외출준비를 서둘렀다.거울 앞에 선 지수의 차림새는 단조로웠다. 연한 하슬색 원피스에 검은색 C사의 핸드백이 전부였다. 초췌해진 얼굴은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ㅇ낳았고 푸석해진 머릿결과 여전희 볼록하게 남아있는 복부는 지수를 실제보다 훨씬 지쳐보이게 했다.누가 이모습을 보고 스물여덟의 꽃다운 나이라 할까. K국의 공주님으로 불리던 지수는 이제 A국의 가정부보다 못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지수는 거울 속 낯선 여자를 뒤로 한채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집을 나섰다.그녀의 차는 도진이 3년전 결혼 기념으로 사준

  • 가장 잔인한 축복   5화 D-14

    7일간 입원 치료를 마치고 영양제로 간신히 기력을 회복한 지수는 배아 이식을 끝내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도진에게서는 단 한통의 연락도 없었다.지숙 역시 먼저 손을 내밀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적막하고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거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지수의 귓가에 가정부의 은밀한 전화 통화 소리가 드려왔다."네 사모님 진짜라니까요. 그 여자가 일주일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분명 다른 남자가 생긴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사장님은 방치할수는 없는 거죠 . 네 ,맞아요 제가 어떻게 사모님께 거짓말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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