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만큼은…… 오러를 가지지 않고 태어났으면 좋겠구나.”그 순간 세이런의 표정도 미세하게 굳었다.가우디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포르투릭스의 혈통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강력한 오러가 이어져 내려왔다.그러나 모든 후손에게 반드시 나타나는 힘은 아니었다. 몇 대 동안 아무런 징조도 보이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한 아이에게 발현되기도 했고, 그렇기에 다음 대에 나타날지, 아니면 몇 세대를 건너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리고 세이런은 그 힘을 타고난 사람이었다.문제는 그의 몸이 지나치게 강한 오러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어린 시절부터 오러를 사용할 때마다 몸은 조금씩 망가졌다. 처음에는 잠시 열이 오르거나 가슴에 통증이 생기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은 심해졌고 결국에는 목숨마저 위태로울 정도가 되었다.가우디에게 그 시간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어린 아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던 수많은 날들. 그리고 그 기억의 끝에는 언제나 또 한 사람이 있었다.플로리스.세이런을 세상에 남겨 주고, 정작 자신은 아이를 낳던 날 가우디의 곁을 떠나 버린 그의 아내였다.가우디는 아무 말 없이 눈을 내리깔았다.아티니스의 배를 바라보고 있으면 곧 태어날 손주에 대한 기쁨과 함께, 애써 묻어두고 살아왔던 그날의 기억이 자꾸만 되살아났다.세이런에게 나타났던 오러와 플로리스의 죽음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어쩌면 아무런 관계도 없었을 것이다.그럼에도 가우디에게는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이미 한 번 사랑하는 사람을 출산으로 잃었고, 그 아이마저 평생 자신의 힘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으니까.이제 겨우 모든 것에서 벗어나 행복해진 아들과 며느리에게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은 아주 조금이라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가우디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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