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촬영을 마친 세 사람은 촬영장 근처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창밖에는 눈이 소복이 쌓이고 있었다. "오빠, 오늘 진짜 고생했어요." 지아가 독고춘을 보며 말했다. "…음." "오, 뭐야?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지희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후우, 피곤하군." 독고춘은 한숨을 쉬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명옥이 떠올랐다. 식사는 잘 하고 계실까. 마당에 눈이 제법 쌓였을 텐데. "지금 무슨 생각 해요?" 한동안 멍하니 창밖만 보는 그에게 지희가 물었다. 그러자 지아가 손뼉을 치며 맞장구를 쳤다. "그윽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저 눈빛… 혹시 첫사랑 생각?" "오, 그런 거야, 꼬춘 씨? 심심한데 첫사랑 얘기 좀 해 줘 봐. 궁금하네. 산속에는 언제부터 살았어? 그 할머니랑은 무슨 관계야? 친할머니야, 외할머니야?" "…말이 많으면서도… 짧군." 독고춘이 인상을 쓰며 한마디 던지자, 지희가 갑자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Yo, Yo! 넌 저번부터 말이 짧았지. 하지만 난? 찌질하게 참았지. What? 나는 말 짧으면 안 돼라는 법이 있나? Ye, 그게 우리나라 법인지, 다른 나라 법인지 Ha? 알고 보니 그냥 니가 범인. Yo, 너는 내게 말이 짧다고 지껄이지. No, 그게 바로 한심한 짓거리. 창밖엔 눈이 내리고 너의 눈엔 화가 내리고. Ah, 이건 단순한 사고일 뿐이고 지금 너의 사고는 멈춰 있을 뿐이고. 넌 항상 고개를 끄덕여. 그 덕에 내 기분? 완전 꾸덕. Yeah~" 독고춘은 커피잔을 입가로 가져갔다가 그대로 멈췄다. 대체 무슨 말을 저렇게 빠르게 쏟아 내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오오, 대박! 래퍼 본능 미쳤다, 언니! 이래서 내가 언니한테 반했다니까! 역시 랩 하는 아이돌 출신은 확실히 달라!" "괜찮았어?" "네, 언니! 완전!" 지아는 신이 나서 박수를 치며 떠들어 댔다. 다행히 손님은 세 사람뿐이었고, 카페 사장도 지희의 열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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