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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강의 망자들

Author: 하민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6 07:01:48

오르하가 엘프의 말로 무어라 중얼거리고는 말했다.

“제1시대 마지막 전쟁이야.”

“그렇게 부르나보군, 제1시대라고.”

오르하의 말에 조세르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망자들 중 유독 많은 이들이 다홍빛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에녹을 비롯한 일행이 조세르를 힐끔 쳐다보았다.

강의 한 가운데 돌과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었다. 마차 세 대가 나란히 지나가도 좋을 만큼 넓은 다리였다. 조세르를 필두로 다리를 건너는데, 구슬픈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어?”

네리나가 귀를 기울였다.

“왜 그래, 아가씨?”

“무, 무슨 일 있어요?”

긴과 톰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톰은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지 어느새 에녹의 곁에 바짝 붙은 채였다.

“쯧.”

에녹은 혀만 한 번 찰 뿐, 톰을 내치지는 않았다.

계속되는 노랫소리에 네리나가 힐끔 뒤돌아보다, 물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노래하는 시신과 눈이 마주쳤다.

다홍빛 눈동자를 한 시신이 씨익 웃었다. 흰 옷에 파란 목걸이를 한 시신이었다.

네리나가 풍덩, 강에 빠져들었다.

네리나가 정신을 차린 건 강에 빠져든 직후였다.

‘내가 왜 뛰어들었지?’

그렇게 생각하며 허우적대자 주변의 시신들이 자꾸만 손에 걸렸다. 무서움을 느낀 네리나가 공기방울을 토해냈다.

‘!!’

그런데 자신의 손에 걸린 시신들이 금빛 빛무리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뿌옇던 강물조차 맑게 정화되는 것 같았다.

네리나는 금세 에녹의 손에 이끌려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희게 질린 조세르가 강물과 네리나를 번갈아 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쳇, 재수없게. 대장이 없어질 뻔 했잖아?”

“걱정했다는 말을 재수없게 하는 재주가 있군, 인간.”

“뭐? 인간? 이 엘프놈아.”

긴과 오르하가 투닥거리자 에녹이 그들을 쏘아보았다.

“지금 네리나가 쓰러진 것 안보이나?”

오직 네리나의 안전에 대해서만 입을 여는 에녹이었다. 네리나가 콜록거리며 강물을 뱉어냈다.

“오늘은 여기서 쉬어야겠군.”

조세르가 말하자 톰이 냉큼 고개를 끄덕이려다 말았다.

“이, 이렇게 무서운 곳 한가운데서 쉰다니요? 그건 쉬어도 쉬는 게 아닌….”

“해가 졌어. 태양신의 가호가 더는 우리를 지켜줄 수 없어.”

“끄응….”

톰이 하는 수 없이 조세르의 말에 수긍했다.

오르하와 에녹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큰 담요로 네리나를 감싸기 바빴다.

“자, 네리나양. 꽁꽁 싸맸으니 젖은 옷은 벗어버려요. 안그러면 연약한 인간은 감기에 걸린답니다.”

“맞아. 벗어.”

네리나가 에녹을 사납게 째려보다 한숨을 쉬었다. 에녹은 왠지 억울해보였다.

“에녹, 고해줘서 구마워요.”

“구해줘서 고맙다고? 알겠어. 일단 정신은 덜 돌아온 것 같군.”

네리나가 또 한 번 한숨을 크게 쉬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충격이 큰 것 같았다.

“그보다 아까 말이야, 아가씨 손에 닿은 시신은 빛먼지로 변해 사라졌어. 그건 어떻게 된거지?”

긴이 날카롭게 물었다. 그러자 조세르가 네리나의 다홍빛 머리카락을 빤히 쳐다보았다.

“리르카는 네리나양을 오래된 것들의 약속이라고 불렀어요. 그것과 연관이 있나요?”

“저도 몰라요, 오르하. 나도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에요. 으앙!!”

네리나가 울음을 터트렸다. 벤자민을 구하러 가는 길이 이렇게까지 험난할 줄은 몰랐다. 새어머니가, 그러니까 드완 부인이 준 돈은 한 푼도 써보지 못하고 숲에서 죽게 될 것만 같았다.

조세르가 황급히 달려와 네리나를 껴안았다.

“왜 애를 울리고 그래. 다 죽여버리고 싶게.”

“….”

긴과 오르하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구슬픈 망자들의 노랫소리를 뚫고 네리나의 힘찬 울음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쉬이, 괜찮아. 놀랐지, 자기?”

“훌쩍…. 저 알몸인데요.”

“담요 두르고 있잖아. 내가 못보면 알몸이 아니지.”

“참나.”

“울음 그친거야? 조금 더 울래? 내가 더 껴안고 싶어서 그래.”

“조, 조세르씨는 못하는 말이 없네요.”

“널 기다린 세월이 얼마인데. 빙빙 돌려가며 낭비할 시간은 없어.”

네리나의 뺨이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 조세르는 볼을 깨물어 과즙을 맛보고 싶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만.”

에녹이 입을 열었다.

“뭘 그만하라는거지, 에녹?”

“그렇게 껴안고 있는 것.”

“왜? 네리나도 가만히 있는데, 네가 왜?”

조세르의 말에 에녹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네리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곧 뒤를 돌아 경계 태세를 갖추는 척했다.

“여기서 쉬는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노랫소리 때문에 미치겠어요.”

“노랫소리라니요, 네리나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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