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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Auteur: 꼬미 요괴
얇은 흰색 잠옷이 굴곡진 몸매를 감싸고 있었다.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채 수줍은 얼굴로 손에 무언가를 숨기고 그의 문 앞을 한참 서성였으니, 무슨 생각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뻔했다.

제 발로 날아온 먹잇감이 입에 들어오기 직전인데 어떻게 다시 놓아줄 수 있겠는가.

지강산은 온화하면서도 답답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목발을 짚고 한 걸음 앞으로 움직였다.

“서령아, 지금 내가 널 따라잡지도 못하고 붙잡지도 못할 거라고 일부러 도발하는 거지?”

“도발한 거 아니에요.”

“그럼 들어오기나 해.”

“역시 안 되겠어요. 강산 씨 허벅지 상처가 아직 안 나았잖아요.”

지강산은 당장이라도 목발을 내던지고 다가가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부드럽게 달랬다.

“정말 괜찮아.”

“또 다칠까 봐 무서워요.”

“그 정도는 아니야.”

“두 달만 더 기다려요. 의사가 허벅지 뼈는 적어도 석 달 이상 걸린다고 했잖아요.”

두 달, 지강산에게 그 길고 긴 시간은 매 순간이 고문이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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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72화

    “선생님 수업은 오늘까지만 하시죠. 남은 수업료도 돌려주실 필요 없어요. 내일부터는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지강산은 담담하게 말하고 몸을 돌려 정자를 떠났다.요가 강사는 충격과 당혹이 뒤섞인 표정으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몹시 후회했다.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지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이 거대한 정원을 둘러봤다.제산시에 이렇게 넓은 저택을 가진 사람이면 재산과 권력이 평범할 리 없었다. 분명 수도의 유력 가문 자제일 터였다.이런 남자들은 여자와 노는 걸 누구보다 좋아하고 잘할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이 남자는 여색에 관심이 없단 말인가?’요가 강사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볼륨 있는 몸매를 내려다봤다. 허서령과 비교하면 자신이 훨씬 풍만하다고 생각했다.‘대체 어디에서 밀린 걸까? 얼굴인가?’이해할 수 없었지만, 더 생각할 기회도 없었다.요가실 안.허서령은 요가 매트 위에서 몽롱하게 잠에서 깼다. 강사가 보이지 않자 몸을 일으켜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시선은 한쪽 라운지 소파에 앉아 있는 지강산에게 멈췄다.“여긴 왜 왔어요?”허서령은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지강산은 잔잔하게 웃으며 옆에 있던 따뜻한 물이 담긴 물병을 집은 후 뚜껑을 열어 건넸다.“일 끝나서 네 요가 하는 거 보러 왔는데 자고 있더라. 그래서 안 깨웠어.”허서령은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선생님은요?”“오늘 수업까지만 하고, 내일부터는 안 와.”“왜요?”허서령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병 뚜껑을 닫아 내려놓았다.지강산은 두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아 품 안으로 끌어당긴 후 두 무릎을 모아 그녀가 그 위에 올라앉게 했다.“내 다리 위에 앉아.”허서령의 다리는 그의 무릎에 밀려 자연스럽게 벌어졌고, 그는 그대로 그녀를 허벅지 위로 끌어당겼다.허서령은 두 손을 그의 어깨에 얹고 내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거절했다.“강산 씨 다리 이제 막 나았잖아요. 의사도 최소 반년은 지나야 완전히 회복된다고 했어요.”“그럼 좀 더 안쪽으로 앉아. 내 허리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71화

    금자 아주머니는 허서령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처음에는 무척 어색했지만 자꾸 듣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허서령은 맡는 일을 줄였다. 지강산은 그녀를 데리고 가장 좋은 병원에 가서 진료받게 했고, 실력 있는 상담 전문가도 찾아 치료를 시작했다. 약을 꾸준히 먹었고 몸을 단련하는 운동도 늘렸다.집에는 지강산이 그녀를 위해 요가실까지 만들어 주고 요가 강사도 따로 고용했다.매일 한 시간씩 요가 수업을 했고, 가끔은 명상이나 숙면을 돕는 수업도 받았다.허서령의 하루는 지강산이 촘촘히 채워 놓아 훨씬 충실해졌다. 신체화 증상은 가끔 나타났지만 횟수가 확실히 줄었고 우울한 감정이 찾아와도 지강산이 금세 알아차렸다. 그는 그녀가 비관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함께 다른 일에 집중하게 했다. 특히 효과가 빠른 방법 중 하나는 그녀의 욕망을 일깨운 뒤 충분히 사랑을 나누는 것이었다.지강산의 서재에는 우울증 치료와 관련된 책이 열 권 넘게 늘어났다.그는 시간만 나면 심리학책과 논문을 뒤적였다. 독학으로 전문가가 다 되어 갈 정도였다.그러다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나 심리상담사 자격증이라도 따 볼까? 나중에 항공우주 엔지니어 그만두면 상담사 하면 되겠네.”농담처럼 들렸지만 그는 실제로 허서령의 병 때문에 심리학과 우울증에 관한 지식을 아주 진지하게 파고들고 있었다.7월 하순의 날씨는 유난히 후텁지근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지강산의 골절도 서서히 회복됐다.한낮에는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 정원 위로 쏟아졌다. 여름 바람이 무성한 초록 잎들을 스치고 지나가 시원하고 쾌적한 기분을 만들었다.정원 한가운데 정자 안, 지강산은 난간 옆에 서서 멀리 나무들을 바라보며 피곤한 눈을 쉬고 있었다. 단순한 흰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었을 뿐인데도 귀티가 흐르고 단정한 품위가 느껴졌다.몸의 상처는 거의 회복됐고 조만간 직장으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최근 이틀 동안 데이터 하나를 계속 수정하느라 거의 종일 컴퓨터 화면을 봤고, 눈이 몹시 피로해진 상태였다.“대표님.”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70화

    “달래려고 하는 말 아니에요. 일은 줄이고 집에서 강산 씨랑 보내는 시간을 늘릴 거예요. 저도 병 제대로 낫고 싶어요.”“그렇게 생각해 주면 제일 좋지.”허서령은 나무에 매달린 나무늘보처럼 그에게 꼭 달라붙어 뺨을 어깨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쉬었다.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원래 조금 이기적으로 사는 사람이 가장 편하고 가장 가볍게 사는 법이었다.지강산의 미래나 결혼, 앞날을 대신 걱정하지 않고 지씨 집안 어른들의 마음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잘 살고,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여기며 마음 가는 대로 그를 사랑하고 곁에 있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이렇게 편해졌다. 삶은 이렇게나 달콤했다.‘이기적으로 사는 것도 정말 좋네.’지강산의 큰 손은 그녀의 허리와 등을 천천히 쓸다가 더 아래로 내려가 한 손에 잡힐 만큼 가느다란 허리선을 감쌌다. 그는 안타깝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가늘다.”허서령은 그 말이 칭찬이 아니라 걱정과 애틋함이라는 걸 알아들었다.“나중에 제가 살찌면 싫어할 거예요?”“살이 찌든 빠지든 다 좋아. 난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돼.”역시 지강산은 말도 참 달콤하게 한다고 생각하며, 허서령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가볍게 닿았다 떨어지는 입맞춤에 지강산은 그만 웃어버렸다.“너 진짜 성의 없다. 나한테 키스할 때마다 1초밖에 안 해.”“1초도 키스는 키스예요.”허서령은 수줍게 화제를 돌렸다.“저 배고파요. 저녁 먹으러 가요.”“조금 있다 먹자.”지강산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여 깊고 얕게 입을 맞췄다. 아무리 해도 부족한 사람처럼 오래도록 키스했다.그녀의 입술은 그의 마음을 달래는 가장 달콤한 사탕이었고, 그녀의 몸은 그가 쌓인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아무리 만져도 부족했고 아무리 함께 있어도 부족했다.그녀의 표정 하나, 움직임 하나까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같았다. 장엄한 바다도,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69화

    지로운이 차갑게 웃으며 지강산을 봤다.“말이 꽤 거슬리네.”지강산의 시선은 깊고 차가웠다. 그는 한 글자씩 또렷하게 말했다.“성화 그룹 법인 대표는 형의 여자고, 돈은 형 주머니로 들어갔지만 형 손에는 흙 한 점 안 묻었지. 일 터지면 그 여자를 앞세워 전부 뒤집어쓰게 하면 되고.”“방금 정치판 돌아가는 건 모른다며? 끼어들지도 않는다며?”지로운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었다.“맞아. 끼어들진 않아. 하지만 이 일이 내 여자와 관련됐으니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을 거야.”지강산은 태연하게 휠체어를 돌려 차 수납장 아래로 가 서랍을 열었다. 그러고는 서류 한 묶음을 꺼내 탁자 위에 던졌다.“한번 봐.”지로운은 서류를 들어 넘겨 봤다. 읽을수록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결국 거칠게 덮고 이를 악문 채 지강산을 노려봤다.“형은 나한테 내 여자를 좀 말려 달라고, 여기서 손 떼게 해 달라고 하려고 온 거겠지. 하지만 나는 오히려 형한테 말하고 싶어. 당분간 조심해. 난 준비도 없이 싸움에 뛰어들지 않아.”“내가 널 너무 우습게 봤구나, 강산아.”지로운은 화가 난 채 서류를 탁자 위로 내던지고 음습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몸을 돌려 떠났다.지강산은 멀어지는 뒷모습을 향해 차갑게 경고했다.“허서령 건드리지 마. 형이라도 서령이한테 손대면 나도 가만 안 둬.”지로운의 걸음이 순간 멈췄다. 그는 그대로 굳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몇 초 뒤 지로운은 몸을 돌려 지강산과 마주 봤다. 입가에는 웃음이 걸렸지만 눈빛은 축축하고 음침했다.“난 여자가 차고 넘쳐. 하나쯤 없어져도 별일 아니지. 그런데 넌 허서령 하나뿐이잖아. 과연 누가 잃는 걸 더 무서워할까?”지강산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동생아, 하나뿐이면 너무 적어. 잘 지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잖아.”지로운은 억지웃음을 몇 번 흘리고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지강산은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손에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줬다.해 질 무렵, 지강산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허서령이 법원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68화

    “오후에도 재판 있어?”지강산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안고 다른 손으로 휠체어를 조작해 식당으로 향했다.허서령은 그의 품에 기대어 말했다.“네. 성화 그룹 화학 공장 환경오염 사건이 있어요. 공개 생중계 재판이라 지금 좀 부담돼요.”“전에 실명 제보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여론이 크게 붙어서, 관심 가지는 사람이 많으니까 공개 생중계까지 하는 거야?”“네.”지강산은 그녀의 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우리 서령이 이번에 전국적으로 이름 날리겠네.”허서령은 그의 손을 밀어내고 아픈 볼을 문질렀다.“꼭 이기는 건 아니에요. 제가 지면 사람들이 성화 그룹에서 돈을 받아먹고 매수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난 법을 믿고, 너도 믿어. 넌 분명 이길 거야.”허서령은 그의 허벅지에서 내려와 식탁 의자에 앉았다.“이기면 태일 오빠한테 밥 사야 해요. 태일 오빠 아니었으면 화학 공장이 폐수 몰래 버린 증거 다시 확보하지도 못했어요.”“어느 플랫폼에서 중계해? 나 집에서 볼래.”허서령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공식 플랫폼을 열어 보여 줬다.“여기에요. 세 시부터 시작해요.”“네가 일하는 모습은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으니까 꼭 볼게.”지강산의 눈빛은 뜨거웠고 미소는 다정했다.허서령도 마음이 놓인 듯 미소 지었다.그때 아주머니가 점심을 가져와 식탁 위에 차렸다.두 사람은 점심을 먹으면서 오후 재판 이야기를 나눴다.허서령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집을 나서 일을 보러 갔다.지강산은 집으로 인테리어 기사들을 불러 방 구조를 다시 손봤다. 아주머니에게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를 바꾸게 했고, 커튼 색까지 허서령이 좋아하는 색으로 교체했다.인테리어 기사들이 돌아가자 백화점 매장 직원들이 고가의 제품들을 직접 들고 와 화장 공간을 가득 채웠다.방 정리를 마친 그는 집에서 요가 강사 몇 명을 직접 면접한 뒤, 성격이 차분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여성 강사 한 명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오후 세 시, 지강산은 정확히 TV를 켜고 법원 공식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67화

    지강산이 바닥을 짚고 일어나려 하자 허서령이 빠르게 다가가 그의 팔과 허리를 부축했다. 지강산은 한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조정 끝났어?”“네.”허서령은 그를 부축해 휠체어에 앉혔다.“고생했어요. 강산 씨.”“하나도 안 힘들었어.”지강산은 아기를 바라보는 눈에 진심 어린 애정을 담았다.“아기가 정말 귀여워.”허서령은 아기를 돌아봤다. 그런데 아기는 심인혜의 품에 안겨 있었다.백시욱은 그렇게 오랫동안 아들을 못 봤는데도 가장 먼저 아이부터 안아 들지 않았다.그는 심인혜의 앞에 서서 허리를 숙이고 아기의 작은 손을 잡은 채 부드럽게 달랬다. “우리 아기, 아빠 보니까 좋아? 아빠랑 집에 갈까?”아기는 무서운 낯선 사람이라도 본 듯 몸을 돌려 심인혜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작은 팔로 엄마의 목을 감쌌다.그 모습을 본 허서령은 갑자기 마음 한쪽이 시큰해졌다.‘인혜의 선택은 과연 옳은 걸까, 틀린 걸까?’지강산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결과는?”“이혼 안 하기로 했어요.”허서령도 작게 대답했다.지강산의 시선이 백시욱에게 향했다. 그는 계속 아기 주위를 빙빙 돌며 놀아 주고 있었다. 아기도 점점 마음을 열었는지 심인혜의 품에서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숨바꼭질하듯 그와 장난쳤다.지강산이 말했다.“백시욱, 아기 잘 컸더라. 9킬로 반 정도 나가.”백시욱은 흐뭇하게 웃었다.“우리 통통이가 벌써 그렇게 무거워졌어? 역시 모유가 좋긴 좋네.”지강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인혜야, 내가 들어가서 짐 정리해 줄게.”“고마워.”심인혜는 인사를 하고 아이를 안은 채 거실 의자에 앉았다.백시욱도 따라 앉아 지강산에게 몸은 얼마나 회복됐는지 물었다. 지강산은 건성으로 한두 마디씩 대답했다.잠시 뒤 허서령이 여행 가방을 끌고 나오자 백시욱이 바로 다가가 손에서 가방을 넘겨받았다.“제가 들게요.”심인혜도 아들을 안고 일어나 허서령과 지강산에게 다시 고개를 숙였다.“그동안 받아 줘서 정말 고마워요.”허서령이 말했다.“그렇게까지 말할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화

    병원 안.허서령이 수납을 마치고 영수증을 챙겨 병원을 나섰다. 그때 진성호가 뒤쫓아와 허서령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지난번에 내가 얘기했던 거 생각해 봤어?”허서령이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진성호의 손을 뿌리치며 째려봤다.“미친놈.”진성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오만한 태도를 취했다.“허서령, 나한테 시집오면 배상금 1억 6천만 원을 주지 않아도 돼. 우리 아버지 병원비도 낼 필요 없고. 게다가 너의 엄마가 원하는 대로 은행에서 1억 원 대출받아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화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화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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