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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Penulis: 꼬미 요괴
무서운 임종 직전의 감각이 또다시 찾아온 것만 같았다.

“서령 언니,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사과하지 말아요. 간호사 선생님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선생님을 모시러 갔어요. 무서워하지도 말아요. 언니는 죽지 않아요.”

허서령은 눈을 감았다. 머릿속은 완전히 마비된 듯했고, 느껴지는 건 고통과 짓누르는 우울감뿐이었다.

그때 다급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은영은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켜 문 쪽을 돌아봤다.

지강산이 어두운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병상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오빠, 서령 언니 좀 봐. 계속 몸을 떨고 있어.”

지은영은 걱정과 초조함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지강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병상 앞으로 다가왔다. 신체화 증상으로 괴로워하는 허서령을 보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허서령의 상체를 일으킨 뒤 품속으로 단단히 끌어안았다.

허서령은 따뜻한 그의 가슴에 기댔지만, 몸은 여전히 뇌와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모진 고통에 시달렸다.

“서령아, 나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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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92화

    이들은 술과 야식을 즐기며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일, 생활, 소문, 남자, 현재와 미래까지 화제가 끝이 없었다.밤 열 시에 시작한 자리는 자정을 넘길 때까지 계속됐다.한껏 웃음을 터뜨렸다가 때로는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내밀기도 했다.잠옷을 입은 지강산이 밖으로 나와 복도 입구 벽에 기대선 채 팔짱을 끼고 거실에서 신나게 이야기하는 아내를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얼른 들어가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잠시 후 지태일도 복도 입구로 나왔다. 그의 시선은 소파에서 술에 취한 정윤슬에게 향했다.“형도 아직 안 잤어?”지강산이 부르자 지태일은 고개를 돌렸다. 벽에 기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동생이 보였다.“넌 잠이 와?”“그러게. 잠이 안 오네.”지강산이 웃었다.지태일은 한 걸음 물러서서 동생과 나란히 벽에 기댔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술에 취한 정윤슬을 바라봤다.정윤슬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눈이 풀리고 동작도 느려졌다. 그녀는 지은영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까딱까딱 끄덕였다.“네, 네...”누가 봐도 취한 모습이었다.지강산이 거실의 화기애애한 광경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었다.“예전에는 내가 서령이랑 결혼하고 딸까지 얻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 아직도 꿈같은데 정말 현실이 됐잖아. 이제 다른 소원 없어. 아내랑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돼.”“그래. 소중히 여겨.”지태일이 대답했다.지강산이 형을 돌아봤다.“형은? 행복해?”“그냥 그래.”지태일이 씁쓸하게 웃었다.“그냥 그렇다는 게 무슨 뜻이야?”지태일은 정윤슬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예전엔 사랑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고, 귀찮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막상 빠져 보니까 이성으로 통제가 안 되더라.”“걔가 뭘 하든, 어떻게 꾸미든, 그냥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좋아. 집에 윤슬이가 있는 게 갈수록 좋아져. 요즘 우리 집은 깨끗하고 아늑해. 옷에서도 좋은 향이 나고 물건은 가지런하고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91화

    지태일은 부부라면 가까워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날 정윤슬이 그렇게 거부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지태일이 또다시 입을 다물자 정윤슬은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감싸고 용기를 내 먼저 입을 맞췄다.입술이 닿자 지태일의 몸이 미세하게 굳었다. 잠깐 놀란 그는 이내 두 팔로 허리를 끌어안아 자신의 허벅지 위에 비스듬히 눕히고 고개를 숙여 깊이 입맞춤을 되돌려 주었다.메마른 사막의 나뭇가지가 단비를 만난 듯 그의 열정은 순식간에 타올랐다.정윤슬은 입맞춤에 온몸이 나른해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가 가까워질 때마다 너무 거칠고 뜨거워 감당하기 어려웠다.욕망이 실린 입맞춤이 이어지며 그의 손이 옷 안으로 들어왔다. 정윤슬은 심장이 요동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지태일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침대로 향했다. 한쪽 무릎을 침대에 올리고 정윤슬을 내려놓으려던 찰나였다.똑똑.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정윤슬은 얼른 그의 어깨를 밀고 고개를 돌려 입맞춤을 피했다.“오빠, 누가 문을 두드려요.”“신경 쓰지 마. 알아서 가겠지.”지태일은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눈빛은 몽롱했고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큰새언니, 안 자요?”지은영의 목소리가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렸다.“은영이예요.”정윤슬이 고개를 돌렸다.지태일은 그녀의 양옆에 팔꿈치를 짚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억지로 충동을 눌렀다. 화도 나고 어이도 없었다.이렇게 갑자기 멈춰야 하는 고통은 참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정윤슬의 옆에 드러누워 눈을 감고 이불을 끌어 허리 아래를 덮었다.정윤슬은 황급히 일어나 머리를 정리하고 문으로 향했다. 문 앞에서 뒤돌아보니 지태일은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 양팔을 펼친 채 하체를 이불로 가리고 있었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욕망을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노크가 다시 들리자 정윤슬이 문을 열었다.“큰새언니, 자고 있었어요?”지은영은 정윤슬의 붉은 얼굴과 쑥스러운 눈빛을 봤지만 별다른 의심은 하지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90화

    정윤슬은 그를 돌아봤다.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예능을 함께 보고, 지루할 법한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 주고 있었다.그동안 과묵해서 대화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자신도 먼저 말을 걸지 않고 늘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지태일은 원래 먼저 나서는 성격이 아니었다.그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조금 알 것 같았다.“네. 전 이렇게 풋풋하고 잘생긴 남자가 좋아요.”정윤슬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지태일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뒤쪽 소파 등받이에 팔을 올린 채 화면만 바라봤다.정윤슬은 다리를 소파 위로 끌어 올리고 웅크려 앉았다. 휴대전화를 무릎에 올리고 뒤로 몸을 젖히자 지태일의 가슴에 등이 닿았다.갑자기 가까워진 그녀 때문에 지태일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등허리가 굳고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화면을 보던 시선이 그녀의 예쁜 얼굴로 옮겨 갔다.지태일의 뜨거운 숨결이 귀가에 스치자 정윤슬도 긴장됐다.부모님은 각자 새 가정을 꾸렸고, 자신에게는 할아버지밖에 없었다. 이제는 그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홀로 남았다.할아버지는 생전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성숙하고 듬직한 남편을 찾아 주셨다. 정윤슬은 그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고, 이렇게 좋은 남자를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지은영의 말처럼 지태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다. 결혼 상대가 없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지 않았을 뿐이었다.운 좋게 그와 인연을 맺은 만큼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노력하고 싶었다.“오빠...”“응?”지태일의 목에서 쉰 한 음절이 흘러나왔다.“평소에 어떤 노래 좋아하세요?”“노래는 거의 안 들어.”“영화는 어떤 장르 좋아하세요?”“영화도 잘 안 봐.”정윤슬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옆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올려다봤다. 뜨거운 눈빛이 갑자기 마주쳤다. 정윤슬의 가슴이 떨리는 순간, 지태일도 얼른 시선을 돌려 화면을 봤다.그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조금 전의 시선만큼은 분명 그녀를 향해 있었다.말은 거짓말을 해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89화

    김우빈은 몸을 돌려 이마를 벽에 대고 두 주먹으로 벽을 짚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속이 조금 괴로워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넓은 방 안에는 따뜻한 흰 조명이 환하게 비쳤다.정윤슬은 지태일을 따라 방에 들어오자 긴장됐다.예전에 그가 쓰던 방이라 물건과 옷들이 그대로 있었다. 지태일은 옷장으로 가서 잠옷을 꺼냈다.“나 먼저 씻을게.”“네.”정윤슬은 그가 재빠르게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문이 닫히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지태일이 씻는 동안 할 일이 없던 정윤슬은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꺼냈다. 무슨 생각에선지 AI 앱을 켜고 부끄러운 질문을 입력했다.[여자는 처음 관계할 때 많이 아픈가요?]AI의 답변을 읽을수록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고 긴장을 풀라는 조언까지 듣자 조금 안심이 됐다.그러다 또 물었다.[남자의 크기가 너무 크면 다칠 수도 있나요?]답을 읽고 나니 다시 겁이 났다. 마음이 불안과 망설임 사이를 오갔다.그때 욕실 문이 열렸다. 잠옷을 입은 지태일이 수건으로 덜 마른 짧은 머리를 닦으며 나왔다.“너도 씻을래?”정윤슬은 화들짝 놀라 휴대전화를 껐다.“네? 아... 네. 씻어야죠.”“네 잠옷은 없으니 내 거 입어.”지태일이 옷장에서 반소매 운동복 한 벌을 꺼내 주었다.“고마워요.”조금 전 AI에 물었던 민감한 질문들 탓에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정윤슬은 얼른 옷을 안고 욕실로 들어갔다.이십 분 뒤, 그의 헐렁한 옷을 입은 정윤슬이 나왔다.반소매 상의는 허벅지까지 내려왔고 바지는 무릎 아래까지 닿았다. 웃옷은 원피스처럼 넉넉했다.소파에서 휴대전화를 보던 지태일이 그녀를 올려다봤다. 몇 초 동안 시선이 머물던 그는 깊게 숨을 내쉰 후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목울대를 살짝 움직인 그는 숨결이 거칠어졌다.‘젠장. 윤슬에게 속옷이 없다는 걸 깜빡했네.’허서령이나 지은영도 새 속옷을 가져다주지 않았다.지금 그녀는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얇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88화

    곧 식사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식탁 둘레에 모여 잔을 들고 예안이가 백날 된 것을 축하한 뒤 자리에 앉았다.정윤슬은 지태일의 곁에 앉아 밥을 먹으며 허서령과 지은영의 말을 곱씹었다.반찬을 집으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 지강산이 새우 껍질을 벗겨 허서령의 입에 넣어 주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은 아무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고 다정했다.‘저게 정말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겠지.’자신은 결혼한 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지태일이 언제 이혼을 말할까 걱정하고 있었다.정윤슬의 시선을 알아챈 듯 허서령이 지태일에게 말했다.“아주버님, 오늘 술 마셨으니 집에 가지 말고 형님이랑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가세요.”“괜찮아. 대리운전 부르면 돼.”“저 형님이랑 할 얘기가 많거든요. 은영이도 자고 갈 거예요.”허서령이 지은영까지 끌어들이자 지은영은 바로 눈치를 채고 반찬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도 자고 갈래요. 새언니들이랑 오랜만에 이야기해야죠.”지태일은 허락을 구하듯 정윤슬을 바라봤다.정윤슬은 긴장했다. 여기서 자면 지태일과 같은 방을 써야 했으니 그가 망설일 만도 했다. 하지만 정윤슬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하룻밤 자고 갈게.”지태일이 답하자 허서령과 지은영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저녁 식사가 끝나고 손님 대부분이 돌아갔다. 남은 사람들도 하나둘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김우빈은 소파에 앉아 이마를 짚고 있었다.그때 지강산이 다가왔다.“취했어?”“응.”“대리운전 불러 줄까?”“여기서 자고 가도 될까?”“물론이지. 빈방 많아. 안내해 줄게.”“고맙다.”김우빈은 일어나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지강산을 따라 뒷마당 별채로 향했다.밤이 깊었다. 복도에는 따뜻한 노란 조명이 켜져 있었고 가을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왔다.긴 복도를 지나던 두 사람은 지은영과 마주쳤다. 귀여운 긴 팔 잠옷을 입은 지은영은 검은 긴 머리를 풀어 내린 채 방에서 막 나오는 참이었다.“둘째 오빠, 우빈 오빠.”지은영이 인사했다.“어디 가?”지강산이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687화

    이야기가 잠깐 끊겼을 때 지은영이 입을 열었다.“큰새언니, 사실 큰오빠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어요.”정윤슬은 흠칫하며 지은영을 돌아봤다. 허서령도 어리둥절했다.‘갑자기 왜 그런 말을 꺼내는 거지?’그러다 허서령은 지은영이 엉뚱한 꾀를 잘 내도 일부러 남의 관계를 망치려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떠올렸다. 예전에 지강산 때문에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 놀라게 만든 적은 있지만, 의도도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법의학과에 여자 직원이 있는데 큰오빠를 엄청 좋아해요. 먼저 고백까지 했거든요. 그런데 오빠가 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도 없고 상대에게 마음을 써 줄 여유도 없다며 거절했대요.”정윤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은영 씨, 그 얘기를 왜 저한테 해요?”“네?”지은영이 말문이 막혔다.“제가 질투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오빠를 뺏길까 봐 불안해하길 바라는 거예요?”속내를 들킨 은영이 민망하게 웃었다.“오빠를 좀 신경 썼으면 해서요.”허서령도 자은영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정윤슬에게 몸을 기울였다.“윤슬아, 태일 오빠는 무뚝뚝하고 말도 적고 잘 웃지 않지만 정말 평생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야. 책임감도 강하고 가족도 잘 챙겨. 다정한 표현이 서툴고 좀 엄격해도 든든한 사람이잖아.”두 사람이 열심히 지태일의 장점을 늘어놓자 정윤슬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알아요.”“그럼 태일 오빠를 좋아해?”허서령이 물었다.정윤슬은 입술을 깨문 채 몇 초 망설이다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본 지은영은 마침내 안도하며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그런데 두 사람은 아직 좀 서먹해 보여요. 무슨 일 있었어요?”“아마 제 탓일 거예요.”정윤슬은 한숨을 내쉬며 아무것도 끼워져 있지 않은 손가락을 내려다봤다.허서령의 시선도 따라 내려갔다. 결혼한 지 반년인데 결혼반지조차 없었다. 이런 상황이 어떻게 정윤슬의 잘못이겠는가.허서령이 정윤슬의 팔짱을 끼고 가까이 붙어 속삭였다.“평소에 두 사람 어떻게 지내? 얘기해 줘.”호기심이 생긴 지은영도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화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화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7화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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