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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Author: 꼬미 요괴
“당장은 경찰에 넘기지 마.”

지강산이 냉랭하게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남자는 대답하며 박규태를 제압한 채 다른 차량으로 끌고 갔다.

박규태는 당황해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허 변호사가 아파서 구하려 한 것뿐이지 해치려던 게 아니야! 무슨 권리로 날 납치하고 감금하는데?”

남자는 박규태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지강산은 서둘러 허서령을 안고 차에 올라 조수석을 뒤로 젖히고 안전벨트를 매 준 뒤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깊은 밤, 지강산은 허서령의 곁을 지키며 각종 검사를 마쳤다.

몸에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체내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그 약은 정식 의약품이 아니라 불법 유통망에서 거래되는 범죄용 약물로, 사람을 몇 시간 동안 의식 잃게 만드는 종류였다.

의사의 설명을 들은 지강산은 등골이 서늘해지며 뒤늦은 공포가 밀려와 가슴이 철렁했다.

...

탁 트인 들판에는 벌레 우는 소리가 어지럽게 울렸다.

검고 축축한 폐가 안에는 희미한 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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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84화

    박규태의 얼굴이 순식간에 핏기없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온몸을 떨며 황급히 지강산 앞에 무릎을 꿇었다.“지, 지 대표님... 전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허서령의 직장 동료예요. 오해입니다! 정말 오해라고요!”옆에 있던 두 남자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지 대표님.”말을 마친 그들은 구석에 놓인 삽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박규태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바지에 오줌까지 지렸다.지로운이 무서운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이 집안의 둘째 도련님은 그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죽음이 눈앞에 닥치면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박규태도 마찬가지였다.지강산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박규태는 무릎으로 기어가 그의 바짓단을 붙잡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지 대표님... 죽이지 마세요. 다 말하겠습니다. 아버님입니다. 대표님의 아버님이 시킨 일입니다.”지강산은 그의 손을 발로 떼어 내고 두 걸음 물러나더니 그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가 나와 허서령을 갈라놓고 싶어 한다고 해도 이런 더러운 수법은 쓰지 않아. 더구나 네게 직접 지시했다는 걸 들킬 만큼 어리석지도 않지.”지강산은 휴대전화를 꺼내 영상 촬영을 켠 뒤 박규태를 비췄다.“기회는 한 번뿐이다. 대체 누가 시켰는지 말해.”“지, 지로운입니다. 대표님의 사촌 형이요. 아버님이 자신에게 시켰다면서 저를 보내 일을 처리하게 했습니다.”“허서령에게 무슨 약을 먹였지?”“모릅니다. 지로운이 준 약입니다.”“대가로 뭘 받았어?”“현금 1억입니다.”지강산은 영상을 저장한 뒤 그의 손목을 묶은 줄을 풀었다. 그러고는 구석으로 가 박규태의 휴대전화를 집어 그의 앞에 던졌다.“혼자 돌아가.”박규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픈 손목을 문지르며 급히 휴대전화를 집었다. 이렇게 쉽게 자신을 놓아줄 줄은 몰랐다.지강산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그때 두 남자는 구석에서 앉아 있었는데, 지강산이 나오자 곧바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대표님.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83화

    “당장은 경찰에 넘기지 마.”지강산이 냉랭하게 명령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남자는 대답하며 박규태를 제압한 채 다른 차량으로 끌고 갔다.박규태는 당황해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허 변호사가 아파서 구하려 한 것뿐이지 해치려던 게 아니야! 무슨 권리로 날 납치하고 감금하는데?”남자는 박규태를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지강산은 서둘러 허서령을 안고 차에 올라 조수석을 뒤로 젖히고 안전벨트를 매 준 뒤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깊은 밤, 지강산은 허서령의 곁을 지키며 각종 검사를 마쳤다.몸에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체내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그 약은 정식 의약품이 아니라 불법 유통망에서 거래되는 범죄용 약물로, 사람을 몇 시간 동안 의식 잃게 만드는 종류였다.의사의 설명을 들은 지강산은 등골이 서늘해지며 뒤늦은 공포가 밀려와 가슴이 철렁했다....탁 트인 들판에는 벌레 우는 소리가 어지럽게 울렸다.검고 축축한 폐가 안에는 희미한 전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좁은 방은 음산하고 숨 막힐 듯 답답했다.박규태는 손발이 묶인 채 구석에 내던져졌고 입에는 흰 천이 틀어막혀 있었다.공포에 질린 그는 눈빛마저 떨렸다. 온몸을 덜덜 떨며 눈앞의 두 남자를 불안하게 바라봤다.경찰서에 넘겨져도 감시 카메라도, 증거도 없으니 아무리 높은 사람이 나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변호사라는 신분과 법률 지식을 이용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모든 수를 다 계산해 두었지만, 일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붙잡혀 이런 인적 없는 곳으로 끌려오다니.박규태가 아는 지상훈의 둘째 아들 지강산은 항공우주 엔지니어였다. 성품은 온화하고 품행은 반듯하며 법을 지키는 점잖은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불법적인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이제 지로운도, 경찰도 그를 구해 줄 수 없었다.끼익.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박규태는 크게 움찔하며 문으로 들어오는 남자를 겁에 질려 바라봤다.깔끔한 흰 셔츠와 정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82화

    법률사무소 바깥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안내 데스크 역시 텅 비어 있었다.허서령은 온몸이 물처럼 축 늘어져 아무 힘도 쓸 수 없었다. 박규태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밖으로 데려갔다.말할 힘조차 없으니 살려 달라고 외칠 수도 없었다.그 순간 허서령은 극심한 절망에 빠졌다. 자신을 구할 능력조차 없는 상황이 막막하고 두려웠다.박규태가 자신을 탐내고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얻지 못한 원한을 품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무실이라고 방심해 그에게 틈을 내준 것이 뼈저리게 후회됐다.밖은 희뿌연 밤빛에 잠겨 있었고 건물 주변의 조명도 어두컴컴했다.박규태는 그녀를 부축해 승용차로 향하며 음흉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허 변호사, 무서워하지 마. 내가 병원에 데려다주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그는 차 키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삐빅.맑은 소리가 울렸다.그때 차갑고 엄숙한 인상의 남자 두 명이 갑자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박규태는 깜짝 놀라 멈춰 섰다. 두 사람을 당황스럽게 바라보는 얼굴에는 찔리는 기색이 역력했다.“당신들 뭐야?”한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고, 다른 남자가 물었다.“지금 뭘 하는 거야? 그 여자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박규태는 수치심을 감추려는 듯 버럭 소리쳤다.“당신들이 무슨 상관이야? 내 직장 동료인데 아파서 급히 병원에 데려가는 중이니 비켜.”남자는 차갑게 비웃었다.“병원에 간다고? 그럼 우리도 같이 가지.”박규태는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더욱 기세등등해졌다.“당신들 대체 누군데? 이게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야?”“우리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어. 하지만 당신 동료의 일은 우리가 반드시 관여할 거야.”“꺼져!”박규태가 분노에 차 고함쳤다.허서령의 머리가 힘없이 흔들렸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낯선 남자 두 명이 보였지만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보통 낯선 사람이라면 남의 일에 굳이 끼어들지 않는다.입을 벌려 보았지만 말할 힘이 없었다. 두 남자가 정말 자신을 외면할까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81화

    심인혜는 할 말을 마치고 가방을 집어 들더니 밖으로 나갔다.백시욱은 허서령을 매섭게 노려보며 성을 냈다.“허서령 씨, 또 서령 씨 짓이에요?”허서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 이걸 어떻게 자기 탓으로 돌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백시욱은 황급히 휴대전화를 챙겨 심인혜를 뒤쫓았다.“인혜야, 내 말 좀 들어 봐...”진이 다 빠진 허서령은 가방과 휴대전화를 챙긴 뒤 윤가온의 곁을 지나며 한마디를 던졌다.“백시욱을 이용해서 제 남자친구한테서 초대장을 받아 내려고요? 꿈 깨요.”윤가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주먹을 움켜쥔 채 허서령을 노려봤다.허서령은 식당을 나섰다.심인혜가 호출한 차에 올라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백시욱은 몇 걸음 따라 달리다 멈춰 서서, 숨을 헐떡이며 양손을 허리에 얹은 채 허탈하게 고개를 들었다.허서령은 백시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새삼 만감이 교차했다.두 사람이 맞선을 보고, 번개처럼 결혼하고,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도 봤다. 싸우고 지지고 볶는 모습도 봤다. 그런데 이제 그 결혼이 끝을 향해 가는 걸 보니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그녀는 차에 올라 법률사무소로 돌아가 일을 했다.심인혜에게 전화해 별일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심했다.밤이 되자 하늘은 어두워지고 도시의 네온사인은 하나둘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허서령은 하던 일을 마치고 퇴근을 준비하며 책상 앞에 앉아 지강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허서령: [강산 씨, 백시욱 씨가 진씨 가문 도련님네 가족 모임 초대장을 구해 달라고 해도 도와주지 말아요.]지강산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지강산: [무슨 일인데?]허서령: [윤가온이 백시욱 씨를 만나서 강산 씨한테서 초대장을 받아 내려고 했어요. 공교롭게도 저랑 인혜가 그 장면을 봤고요.]지강산: [알았어. 퇴근했어?]허서령: [방금 끝났어요. 이제 가려고요.]지강산: [내가 데리러 갈게.]허서령: [차 가져왔어요. 안 와도 돼요.]지강산: [알았어. 운전 조심해.]허서령은 얌전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80화

    “지강산 씨 벌써 복귀했어?”심인혜가 되물었다.“다리 골절이 완전히 낫는 데는 반년 이상 걸리지만 이제 휠체어 없이도 걸을 수 있으니까 출근했어. 평소에 다친 곳에 체중 많이 싣지 않고,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고, 걷는 거리만 줄이면 크게 문제없대.”심인혜의 미소가 딱딱하게 굳었다. 눈가도 젖었지만 억지로 태연한 척했다.“그럼 다행이네.”“인혜야...”허서령은 계속 참고 피하려는 친구를 보자 자신까지 마음이 아팠다.심인혜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아이와 가정을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감고 넘어가려는 걸까?’잠시 뒤 심인혜는 물컵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며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오랫동안 마음의 준비를 한 사람처럼 다시 컵을 내려놓았다.“서령아. 나한테 할 말 있는 거지?”허서령은 주먹을 꽉 쥐었다. 마음속은 고민으로 엉켜 있었다.말하면 아기의 가정이 깨질 수도 있었다. 백시욱은 자신의 가정이 무너지고 결혼이 실패한 책임을 전부 허서령에게 돌릴 것이다.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자신의 양심에도 미안했다.정말 진퇴양난이었다.허서령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던 그때, 식당 유리문이 열리며 익숙한 두 사람이 들어왔다.허서령은 즉시 고개를 푹 숙였다.심인혜의 뒤쪽으로 백시욱과 윤가온이 들어오고 있었다.정말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걸까? 하늘조차 백시욱의 행동을 못 봐주겠다는 듯 이렇게 절묘하게 마주치게 만들다니.허서령은 물건을 떨어뜨린 척 몸을 숙여 머리가 식탁 아래로 들어갈 정도로 낮췄다. 백시욱과 윤가온은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심인혜 바로 뒤쪽 자리에 앉았다.두 테이블 사이에는 의자 등받이 두 개만 놓여 있었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뒤에야 허서령은 몸을 바로 하고 무겁게 숨을 내쉬었다.“가온아, 뭐 먹고 싶어?”백시욱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심인혜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이 굳었다. 피가 온몸에서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고 두 눈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79화

    허서령은 일부러 피한 뒤 다시 화면을 내려다봤다.“이 시간까지 일해야 해요?”“그냥 좀 보고 있었어.”지강산의 목울대가 다시 움직였다. 그는 입을 살짝 다물었다.갑자기 허서령이 그의 두 다리 사이로 들어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강산은 놀라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급히 다리를 벌린 채 몸을 등받이 쪽으로 물렸다. 목소리가 금세 쉬었다.“서령아, 뭐 하려고?”“아무것도 안 하는데요?”허서령은 두 손을 허벅지 양옆에 얌전히 내려놓았다.얇은 끈 원피스 잠옷 차림에 그런 행동과 자세까지 더해지니, 그녀에게 별 뜻이 없어도 지강산의 생각은 자연히 다른 데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지강산은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 숨결이 뒤섞일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쉰 목소리로 물었다.“끝났어?”“끝난 지 사흘 됐어요.”“이번에는 왜 이틀밖에 안 한 거야?”“몰라요. 저도 이상해요. 양도 거의 없었고요.”“내일 의사한테 진료받고 몸 좀 조절하자.”“네.”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지강산은 그녀의 입술에 가볍고 얕게 입 맞추며 목 안쪽에서 낮고 쉰 숨을 흘렸다.“오늘 밤은 네가 먼저 나부터 좀 조절해 줘.”허서령은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나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두 팔로 목을 감고 깊게 입을 맞췄다.뜨거운 욕망이 담긴 키스였다.지강산은 그녀를 너무 잘 알았다. 허서령이 이런 잠옷을 입는 날은 먼저 원한다는 뜻이었다.그것도 아주 강하게.그는 그녀를 안아 침대로 향했다. 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뜨겁게 달아오른 가장 중요한 순간, 서랍 속 마지막 한 상자마저 비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지강산은 크게 낙담한 채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집었다.“없네. 심부름 앱으로 사다 달라고 할게.”허서령은 이미 온몸에 불이 붙은 듯 달아올라 견디기 힘들었다.“기다리다간 너무 오래 걸려서 저 잠들겠어요. 이번 한 번만 그냥 없이 해요.”“안 돼. 위험해.”허서령은 그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협탁 위로 던지고 단단한 가슴 위에 엎드린 채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화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화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7화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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