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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01 - チャプター 510

692 チャプター

제501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허서령은 지강산이 카톡으로 보낸 두 글자를 확인했다.‘잘 자.’그게 전부였다.허서령은 그가 조금 차갑고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뻔뻔하게 먼저 아침 인사를 건네기도 민망해, 씻고 준비한 뒤 밖으로 나갔다.낯선 사람들과 낯선 도시, 낯선 환경을 보고 있자니 기억이 어둠 속 깊이 묻힌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생소했다.그녀는 지하철을 타고 허태윤을 만나러 갔다.남자는 뚱뚱한 데다 옷차림도 지저분하고 꾀죄죄했다. 냉랭한 눈에는 업신여기는 기색까지 어려 있었다. 저런 사람이 자신의 남동생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허태윤은 문을 열자마자 무심하게 말했다.“왔어?”집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스쿠터 열쇠와 휴대전화를 챙긴 그는 슬리퍼 차림으로 나서며 두 번째 말을 던졌다.“가자.”허서령은 그를 따라 나가 스쿠터 뒷자리에 올라 철거 보상 사무소로 향했다.사무실은 철거 보상 관련 업무를 처리하러 온 주민들로 북적였다.절차를 모르는 허태윤은 서명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 증명서와 보상금을 받을 은행 계좌까지 제출해야 했다. 그가 서류를 가지러 돌아가려 하자, 허서령이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 온 서류를 모두 꺼냈다.허태윤은 내키지 않아 했지만 결국 모든 절차가 허서령의 서류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철거 보상금을 받을 계좌가 허서령 명의라는 사실에 그는 속이 뒤틀릴 만큼 분하고 답답했다.사무소를 나온 허태윤이 비꼬았다.“역시 변호사라 이건가? 기억을 잃었어도 돈 받을 서류는 챙겨 왔네.”허서령이 무덤덤하게 받아쳤다.“난 기억을 잃었지, 지능을 잃은 게 아니야. 넌 기억은 멀쩡한데 지능이 모자란 모양이고.”“너...”허태윤은 그녀를 노려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보상금 나오면 나랑 아빠 몫은 내 계좌로 보내.”“미안하지만 네 몫만 보내 줄 거야. 아빠 몫은 아빠 계좌에 넣을 거고.”“아빠 돈도 어차피 나중엔 내 거야.”허태윤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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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허서령은 그를 바라보며 냉소했다.“자상한 아버지인 척할 필요 없어요. 말해 보세요.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데 이렇게 싫어하는 거예요?”“됐다. 지난 일은 그냥 지난 일로 묻자.”허태하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제가 맞혀 볼게요.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올 사람은 저와 허태윤뿐이니, 그 애가 제 험담을 한 거죠?”허서령은 차분하게 분석했다.“아버지에겐 3층짜리 집이 한 채 있고 자식은 아들과 딸 하나씩이잖아요. 저와 사이가 틀어지면 그 재산이 나중에 전부 허태윤에게 갈 테니까요. 맞죠?”허태하는 원래부터 영리한 딸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되물었다.“네 엄마 병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죽게 만든 게 너 아니냐? 네가 잊어서 그렇지, 사실은...”허서령이 매섭게 말을 끊었다.“사실은 허태윤이 돈 한 푼 내지 않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엄마가 아팠을 때 돈도 안 냈고 병원에 와서 돌보지도 않았어요. 돈을 낸 것도 저고, 간호한 것도 저예요.”“의사를 알아보러 뛰어다닌 것도, 제산시까지 모시고 가 치료받게 한 것도 전부 저였다고요. 제가 혼자 모든 일을 감당했는데 어떻게 치료를 미뤘다는 거죠? 제가 없었다면 허태윤은 엄마를 요양원 구석에 던져 놓았을 테고, 훨씬 일찍 돌아가셨을 거예요.”허태하가 놀라 물었다.“너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 않았냐?”“저는 기억을 잃었지만 제 주변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이 알려 줬어요.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질을 알아볼 수 있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남의 말만 듣고 돈도 힘도 보태지 않은 아들 말은 믿으면서, 온 힘을 다한 딸은 의심한 거예요?”허태하는 생각에 잠겼다. 야윈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스쳤다.허서령은 한참 그를 바라봤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정도 없었다. 다만 억울하고 화가 날 뿐이었다.“어릴 때 기억은 남아 있어요. 너무 희미하지만, 대개는 허태윤 때문에 제가 억울한 일을 당했던 것 같아요. 아빠, 제가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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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이름이 진... 뭐였더라? 진... 성재. 그래, 진성재야. 경찰이다.”“진성재가 진성호에게 임시 치안 보조원 일을 소개해 줬다고요?”허서령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진성호의 알리바이가 갑자기 완벽하게 이어졌다. 경찰서에서 일하는 사촌 동생이 뒤를 봐준다면 알리바이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그야말로 완벽했다.“서령아, 진성호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거냐? 그건 말이 안 돼. 죽은 사람이 자기 아버지잖냐.”허태하는 그녀의 추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허서령은 실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 사람이 정직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알 수 없었다.“이 세상 범죄에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일만 있을 뿐이죠. 아버지도 죄인이 아닌데 감옥에 갇혀 있잖아요. 그런데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허태하는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허서령은 진성호도, 진성재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변호사의 관점에서 사건을 분석해 보면 진성재 역시 핵심 인물이었다.지태일에게 미리 알려 조사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했다.면회 시간이 끝나 갈 무렵, 허서령이 말했다.“제가 반드시 아버지를 구해 내야 하는 건 아버지가 제 가족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게 떳떳한 집안 배경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저를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출소한 뒤에는 법을 지키는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 주세요. 제 배경에 오점을 남기지 말고요. 저는 성별도, 출생도, 집안도, 부모도 선택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미래만큼은 제가 선택하고 싶어요. 언젠가 허태윤이 아버지를 모시지 않겠다면 저를 찾아오세요. 딸로서 아버지가 편안한 노후를 보내도록 책임질게요.”허태하는 눈물 어린 탁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허서령은 미련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교도소 밖으로 나온 그녀는 울심시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다처럼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송이송이 떠 있었고, 따뜻한 햇살은 밝고 눈부셨다.가족 때문에 자신의 삶까지 어두워져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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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울심시 특산품 필요하세요? 제가 좀 사 갈게요.”“좋지. 고맙다.”허서령은 기분 좋게 그가 했던 말을 되돌려 줬다.“가족끼리 감사 인사는 됐어요.”지태일이 웃었다.통화를 마친 허서령은 차를 타고 울심시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가 특산품을 찾아다녔다.그러다 첨단 기술의 도시 울심시는 특색이 없는 게 가장 큰 특색이고, 특산품이 없는 게 가장 큰 특산품이라는 사실만 깨달았다. 종일 돌아다닌 그녀는 드론이나 로봇이라도 사 갈까 고민했다.아주버님 부부에게 줄 선물과 은영에게 줄 특별한 선물, 하선희와 지상훈의 선물도 골랐다.다른 사람들의 선물은 쉽게 샀지만 지강산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는 고민에 빠졌다.지강산이 출장에서 돌아오며 건넨 보석은 5천만 원이나 했다.그러니 그에게 줄 선물도 너무 싸서는 안 됐다. 그렇다고 너무 비싼 건 살 수 없었고, 지나치게 거창하거나 성의 없어 보여도 안 됐다. 취향에 맞는 걸 고르고 싶어도 그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몰랐다.지강산과 함께 지낸 건 고작 며칠뿐이라 아직 그를 잘 알지 못했다.결국 모두의 선물은 다 샀는데 그의 것만 정하지 못했다.늦은 밤이 되었는데도 휴대전화에는 지강산의 메시지가 없었다.샤워를 마친 허서령은 침대에 누워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뭐해요?]겨우 세 글자를 보내 놓고도 마음이 뒤숭숭했다.지강산은 종일 연락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말한 것처럼 그가 정말 자신을 깊이 사랑하는 게 맞는지 문득 의심이 들었다.그때 알림음이 두 번 울렸다.허서령은 내려놓았던 휴대전화를 얼른 집어 들고 카톡을 열었다. 가라앉았던 입가에 다시 웃음이 번졌지만, 답장을 본 순간 곧 굳어졌다.[그냥 있어.]허서령은 그 한마디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있어? 그냥... 있어? 정말 말 한마디 더 하기가 그렇게 아까운가?’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휴대전화를 침대에 엎어 놓았다. 불을 끄고 얼른 누워 얇은 이불을 끌어 덮은 뒤 눈을 감았다.하지만 눈을 감자 지강산이 보낸 ‘그냥 있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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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대화를 끝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지강산이 이런 답을 보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낯이 두꺼워도 더는 먼저 연락할 수 없었다.잔뜩 화가 난 그녀는 휴대전화를 수면 모드로 전환해 내려놓고 이불을 덮었다.셋째 날, 허서령은 심인혜와 윤성을 만나 식사하기로 했다.본토 식당의 룸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여자는 달콤하고 발랄한 인상이었고, 남자는 곱상하면서도 묘하게 요염한 분위기였다.심인혜가 신이 나 자리에서 일어나며 환하게 웃었다.“서령아, 왔구나. 얼른 앉아.”윤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 훑었다. 의심과 경멸, 거리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선이었다.허서령은 다가가 심인혜의 옆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았다.심인혜가 덥석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눈에는 물기가 가득했다.“정말 나도 기억 안 나?”허서령이 고개를 저었다.“응. 기억 안 나.”그 대답에 심인혜는 울음을 참듯 입술을 삐죽였고, 두 눈에는 눈물이 금세 차올랐다.그렇게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이 친구만큼은 자신을 진심으로 아꼈던 것 같았다. 다만 허서령에게는 아무 기억도 없어 조금 어색할 뿐이었다.“서령아, 나는 기억나?”윤성이 웃으며 물었다.허서령은 그를 한 번 보고 대답했다.“기억 안 나.”윤성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떠올랐다.“그럼 지강산도 기억 안 나?”“예전에 알던 사람들은 전부 잊었고, 많은 일도 기억하지 못해.”허서령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윤성은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열 손가락을 깍지 낀 채 턱을 받치더니 웃는 얼굴로 차근차근 설명했다.“우리 셋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절친이야. 너와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은 곳을 다녔고 늘 붙어 다녔어.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지강산을 알게 됐고, 네가 그 사람과 사귀기 시작했지.”“인혜는 또 다른 곳에서 대학을 다녀서 그때 네 남자 친구가 누군지 몰랐고. 네 과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야.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울심시로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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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질투심이 강한 사람은 마음속에 어두운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친구일 때는 모든 것을 내어 주다가도 적이 되면 누구보다 잔인해질 수 있었다.인간은 그만큼 모순적인 존재였다.오늘 식사가 끝나면 이 남자와 다시는 만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했다.위험이 뻔히 보이는데 굳이 곁에 둘 필요는 없었다.심인혜는 주문을 마친 뒤 허서령에게 물었다.“백시욱은 기억나?”“공항에서 백시욱과 윤가온을 만났어. 강산이가 소개해 줬는데 네 전남편이라더라.”심인혜가 씁쓸하게 웃었다.“두 사람, 결국 사귀는 거지?”허서령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였구나. 요즘 양육비가 계속 줄더니, 어떤 때는 재촉해야 겨우 보내 주더라.”심인혜가 불만스럽게 말했다.“그렇게 결백하다고 큰소리치더니 이혼하자마자 그 여자를 안주인으로 들였잖아. 그게 어디가 결백해? 아들 양육비까지 깎고 미루다니, 정말 최악이야.”허서령은 얼굴에는 여유로운 웃음을 띠면서도 눈에는 슬픔이 비치는 그녀를 바라봤다.“지금은 어떻게 지내?”“아주 잘 지내.”심인혜의 눈이 반짝이며 웃음이 환해졌다.“내가 돈 벌어서 아이를 키우니 먹고사는 데 부족함도 없고, 귀찮은 시어머니를 모실 필요도 없잖아. 가끔 스무 살짜리 풋풋한 대학생과 연애도 해. 느끼한 중년 남자보다 훨씬 낫지.”허서령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솔직하고 꾸밈없이 살아가는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이 친구와는 계속 만나도 괜찮을 것 같았다.하지만 남자인 소꿉친구와는 거리를 둬야 했다.음식이 나오자 세 사람은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윤성은 과거의 일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허서령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남의 이야기처럼 듣고 넘겼다.심인혜는 최근의 생활과 일에 관해 이야기했고, 허서령이 기억을 잃은 뒤 어떤 기분인지도 물었다. 그러나 과거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식사가 끝나 갈 무렵, 배가 부른 허서령은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들어 카톡을 확인했다. 지강산의 메시지가 없자 실망한 채 다시 내려놓았다.윤성은 그 행동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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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윤성이 나간 뒤 심인혜가 허서령의 손을 잡고 물었다.“정말 윤성과는 친구로 지내지 않을 거야?”“친구는 좋은 사람을 골라 사귀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화를 부를 수 있어.”허서령이 싸늘한 눈빛으로 담담히 말했다.“저 사람은 좋은 친구가 아니야.”심인혜가 환하게 웃었다.“서령아...”“응?”“예전에 알던 밝고 자신감 넘치고, 단단하고 강한 허서령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허서령은 마음 깊이 미소 지었다.심인혜는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젖은 눈으로 감격스럽게 말했다.“다 나아서 정말 다행이야.”“고향에 오면 기억을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와 보니 떠올릴 만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왜 굳이 기억을 되찾으려고 해?”“지강산 때문에. 그 사람을 잊었고 예전에 사랑했던 기억도 없으니까, 뭔가 빠진 것 같아서...”허서령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다시 떠올리려고 하지 마.”심인혜가 진지하게 말했다.“그 사람과의 기억이 전부 아름다웠던 건 아니야. 두 사람에게는 헤어질 때마다 겪은 고통과 뼈저린 그리움이 더 많았어.”허서령은 어두운 눈빛으로 심인혜를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심인혜가 몸을 가까이 기울여 작게 물었다.“기억이 없는데도 그 사람을 사랑해?”허서령은 멈칫했다. 사랑이라는 말은 무거웠고, 시간이 쌓여야만 알 수 있는 감정이었다.‘사랑이란 무엇일까?’며칠을 함께 보냈다고 곧바로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만 알 수 있었다.“사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설레기는 해. 떨어져 있으면 그립기도 하고.”심인혜가 웃었다.“그거면 충분해. 지강산이 널 그렇게 사랑하잖아. 앞으로 두 사람은 더 행복해질 거야.”허서령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그 사람이 정말 날 그렇게 사랑해? 울심시에 돌아온 지 사흘 됐는데 첫날만 메시지를 몇 번 보냈고, 이틀 동안은 나를 상대할 생각도 없던데.”“바빠서 그럴 거야.”“뭐가 바빠? 휴가 중인데.”“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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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심인혜는 밝고 활발했으며 솔직했다. 놀 때도 온몸을 던져 신나게 즐겼다.허서령은 여행의 즐거움에 빠져 지강산을 향한 설렘과 그리움까지 모두 잊었다.그에게 다시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고, 그렇게 며칠 동안 연락이 끊겼다.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제산시로 돌아가기 전날 밤, 심인혜가 말했다.“서령아, 좋은 데 데려가 줄게.”허서령은 야식이나 먹고 야시장을 구경하러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심인혜가 데려간 곳은 남자 모델들이 선정적인 춤을 추는 화려한 유흥업소였다.심인혜는 이혼 전에는 짧은 영상으로만 남자 모델들의 아슬아슬한 춤을 봤지만, 이혼 뒤에는 완전히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돈을 벌어 황제처럼 밤 문화를 즐기고, 잘생긴 남자들이 눈앞에서 허리를 흔드는 걸 보니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고 했다.허서령에게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무대에는 화려한 조명이 번쩍였고, 강렬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상의를 벗은 남자들은 몸에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선명한 복근을 드러냈다. 거칠면서도 잘생겨 보이는 화장과 사람을 유혹하는 몸짓에서 남성미가 넘쳐흘렀다.어떤 여자들은 돈을 든 채 곧바로 모델의 몸을 만지고 바지 허리춤에 돈을 꽂았다. 안쪽까지 손을 넣어 한 번 더 만지려는 기세였다.남자 모델과 여성 손님이 벌이는 유혹적인 장면에 허서령은 얼굴이 뜨거워졌다.신이 난 심인혜는 자극적인 밤 문화를 자랑하려고 SNS에 영상을 올렸다. 카메라로 현장을 한 바퀴 훑다가 실수로 허서령까지 화면에 담았다.게시물을 올린 지 10분도 되지 않아 허서령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진동을 느끼고 휴대전화를 꺼낸 그녀는 지강산의 이름을 보고 얼어붙더니 놀란 얼굴로 심인혜를 바라봤다.“며칠째 연락도 안 했는데 갑자기 왜 전화하는 거지?”심인혜는 긴장한 허서령의 표정과 지강산의 전화를 번갈아 보다 곧 상황을 알아차렸다.“큰일 났다. SNS에 올리면서 지강산을 차단하는 걸 깜빡했어. 벌써 본 건가?”“이런 걸 SNS에 올렸어?”허서령이 놀라고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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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제가 며칠이나 놀았다고...”허서령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지강산이 끊었다.“9일이야. 내일이면 열흘이고. 처리할 일도 다 끝났을 텐데 얼마나 더 놀 생각이야?”“음...”그녀는 생각하는 척했지만 그가 자신이 떠난 날을 정확히 기억한다는 사실에 속으로 기뻤다.남자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11월이 되면 배가 철을 지나. 마지막으로 딴 배를 냉장고에 넣어 뒀는데, 더 늦게 오면 시들어 버릴 거야.”허서령은 꼭 배를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듯 느긋하게 대답했다.“냉장고에 넣어 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잖아요.”“올해 첫눈은 11월 말쯤 올 것 같아. 너 예전부터 눈을 좋아했잖아. 첫눈 보러 안 올 거야?”“울심시는 아직도 반소매를 입어요. 얼마나 편한데요.”허서령은 웃었다. 그가 온갖 핑계를 대며 돌아오라고 하는 모습에 가슴속에서 묘한 설렘이 피어났다.휴대전화 너머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거의 들리지 않는 무거운 숨소리만 이어졌다.그녀도 조용히 기다렸다. 누구도 전화를 끊거나 말을 하지 않았다. 적막한 기류가 전파를 타고 흐르며 소리 없는 그리움을 전했다.한참 뒤 지강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전보다 더 낮고, 옅은 슬픔까지 배어 있었다.“시간이 늦었어. 집에 가서 쉬어. 그런 곳에 오래 있어 봐야 너한테 좋을 게 없어.”“제가 남자 모델이라도 부를까 봐 걱정돼요?”허서령이 작게 물었다.“아니.”“정말요?”“응.”“그럼 좀 더 놀다 갈게요. 아직 다 못 놀았거든요.”허서령이 장난스럽게 느릿느릿 말했다.지강산의 목소리가 갑자기 엄해졌다.“돌아가. 주소가 어디야? 차를 불러 줄게.”“괜찮아요. 인혜가 차를 가져왔고 우리 술도 안 마셨어요.”“허서령.”그의 목소리가 더욱 단호해졌다.“걱정하게 만들지 마.”허서령은 분노와 걱정이 뒤섞인 그의 감정을 느끼고 부드럽게 대답했다.“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집에 도착하면 영상 통화해.”그가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여전히 제산시로 돌아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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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허서령은 비행기에 올랐고 심인혜는 공항을 떠났다. 인생에는 수많은 갈림길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다음 갈림길에서는 또 다른 사람들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오후 1시의 제산시는 잿빛 구름에 뒤덮여 있었고 기온은 8도까지 떨어져 있었다.공항을 나오자 허서령은 추위에 몸을 떨었다.울심시는 아직 따뜻했기에 긴소매 맨투맨에 얇은 외투만 입고 있었다. 여행 가방에는 선물이 가득해 열었다가는 바닥에 쏟아질 것 같았다. 옷을 꺼내 입기도 귀찮았다.그녀는 공항을 빠져나와 재빨리 택시에 올라탔다. 차 안이 조금 낫기는 했지만 기사가 난방을 켜지 않아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집까지 가는 한 시간 남짓 동안 내내 추위에 떨어야 했다.강령원은 조용했다.정원에서는 일꾼들이 나무를 다듬고 있었고, 거실에서는 가사 도우미가 청소 중이었다.허서령이 여행 가방을 끌고 들어오자 도우미가 놀랐다.“사모님, 돌아오셨어요?”“네.”허서령은 주위를 둘러봤다.“강산 씨는 출근했어요?”“어디에 가셨는지는 모르겠어요. 열흘째 집에 안 들어오셨어요.”“열흘이나요?”허서령은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지은영에게 카톡을 보냈다.[은영아, 강산 씨 본가에 있어?]지은영이 답했다.[아뇨. 무슨 일 있어요?][내가 울심시에 열흘 있었는데, 도우미 말로는 그 사람도 열흘째 집에 안 왔대. 어디 갔는지 알아?][아마 기지에 있을 거예요.][기지가 어디인데?][몰라요. 보안 사항이라서요. 제산시로 돌아왔어요?][응.][오빠한테 메시지 보내 보세요. 바쁘지 않을 때 확인할 거예요.][그래. 선물 사 왔으니까 시간 될 때 줄게.][고마워요. 새언니.]지은영은 기뻐하는 이모티콘도 함께 보냈다.“에취!”허서령은 재채기를 하고 간지러운 코를 문질렀다. 탁자 위의 휴지를 뽑아 코를 닦고 지강산과의 대화창을 열었다.마지막에 남은 ‘그냥 있어’라는 문장을 보자 마음이 다시 반쯤 식었다. 그래도 결국 그에게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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