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큰어머니가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눈물까지 글썽이더니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목멘 목소리로 말했다.“아버님, 저희도 오늘은 집안일을 좀 처리해야 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지용식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냐?”도미란은 집안의 안주인다운 위엄을 내세우며 성난 목소리로 대답했다.“한나를 병원에 데려가 양수 검사로 친자 확인부터 할 거예요. 도은정도 불러서 얼굴을 맞대고 따져 봐야죠. 그 부자가 정말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절대 쉽게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지용식은 골치가 아픈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어서 가거라. 뭐든 좋게좋게 해결해야지. 너무 흥분하지 말고.”그렇게 큰아버지 가족도 잔뜩 굳은 얼굴로 떠났다.이제 지용식 곁에는 두 고모의 가족만 남아 동지를 함께 보내게 됐다....지강산은 허서령을 허리를 감싸 조수석에 앉히고 운전석으로 돌아갔다. 안전벨트를 매기도 전에 뒷좌석 문이 벌컥 열리더니 지은영이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차에 올라탔다.“둘째 오빠, 새언니! 나도 오빠네 집에서 동지 보낼래.”지강산은 미간을 찌푸리고 어금니를 살짝 깨물었다.“내려. 새언니랑 할 얘기가 많아.”지은영은 냉큼 두 귀를 막았다.“안 들어, 절대 안 들을게! 둘이 마음껏 얘기해. 아무리 닭살 돋는 사랑 고백을 해도 난 한마디도 못 들어. 혹시 듣더라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테니까 나 없는 사람 취급해!”지강산은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혔다.허서령은 귀여운 시누이의 표정을 보고 웃더니 지강산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출발해요. 은영이도 같이 가요.”아내가 그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거역하겠는가.아무리 못마땅해도 껌딱지 같은 여동생을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지강산이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려는 순간, 누군가 다시 차 문을 두드렸다.지은영이 얼른 문을 열고 문밖의 정윤슬을 보며 물었다.“큰 새언니, 무슨 일이에요?”“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당연하죠! 얼른 타요.”지은영이 활짝 웃으며 옆으로
지강산은 지용식의 앞에 쪼그려 앉아 늙어 떨리는 손을 잡았다. 눈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할아버지, 미안해요. 올해 동지 가족 모임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요.”지용식은 무거운 표정으로 손자의 손을 가볍게 토닥였다.“네 큰아버지가 잘못한 거다. 너도 서령이도 많이 힘들었구나. 할아버지도 이제 늙어서 젊은 너희 일까지 하나하나 챙기기가 어렵다.”“앞으로는 저랑 서령이는 다른 가족들과 같은 날 오지 않을게요. 매달 날짜를 따로 잡아서 둘이 찾아뵐게요.”지용식은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둘 다 착한 아이들이야.”“그럼 저희 먼저 갈게요, 할아버지.”“그래, 가거라. 시간 날 때마다 할아버지 보러 오고.”“꼭 올게요. 할아버지.”지강산은 지용식의 손을 놓고 일어나 허서령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우리 집에 가자.”“네.”허서령은 고개를 들어 지강산을 바라봤다. 눈에는 맑은 눈물이 반짝였고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찼다.지강산이 허서령을 안고 밖으로 향하자 지은영도 급히 지용식에게 말했다.“할아버지, 다음에는 둘째 오빠랑 새언니 올 때 저도 같이 올게요. 저도 먼저 가요.”그 말을 하고 지은영은 얼른 가방을 집어 메면서 외쳤다.“둘째 오빠, 새언니, 기다려요!”정윤슬도 뒤따라 일어나 할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할아버지, 저도 다음에는 은영 씨네랑 같이 찾아뵐게요.”지용식은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다정하게 웃었다.“그래. 다음에는 젊은 애들끼리 같이 오너라.”정윤슬의 예쁜 얼굴에 곧바로 웃음이 퍼졌다. 급히 허리를 숙여 할아버지에게 인사하고 다른 어른들에게도 차례로 인사한 뒤 가방을 챙겨 뒤따라 뛰어나갔다.“윤슬아...”지태일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다급한 눈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망설였다. 따라가고 싶지만 할아버지 마음도 신경 쓰여 그 자리에서 머뭇거렸다.지용식이 미간을 찌푸렸다.“네 아내가 갔는데 왜 안 따라가?”“네, 할아버지.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차갑고
구경하던 가족들은 거의 모두 턱이 빠질 지경으로 놀랐다. 지용식만 얼굴이 잿빛으로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슬프고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지로운은 살기 어린 눈으로 한나를 노려봤다. 얼굴에는 자신도 배신당했을지 모른다는 분노가 선명했다.도미란은 여전히 집요하게 물었다.“내 남편 내연녀가 대체 누구야?”지강산이 답했다.“도은정, 큰어머니가 저한테 소개했던 그 여자요.”그 말을 듣자 도미란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돌아서 지준석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짝’ 하는 맑은 소리가 울리자 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두 고모는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을 크게 뜬 채 연신 눈을 깜빡였다.모두의 시선이 지준석에게 쏠렸다. 높은 자리에 있는 검사인 그도 아내에게 뺨을 맞아 얼굴이 돌아갔다. 죄가 있는 탓인지 아무 말도 못 하고 반항도 하지 않았다.도미란은 울면서 소리쳤다.“도은정은 내 먼 친척 조카잖아! 이 다 늙은 인간이, 당신 사람이야? 짐승이야?”그러고는 아들 지로운를 가리켰다.“너도 마찬가지야. 먼 친척 동생까지 건드려? 너희 부자는 똑같은 인간들이야!”지강산은 오히려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듯 말했다.“큰어머니, 너무 울지는 마세요. 큰어머니도 손해만 본 건 아니잖아요. 평소 만나던 젊은 남자는 스물두 살이고 아직 대학도 졸업 안 했다던데요.”도미란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가 하얗게 변했다. 지준석은 가슴을 붙잡고 소파에 기대 처량하게 웃었다. 웃다가 눈물까지 나올 만큼 화와 수치심이 뒤섞인 얼굴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 버렸다.지강산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말했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한 집안이 뿌리부터 썩었어요. 원래 이런 일까지 다 말할 생각은 없었어요. 가족으로서 마지막 체면은 지켜 주려고 했으니깐요.”“그런데 대단한 명분을 내세워 제 사람을 이렇게 몰아세워요? 한 가족이 전부 한 내연녀한테 놀아나고 있으니, 오히려 여러분과 그 여자가 진짜 사랑인 것 같
지강산은 또렷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한마디씩 말했다.“제 일이에요. 큰아버지와 무슨 상관이죠? 다른 분들과는 또 무슨 상관이고요?”줄곧 침묵하던 지상훈은 그 말을 듣고 결국 화를 내며 위엄 있는 목소리로 꾸짖었다.“강산아, 큰아버지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당장 사과해.”지강산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사과요? 사과할 사람은 큰아버지예요. 서령이한테 사과해야죠.”지준석은 화가 치밀어 목에 핏줄이 솟고 숨까지 거칠어지더니 가슴을 움켜쥐며 비틀거리듯 소파에 앉아 지상훈을 가리켰다.“네가 잘 키운 아들이니 네가 알아서 교육해.”큰고모도 말했다.“강산이가 정말 너무하네. 허서령한테 홀려서 옳고 그른 것도 못 보고 있어. 우리는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 우리를 원수처럼 대하잖아. 허서령은 널 사랑하지도 않고 네 일까지 망치려 한다는데도 보물 같은 아내 취급이라니, 참 우습다.”지강산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주먹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3초쯤 생각하더니 결국 참았던 말을 모두 꺼내기로 했다.화를 내고 있지만 지강산의 말투는 오히려 차분하고 또렷했다. 그는 부모님 옆 소파에 앉아 여유로운 자세로 말했다.“오는 길에 형이 연결해 둔 영상통화로 큰아버지의 거창한 연설 잘 들었어요. 무슨 명문 집안이니, 대대로 공직에 있었다느니, 위대한 공헌과 명예, 집안의 원칙과 기개까지 이야기하시던데... 듣고도 정말 안 부끄러우세요?”지상훈이 꾸짖었다.“강산아, 그만해.”지강산은 물러서지 않았다.“아버지,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정말 큰아버지가 제 앞날만 생각해서 이러는 줄 아세요?”지상훈이 화를 내며 물었다.“그럼 아니란 말이야?”“아니에요. 겉으로는 나무가 무성하고 멀쩡해 보여도 땅속 뿌리부터 썩은 경우가 있죠. 겉만 번듯하고 속은 이미 썩어 있는 거예요.”지강산은 차갑게 웃으며 지준석을 바라봤다.“큰아버지에게도 사심이 있어요. 어떤 여자 때문에 제 일을 핑계 삼아 저와 서령이를 갈라놓으려는 것뿐이에요.”지준석은
“네?”허서령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지강산이 씁쓸하게 웃었다.“난 네가 다른 남자랑 결혼하고 싶은 줄 알았어. 그래서 먼저 헤어지자고 했던 거야. 놓아 주면 네가 자유롭게 원하는 사람과 살 수 있을 줄 알았어.”허서령은 주먹을 꽉 쥔 채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그를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이 오해 하나 때문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슬펐는데...’대체 어떤 여자가 남자친구 앞에서 다른 남자한테 시집가겠다고 말하겠는가?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 당연히 지금 사귀는 남자와 하고 싶다는 뜻 아닌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런데 그걸 오해한다고? 이공계 남자 머리는 정말 그렇게 융통성이 없는 건가?’허서령이 볼을 잔뜩 부풀리고 화난 얼굴로 쳐다보자 지강산의 웃음은 오히려 더 환해졌다. 붉어진 깊은 눈은 빛을 머금은 듯 유난히 맑고 반짝였다.지강산은 허서령의 팔을 잡아 의자에 다시 앉힌 후 앞에 쪼그려 앉아 외투 단추를 하나씩 잠가 주었다. 두툼하고 따뜻한 외투가 그녀의 몸을 빈틈없이 감쌌다.지강산은 물처럼 부드러운 눈으로 허서령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집에 가기 전에 잠깐 여기 얌전히 앉아 기다려 줘. 내 사람을 이렇게 괴롭혔는데 우리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초라하게 나갈 이유는 없어.”허서령은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 녹음을 듣고도 화를 내기는커녕 내가 괴롭힘당했다고 생각하는 건가?’지강산이 앞에 쪼그려 앉아 단추를 채워 줄 때는 그렇게 다정하고 온화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얼굴빛이 갑자기 차갑게 변했고,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반듯하고 탄탄한 큰 체격에서는 위압감이 느껴졌다.전에 본 적 없는 냉기가 순식간에 그의 주변을 감쌌다. 지강산은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훑은 뒤 거실 중앙 상석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 할아버지의 곁에 서서 모두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내뱉었다.“제가 없는 사이에 제 사람을 이렇게 몰아세웠어요? 우리한테 혼인신고서 한 장이 없다고 해서 서령이가 이 집
지강산이 들어오는 걸 본 지태일은 영상통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지은영과 정윤슬은 동시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지준석이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마침 강산이가 왔으니 온 가족 앞에서 이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게 하자. 더 질질 끌 필요 없어.”현관에서 찬바람이 밀려 들어왔다. 허서령은 추워져 한 손으로 반대쪽 팔을 감싸 안았다. 아무도 자신의 편이 없는 사람처럼 스스로 몸을 꼭 안은 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음속까지 차갑고 황량해진 듯했고, 너무나 외로웠다.지강산은 돌아서 현관문을 닫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성큼성큼 거실로 들어오더니 수납장에서 리모컨을 꺼내 실내 온도를 몇도 더 올렸다.허서령은 원래 몸이 차고 약한 편인 데다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탔다.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강산을 바라봤다.‘이 난리 속에 들어오자마자 난방 온도부터 올린다고?’지강산은 거실로 오면서 외투를 벗고 곧장 허서령에게 다가가 그 외투를 그녀의 몸에 둘러 주었다. 잠긴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고 걱정이 가득했다.“오늘 더 추워진다고 따뜻하게 입으랬잖아. 왜 옷을 더 안 입었어?”이 순간 지강산의 세심한 걱정과 보호는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허서령은 가슴이 뭉클했지만, 녹음을 듣고 나면 지금과는 달라질 것 같아 두려웠다.그 생각에 눈가가 젖었다. 허서령은 씁쓸하게 웃으며 지강산의 외투를 밀었다.“됐어요. 저 이제 갈 거예요.”“어디 가게?”지강산은 씁쓸하게 웃으며 낮게 물었다.“집에 가려고?”허서령은 멈칫하며 물기 어린 눈으로 지강산을 올려다봤다.지강산이 있는 곳에서는 이상할 만큼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그 안도감도 지강산이 녹음을 듣기 전까지만 유지될 것 같았다.큰아버지 가족은 오늘 어떻게든 자신을 지강산의 곁에서 없애려 하고 있었다. 계속 남게 둘 리 없었다.게다가 지강산도 자신과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으니 굳이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허서령은 이미 가장 나쁜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
다음 날.업무를 마친 허서령이 휴대폰을 들어 심인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인혜야, 깼어?][어, 깼어.][시욱 씨랑은 어떻게 됐어?][얘기 잘 끝냈어. 시욱 씨가 양보하기로 해서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해.][미안해서 어떡하지? 지금 손에 엄청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거든. 다음 달에 출장 가야 할 것 같아. 들러리 못 서줄 것 같은데...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양쪽의 비주얼 담당 두 사람이 다 못 온다고? 둘이 짰어?][그게 무슨 소리야?][지강산 씨도 일이 생겨서 못 온대.]지강산 역시 허서령을 만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