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로 몇 잔의 독주가 더 오가자, 완전히 취기가 오른 친구 중 한 명이 유라를 향해 몸을 쑥 내밀며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다.“혹시 유라 씨, 남자친구 있어요?”그 질문이 떨어지는 순간, 거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희박해지는 것 같았다. 유라는 제 목덜미와 손목의 흔적을 가리느라 옷자락을 꽉 쥔 채,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며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없어요.”그 대답을 들은 맞은편의 김도진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피식, 싸늘한 썩소를 날렸다.남자친구가 없다고? 도진의 눈동자가 잔인하게 가라앉았다.‘쉬운 여자였네, 이유라?’가슴 속에서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모멸감과 뒤틀린 질투심이 도진의 이성을 사정없이 짓밟았다.이유라가 이도현에게는 그렇게 쉽게 몸도 마음도 내어주는 대수롭지 않은 존재였다는 사실이 그의 오만한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도진이 풍기는 그 살벌한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술에 만취한 친구는 유라의 창백한 얼굴을 음흉하게 훑으며 한층 더 짓궂은 멘트를 날렸다.“어? 진짜 없어요? 잘됐다. 그럼 저는 어때요? 나 능력도 좋고, 유라 씨 같은 스타일 딱 좋아하는데. 우리 오늘부터 한번 알아가 볼까?”남자의 농밀한 시선과 노골적인 대시가 유라의 숨통을 조여왔다. 유라는 온몸의 피가 전부 빠져나가는 것처럼 새하얗게 질린 채, 잔인한 비소를 짓고 있는 김도진과 제게 다가오는 취객 사이에서 몸이 굳어버렸다.그때, 묘하게 살벌해진 거실의 공기를 눈치챈 다른 친구 한 명이 선을 넘으려는 녀석의 어깨를 툭 치며 제지했다.“야야, 그만해. 술 취해서 숙녀분한테 실례되는 말 하지 말고. 우리 그냥 2차 나가자. 도진아, 너도 갈 거지?”친구들의 시선이 일제히 도진에게 향했다. 도진은 삐딱하게 고개를 기댄 채, 핏발 선 눈으로 유라를 집요하게 응시하며 낮게 읊조렸다.“아니. 난 할 게 있어서. 빨리 가라.”얼음장 같은 도진의 축객령에 친구들은 툴툴거리면서도 서둘러 짐을 챙겨 집을 빠져나갔다.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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