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돌이킬수 없는 / Chapter 31 -الفصل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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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갑작스러운 낯선 이들의 등장과 쏟아지는 시선에 유라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이 불편한 상황을 당장 벗어나고 싶었던 유라는 바닥에 흩어져 있던 스크랩북과 인쇄물들을 서둘러 품에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편하게 말씀 나누세요. 전 서재에 들어가서 마저 하겠습니다.”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도진의 친구 중 한 명이 유라의 앞을 쓱 가로막으며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붙잡았다.“에이, 무슨 소리에요! 서재는 무슨 서재. 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거기 그러고 있지 말고 이리 와서 같이 한잔해요.”“맞아, 매니저면 도진이 식구인데 우리끼리만 먹기 미안하잖아. 마스크 좀 벗고 이리 앉으세요.”친근함을 가장한 이들의 거침없는 손길과 제안에 유라는 당혹감으로 굳어버렸다. 마스크를 벗으면 밤새 울어 퉁퉁 부은 얼굴이 드러날 것이고, 옷깃이라도 흐트러지면 도현이 남긴 지독한 흔적들이 들통날 터였다.유라가 잔뜩 겁에 질린 채, 제발 이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달라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도진을 바라보았다. 마스크 위로 드러난 그녀의 눈망울이 불안하게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도진은 유라의 그 절박한 시선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리며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그래, 같이 먹자. 이렇게 일하느라 고생하는데 ”도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친구들은 신이 나서 유라를 이끌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완벽하게 차단당한 유라는 결국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공포를 안은 채, 화려한 대리석 테이블 한구석에 어쩔 수 없이 둘러앉았다.“아니, 근데 유라씨 집에서 왜 마스크를 쓰고 있어요? 답답하게.한 친구가 넉살 좋게 웃으며 유라의 얼굴로 손을 뻗으려 했다. 그 손길이 닿기 직전, 유라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 걸음 물러섰다. 더는 거부했다간 도진의 심기를 더 건드릴 것 같았고, 이 무례한 상황을 끝내려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유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스크 귀걸이를 벗겨냈다.바스락거리며 마스크가 완전히 내려간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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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유라는 구원을 요청하듯 다시 한번 김도진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도진은 그 잔인하도록 차가운 눈빛으로 유라를 방관하듯 응시할 뿐이었다. 오히려 친구들의 부추김 속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유라의 목덜미, 그 가늘고 고운 선을 끈질기게 노려보며 술잔을 입에 가져댔다. 제 통제를 벗어나려 했던 벌을 주려는 듯, 도진의 입꼬리에 서늘한 냉소가 머물렀다.“저…… 죄송하지만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어 상황을 모면하려던 유라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너무 긴장해 몸이 굳었던 탓일까, 서둘러 일어나던 유라의 무릎이 테이블 모서리를 툭 건드렸고, 그 반동으로 찰랑이던 보드카 잔이 그대로 기울어졌다.촤악-!차가운 독주가 유라가 입고 있던 목이 높은 티셔츠 위로 사정없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얇은 면 티셔츠가 축축하게 젖어 들며 살결에 착 달라붙었다. 알코올의 화한 기운이 피부로 스며들자 유라는 낮게 신음을 삼켰다.“악, 어쩌냐! 완전히 다 젖었네.”“야, 도진아. 매니저님 옷 저러고 있으면 감기 걸린다. 네 옷방에서 대충 편한 옷이라도 하나 좀 가져와 봐.”친구들이 호들갑을 떨며 도진을 채근했다. 독주에 젖어 옅게 비치는 유라의 실루엣을 훔쳐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느껴지자, 유라는 수치심에 눈앞이 아찔해졌다.도진은 미동도 없이 그 꼴을 응시하다가, 이내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방으로 들어간 그가 가져온 것은 헐렁한 흰색 반팔 티셔츠 한 장이었다. 도진은 거실로 돌아와 유라의 앞에 옷을 툭 던지듯 건넸다.“갈아입어.”툭 떨어진 옷을 받아 든 유라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목까지 꽁꽁 싸맸던 폴라티를 벗고 그냥 반팔 티셔츠로 갈아입으라니. 지금 유라는 절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옷을 입는 순간, 어젯밤 이도현이 제 목덜미와 쇄골, 팔목에 잔인하게 남겨놓은 그 시퍼런 멍과 붉은 낙인들이 고스란히 드러날 터였다.유라는 옷을 가슴에 꼭 안은 채, 필사적으로 거부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냥 화장실에서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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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테이블 위로 몇 잔의 독주가 더 오가자, 완전히 취기가 오른 친구 중 한 명이 유라를 향해 몸을 쑥 내밀며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다.“혹시 유라 씨, 남자친구 있어요?”그 질문이 떨어지는 순간, 거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희박해지는 것 같았다. 유라는 제 목덜미와 손목의 흔적을 가리느라 옷자락을 꽉 쥔 채,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며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없어요.”그 대답을 들은 맞은편의 김도진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피식, 싸늘한 썩소를 날렸다.남자친구가 없다고? 도진의 눈동자가 잔인하게 가라앉았다.‘쉬운 여자였네, 이유라?’가슴 속에서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모멸감과 뒤틀린 질투심이 도진의 이성을 사정없이 짓밟았다.이유라가 이도현에게는 그렇게 쉽게 몸도 마음도 내어주는 대수롭지 않은 존재였다는 사실이 그의 오만한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도진이 풍기는 그 살벌한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술에 만취한 친구는 유라의 창백한 얼굴을 음흉하게 훑으며 한층 더 짓궂은 멘트를 날렸다.“어? 진짜 없어요? 잘됐다. 그럼 저는 어때요? 나 능력도 좋고, 유라 씨 같은 스타일 딱 좋아하는데. 우리 오늘부터 한번 알아가 볼까?”남자의 농밀한 시선과 노골적인 대시가 유라의 숨통을 조여왔다. 유라는 온몸의 피가 전부 빠져나가는 것처럼 새하얗게 질린 채, 잔인한 비소를 짓고 있는 김도진과 제게 다가오는 취객 사이에서 몸이 굳어버렸다.그때, 묘하게 살벌해진 거실의 공기를 눈치챈 다른 친구 한 명이 선을 넘으려는 녀석의 어깨를 툭 치며 제지했다.“야야, 그만해. 술 취해서 숙녀분한테 실례되는 말 하지 말고. 우리 그냥 2차 나가자. 도진아, 너도 갈 거지?”친구들의 시선이 일제히 도진에게 향했다. 도진은 삐딱하게 고개를 기댄 채, 핏발 선 눈으로 유라를 집요하게 응시하며 낮게 읊조렸다.“아니. 난 할 게 있어서. 빨리 가라.”얼음장 같은 도진의 축객령에 친구들은 툴툴거리면서도 서둘러 짐을 챙겨 집을 빠져나갔다.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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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고집스럽게 손만 움직이는 유라의 태도에, 결국 도진의 이성이 완전히 끊어졌다. 거칠게 몰아쉬는 숨과 함께 그가 신경질적으로 팔을 뻗어 유라의 가녀린 손목을 낚아챘다.“사람이 말하면 대답을 해야 되지 않겠어?”강한 힘에 이끌려 유라의 몸이 도진의 품 앞으로 힘없이 돌려세워졌다. 거칠게 다그치려던 도진은, 그 순간 마주한 유라의 얼굴에 숨을 턱 멈추었다.차마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한 채, 커다란 눈망울에 그렁그렁 맺혀 있던 눈물이 도진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뺨을 타고 툭, 흘러내렸다. 억울함과 설움으로 잘게 떨리는 입술, 그리고 원망이 가득 담긴 투명한 눈동자를 마주한 도진은 순간 가슴을 무언가로 정통으로 얻어맞은 듯 흠칫했다. 지독한 죄책감과 낯선 감정이 그를 뒤흔들었지만, 유라의 하얀 피부 위에 새겨진 이도현의 흔적들이 다시금 그의 눈을 잔인하게 찔렀다.유라는 밀려드는 서러움과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그 순간, 헐렁한 티셔츠의 넥라인이 가녀린 어깨너머로 스르륵 흘러내렸다. 하얗다 못해 투명한 유라의 목선을 따라, 어젯밤 이도현이 남겨놓은 지독하고 붉은 흔적들이 조명 아래 더욱 적나라하게 도드라져 보였다.그 흔적을 마주한 순간, 김도진의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무언가 복받쳐 올랐다. 친구들과 마신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도현에 대한 미친듯한 질투심 때문이었을까. 도진은 순간적으로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도진은 터질 듯한 질투심과 술기운에 사로잡혀, 커다란 두 손으로 유라의 하얗고 가녀린 얼굴을 거칠게 감싸 쥐었다. 빠져나갈 틈도 주지 않은 채 다시 한번 그녀의 붉은 입술을 잔인하게 집어삼켰다.“읍……! 으음!”갑작스러운 난폭함에 놀란 유라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미처 뒤를 확인하지 못한 유라의 발끝이 무거운 대리석 테이블 다리에 걸려 중심을 잃었고, 그대로 도진의 묵직한 몸과 함께 바닥으로 엎어졌다.쿵-!“하아……!”차갑고 딱딱한 거실 대리석 바닥에 온몸이 부딪히자, 유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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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도진의 뜨거운 손가락이 유라의 여린 살결을 파고들며 자극적인 명암을 만들어내자, 유라의 입에서 거친숨소리와 비명이 뒤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아읍…그...만..무서워..요...”유라가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도진은 다시 한번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아 버렸다. 흐느낌조차 삼켜진 짙은 어둠 속에서, 도진의 손길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유라를 가리고 있던 마지막 실오라기들이 사정없이 찢겨 나갔다.정신을 차려보니 유라는 어느 순간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온몸이 완벽하게 발가벗겨져 도진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 갇혀 있었다.도진의 입술에 입이 막힌 채, 유라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눈앞이 하얗게 멀어졌다. 그 흐릿해진 감각을 단숨에 찢고 들어온 것은, 평생 처음 겪어보는 잔인한 파열감이었다.제 가장 은밀한 곳을 무자비하게 가르고 들어오는 묵직한 존재감에 유라는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생소한 고통으로 격렬하게 몸서리쳤다.“우읍……! 흑, 으아……!”도진이 마침내 입술을 떼어내자, 거실의 높은 천장을 찢을 듯한 유라의 비명이 날카롭게 터져 나왔다. 날 선 고통에 허리가 굳은 활처럼 팽팽하게 꺾였고, 덜덜 떨리는 허벅지 사이로 붉은 핏방울이 흘러내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선명하게 적셨다. 유라의 가녀린 첫 순결이 처참하게 깨어지는 순간이었다.한편, 유라의 순결을 확인한 도진은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릴 듯한 충격과 함께 이성을 완전히 휘발시켰다. 이도현의 자국들에 가려져 몰랐던, 단 한 번도 누구에게 허락된 적 없던 유라의 그곳이 그의 거대한 존재감을 터질 듯이 조여왔다.화려한 연예계에서 수많은 여자를 안아봤고, 그들의 노련한 유혹에도 늘 냉정함을 유지했던 그였다. 하지만 영혼까지 강제로 빨아들이는 듯한 은밀한 유라의 그곳은 그가 살아생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치명적인 자극이었다.“하아…… 이유라…… 미치겠네, 진짜…….”도진은 낮게 르릉거리는 짐승 같은 신음을 뱉으며 땀에 젖은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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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도진의 싸늘한 명령이 떨어지자, 유라는 깨진 인형처럼 겨우 손가락을 움직였다. 일어날 힘조차 없는 비참한 상황이었지만, 그 무서운 시선으로부터 단 1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유라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찢긴 옷가지들을 떨리는 손으로 긁어모아 가슴팍과 몸을 악착같이 가리며 짚고 일어났다.몸을 일으키는 순간, 온몸이 둔기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안 그래도 전부터 좋지 않았던 발목을 도진의 밑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쓴 탓에, 시큼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발목을 타고 척추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정신을 잃고 싶었지만, 유라는 짓물러진 입술을 꽉 깨물며 희미해지는 정신줄을 붙잡았다.벽을 짚은 손이 덜덜 떨렸다. 유라는 차마 뒤를 돌아보지도 못한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며 화장실로 향했다.당장 도진의 시선에서 벗어 나고 싶었다.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유라는 참았던 숨을 헐떡이며 샤워기를 틀었다. 쏟아져 내리는 따뜻한 물줄기 아래로 온몸에 새겨진 김도진의 흔적과 얼룩덜룩한 핏자국이 힘없이 씻겨 내려갔다.유라는 머리가 핑 돌 듯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최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유라였다. 벽을 짚은 손에 간신히 힘을 주어 정신을 붙잡은 채, 그녀는 비참함을 씻어내듯 제 살결을 거칠게 문질렀다.간신히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려던 유라는 순간 멈칫했다. 갈아입을 옷이라곤 아까 챙겨 들어온 김도진의 커다란 하얀 티셔츠 한 장뿐이었다. 워낙 정신이 없고 경황이 없었던 탓에, 바닥에 널브러진 것 중 대충 눈에 보이는 것만 쥐고 들어온 게 화근이었다.한참을 망설이던 유라는 결국 어쩔 수 없이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도진의 큰 티셔츠를 겨우 걸친 채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거실로 들어서자, 김도진은 이미 안방 화장실에서 먼저 씻고 나왔는지 거실 소파에 길게 걸터앉아 있었다. 수건으로 대충 털어내 물기가 촉촉이 남은 검은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는 그의 모습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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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당장 내가 시킨 일 마무리해’보이지 않는 채찍이 등 뒤로 날아와 꽂히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유라는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풀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도진의 명령을 거절할 힘도, 명분도 유라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다.이미 김도진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 자신의 가장 소중한 순결마저 짓밟히고 더럽혀졌다는 사실이 유라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무너져 버린 이상,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무엇을 더 지키고 무엇을 더 거부할 수 있단 말인가. 무력감과 자포자기의 심정이 눈물 대신 가슴 깊은 곳에 무겁게 가라앉았다.유라는 천천히 고개를 숙인 채, 잡고 있던 현관문 손잡이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거칠게 찢겨 나간 자존심의 파편을 붙잡고, 도진이 기다리는 삭막한 거실을 향해 느릿하게 걸음을 돌렸다.서재로 자리를 옮겨 겨우 책상 앞에 앉은 유라는, 오직 이 지옥 같은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서류에 집중하려 애썼다. 마비된 손가락을 억지로 움직이며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유라의 머릿속에는 오직 '빨리 끝내고 집에 가자'는 생각뿐이었다.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으슬으슬 한기가 들던 유라의 온몸에서 갑자기 축축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기 시작했다.그도 그럴 것이, 근래 밤낮없이 몸을 혹사하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탓에 면역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에 방금 전 김도진의 밑에서 살기 위해 온 힘을 쥐어짜 내며 버틴 탓에, 육체적·정신적 에너지는 완벽하게 고갈된 상태였다.“하아,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아랫배가 끊어질 것처럼 묵직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몰려왔다. 열이 머리끝까지 뻗치더니 이내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고, 책상 위의 글자들이 어지럽게 뒤틀렸다.‘안 돼…… 정신 차려야 해…….’어떻게든 펜을 쥔 손에 힘을 주려 했지만, 손가락 끝부터 힘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이윽고 중심을 잃은 유라의 가녀린 몸이 의자 아래 차가운 서재 바닥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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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그 처연하고 위태로운 모습을 내려다보는 도진의 심장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격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쳤다. 평소 냉혈한이라 불리며 제 이익과 욕망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던 김도진이었다. 그런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손으로 짓밟아버린 이 가녀린 여자를 온전히 지켜주고 싶다는 낯선 생각에 사로잡혔다.도진은 떨림을 진정시켜 주려는 듯, 웅크린 유라의 마른 등 위로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그의 손길이 닿자마자 유라는 무의식중에도 소스라치게 흠칫 놀라며, 겁먹은 짐승처럼 몸을 더 단단하게 웅크려 쥐었다. 자신을 거칠게 탐했던 그 난폭한 손길을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리라.그 반응에 도진의 손끝이 굳었다. 붉게 달아오른 유라의 등과 뽀얀 살결 위에는 자신이 남긴 거칠고 음란한 흔적들이 낙인처럼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특히 잘록한 유라의 가녀린 허리춤에는 아까 제 손귀에 잡혀 억눌렸던 도진의 커다란 손자국이 시퍼런 멍처럼 번져가고 있었다.도진은 미어지는 가슴을 억누르며, 부들부들 떠는 유라의 등줄기부터 허리 곡선까지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도진의 커다란 손길 아래 잡히는 유라의 몸은 고작 그의 한 손으로도 쥐어질 만큼 한없이 가녀리고 안쓰러운 상태였다.이토록 부서질 것처럼 작은 여자를, 제 뒤틀린 질투심과 소유욕에 눈이 멀어 그 차가운 바닥에서 그토록 난폭하게 유린했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 나게 다가왔다.도진은 휴대폰을 들어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실장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도진은 실장에게 담당의를 집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지금 당장 내 개인 담당의 내 집으로 보내. 한 시가 급하니까 빨리 움직여.”도진의 서슬 퍼런 명령에 실장은 군말 없이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조함이 극에 달했을 무렵 벨소리와 함께 담당의가 금세 집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숨을 헐떡이며 도진의 안색을 살피던 담당의가 급히 물었다.“도진아, 어디가 아픈 거야? 안색이 왜 이래?”“내가 아니고…… 저기 방에 있어요. 상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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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유라는, 온몸이 둔기로 두들겨 맞은 듯 몰려오는 극심한 통증에 나직한 신음을 내뱉었다.“아윽……”그와 동시에 제 손등을 찌르고 있는 링거 바늘과 투명한 수액 줄이 눈에 들어왔다. 본능적인 두려움에 고개를 돌린 유라는 바로 옆에 누워 있는 김도진을 발견하고 숨을 턱 멈추었다. 잠든 순간조차 숨 막힐 듯 날카로운 이목구비를 지닌 남자. 안도감보다는 언제 다시 맹수처럼 돌변할지 모른다는 지독한 공포와 두려움이 유라의 전신을 지배했다.지금 당장 이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야 했다. 유라는 입술을 꽉 깨물고 제 손등에 꽂혀 있던 링거 바늘을 망설임 없이 거칠게 뽑아냈다. 툭, 투둑 하며 핏방울이 흘러내렸지만 통증을 느낄 새도 없었다. 침대 밖으로 발을 디디며 조용히 방문을 나서려던 찰나, 유라는 화들짝 놀라며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아슬아슬하게 속옷만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다행히 침대 밑바닥에 아까 던져진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유라는 떨리는 손으로 옷을 다급하게 주워 들고는, 침대 위 도진이 깨지 않도록 숨을 죽인 채 조용히 방문을 닫고 거실로 빠져나왔다.화장실에서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유라는 잠시 갈등했다. 당장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문득 등 뒤를 감싸는 서늘한 현실에 발이 묶였다. 어쨌든 김도진이 시킨 이 굴욕적인 일들을 완벽하게 끝마쳐야만 비로소 완전하게 집에 갈 수 있을 터였다. 당장 이 일을 그만둘 수도, 거대하고 오만한 김도진의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는 비참한 처지라는 걸 방금 전 침대 위에서의 유린이 뼛속 깊이 각인시켜 주었으니까.링거를 강제로 뽑아버린 탓에 어지러움이 가시지 않았고 컨디션도 최악이었지만, 유라는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다시 서재로 들어갔다. 오직 정신줄 하나만을 팽팽하게 붙잡은 채, 책상 앞에 앉아 도진이 시킨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한편, 옆자리가 서늘해지는 기척에 눈을 뜬 도진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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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김도진은 그런 유라의 결연한 태도가 가소롭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차갑게 비웃었다.“그래? 그럼 어디 네 마음대로 밤새워서 해보시던가. 하지만 그 산더미 같은 기사 자료들을 대체 어느 세월에 다 정리하고 집에 갈 수 있을진 모르겠네?”비아냥이 섞인 도진의 냉혹한 말투에 유라는 입술을 짓이기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낮게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쥔 손가락끝만 잘게 떨 뿐이었다. 유라의 반응이 재미없다는 듯 돌아선 도진은 다시 거실 소파로 가 깊숙이 기대 누웠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미간을 빡빡하게 찌푸렸다.자신에게서 벗어나려 아득바득 버티는 유라의 뒷모습이 자꾸만 잔상처럼 남았다.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도진은 이내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켜 배달 앱을 뒤적였다. 유라에게 가장 필요한 부드러운 영양죽을 하나 주문한 그는 화면을 끄며 읊조렸다.“……내가 왜 이러지, 진짜.”도진은 혀를 차며 슬쩍 서재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못 할 행동이었다.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놓고 계속해서 신경 쓰이게 만드는 이유라라는 존재에 대해, 도진은 제 가슴속에서 일렁이는 이 낯선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잠시 뒤, 고요한 적막을 깨고 초인종 벨이 울렸다. 배달된 죽을 받아 든 도진은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플라스틱 용기 그대로 내주는 성미가 못 되었기에, 그는 정갈한 사기그릇에 죽을 조심스레 옮겨 담고 반찬까지 식탁 위에 그럴싸하게 세팅했다.모든 준비를 마친 도진은 서재 문 앞에서 한참 동안이나 서성거리며 망설였다.‘아니, 내가 왜 눈치를 보고 있는 거지?’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던 그는, 이내 스스로의 망설임이 짜증스러운 듯 평소처럼 거칠게 서재 문을 팍 열어젖히며 유라를 불렀다.“이유라, 나와.”낮고 강압적인 도진의 부름에, 유라는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아랫배의 통증과 발목의 시큼함을 꾹 참아내며 휑한 거실로 걸어 나갔다. 주방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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