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은 유라의 앞에 성큼 다가가 차갑고 묵직한 목소리로 툭 던졌다.“오늘 촬영 끝났어. 따라와.”유라는 도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방금 전 대기실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고용주인 그의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유라는 아픈 발목을 억지로 지탱하며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촬영장 건물 밖으로 나서자, 도진을 기다리던 수많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함성 소리로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정문에서 전용 차량이 대기 중인 곳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도진의 걸음은 자꾸만 느려졌다. 아까 대기실로 올 때처럼, 발목이 삔 유라가 군중들에게 밀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뒤처질까 봐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자신이 다치게 한 발목이라는 죄책감과 묘한 소유욕이 발을 무겁게 만들었다.결국 도진은 힐끗 뒤를 돌아보더니, 제 뒤를 바짝 따르던 거구의 보디가드 한 명에게 낮게 명령했다.“뒤에 매니저, 잘 챙겨.”짧고 간단한 명령이었지만, 범접할 수 없는 무게감과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수많은 팬과 카메라 플래시를 뚫고 간신히 차에 올라탄 후에도, 김도진과 이유라 사이에는 지독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차는 도진의 집 앞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도진은 로드 매니저를 향해 툭 던지듯 말했다.“이번 주는 스케줄 비우고 쉴 거야. 매니저 집 앞에 데려다주고 퇴근해.”“네? 아…… 네, 알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갑작스럽게 생긴 일주일간의 황금 휴가에 로드 매니저는 내심 쾌재를 부르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차가 다시 미끄러지듯 출발하고 도진의 실루엣이 백미러 너머로 사라진 후에야, 유라는 참았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욱신거리는 발목보다 도진에게 당한 수치심과 비참함에 가슴이 불타버릴 것만 같았다.얼마 후, 유라의 허름한 집 앞에 차가 멈춰 섰다. 유라가 겨우 몸을 추스르며 차에서 내린 순간, 그녀의 서늘한 눈동자가 크게 확장됐다.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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