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희가 일부러 교묘하게 여러 번 NG를 내자, 참을성 없기로 유명한 김도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며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도진의 눈빛이 눈에 띄게 차가워질 때쯤, 다행히 감독의 우렁찬 컷 소리가 세트장에 울려 퍼졌다.“오케이! 컷! 수고하셨습니다!”감독의 사인과 동시에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렸고, 스태프들은 저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며 인사를 나누며 분주하게 촬영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유태희는 입술을 떼며 아쉬운 듯 슬쩍 미소를 지었고, 이내 도진에게 다가가 매혹적인 눈빛을 흘리며 말을 건넸다.“오늘 고생했어, 도진아. 내일 강원도에서 봐.”하지만 김도진은 유태희의 인사에 단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차갑게 등을 돌려 대기실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서늘한 냉기만이 남았다. 무참하게 무시당한 유태희는 쿵쾅거리는 자존심을 억누르며, 도진이 사라진 대기실 문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언제까지 그렇게 도도하게 구는지 어디 한번 보자.”유태희는 기가 찬다는 듯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입술을 비틀었다.“나 유태희야.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다들 나랑 한번 사귀고 싶어서 안달인데, 네가 아무리 천하의 김도진이라도 끝까지 나한테 안 넘어올 수 있을 것 같아?”승부욕과 뒤틀린 독기가 유태희의 눈 속에서 위험하게 번뜩였다. 하지만 이내 주위 스태프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낀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며 특유의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태희는 스태프들에게 세상 착하고 상냥한 탑배우인 척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넨 뒤, 묘한 웃음을 머금은 채 촬영장을 유유히 떠났다.다음 날 아침 일찍, 유라는 로드매니저와 함께 김도진의 촬영 물품과 개인 짐을 차량에 가득 싣고 강원도로 출발했다. 고작 1박 2일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탑배우의 촬영 지원을 위한 의상과 소품, 사적인 물품들까지 합쳐지니 짐이 그야말로 한가득이었다.몇 시간을 달려 강원도의 한 최고급 호텔에 도착한 유라는 서둘러 체크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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