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Chapter 121 - Chapter 124

124 Chapters

제121화

시유가 장난스레 농담을 건넸다.“설마 병원장이 경찰을 부르는 걸 기다리는 건 아니지?”임애교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감히 누가 날 잡아가겠어?”시유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어머, 배짱 한번 크시네. 임 여사, D국에서 엄청 빵빵하고 든든한 옛 애인이라도 만난 거야?”“아유, 까불지 마.”임애교가 화난 척 시유의 어깨를 툭 밀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니. 이제야 우리한테도 좋은 날이 온 거지.”시유는 더 이상 캐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무슨 뜻인지 알아챘기 때문이다.시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한쪽이 먹먹해졌다.“엄마, 그러니까 앞으로 남은 인생은 더 이상 누구 때문에 억지로 참고 살지 마. 그러다 병을 키워서 유방암까지 걸린 거잖아.”“이 세상에서 예전처럼 우리를 짓밟고 모욕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을 거야. 그동안 우리가 당한 걸 두 배로 갚아줄 거야.”임애교는 말없이 딸의 어깨를 꽉 끌어안았다.시유가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새 엄마의 두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이 맺혀 있었다.진지원에게 억지로 끌려 병실로 돌아온 새나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아들이 곁에서 자고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잡히는 건 닥치는 대로 집어 던졌다.“이걸 어떻게 참아요? 이걸 어떻게 참냐고요!”“엄마, 당장 저 여자들을 죽여버리고 싶어요! 그 모녀, 아주 한통속이라고요!”“이게 사람 사는 꼴이에요?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냐고요! 엄마, 나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요. 이대로 가다간 정말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아요!”한바탕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수던 새나는 자신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떠올렸다. 특히 겨우 가라앉았다가 다시 뺨을 맞아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생각하니,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팠다.너무 괴롭고 절망스러웠다. 당장이라도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말 그렇게 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진지원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새나가 발악하는 꼴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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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시선이 맞닿은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 눈을 번뜩였다.진지원의 얼굴에 번지던 짜증이 순식간에 음흉한 미소로 바뀌었다.“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그래, 거길 노리면 되겠네!”“임시유가 우리 별장에 불을 질렀으니, 우리도 똑같이 갚아줘야지.”새나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받으며 진지원과 하이파이브를 했다.“뷰티나잇을 불태워버리는 거야.”진지원은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반짝였다.“좋아, 그 계획 아주 좋아. 다만 우리 짓이라는 걸 꿈에도 모르게 완벽하게 꼬리를 자를 방법을 생각해야 해!”새나가 입꼬리를 올리며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그거야 간단하죠. 거기 직원을 돈으로 매수하면 돼요. 돈이면 귀신도 부리는 법이잖아요.”“나중에 경찰이 조사해도 직원들끼리 다툼이 벌어진 것처럼 꾸미면 돼요. 당장 사람 풀어서 최근에 그 가게에서 불만 있는 직원이 있는지 알아볼게요.”진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자 의욕이 다시 살아났다.“그래, 이번 일은 아주 깔끔하게 처리해야 해!”“새나야, 이 한을 풀지 못하면 아까 임애교 그 여자가 지껄이던 꼴이 자꾸 떠올라서 도저히 분이 안 풀릴 거야!”진지원이 씩씩거리며 아기 침대 난간을 내리쳤다.그제야 진지원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침대에 아기가 누워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그런데 방금 전부터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며 떠들고 난간까지 쾅 내리쳤는데도, 침대 안의 아기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진지원이 두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새나를 쳐다보았다.“아니, 너... 대체 시터한테 리오 수면제를 얼마나 먹인 거니?”“이 난리를 쳤는데도 애가 안 깬다고?”새나가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별로 안 먹였어요. 처음엔 아주 찔끔이었는데, 그것만 먹이니까 효과가 금방 떨어지길래 양을 좀 늘리라고 했어요...”“아니... 저도 어린애가 조금 먹는 건 괜찮을 줄 알았어요. 다 푹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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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병실 밖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영우였다.차에 돌아와 한참을 고민하던 영우는, 결국 비서에게 연락해 출국 비행기 시간을 미뤘다.억울하다며 악을 쓰던 새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아이 우는 소리가 잠을 방해한다는 이유만으로, 제 배 아파 낳은 갓난아기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그런 엄마가 있을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정말 내가 모르는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오랜 고민 끝에, 영우는 다시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하지만 병실 문을 열려던 순간, 열린 틈새로 새나 모녀가 아이를 두고 나누는 대화가 고스란히 흘러나왔다.진지원의 질책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하는 새나의 목소리가 영우의 가슴을 깊이 후벼 팠다.영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리창 너머 침대에 누워 있는 리오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이내 문고리를 잡았던 손을 천천히 내려놓고는, 발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조용히 돌아섰다.발걸음을 옮기던 중, 문이 열려 있는 빛나의 병실 앞을 지나게 되었다.똑같이 아이가 입원한 병실이었지만, 그 안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시유는 작은 빛나를 품에 꼭 안은 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부드러운 수건으로 아이의 얼굴을 끊임없이 닦아주고 있었다.빛나는 최고급 소재의 환자복을 입은 채 얼굴이며 손까지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목에 두른 턱받이도 앙증맞았고, 얼굴을 할퀼까 봐 손싸개까지 꼼꼼히 씌워져 있었다.아이가 아픈 와중에도 엄마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 무엇보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유의 눈빛에는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저게 진짜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반면 새나는 어땠던가. 영우가 귀국한 이후로 새나가 리오를 안아준 적은 거의 없었고, 자기 손으로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도, 분유를 먹인 적도 없었다. 어쩌다 기분이 내킬 때만 잠깐 안고 달래다가, 금세 귀찮다는 듯 시터에게 떠넘기기 일쑤였다.집에 있으면 마스크팩을 하거나 옷을 갈아입고 꾸미느라 바빴고, 그게 아니면 종일 핸드폰으로 드라마만 쳐다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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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영우가 여준의 어깨를 툭 쳤다. “내 아들한테 수면제 먹인 거, 새나가 시터한테 시킨 짓이야. 네 사촌 동생, 네 생각만큼 그렇게 순진하고 착한 애 아니라고.”영우는 그 말만 남긴 채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한때는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믿고 의지했던 친구였지만, 지금 영우의 마음속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실망감과 낯선 거리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예전엔 여자 문제로 얼굴 붉힐 일도, 감정싸움이 벌어질 일도 없었다.둘 사이엔 끝없는 대화와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의리, 눈빛만 봐도 통하는 믿음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게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애초에 여준을 믿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새나가 어릴 적부터 자신이 업어 키우다시피 한 착한 동생이라는 여준의 호언장담이 없었더라면, 영우는 결코 이렇게 섣불리 결혼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다.결국 친구를 잘못 믿은 탓에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진 셈이었다.이대로 그 구렁텅이 속에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진흙탕에서 빠져나오는 것 역시 뼈를 깎는 고통과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일이었다.엘리베이터에 홀로 선 영우는 거대한 바위에 짓눌린 듯 숨이 막혔다. 마치 그의 무거운 한숨을 대신하듯,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낮은 기계음만 적막하게 울렸다.복도에 홀로 남겨진 여준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방금 영우가 한 말을 이해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새나가 시터한테 수면제를 먹이라고 시켰다고?’‘말도 안 돼. 새나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해? 그 착하고 여린 애가...’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킨 여준은 굳은 얼굴로 다급하게 리오의 병실을 향해 뛰어갔다.병실 문을 벌컥 여는 순간, 마침 새나가 리오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긴 잠에서 깬 리오가 배가 고파 칭얼거리자, 새나가 어설픈 손놀림으로 젖병을 물려주고 있었다.새나는 이미 시터에게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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