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밖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영우였다.차에 돌아와 한참을 고민하던 영우는, 결국 비서에게 연락해 출국 비행기 시간을 미뤘다.억울하다며 악을 쓰던 새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아이 우는 소리가 잠을 방해한다는 이유만으로, 제 배 아파 낳은 갓난아기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그런 엄마가 있을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정말 내가 모르는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오랜 고민 끝에, 영우는 다시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하지만 병실 문을 열려던 순간, 열린 틈새로 새나 모녀가 아이를 두고 나누는 대화가 고스란히 흘러나왔다.진지원의 질책과,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하는 새나의 목소리가 영우의 가슴을 깊이 후벼 팠다.영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리창 너머 침대에 누워 있는 리오를 멀리서 바라보았다. 이내 문고리를 잡았던 손을 천천히 내려놓고는, 발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조용히 돌아섰다.발걸음을 옮기던 중, 문이 열려 있는 빛나의 병실 앞을 지나게 되었다.똑같이 아이가 입원한 병실이었지만, 그 안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시유는 작은 빛나를 품에 꼭 안은 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부드러운 수건으로 아이의 얼굴을 끊임없이 닦아주고 있었다.빛나는 최고급 소재의 환자복을 입은 채 얼굴이며 손까지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 목에 두른 턱받이도 앙증맞았고, 얼굴을 할퀼까 봐 손싸개까지 꼼꼼히 씌워져 있었다.아이가 아픈 와중에도 엄마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 무엇보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유의 눈빛에는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저게 진짜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반면 새나는 어땠던가. 영우가 귀국한 이후로 새나가 리오를 안아준 적은 거의 없었고, 자기 손으로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도, 분유를 먹인 적도 없었다. 어쩌다 기분이 내킬 때만 잠깐 안고 달래다가, 금세 귀찮다는 듯 시터에게 떠넘기기 일쑤였다.집에 있으면 마스크팩을 하거나 옷을 갈아입고 꾸미느라 바빴고, 그게 아니면 종일 핸드폰으로 드라마만 쳐다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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