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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Author: 숲속의사슴
전화가 끊겼다.

‘잘 지내 봐요?’

시유는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나랑 영우 씨가 무슨 협력할 일이 있다고?’

시유의 마음 한구석에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이현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시유 씨, 엄청난 소식 하나 알려 드릴게요!”

“우리 사무실의 또 다른 대주주인 제 형이 오늘 귀국해요! 앞으로 시유 씨랑 형, 두 사람이 함께 자리를 지켜 주면 우리 라움디자인이 분명 업계 최고의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가 될 거예요!”

시유는 어리둥절했다.

방금 전화에서 영우가 귀국한다고 했는데, 지금 이현도 형이 귀국한다고 했다.

‘설마...’

시유는 거의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이현을 바라봤다.

“이제 알겠어요! 라움디자인을 만든 사람이 영우 씨였어요! 이현 씨 형이 영우 씨였던 거예요!”

“그럼 지난 5년 동안 제 설계도에 의견을 줬던 사람이 영우 씨였던 거예요?”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하나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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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18화

    “그런데 부씨 집안이 5년이나 함께 살면서 아이까지 낳아 준 사람을 이런 식으로 대할 줄은 몰랐네요.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앞으로는 제가 시유 씨 가족을 대신해서 이혼 문제에 직접 나설 겁니다. 시유 씨와 빛나에게 돌아갈 재산은 법에 따라 한 푼도 빠짐없이 챙겨 주셔야 할 겁니다. 안 그러면 강씨 집안 이름을 걸고 부씨 집안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영우의 말은 단호했고 거침이 없었다.뒤에 서 있던 시유는 눈을 크게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영우가 자신의 이혼 문제를 위해 나서다니.그것도 강씨 집안 전체를 내세워 부씨 집안과 맞서다니.두 사람은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이였다.지금까지 제대로 마주친 것도 몇 번 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까지 나서도 정말 괜찮은 걸까?부씨 집안이 강씨 집안만큼 재력이 큰 건 아니었지만, 부강그룹은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사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그만큼 만만한 집안도 아니었다.그런데 영우는 자신의 이혼 문제도 아닌 일에 강씨 집안 전체를 걸고 나섰다.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과한 도움이었다.유미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영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뜨겁게 달아올랐던 가슴속 열기가 순식간에 식어 버렸다.대신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영우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저 여자를 위해서 나서겠는 거야? 대놓고 저 여자 편을 들겠다는 거야? 너 언제부터 저 여자랑 그렇게 가까워진 거야?”“그리고 너, 너 유부남인 거 잊었어? 넌 새나 남편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사람들한테 욕먹고 손가락질받아도 괜찮다는 거야?”유미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조금 전까지 있던 체면이나 예의 따위는 이미 내팽개친 지 오래였다.영우가 차갑게 대답했다.“전 이미 소새나랑 이혼했으니 지금은 혼자입니다.”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유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여준 역시 놀란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언제?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렇게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17화

    날카롭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였다. 게다가 너무나 익숙했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여준은 뺨을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여준은 급히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여자는 굵은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몸에 딱 붙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어깨에는 에르메스의 오렌지색 숄을 걸친 채 여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얼굴에는 노골적인 경멸과 비웃음이 가득했다.다름 아닌 여준의 막내 누나, 부유미였다.여준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막내 누나가 왜 여기 있어요? 언제 귀국했어요?”유미가 성큼 다가와 여준의 손목을 잡아끌며 눈을 부라렸다.“내가 더 늦게 들어왔으면 우리 집안이 저 년 때문에 완전히 뒤집어졌을 거야!”“너도 정말 자존심이 없구나. 저년이랑은 이혼하면 그만이지, 왜 아직도 용서를 빌고 있어? 그러니까 아버지가 너한테 얼마나 실망했겠어.”“지금은 아예 이사회까지 열어서 널 대표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하신다잖아!”여준은 식은땀을 흘렸다.“뭐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유미가 여준의 가슴을 주먹으로 세게 쳤다.“계속 이 여자 때문에 죽을상 하고 있으면 네 대표 자리도 다른 사람한테 넘어갈 거야! 아버지한테 숨겨 둔 자식이 셋이나 있어. 아버지는 이미 마음이 우리 집안에서 떠난 사람이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나랑 집에 가!”유미는 여준을 자신의 뒤로 확 끌어당겼다.그리고 시유를 노려봤다.시유는 5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유미를 몇 번 보지 못했다.기억 속 유미는 여준의 세 누나 중에서도 가장 성격이 드세고 말이 거친 사람이었다.시유는 본능적으로 경계하며 살짝 뒤로 물러섰다.역시나 유미가 갑자기 시유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다행히 시유가 미리 한 발 물러선 덕분에 유미의 손을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뺨을 때리지 못한 유미의 얼굴이 더욱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다들 오냐오냐해 주니까 아주 기어오르네! 우리 집안에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16화

    “제발, 나 떠나지 마.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앞으로는 당신이 내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야. 다시는 다른 사람 때문에 당신을 버리지 않을게. 정말 약속할게.”“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줘. 정말 내가 잘못했어. 나 진짜 매일 후회하고 있어. 소새나한테 속아서 당신한테 상처줘서 미안해.”...여준은 술기운을 빌려 그동안 가슴속에 꾹 눌러 담아 두었던 말을 하나둘 털어놓았다.맨정신이었다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말들이었지만 지금은 술에 조금 취한 상태였다.그동안 억눌러 왔던 미안함과 후회가 술기운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새나의 진짜 모습을 알고, 그녀가 저지른 온갖 추잡한 일들을 알게 된 뒤부터 여준은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이제는 새나가 어떤 사람인지 완전히 알게 되었기에 어떻게든 그녀와 선을 긋고 싶었다.지금 여준이 원하는 건 시유가 다시 한번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이 결혼을 잃고 싶지 않았고, 빛나도 잃고 싶지 않았다.사실은 술에 취한 뒤 시유를 찾아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이곳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시유는 여준의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오히려 어딘가 씁쓸하고 우스웠다.‘이제야 정신을 차린 건가?’그래도 새나보다는 상황을 조금 빨리 깨달은 모양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준이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때의 시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마음속에 남아 있던 사랑도 수없이 실망한 끝에 이미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시유는 더는 참기 힘들다는 듯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꾹 눌러 삼켰다.“그만해. 난 당신을 용서할 생각도 없고, 사과 받아줄 생각도 없어. 지금 내가 원하는 건 이혼뿐이야. 그러니까 이거 놔. 계속 안 놓으면 정말 때릴 거야.”“여보, 나 정말 당신 손 놓고 싶지 않아. 이혼하도 하기 싫어.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용서해 줄 거야? 무릎이라도 꿇을까?”여준은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질 것 같았다.그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자신이 시유를 저버린 뒤부터 모든 일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15화

    그 모습을 본 진구가 웃음을 터뜨렸다.“두 사람, 호흡이 아주 잘 맞네.”시유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제가 살게요. 영우 씨가 다시 혼자가 된 것도 축하할 겸요.”영우가 희미하게 웃었다.“고마워요. 그럼 시유 씨가 사는 걸로 하고 계산은 제가 할게요.”진구가 곧바로 끼어들었다.“됐어. 둘 다 무슨 밥 한 끼 가지고 그래.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 영우가 솔로가 된 것도 축하하고, 꼬맹이 이혼도 미리 축하해 주고. 어때?”말이 끝나자 세 사람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무거웠던 분위기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은 영우의 차를 타고 진구의 사촌 동생인 연호가 운영하는 스타라이트로 향했다.진구와 연호는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았다.진구가 전화를 걸자 연호는 일찌감치 푸짐하게 한 상을 차려 놓았다.몇 년 동안 아껴 둔 술까지 꺼내 놓았다.그런데 진구가 혼자 올 거라고 생각했던 연호는 뜻밖의 손님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진구 뒤에 시유와 영우, 그리고 마리까지 함께 있었던 것이다.연호는 얼른 시유를 한쪽으로 데려가 조용히 말했다.“시유야,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여준이 형이 여기 와 있어. 바로 옆 방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거든.”시유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연호가 곁눈질로 옆방을 바라봤다.“들어가서 볼래? 아니면...”시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가.”연호는 두 사람이 이혼 문제로 다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는 말하지 않았다.“알았어. 그럼 편하게 술 마셔. 여준이 형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별다른 말 없이 영우와 진구가 있는 룸으로 돌아가려 몸을 돌렸다.그런데 바로 그때 옆방 문이 열리더니 여준이 모습을 드러냈다.얼굴은 술기운으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걸음걸이도 휘청거렸다.화장실에 가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문을 나서자마자 눈앞에 시유가 서 있는 게 보였다.그 순간 여준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몇 번이나 비볐다.자신이 잘못 본 줄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14화

    “원래는 네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쳤으니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오늘 일로 내가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똑똑히 깨달았겠지. 정말 날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꿈도 꾸지 마!”바닥에 쓰러진 새나는 이미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눈앞이 핑 돌았고 온몸이 쑤셨다.신음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영우는 시유의 말을 듣고 바닥에 떨어진 과도를 바라봤다.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알아차렸다.영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새나가 칼까지 들고 사람을 죽이려 들 줄은 정말 몰랐다.이런 여자와 계속 부부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제는 견디기 힘들었다.시유를 바라보는 영우의 눈빛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겉보기에는 여리고 가녀린 시유가 이렇게까지 거침없이 몸을 움직일 줄은 몰랐다.동작 하나하나가 막힘없었고, 주먹과 발을 쓰는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어릴 때부터 제대로 훈련받은 게 분명했다.영우가 시유에게 다가갔다.목소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시유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경찰에 신고할까요?”시유는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옆에 있던 수납장에서 휴지를 꺼내 손을 닦았다.손에 묻은 게 더럽기라도 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갑자기 칼을 들고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저도 제 몸을 지키려고 한 것뿐이에요. 경찰까지 부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이미 충분히 혼내 줬으니까요.”새나는 바닥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유를 죽이겠다고 이를 악물었지만, 지금은 후회만 가득했다.시유가 이렇게 싸움을 잘할 줄은 몰랐다.칼까지 들고 있었는데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결국 시유를 해치려다 자신만 크게 다치고 말았다.게다가 영우 앞에서 마지막 남은 체면마저 완전히 구겨졌다.영우는 바닥에 처참하게 널브러진 새나를 차갑게 내려다봤다.이제는 그녀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했다.“소새나, 난 적어도 네가 착하고 다정한 사람인 줄 알았어. 그런데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13화

    새나의 손에 들려 있던 건 날카로운 과도였다.칼날이 번뜩이는 순간, 시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소새나, 진짜 미쳤어?”“그래! 나 미쳤어! 너 죽여 버릴 거야!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잖아!”새나는 눈을 번뜩이며 앞뒤 가리지 않고 시유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새나는 조금 전 영우의 사무실에서 용서를 빌며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무릎까지 꿇었다.자기 뺨을 때리며 잘못했다고 빌기도 했다.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지만 소용없었다.영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얼굴로 이혼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게다가 이대로 시간을 끌면 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쫓겨날 거라고까지 했다.돈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새나는 결국 이혼 합의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지만, 마음속에 남은 분노와 억울함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영우가 이혼한 뒤 시유와 계속 함께 일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다.그러다 두 사람이 정말 만나기라도 한다면.그 생각만으로도 미칠 듯이 괴로웠다.그러다 탕비실을 지나던 중 과도가 눈에 들어왔다.새나는 순간적으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과도를 주머니에 넣었다.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지금 새나가 원하는 건 단 하나였다.시유를 칼로 찔러 죽이는 것.자신이 가질 수 없는 남자를 시유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왜 좋은 건 전부 임시유 그년이 가져가는 거야!’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화가 날수록 칼을 휘두르는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새나는 미친 듯이 시유를 향해 칼을 찔러 댔지만 시유는 어릴 때부터 임애교의 영향으로 꾸준히 몸을 단련해 왔다.어릴 때는 여름방학마다 무술 학원에 보내져 혹독하게 훈련까지 받았다.덕분에 몸놀림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칼끝이 눈앞으로 날아드는 순간, 시유가 몸을 비틀어 칼끝을 피한 뒤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그리고 깔끔한 동작으로 단숨에 새나의 손에서 빠져나왔다.새나는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렀지만 번번이 허공만 갈랐다.결국 이를 악문 새나가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6화

    마리는 시유가 더 상처받을까 봐, 여준이 메시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은 끝내 꺼내지 않았다.시유가 퇴원하는 날까지도 여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퇴원 후, 시유와 마리는 젖먹이 빛나와 장순영을 데리고 시유가 반년 전 ‘태양파크’ 아파트단지에 사 둔 집으로 들어갔다.마리의 집은 바로 맞은편이었다. 서로 마주 보는 앞집에 살자는 건 대학 시절부터 두 사람이 농담처럼, 하지만 진심으로 꿈꿔 왔던 일이었다.그래서 반년 전 마리의 맞은편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시유는 망설임 없이 그 집을 계약했다.집에는 기본 가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5화

    “환자분은 출산 후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입니다. 이전에 대량 출혈로 응급 처치까지 받으셨고요.”“이런 상태에서는 저혈당으로 쓰러지기 쉽습니다. 영양 보충 꼭 잘 하셔야 하고,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일도 피하셔야 합니다.”검사가 끝난 뒤에도 시유는 병실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병실 안에서 마리에게 시유의 상태를 차분히 설명했다.장순영이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사모님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셨어요. 첫 보름은 젖몸살이 너무 심해서 음식도 마음대로 못 드셨고, 그 다음엔 아기가 소화를 잘 못 시켜서 밤마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4화

    유민자가 허둥지둥 방에서 뛰쳐나오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지진이에요? 지금 지진 난 거예요?”장순영은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안고 있다가, 요란한 소리에 놀라 맨발로 가방부터 움켜쥐고 현관 쪽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심지어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었다.유민자와 장순영이 거실로 뛰어들었을 때,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늘 차분하고 이성적이던 시유가 미친 사람처럼, 한때 그토록 아끼던 장식품들을 하나씩 바닥에 내던지고 있었다.유민자는 다급히 시유에게 달려가 말렸다.“사모님, 그만하세요! 제발 그만하세요! 무슨 일이든 차분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화

    시유는 액셀을 깊게 밟아, 두 사람의 신혼집이 있는 단독주택 단지 ‘그림빌’로 차를 몰았다.현관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이 집에서 오래 일한 가사도우미 유민자와 시유가 따로 고용한 시터 장순영이 아이를 어르고 있었다.시유의 새하얗게 질린 낯을 본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모님, 어디 편찮으세요?”시유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괜찮아요. 배가 좀 고파서요. 따뜻하게 닭칼국수 한 그릇만 해 주세요.”장순영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든 시유의 복잡하게 뒤엉킨 마음은, 보드랍고 발그레한 아기 얼굴을 보자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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