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Chapter 231 - Chapter 240

296 Chapters

제231화

라움디자인과 세 곳의 대형 부동산 개발사가 진행하는 계약식은 강 위에 떠 있는 호화 유람선에서 열렸다.햇빛을 받은 강물이 반짝였고, 수면 위로 양쪽 강변의 화려한 도심 풍경이 비쳐 들었다.오전 9시 30분.아직 행사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업계 주요 인사들과 언론사 기자들이 속속 도착했다.사람들은 모여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라움디자인은 업계에서 워낙 조용히 움직이는 곳이지만 설계안도 빨리 나오고 실력도 뛰어나잖아요. 최근 몇 년 사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특히 ‘바람’이라는 디자이너 작품은 정말 남다르더라고요. 오늘 계약하는 세 회사도 그 사람 설계안 하나 보고 바로 장기 계약을 결정했다던데, 우리 회사에도 앞으로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그러게요. 바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아직 모르잖아요. 오늘 처음 공개된다고 하니 정말 기대돼요.”“저도 그 사람 설계안 몇 개 봤는데 구상이 정말 기발해요. 늘 새로운 걸 보여주면서도 완성도가 높고요. 오늘 직접 볼 수 있다니 정말 운이 좋네요.”그때 누군가 사람들 사이에서 목소리를 높였다.“저기 봐요!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리지 않아요? 둘 중 누가 바람일까요? 난 왠지 저 단발머리 여자분 같은데.”...사람들 바깥쪽에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서 있던 여준의 미간이 순간 꿈틀했다.훤칠한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서 있던 그는 곧장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마침 시유와 영우가 서류철을 든 채 웃으며 나란히 단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시유는 깔끔하게 재단된 흰색 정장을 입고 단상 한가운데 섰다.탄탄하게 각이 잡힌 소재가 곧은 몸선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허리의 가느다란 벨트는 한 줌에 잡힐 듯 잘록한 허리선을 선명하게 드러냈다.생기 어린 눈매와 별처럼 밝은 눈동자, 오뚝한 콧날과 선명한 입술선, 칼로 그은 듯 날렵한 턱선까지.어딘가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한 당찬 기운이 느껴졌다.그 옆에는 검은색 수제 정장을 입은 영우가 서 있었다.부드럽게 흘러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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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여준은 눈앞의 익숙한 얼굴들을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단상으로 올라가 자랑스럽게 외치고 싶었다.시유가 자신의 아내라고.하지만 이상하게도 막상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시유가 화를 낼까 봐 두려웠다.자신이 나서는 바람에 시유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를 망쳤다고 생각할까 봐 겁이 났다.이제 시유는 더 이상 자신만의 시유가 아니었다.업계 전체가 그녀를 주목하고 있었다.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눈부신 샛별이었다.반면 영우는 라움디자인의 파트너로서 아무 거리낌 없이 시유의 옆에 당당히 서 있었다.시유를 바라보는 눈빛에도 자랑스러움과 다정함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영우가 마이크를 들었다.“저희 라움디자인의 설계를 높이 평가해 주시고 장기적인 협력을 결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영우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막힘없이 이어졌다.“오늘 계약식은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또한 새로운 감각과 실력을 가진 디자이너분들이 저희와 함께해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합니다.”영우는 천천히 행사장을 둘러봤다.이어지는 목소리에는 단단한 힘이 실려 있었다.“라움디자인을 설립한 출발점에는 아주 단순한 믿음이 있었습니다.”“자본이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지나치게 억누르는 틀에서 벗어나, 다시 건축의 중심에 창의적인 발상을 놓자는 것입니다.”“저희는 건축 그 자체에 대한 고민과 혁신에 온전히 집중하는, 최대한 순수한 설계 사무소를 만들고자 합니다.”“저는 훌륭한 건축의 진정한 영혼과 중심에는 언제나 디자이너의 독창적인 구상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자본의 힘과 실제 시공 과정은 디자이너가 품은 그 독창적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영우는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이어 갔다.“앞으로도 바람 디자이너와 같은 인재를 발굴해 온 방향을 이어가겠습니다.”“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 기존의 틀을 깨는 사람, 자신의 이상을 위해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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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그 말이 떨어지자 떠들썩하던 식사 자리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숨소리마저 들릴 만큼 정적이 내려앉았다.시유의 표정도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술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손가락 마디까지 하얗게 질렸다.영우 역시 술잔을 가볍게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고개를 들어 여준을 바라보는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여준은 시유의 잔에 남아 있던 술을 단숨에 마셨다.그리고 다시 잔을 채운 뒤 놀란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제 아내의 실력을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받은 영광은 전부 시유가 받아 마땅한 겁니다. 제가 대신 한잔 올리겠습니다.”여준은 다시 술잔을 비웠다.술기운이 오르자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어색함도 사라졌다.대신 강한 과시욕이 치밀어 올랐다.여준은 팔을 뻗어 사람들 앞에서 시유의 어깨를 감싸 억지로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얼굴에는 자랑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제 아내가 오늘 이런 성과를 이루다니 저도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시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긴 속눈썹 아래로 혐오감이 스쳤고, 손톱은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예전에도 이런 술자리가 있었다.당시 여준은 자신은 술을 아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시유를 내세워 대신 술을 받게 했다.그러면서 사회생활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는 자신을 귀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떠받들고 있었다.시유에게는 그 모습이 우습고도 지독하게 모순적으로 느껴졌다.몇 초간 정적이 이어진 뒤 사람들이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곧 겉으로는 공손하지만 속뜻은 날카로운 말들이 이어졌다.“부 대표님, 바람 디자이너가 사모님이셨습니까? 제가 알기로 사모님은 부강그룹의 평범한 직원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네요.”“저도 예전에 바람 디자이너를 뵌 적이 있습니다. 그때 부 대표님께서는 회사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이너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요.”“그러고 보니 저도 기억나네요. 부 대표님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모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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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시유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봤다.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앞으로 저와 부강그룹은 각자의 길을 갈 겁니다.”“라움디자인은 라움디자인이고, 부강그룹은 부강그룹입니다. 서로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라움디자인과 협업을 논의하실 때 부강그룹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데 꼭 손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말 한마디도 칼이 되어 상대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를 수 있었다.시유는 방금 영우에게 배운 방법을 그대로 써먹었다.다시 술잔을 채운 뒤 여준 앞으로 걸어갔다. 입가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부 대표님, 저도 한잔 올릴게요. 예전에 저를 그렇게 하찮게 봐 주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으니까요.”“전에는 부강그룹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그런데 이제 알겠네요. 밖으로 나와 보니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더라고요. 갈 수 있는 곳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았고요.”시유가 잔을 들어 올렸다.“저를 자유롭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여준의 얼굴은 돌처럼 굳었다.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자신에게 쏠렸다.입을 열어 뭐라도 해명하고 싶었지만 목이 막힌 듯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시유와 여준의 이혼 소동은 이미 H시 전체에 널리 알려진 일이었다.그런데 그 시유가 업계에서 유명한 바람 디자이너였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사람들은 놀라움과 감탄에 더해 자연스럽게 시유에게 공감하기 시작했다.특히 자리에 있던 여성들은 더 그랬다.얼마나 시달리고 상처받았으면 출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가 이혼을 결심했겠느냐는 생각이었다.사람들은 금세 시유 주변으로 모여들었다.겉으로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중간중간 여준을 겨냥한 말들이 섞여 있었다.여준은 그 자리에 서 있을수록 얼굴을 들기 힘들었다.예전의 위세와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었다.마치 쫓겨난 개처럼 초라한 신세가 된 기분이었다.누구 하나 욕을 한 것도 아니었다.다들 점잖고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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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계약식이 끝난 뒤에도 시유는 쉴 틈 없이 일에 매달렸다.온 신경이 일에 집중돼 있었다.설계도 글쓰기와 비슷했다.머릿속에서 수많은 요소를 정교하게 맞춰 나가야 하는 작업이라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안 됐다.다행히 집안일은 임애교가 든든하게 맡아 주고 있었다.덕분에 시유도 마음 놓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시유는 영우가 자신을 믿어 준 만큼 확실한 결과로 보답하고 싶었다.저녁이 되자 사무실에는 차가운 조명만 남아 있었다.직원들도 대부분 퇴근한 뒤였지만 시유는 여전히 설계안에 빠져 있었다.그때 영우가 긴 손가락으로 책상 가장자리를 두 번 가볍게 두드렸다.“시유 씨, 좀 쉬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영우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덧붙였다.“저녁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가는 김에 아기용품 매장도 좀 둘러보고요.”시유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설계안에서 막 시선을 뗀 탓에 아직 초점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네? 갑자기요?”영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기억하는 게 맞으면 빛나랑 리오가 같은 날 태어났죠? 날짜 계산해 보니까 다음 주가 벌써 백일이더라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시유는 영우의 눈에 잠깐 스쳐 간 아픔을 놓치지 않았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제야 중요한 날짜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시유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정말 정신없나 봐요. 일에 빠져서 이렇게 중요한 날도 잊고 있었네... 영우 씨가 기억해 줘서 다행이에요.”시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아기용품 매장에 가자는 건... 리오 선물 사려고요?”‘리오’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영우의 손가락이 살짝 굽혀졌다.영우는 눈을 내리깔았다.긴 속눈썹이 눈빛을 가렸다.잠시 뒤 고개를 저으며 옅게 웃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이제 그건 새나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영우는 다시 시유를 바라봤다.눈빛은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어딘가 조심스러웠다.“빛나 선물 같이 고르려고요. 그리고 시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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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푹 빠졌어요. 요즘은 이 차가 제 최고의 남자친구예요.”“매일 일 끝나고 운전석에 푹 기대 앉으면 차가 몸을 감싸 주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 안정감에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가 싹 풀려요.”‘남자친구’라는 말에 영우의 눈가에 웃음이 짙어졌다.“남자친구는 제대로 골랐네요.”“사실 차 고르는 거나 남자 고르는 거나 비슷해요. 겉으로 아무리 멋져 보여도 막상 몰아 보면 안 맞을 수 있고, 겉보기엔 무난해도 내 운전 습관과 안 맞을 수 있죠.”“겉모습과 성능을 다 갖추고 취향까지 정확히 맞는 건 정말 흔치 않으니까요.”영우가 고개를 돌려 시유를 깊이 바라봤다.“축하해요. 오래된 차와 작별하고 정말 마음에 드는 새 차를 만났잖아요.”“앞으로 시유 씨가 가는 길도 이 차처럼 막힘없이 잘 풀릴 거예요. 더는 힘든 일도 없을 거고요.”절묘한 칭찬에 은근한 비유까지 더해지자 시유의 기분도 한껏 좋아졌다.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쇼핑몰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안내를 따라 3층에 새로 오픈한 음식점으로 향했다.시유가 말렸지만 영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게의 대표 메뉴를 전부 주문했다.테이블 가득 차려진 음식을 보자 시유의 식욕이 확 살아났다.금세 먹보 본능을 발휘해 이것저것 맛보며 신나게 식사를 즐겼다.기분 좋게 저녁을 먹은 두 사람은 유아용품 매장으로 향했다.시유는 한동안 빛나에게 직접 물건을 사 주지 못했다.매장에 들어서자 조그마한 옷과 신발, 갖가지 아기용품에 금세 정신이 팔려 하나씩 집어 들고 살펴보기 시작했다.영우는 시유의 뒤를 따라 걸었다.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매장 안에서 남자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파란색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려 왔다.영우는 애써 생각을 떨쳐 내고 멀지 않은 곳에 놓인 작은 성을 가리켰다.“공주님은 성에 살아야죠. 빛나한테 작은 성 하나 선물할게요. 두 달쯤 지나서 좀 더 크면 안에서 기어 다니면서 놀기 딱 좋겠네요.”시유가 영우가 가리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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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새나였다.새나는 유미와 쇼핑을 하기로 약속하고 쇼핑몰에 왔다가 우연히 시유와 영우가 유아용품 매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그 즉시 유미를 두고 홀린 듯 두 사람을 따라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아기 옷을 고르는 척하면서도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는 하나도 빠짐없이 엿들었다.영우가 시유를 세심하게 챙기는 것도 모자라 빛나에게까지 아낌없이 돈을 쓰는 모습을 보자 질투에 얼굴이 일그러질 지경이었다.그것도 매장에서 가장 비싼 놀이 성을 망설임도 없이 사 버렸다.며칠 전 라움디자인 계약식은 여러 언론사에서 앞다퉈 보도했다.시유와 영우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은 크게 확대돼 각종 기사 메인을 장식했고, 그것만으로도 새나는 속이 뒤집힐 만큼 화가 났다.답답한 마음을 풀려고 유미를 끌고 나와 쇼핑이나 실컷 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영우가 시유와 함께 유아용품을 고르고, 시유의 딸에게 놀이 성까지 사 주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됐다.질투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올랐다.한때 리오에게 쏟았던 영우의 애정이 이제 전부 시유의 딸에게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더욱 미칠 것 같았다.당장 달려가 시유에게 달려들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았다.대신 핸드폰을 꺼내 두 사람의 뒷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그리고 다시 아까 쇼핑하던 명품 매장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분노와 증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새나는 망설이지 않고 방금 찍은 영상을 유미가 만든 단톡방에 올렸다.그 안에는 두 사람 외에도 진명화와 진지원이 들어가 있었다.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몇 번이나 나갔다가 다시 초대되는 바람에 결국 포기하고 남아 있는 여준도 함께였다.유란은 제외됐다.유란이 여준에게 시유에게 일정한 보상을 해 주고, 빛나의 양육권은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유미에게 온갖 욕을 들었기 때문이다.결국 자매 사이는 완전히 틀어졌고, 유미는 유란을 자신들의 핵심 멤버에서 빼 버렸다.단톡방 이름도 거창했다.‘임씨 모녀 복수연맹.’시유와 임애교 모녀를 겨냥해 붙인 이름이었다.최근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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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새나는 유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여준을 태그했다.[오빠, 이제 직접 봤으니까 나랑 유미 언니 말 믿겠지? 둘이 같이 유아용품 매장까지 다니잖아. 아무 사이도 아닌데 이게 가능하겠어?]유미도 바로 여준을 태그했다.[그러니까 눈 똑바로 뜨고 좀 봐! 내가 보기엔 둘이 분명 무슨 사이야!]새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모티콘까지 보냈다.[오빠, 친자 확인은 꼭 해야 돼. 아무것도 모르고 남의 딸 키우는 일은 없어야지.]그 말을 본 진명화가 바로 들고일어났다.[뭐? 빛나가 우리 여준이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설마 정말 남의 씨였던 거야? 임시유 그년은 정말 못 하는 짓이 없구나! 여준아, 너 당장 나와서 말해!]진지원도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설마, 새나야. 네 말은 시유 딸이 영우 아이라는 거니? 말도 안 돼. 영우가 어떻게 걔를 눈에 들이겠어? 정말 그렇게 되면 완전히 난리잖아!]여자 넷은 단톡방에서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그 시각 여준은 회의 중이었다.핸드폰에 기밀 문서 하나가 들어 있어 편하게 보기 위해 찬훈에게 핸드폰 화면을 회의실 대형 스크린에 연결해 달라고 한 상태였다.사실 유미가 처음 단톡방을 만들었을 때 여준은 바로 나갔다.그 뒤로도 몇 번이나 다시 초대됐지만 들어갈 때마다 나왔다.그런데 언제 또 자신을 초대한 건지 알 수 없었다.핸드폰에서 알림음이 계속 울렸다.여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처음에는 바이러스라도 걸린 줄 알고 그대로 알림을 눌렀다.찬훈은 깜짝 놀라 황급히 화면 공유를 끄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단톡방 내용이 그대로 확대돼 회의실 대형 스크린에 떠 버렸다.회의실을 가득 채운 임원들이 단톡방 내용을 전부 봤다.다들 엄청난 비밀이라도 엿본 사람처럼 표정까지 굳힌 채 숨을 죽였다.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린 여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게다가 방금 눈에 들어온 단톡방 내용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며 더 이상 회의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결국 찬훈에게 회의를 대신 진행하라고 한 뒤 혼자 회의실을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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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새나와 유미는 단톡방에서 계속 여준을 부추겼다.진명화와 진지원까지 잔뜩 화가 났지만 정작 여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여준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다고 생각한 여자들도 한동안 떠들다가 잠잠해졌다.유미는 화가 풀리지 않아 새나를 데리고 밀크티 가게로 향했다.커다란 아이스 밀크티를 주문해 몇 모금 연달아 들이켰지만 속에서 치솟는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던 새나가 눈을 굴리더니 목소리를 낮췄다.“유미 언니, 일이 이렇게 됐는데도 오빠가 계속 저 모녀 편만 들잖아. 이제는 우리도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아.”“어떻게든 빛나 DNA 시료를 구해서 친자 확인을 하는 거야.”“빛나가 오빠 친딸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만 나오면 임시유랑 강영우 둘 다 완전히 매장시킬 수 있어!”유미가 이마를 탁 쳤다.“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새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눈에는 악의가 번뜩였다.“그러니까. 요즘 임시유가 영우 씨랑 얼마나 붙어 다녀? 일도 밀어주고 차까지 구해 줬잖아. 빛나가 오빠 친딸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하면 아이 아버지가 영우 씨라는 식으로 몰아가면 돼.”“그러면 둘 다 사람들한테 욕이란 욕은 다 먹을걸. 예전에 임애교가 그랬던 것처럼 어디를 가도 손가락질받는 신세로 만드는 거야.”유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신이 난 모습이었다.“그래, 그거야! 그 애가 가장 중요한 돌파구였어!”새나는 턱을 괸 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임시유가 애를 꽁꽁 숨겨 놓고 있잖아. 어디서 찾아?”유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빛나가 어디 있는지는 진작 알아봤어. 지금 임애교가 사는 목련원에 있어.”“직접 땅 사서 지은 단독주택이라 아파트 단지도 아니고, 보안도 별거 없어.”유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지금 사람 보내서 근처에서 지켜보게 할 거야. 집안 사람들 생활 패턴부터 알아낸 다음 기회를 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 돼.”“머리카락 몇 가닥만 뽑아서 검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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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시유의 얼굴에 저절로 애정 어린 미소가 번졌다.얼른 다가가 빛나를 품에 안았다.임애교는 시유가 잔뜩 들고 온 물건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애가 아직 이렇게 어린데 뭘 또 이렇게 많이 사 왔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낭비하지 마.”시유가 웃었다.“내가 산 거 아니야. 영우 씨가 빛나도 곧 백일이라고, 오빠랑 같이 선물해 주고 싶다고 해서 산 거야.”“이것 말고 큰 놀이 성도 하나 샀어. 그것도 아마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야.”임애교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졌다.“강씨 집안 그 애는 어릴 때랑 똑같네. 여전히 세심하고 다정해.”“네 오빠 성격이면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생각 못 했을 텐데, 영우가 옆에서 챙겨 줬겠지.”시유는 고개를 숙여 빛나와 놀아주며 웃었다.“응, 영우 씨 정말 좋은 사람이야. 오빠도 좋고. 오빠가 인정하는 친구라면 당연히 괜찮은 사람이겠지.”그때 핸드폰이 울렸다.배송 기사에게서 온 전화였다.시유가 전화를 받자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임시유 고객님, 부여준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아기용 놀이 성이 지금 댁 앞에 도착했습니다. 나오셔서 확인하고 서명 부탁드립니다.]‘부여준?’시유는 미간을 찌푸렸다.“잘못 배달하신 거 아니에요? 강영우 씨가 주문한 건데 왜 갑자기 부여준 씨가 나와요?”전화기 너머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누군가와 확인하는 듯하더니 잠시 뒤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고객님, 방금 다시 확인했습니다. 부여준 고객님이 보내신 게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 본인도 문 앞에 계십니다.]‘뭐?’그 놀이 성은 분명 영우가 직접 주문했다.시유가 바로 옆에서 결제하는 모습까지 봤다.그런데 갑자기 부여준이 보냈다니.‘설마 부여준이 또 무슨 짓을 한 거야?’시유의 미간이 더 깊이 구겨졌다.품에 안고 있던 빛나를 임애교에게 건넸다.“엄마, 놀이 성 왔대. 내가 나가서 확인하고 올게.”시유는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문을 여는 순간 가장 먼저 검은색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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