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차하려던 차를 빤히 바라보자, 그 차는 그저 갈 길을 가기 위해 골목을 바로 벗어나는 지나가던 차량일 뿐이었다.누가 더 올 사람이 있다고.사실 설마 하는 마음에 차준호의 차가 아닐까 생각한 건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하늘아, 서둘러.”“어, 그래.”칼바람이 뺨을 아리게 에었지만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모든 집을 다 돌고 나서도 두 사람은 뭐가 아쉬운지 다시 몇몇 집을 재방문했다. 이대로 끝내기엔 마음이 안 놓였던 모양인지, 근처 마트로 전력 질주해 자재들을 사 와서는 덜덜 떨리는 창문에 뽁뽁이를 새로 붙이고 욕실과 주방의 부서진 곳까지 뚝딱 보수해 주었다.방문한 집마다 사진을 찍어두고 스마트폰에 보수가 필요한 세부 사항들을 꼼꼼히 기록하며, 다음에도 또 올 것처럼 구는 두 남자의 모습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두 분 덕분에 어르신들 한파 걱정을 많이 덜었어요. 감사해요.”내 인사에 최기범은 환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리기까지 했다. 꽤나 뿌듯한 기색이었다.“신 과장, 나 이래 봬도 공대 출신입니다. 다음에도 날 불러 주십시오.”“하늘아, 너도 고생 많았어.”사실 아침에 믹스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채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모든 일과가 끝나고 그제야 아찔할 정도로 허기가 밀려왔다. 자연스럽게 카트를 밀어 마당을 지나 집 안까지 들여다 주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이대로 그냥 돌려보내자니 너무 미안하고, 그렇다고 집 안으로 초대하자니 묘하게 어색했지만, 살벌한 추위 속에서 고생한 이들을 그냥 모른 척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저··· 다들 잠깐 들어와서 요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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