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Bab 61 - Bab 70

105 Bab

#60. 인생이 벌(罰) 같아.

대한종합병원 응급실. 도착한 CC그룹 사람들은 주치의 강진욱의 임상 소견을 기다리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나 역시 내가 감행한 응급조치가 제대로 들어맞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차가운 복도 한편에 서서 결과를 기다렸다. 가슴속에 묵직한 납덩이를 올려놓은 듯한 압박감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분명 할 수 있는 처치는 다 고스란히 해냈는데. 그는 왜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는 걸까.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차준호의 얼굴에 희미한 혈색이 도는 것을 확인했기에, 괜찮을 거라 스스로를 다독이며 주변을 훑었다. 그나저나 차준호 대표가 응급실로 실려 왔다는 사실을 언론이 눈치채면 또 기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터였다. 이제는 허기찬이 알아서 깔끔하게 처리해 줄 거라 믿으며, 나는 응급실 복도 먼발치에 자리를 잡았다.올해 내 운명이 사정없이 뒤틀린 것처럼, 차준호의 행보 역시 그리 순탄치만은 않아 보였다.정밀 검사가 끝났으니 이제 주치의의 소견을 들을 차례였다. 위풍당당하던 차진철 회장은 완전히 사색이 되어 있었고, 그에게서 한 발치 떨어진 고미주와 차진아 역시 연신 두 손을 모아 쥔 채 신(神)에게 빌어댔다. 나는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했으니, 그다음은 운명에 맡길 뿐이었다.매번 병원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방에 진동하는 매캐한 소독약 냄새,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의료진들,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환자들과 어서 와 달라며 아우성치는 보호자들까지. 응급실은 언제나 병원 문밖의 평온함과는 잔인하리만치 대조되는 혼란과 소음으로 가득 찬 지옥도였다.나 역시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그 잔인한 날, 이런 혼돈 속에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었다. 누군가 피를 흘리고 내 곁을 영영 떠난다는 그 사망 선고 따위는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았다. 본능적인 공포감이 해일처럼 밀려와 당장이라도 바닥
Baca selengkapnya

#61. 귓가에 남은 물기

일요일 아침의 투명한 햇살이 대한종합병원 VIP 병실의 거대한 통창을 두드렸다.유리창에 거칠게 엉겨 붙은 눈얼음이 간밤의 추위가 얼마나 매서웠는지를 증명하듯 서늘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선우현 실장에게서 신하늘이 응급조치를 해 주었다는 짤막한 경위만 전해 들은 차준호는, 어젯밤의 기억이 안개 속에 갇힌 듯 흐릿하기만 했다.신하늘과의 씁쓸한 통화가 끝나자마자 정신을 잃듯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이제야 겨우 의식의 수면 위로 돌아온 참이었다. 깨어난 후에도 신하늘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며 떠날 줄을 몰랐다.[······비서로서 제가 해야 할 마지막 할 일은······ 여기까지인가 봐요.][안녕히······ 계세요.]그 음색에 잔뜩 물기가 서려 있었는데, 설마 울먹였던 것일까. 대화를 나누는 내내 미세한 떨림이 수화기를 타고 전해지던 감각이 아직도 생생했다. 추운 밖을 걸어가는 것 같았는데.꼭 마지막을 고하듯,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사람처럼 끝을 맺었다.그녀를 게임 개발실로 억지로 보내 떼어놓지 않았다면, 자신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을 터.머리를 무겁게 감싸 쥔 차준호가 상체를 일으키자, 순간 천장과 바닥이 거꾸로 뒤집히는 듯한 지독한 현기증이 그를 덮쳤다.“대표님, 일어나셨습니까?”침대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던 사람은 역시나 선우현이었다. 차준호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콧방귀가 흘러나왔다.“선우현 실장님, 그만 들어가서 쉬세요.”“전
Baca selengkapnya

#62.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렸나

차준호는 평생 무언가를 먹다가 이토록 처참하게 쓰러져 본 적이 어제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기억이 통째로 날아간 공백 속에, 자신은 이미 똑같은 생사의 고비를 한 번 겪었었다니. 밀려드는 의문 탓에 머리에는 지독한 현기증만 돌았다.주치의 강진욱 박사가 예전에 준호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설명해 달라고 정중히 청하자, 수화기 너머로 신하늘의 담담한 목소리가 병실 가득 울려 퍼졌다.- 예전에 출장지에서 룸서비스로 조식을 시키셨는데, 맨 먼저 성게를 드신 직후에 쓰러지신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현지 구조대원분들이 빨리 도착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젯저녁 본가 식사 반찬에는 성게가 전혀 없었기에, 저 역시 의아했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 이후로 늘 가방에 응급 주사는 넣고 다녔습니다.차준호는 저도 모르게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머릿속에서 그녀가 무심코 내뱉은 말들이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되어 어지럽게 메아리쳤다.‘내가 신하늘과 룸서비스로 아침도 같이 먹는 사이였군.’기억의 유실물 보관소 같은 뇌리 속에서, 오직 신하늘이라는 여자만이 홀로 온전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속삭이자 현재의 자신조차 낯선 타인처럼 느껴졌다.본가 저택에도 구비되어 있지 않던 그 비상 주사를, 신하늘은 매일 갖고 다녔다는 그 묵직한 사실에 가슴 깊이 의미를 두었다.지독한 상념으로 준호의 속내가 시끄럽게 휘몰아치던 바로 그 순간, 사태를 파악한 차진철 회장이 눈을 부라리며 고미주를 향해 호통을 쳤다.“자네! 어제 주방에 지시해서 성게 넣고 음식 만들었어?!”차 회장의 서슬 퍼런 불호령에 고미주는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을 건넸다.“그게···&m
Baca selengkapnya

#63. 그대의 주박에서 풀려나

Rrrr, Rrrr.어느덧 월요일 아침 6시 정각. 벌써 알람이 울려댔다. 방 안은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아 푸르스름하고 시린 새벽빛이 무겁게 감돌고 있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차가운 안방 침대에 누워 있던 나는 울리는 알람을 끄자마자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이제 나는 더 이상 차준호의 비서가 아니다. 그의 입맛에 맞춘 완벽한 화장이나 타이트한 옷차림, 흐트러짐 없는 태도까지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 즉, 앞으로 최소한 한 시간은 침대 속에서 더 달콤한 잠을 청할 수 있다는 것이 진실이다.1월 하순으로 깊숙이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 추위는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결국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린 채 다시 조용히 잠을 청했다.내가 사는 이곳은 과거 보육원 건물로 쓰였던 부지를 리모델링한 탓에 마당과 집 전체 부지는 꽤 넓었지만, 그 모든 공간에 난방을 돌리기엔 경제적 부담이 지나치게 컸다. 더구나 도시가스가 아닌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어 이아준이나 도국 같은 친구들이 가끔 방문할 때를 제외하고는 평소엔 오직 내가 누운 안방 한 칸만 난방을 올렸다. 덕분에 문 한 짝만 열고 나가도 집안 전체는 서늘한 냉기로 가득했다.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가장 잔인하고 혹독한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나야 젊으니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지만, 이 동네 어르신들에게는 겨울이 특히 가혹한 시기다. 이런 내가 지난 3년간은 어울리지도 않는 명품 옷과 화려한 장신구로 온몸을 치장하고 상류층 세계를 흉내 내다니. 그래서 차준호가 내 삶에 찬란하게 남겨놓은 흔적이 집안 곳곳에 얼룩처럼 남아 있다.마음 깊은 곳에 묻어둔, 이제는 살기 위해 억지로라도 잊으려 노력하고 있는 그 지독한 기억들을 덮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nbs
Baca selengkapnya

#64. 그림자를 벗고, 시작을 입다

-신 비서만 챙기지 말고, 몸 잘 추스르면서 회사 경영이나 똑바로 해! 끊는다!빠르게 대표실로 향하고 싶은 차준호의 마음이 닿았는지, 엘리베이터도 멈췄고 차진철도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놈의 일, 일, 일.차진철은 평생을 워커홀릭으로 살았기에 세상의 전부가 오직 대기업 회사 일뿐인 인간이었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그 거대한 중압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경제가 그의 손가락 하나의 결정에 좌우될 정도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었고, 아래 거느린 직원만 10만 명이 넘으니 그의 어깨에 실린 무게는 상상 이상일 터였다.그러나 차준호는 제 어머니가 사망한 직후, 기다렸다는 듯 고미주와 그렇고 그런 추잡한 관계를 이어가던 아버지의 모습을 목격한 뒤로 그에 대한 모든 인간적인 신뢰를 통째로 무너뜨렸었다. 그래서 3년 전, 고미주가 차진아를 차진철의 친딸이라며 데리고 저택 안방을 차지했을 때 차준호는 극도의 환멸을 느끼며 한남동을 영영 떠났었다. 발작 따위 인생에서 몇 번 더 겪는대도 상관없었다. 차라리 차가운 호텔방에서 홀로 고독하게 지내는 편이 뼛속까지 마음 편했다.복도를 지나 대표실로 향하기 위해 항상 지나치던 비서실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대표님, 출근하셨습니까.”비서실에서 준호를 가장 먼저 맞이한 이는 비서 허기찬뿐이었다.지난 3년은 기억에도 없는 주제에 며칠 봤다고 벌써 허전함이 느껴지는 신하늘의 빈자리였다.“신 비서는 아직도 출근 전인가.”차준호의 묵직한 질문에 허기찬은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며 신하늘의 텅 빈 책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출근 전이라뇨? 오히려 새벽같이 일찍 출근해서 인수인계랑 정리 정돈까지 완벽하게 끝내놓고 방금 전에 나갔습니다.&rdq
Baca selengkapnya

#65. 인간 실격? 더 따듯해서 좋아.

세상에, 비서실에 3년이나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위한 환영회나 송별회, 회식 따위는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잠시 머물다 갈 TK팀에서 이토록 거창하게 환영을 받아도 되나 싶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 굳어졌다.“지금요?”“원래 우리 사무실 전통입니다. 저도 받았습니다.”최기범 실장이 진중하게 그렇게 말하며 사무실을 가로질러 입구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신 과장님, 편안하게 웃으세요. TK팀 회사 소식지에 넣을 거라서요.”이동하는 동안 홍보실의 한은숙 대리가 다가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민망함에 고개를 숙이고 머리만 매만지자, 이무휼과 한규련이 능글맞게 웃으며 내 곁에 사근사근 붙어섰다.“와, 정말 영광입니다. [스카이 블루]님을 직접 뵙다니! 저도 그 게임들 마니아라 닉네임 봤어요.”“게다가 간식까지 미리 준비해 오시다니 정말 센스 만점이세요, 과장님!”“저도 얻었어요.”짐을 챙기다 지난번에 허기찬에게 받은 오키나와 명물 디저트를 들고 온 바람에 얼떨결에 센스 넘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리 회사 안에도 이런 유쾌한 온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이런 인간미 넘치는 분위기라면 대환영이었다.그때, 최기범 실장이 저 멀리 창밖을 내다보며 서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툭 뱉었다.“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인재를, 3년이나 엉뚱한 곳에 썩혀 뒀다니. 이제 제자리 온 겁니다.”그 묵직한 말에 발걸음을 옮기던 팀원들이 대화를 멈추고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최기범 실장의 나직한 혀 차는 소리에는 꽤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Baca selengkapnya

#66. 깔아 놓은 레일 위의 온기

월요일 오후.도국은 예전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던 마현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맡게 된 라디오 방송의 게스트로 출연하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방송 대본을 읽고 또 읽어도 주말에 세나와 함께 있는 모습을 신하늘에게 들켜 버린 뒤라,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사실 별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토요일 밤, 편하게 게스트룸을 빌려주었고 늦은 밤 마주 앉아 와인 한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눈 게 전부였다. 신하늘이 이 사실을 이아준에게도 말했을까. 녀석들이 자신을 오해하면 어쩌나 속이 시끄러웠다. 그동안 이런 사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이아준을 비롯한 셋 중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견고하게 쌓아 올린 성벽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보고 있다가, 미세한 균열을 발견해 버린 기분이었다. 한 번은 해명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스스로에게도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그때, 음악이 연속으로 두 곡 나간다는 멘트가 흘러나오더니 마현이 방송 부스의 문을 열고 걸어 나왔다.“도국이하고 동근이 형, 일찍 왔네?”“단독 진행 축하해.”도국은 조금 전 피디에게 받은 대본을 가볍게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이동근 역시 매끄러운 미소로 화답하며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마현이 너, 라디오 체질인데?”이동근의 칭찬에 마현은 두 손으로 제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리도 좋은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형, 게스트로 나올 때랑 단독 DJ로 서는 건 정말 천지 차이야. 너무 편하고 좋아.”도국은 소파에 마주 앉은 마현의 등을 툭툭 쳐주며 아늑한 스튜디오 안을 천천히 훑어 내렸다
Baca selengkapnya

#67. 제멋대로 침범하는 당신

세상에 카페테리아까지 미리 손 봐 놨다니.[오후에 카페인이 필요할 땐 두유에 액상 커피 타서 마셔요. 바닐라 라테 좋아하던 것 같던데 빈속에는 마시지 말고.]아, 사람이 보기보다 정말 섬세했다.사실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로 속이 쓰려 심각하게 위장이 안 좋은 요즘이었다. 게다가 고질적인 수면 장애 때문에 늘 두통을 달고 살아, 카페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나였는데.[저에게 커피는 명약이었는데, 신약이 생긴 기분이네요.][늘 잠이 부족하니 그런 겁니다.]의외로 털털하게 받아쳐 주는 최기범 덕분에 메신저 대화가 술술 이어졌다. 이것으로 차준호로부터 완벽히 멀어졌고, 계약서만 이행하면서 3월 1일까지는 거뜬하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환하게 웃으며 모니터를 바라보던 바로 그때.똑똑.등 뒤의 파티션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하루, 내 자리로 누군가 직접 찾아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들 퇴근하면서 인사라도 건네는 걸까 싶어, 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돌린 순간.“신하늘, 표정 좋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차준호였다.***차준호가 내 눈앞에 나타나다니.게다가 네 명 남짓의 경호원을 비롯한 다른 직원까지 주렁주렁 달고 말이다.오늘 하루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았던 나의 완벽한 성역에, 그는 왜 침범한 걸까. 그가 등장한 순간, 하루 종일 정성껏 유지해 왔던 내 안의 평온함이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이런 망할.’물론 주말에 자신을 구해주었으니 고맙기도 했을 것이고, 한남동 저택까지 다녀갔으니 수고했다는 인사 정도는 건네고 싶었을지도
Baca selengkapnya

#68. 잔혹한 현실 속에서 버텨야 하는데

월요일 늦은 밤.주원형은 그 시각 급하게 대표실로 강소희와 김훈을 불렀다.오랜만에 대작 영화에 강소희가 여자 주인공이 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강소희는 무조건 싫다고 발버둥치는 중이었기에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다.최근 다른 영화 시상식 참여 때문에 다이어트 중인 강소희는 얼굴이 까칠해진 상태였다. 요즘 매사에 시큰둥한 강소희의 행동이 맘에 안 드는 주원형은 입을 다물고 김훈에게 눈짓만 보냈다.어렵사리 발로 뛰어다니다 드디어 건수를 물어온 김훈은 턱에 힘을 주고는 시나리오를 들었다.“소희 씨, 해외 로케에 액션 신도 있고 안티 여성들을 팬으로 돌릴 절호의 기회야.”“몸까지 써야 한다고요? 나 그런 이미지 아닌데. 싫어요.”“인생 역할 맡는다고 생각해. 잘하면 할리우드에서도 연락 온다니까? 오케이하면 언론사 불러다 대단하게 홍보해 줄게.”능글맞게 웃으며 김훈이 거대 영화 제작사가 기획하는 시나리오를 흔들며 한껏 웃었다.게다가 감독 역시 글로벌한 유명세를 떨치는 사람이니 레드 카펫 밟는 건 시간문제라 목청을 높였다.주원형 역시 강소희에게 좋은 기회라며 한마디 했지만, 그녀는 시나리오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왜?”그때 강소희는 생야채 주스를 마시다 인상을 쓰더니 다시 생수를 집어 들었다.“나 그냥 예능이나 좀 하면서 쉬면 안 돼요? 대신 화보나 CF는 팍팍 찍을게요. 돈은 비슷하잖아요.”그 말에 주원형은 팔짱을 끼고 자신도 생야채 주스를 마시며 한숨을 쉬었다.도대체 뭐가 문제인지.기회를 물어다 줘도 배불러 가지고는 절로 주원형의 입에서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요새 왜 이리 사사건건 트집
Baca selengkapnya

#69. 새로운 희생양은 누구?

8시 30분.모자를 질끈 눌러쓰고 후드티에 면바지를 입은 나는 마침내 23층에 도착했다. 내 자리에 앉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져 깊은 숨을 내쉬었다.“아준아, 세이프야. 지각하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던지.”조금 전 이아준이 내 생각이 났다며 미국에서 전화를 걸어왔고, 그 통화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이었다.- 요즘 IT 파트는 유연 근무제라 ID 카드만 찍고, 그 이후로 8시간만 근무하면 돼. 너희 부서도 한번 알아봐.그런가. CH-컴퍼니의 게임 개발부서에도 그 제도가 적용되는지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역시, 대기업 사장님! 알려줘서 고마워.”이아준이 듣기 좋은 목소리로 시원하게 웃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비서 시절이라면 늦게 출근한 꼴이 되어 차준호의 눈치를 보았겠지만, 그러고 보니 게임 개발실은 아직 적막했다. 절반 이상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어쨌든 밥 잘 챙겨 먹고, 옷 따뜻하게 입어. 뉴욕은 추워. 빨리 따듯한 텍사스로 가야겠어. 미국도 날씨가 천차만별이라며 이아준이 앓는 소리를 건넸다. 어제 한파로 영하 15도까지 떨어졌다고 하던데, 그 추위에 나도 얼어 죽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었다. -참, 도국이는 어때?그때 갑자기 내 머릿속에는 도국이 여자와 함께 있던 주말의 통화가 뇌리를 스쳤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사생활 언급은 그리 쉽지 않았다.“······뭐 바쁜 것 같아.”-하긴 글로벌 스타가 안 바쁘면 그게 이상하지. 참, 거기 사무실 분위기는 어때?확실히 도국이 연애를 하는 지 이아준과도 통화가 뜸한 게 분명해 보였다.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56789
...
11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