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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야해빠진 킬러 아저씨: Chapter 141 - Chapter 150

170 Chapters

제141화

리아가 경멸스러운 눈동자로 지연을 노려보았다.“또 그 소리세요? 지겨워요 이사님. 짜증도 나고요.”“싫으면, 감방으로 면회나 가던가.”감방? 면회? 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 아저씨가 감방을 왜 가?아, 나를 보내려는 건가? “이사님!”“봉투 열어 봐.”눈을 흘기며 서류 봉투를 열자, 그 안에는 작은 녹음기 하나가 들어 있었다. 혹시나 해서 재생버튼을 눌러본 순간, 리아의 동공이 좌우로 흔들렸다.누가 들어도 청부살인을 지시하는 사람과, 그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 그동안 강 회장과 도세준의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던 것.맞다. 아저씨는... 킬러였다. 이혼을 하고, 아버지가 살던 집으로 들어간 지연은 서재에서 이 기막힌 증거물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것도 병원에서 도세준을 만난 날. 자존심이 제대로 뭉개졌던 그날 저녁에 말이다. 그 순간, 머리가 어찌나 빠르게 돌아가던지. 내내 리아를 빼돌릴 방법을 구상하고, 사람을 모았다. “....이사님.”“여기에 거래 내역까지 더해지면, 도세준은 구속이야. 절대로 못 피해 가.”“지금... 협박하시는 거예요?”“어. 당연히 통할 협박이고.”반박할 수 없었다.아저씨가 정말로 잡혀간다면, 게다가 그 죄가 살인이라면.., 잘은 몰라도 잠깐 동안 헤어지는 건 절대로 아니다. 그보다 아저씨의 인생이 추락한다. 말도 안 되게 불행해진다. 지연은 흔들리는 리아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약속할게. 이대로 헤어진다고 하면, 이 증거들이 넘어갈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이사님을 어떻게 믿어요?”“내내 후회했어. 리아 너를 별장으로 보낸 걸, 구준현을 믿은 걸.”이제 와서? 무슨 생판 남도 저지르지 않은 일을 벌여놓고는.얼마나 상처받았었는데. 내색은 못 했지만, 얼마나 힘들었는데.“최음제는요? 그것도 다 이사님이 준비하신 거잖아요!”“정말 몰랐어. 혈기 왕성한 청춘들이 붙어있으면... 모든 게 자연스러울 줄 알았어.”눈물을 글썽이는 게 거짓말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용서가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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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생각해보면, 엄마를 만났던 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악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명예라고? 그럼 그 명예나 끌어안고 살던가, 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까지 앗아가려고 하는지. 리아는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만약 거짓말이면, 그땐 저... 죽어요.”“리아야...!”“그러니까 약속... 꼭 지키세요.”카페 문을 열고 나서는 내내 눈물이 차올랐다. 억울해서, 화가 나서. 그리고 다시는 아저씨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명확한 현실 같아서. 그때, 눈앞에 들어온 무언가.하얀 승용차. 번호판에 또렷하게 적힌 숫자, 0329. 차 문을 열고 올라타자,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핸드폰 하나를 건네주었다. 건네 받자마자 걸려 오는 전화라고?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네.”“좀 자 둬. 시간이 꽤 걸릴 거야. 도착할 때쯤 다시 연락할게.”차는 한참을 달렸다.한 시간.. 두 시간... 그 이상을 달리고 또 달렸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도착한 곳에선 비린내가 났다. 바닷가 근처에서 나는 그 특유의 비린내.“저기요.. 여기가.. 어디..”“목포입니다.”“네..?”“이쪽입니다.”놀랄 겨를도 없이 남자의 안내에 따라 들어선 곳은 작은 이층집.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1층은 집 주인 가족이 거주합니다. 강리아 씨는 2층에서 지내시면 됩니다.”말없이 계단을 따라 올랐다. 문이 열리고, 아담하게 꾸며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작은 거실, 주방, 화장실 하나, 침실 하나. 멍하니 서서 바라보던 중, 또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네.”“집은 마음에 드니?”“그럴 리가요.”“그래도 참아. 혹시나 해서 월세로 계약했어. 언제든 떠나기 쉬워야 하니까.”“네. 그러시겠죠.”남자가 신발장 위에 신용카드 한 장을 올려놓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 “카드 받았니?”“네.”“눈치 보지 말고 써. 가구도 마음에 드는 걸로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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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뒤늦게 리아가 사라진 사실을 안 도세준은 혈압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강리아한테 온 문자메시지가 그의 혈압을 잔뜩 올려놨고.- 나 이제 아저씨 안 만나요. 생각해 보니까 뭐가 아쉬워서 아저씨를 만났는지 모르겠어요.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주는데. 귀하게 여기긴커녕 욕만 하는데. 어쨌든 잘 지내요. 찾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고요. 어차피 제 마음은 여기까지니까요.당연히 그건 리아가 아닌, 강지연이 보낸 문자였다. 열이 뒤지게 받아 전화를 걸었을 땐 이미 꺼져 있었고. 이상하긴 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기지배는 평소랑 똑같았으니까. 뭔가 강리아 말투는 맞는데 아닌 것 같은 희한한 느낌이랄까. 준수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OO벅스 OO점 부근, 오늘 오후 약 삼십분 정도 해킹 이력이 있습니다.”“뭐?”“딱 그 시간대 기록이 삭제됐어요. 확실히 이상합니다. 리아가 그럴 애가 아니잖아요.”또 강지연 그 썅년인가. 이용호는 감방에 틀어박혀 있는데. 이따위 짓을 벌일만한 대가리는 물론 돈도, 사람도 없는데.하지만 강지연은 다르다. 이런 짓을 벌일만한 대가리는 없지만, 돈도, 사람도 마음껏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 강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할 말이 남아있던가?”들려오는 목소리는 너무도 당당했고.“까불지 말고 강리아나 데려와.”“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네? 왜? 또 없어지기라도 했나 보지?”“아무리 생각해도 너밖에 없어. 대가리 굴리지 말고 당장 데려와.”“에휴, 지겨워.”미친년 반응이 왜 이따위지? 뭐? 지겨워?“더는 니들 사이에 껴서 골치 아프기 싫거든? 내가 그렇게 한가한 인간으로 보여?”“미친.”“괜히 엮여서 귀찮은 엄마 노릇에, 또 이혼에. 멀쩡한 인생에 금만 갔잖아?”아닌 척 연기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저 주둥이에서 기대한 답변은 들을 수 없겠지. 씨발... 그나저나 강리아를 어떻게 찾지. 기지배야.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거냐.준수는 밤을 새우며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작은 흔적조차 찾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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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한참을 망설이던 리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언니. 사실은요...”“네.”“아니요 아니요. 말씀 편하게 해 주세요.”“아.. 그래. 아직은 좀 어색한데.”“제가요... 목포가 처음이라...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고 길도 전혀 몰라서요...”아름은 리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뭔가가 이상하긴 했다.웬 정장을 입은 남자가 딱딱하게 들어와서는 시세보다 월세를 높게 지급하겠다고, 급하다고 했었다. 대신 1년 단위 계약은 어렵다고 했었고.그리고 이사를 온 건, 그 남자가 아닌 너무도 어려 보이는 쪼그마한 여자였고. “응, 그랬구나. 그래서?”“일자리를 구하고 싶어요. 혹시 아는 곳이 있으신가 해서요.”“아.... 그럼,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네.”“계약할 때 온 사람은 누구야? 남자던데. 가족같이 보이지도 않던데.”마침 남편이 운영하는 빵집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까. 누군지 알고 덜컥 일을 맡겼다가 뒤탈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니까. “아마... 엄마 회사 직원일 거예요.”“엄마? 회사 직원?”“네. 사정이 있어서요... 저희 엄마는.. 엄청 유명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는... 숨겨야 하는 자식이고요.”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직원을 보내서 계약을 하고, 들여다보지도 않았던 거구나. 안쓰러움이 몰려와 눈물이 고였다. 그동안 지내온 인생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리아야. 그때 언니랑 같이 올라갔던 사람, 기억나?”“네.”“언니 남편이야. 시내에서 빵집을 운영하는데, 마음에 드는 아르바이트생이 안 구해져서 요즘 힘들어하거든.”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이왕이면 이렇게라도 연결 된 사람 밑에서 일하는 게 낫지.“정말요...?”“응. 언니는 육아 때문에 도와주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괜찮으면 한번 가볼래?”“네. 네. 가볼래요. 아니, 저 할래요.”아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기띠를 맸다. 쌀쌀해진 날씨에 태후 옷을 단단히 입히고, 리아에게도 두터운 카디건 하나를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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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태건이 말을 이었다.“근무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괜찮겠어?”“네.”“아 맞다, 점심 식대는 지원이 안 됐었거든... 아무래도 사업장 규모가 작다 보니까.”리아 대신, 아름이 대답했다.“여보, 내가 도시락 하나 더 싸면 되지.”“응..?”“네..?”태건도, 리아도 당황했다. 리아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저 괜찮아요! 근처 식당에서 후다닥 먹고 올게요!”“됐어. 시급도 많이 못 챙겨주는데, 싸는 김에 하나 더 챙기는 게 뭐 어렵다고.”리아는 몰랐지만, 이 정도 배려는 알바생에게는 기적이다. 그렇게 리아에게는 첫 직장이 생겼다.비록 아르바이트지만, 강지연 카드만큼은 절대로 쓸 일이 없을 것이다. 앗, 잠깐만... 그럼... 당장 이번 달은 어떻게 생활하지..? 택배 온 건 괜히 드렸나. 아.... 내 소중한 음식들...“리아야? 서명할까?”“그.. 저... 사장님... 혹시..”“으응.”“그.. 너무너무 죄송한데... 제가.. 자존심이 상해서 엄마 카드는 절대로 쓰고 싶지가 않거든요.”“엄마? 엄마 카드?”영문을 몰랐던 태건이 되물었으나, 아름이 눈을 깜빡거리며 눈치를 줬다. 자세한 건 이따 설명하겠다며,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하라며.“여보, 그거 있잖아 그거.”“뭐.”“좀 땡겨 줘!”아.. 월급을 미리 당겨 달라는 소리구나. 그런 거구나.“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아니야. 한 달 치 전부 다?”“아니요! 딱 2주 치만요!”“그래, 그럼 인적 사항 적고 서명해. 바로 이체 시켜줄게.”젠장. 이체? 문제가 하나 또 생겨버렸다. 계좌는 지금 사용할 수가 없는데. 사용하는 순간 준수 아저씨가 득달같이 찾아낼 텐데. “너무너무 죄송한데요... 혹시.. 현금으로 받을 수는 없을까요?”“그건 안 되는데. 세금 문제가 까다로워져.”태건의 눈빛이 확연히 달라졌다. 상황을 모르니, 눈앞에 있는 리아가 점점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솔직히 알바비를 당겨 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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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세준은 좀비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 충혈된 눈, 더 시커메진 낯빛. 넋이 나간 표정까지. 기철이 눈치를 살살 보며 한숨을 쉬어댔다.“하.. 도대체 어딜 간 거야 리아야..”“기철아.”“네. 마스터.”“그냥 찾지 말까 봐.”“예..? 어디로 간 줄 알고요.”모르지 씨발. 그걸 알면 이러고 있겠냐고. “내가 그 문자 내용을 백 번도 넘게 읽어봤거든.”“마스터.”“강리아가 보냈든 아니든, 내용만큼은... 다 사실이더라.” ‘생각해 보니까 뭐가 아쉬워서 아저씨를 만났는지 모르겠어요.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주는데. 귀하게 여기긴커녕 욕만 하는데.’ 그 문장은 누가 봐도 자신과 리아의 이야기였다. “아시잖습니까. 리아는 절대로 마스터를 떠날 아이가 아닙니다.”“알아. 그래서 더 미치겠다고.”큰일이다. 마스터가 힘들어 한다. 이럴 때는 옆에 있는 사람이라도 힘을 내야 한다.“포기하지 마십시오! 저도 전국을 뒤져 찾아보겠습니다!”“만약... 그 기지배 선택이었다면?”“아니라니까요! 그럼 CCTV 해킹은 뭡니까!”며칠 동안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멘탈이 나가서 그런가. 세준은 점점 주눅이 들고, 후회만이 몰려와 보내주는 쪽으로 마음이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세상이 무너진 기분이 뭔지 알겠다는 것. 그 쫑알거리고 시끄러운 기지배 하나가 없어진 집은 모든 공간이 괴롭고, 가슴이 아렸다.“하....”“저는 리아가 좋습니다.”“지랄. 기가 쪽쪽 빨린다며. 힘들어 뒤지겠다며.”“수정하겠습니다. 마스터랑 같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나가.”기철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주머니에서 가죽 장갑을 꺼내 들었다.“오늘부터 외부 출장 잦습니다. 강리아 찾기 프로젝트 제대로 시작합니다.”“장갑 안 벗어?”“예?”“죽이러 가냐? 어? 죽이러 가냐고!”날이 선 질문에도 기철은 눈 하나 껌뻑 안 하고 비장한 각오로 사무실을 나섰다. 근데... 도대체 어딜 가서 찾냐고. 이 조막만한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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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엄마가 왜 그렇게 밉니?”“하... 몰라서 물어요?”“알아. 아는데.. 다 아는데... 엄마도 조금은 억울해.”억울? 아저씨랑 생이별을 시켜놓고 뭐가 억울해?그리고, 그렇게 억울한데 왜 찾아오냐고! 엄마 노릇 따윈 바라지도 않는다니까!“너 임신하고, 제주도로 도망치듯 떠났던 시절이... 엄마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그런 얘기 하실 필요 없어요.”“엄마도 피해자야. 시체까지 확인 시켜 주는데, 그럼.. 어떻게 살아있다고 생각을 했겠어!”같잖은 과거 회상이 리아에게 먹혀들 리 없었다. 이미 엄마라는 존재는 끔찍하게 느껴질 뿐이었으니까.“아니요. 이사님이 싫은 건, 다시 만난 이후부터였어요.”“....”“처음엔 좋았어요. 기뻤어요. 다만... 저한테는 엄마가 처음이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에요.”리아의 말을 듣고 있자니, 지연은 뒤늦은 후회가 몰려들었다.구준현. 그 자식만 붙여놓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적어도 지금쯤 의지라는 걸 조금씩하며 처음보다는 살갑게 굴 수도 있었을 텐데.“이사님은 늘... 사람들 눈을 피해 저를 만나셨어요. 늘 눈치 보기 바쁘셨고, 숨기기에 급급했어요.”“리아야, 그건...”“알아요. 이해하려고도 노력했어요. 근데요. 저는요..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먹는 밥 한 끼가 아니라, 카드가 아니라... 진심 어린 한 마디가 필요했어요.”어떻게 그래. 처음 마주한 곳부터가 도세준 집이었잖아. 동거 사실부터 알았었잖아.그 자식 때문에 진심 어린 대화나 할 기회가 있었니? 지연은 제 뜻을 몰라주는 리아가 여전히 억울하고 답답했다. “하필 그딴 자식이랑 동거를 한다고 하니까.. 화부터 나는 게 당연하잖아.”“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할아버지가 아저씨를 고용해서잖아요. 저를 죽이려고 해서 만나게 된 거잖아요!”그런 것따윈 안중에도 없었다.이미 지연의 머릿속엔 리아의 생사 여부를 알려준 장본인이 도세준이란 사실은 지워져 있었다. 그저 사람을 죽였던 킬러. 살인자. 그런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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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여보, 리아 말이야.”아름이 괜히 긴장했다. 설마, 나 때문에 억지로 알바생을 쓰고 있는 건가 싶어서.“응. 어때? 일은 잘해?”“못해. 더럽게 못해.”역시나 맞구나. 머쓱해진 아름은 괜스레 태건의 눈치를 봤다. “미안해.. 조금만 참아. 갈수록 나아지겠지.”“근데 손님들도 좋아하고, 골 때리는 면이 나름 또 귀여워.”“잘해줘. 안쓰럽잖아.”“응. 우리가 챙겨야지 누가 챙겨. 갑자기 목포 바닥에 뚝하고 떨어졌는데.”박태건과 정아름은 진국이었다. 그런 부부를 만난 강리아는 복 받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그래서 버텨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아저씨와의 생이별을. 매일 밤 울고 짜고 악몽을 꿔도, 갑작스레 울컥하고 치솟는 죽고 싶은 마음도. 그들 덕분에 간신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아저씨와 헤어진 지 2개월.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잊기는커녕, 그리움에 더 사무쳤다. 눈만 감으면 또렷한 얼굴, 잠결에 “애기.”라며 부르는듯한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태건은 매일 아침, 출근을 하는 리아의 눈두덩이 아무리 부어있어도 묻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만 생각했다.저렇게나 보고 싶을까. 저렇게나 잊지 못할까. “리아야, 소시지 빵 나왔어!”“네.”갓 구워진 빵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재고 정리도 알아서 척척.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리아는 그렇게 살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리아야, 요즘... 잠은 잘 자고?”“네.”“오늘은 안색이 좀 안 좋아 보여서.”“감기 기운이 좀 오래 가요.”정말이었다. 오늘은 리아의 안색이 걱정될 정도로 좋지 않았다. 매일 팅팅 부어있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러다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우웁..!”리아가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다급히 달려갔다. 지켜보던 태건은 순간 등줄기가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아름이 임신했을 때 보던 증상과 너무나도 비슷했기 때문. 게다가 감기 기운이 오래간다는 말 역시도.곧바로 아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이 개입하면 불편해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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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아무리 봐도 임신이 확실한데, 아이 아빠와도 헤어진 상황에 정상적인 보호자도 없고. 아름은 답답해서 딱 돌아가실 지경이었다.“리아야. 임테기는 정확도가 꽤 높아. 게다가 증상도 그렇고.”아무리 멍청한 강리아도 그 정도쯤은 알고 있었다.“제 뱃속에 지금...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거죠..?”“어떡할 거야. 혼자서 어떻게 키우려고 그래.”“그럼 지워요? 살아있는 생명을요?”입 밖으론 명확한 대답을 내뱉지 못했지만, 현실적으론 뜯어말리고 싶었다.미혼모 혼자 아이를 양육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그런 뜻이 아니라..”“차라리 잘 됐어요. 저한테도 드디어... 진짜 가족이 생긴 거잖아요.”외롭게 자라온 긴 세월, 유일했던 사랑까지 잃어버린 지금. 리아에게 찾아온 생명은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였다.“아이 아빠는 알아야 해. 그래야 양육비라도 받지.”“안 돼요. 절대 안 돼요.”“리아야! 현실적으로 생각해. 금방 배도 불러올 테고...”“제가 열심히 노력하면 되잖아요. 가게에도 절대 피해 안 가게 할게요. 알바도 더 열심히 할게요.”아름은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그리곤 가게를 나서며 태건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힘든 일 시키지 마.”“임신 맞아?”“그런 것 같아.”***그날 저녁, 알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리아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에 들러 임테기 하나를 더 구입했다.역시나, 두 번째 임테기도 결과는 같았다.문득 아저씨와 목청을 높여 싸웠던 날이 떠올랐다. 아저씨를 꼭 닮은 아들을 갖고 싶다고 했던 날. 사실... 그때는 이미 임플라논을 제거한 상태였다.득달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후회 하긴 했지만, 그날 이후 행복은 너무도 잠깐이었다.생각지도 못한 이별 후,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지금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조심스레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아가야. 엄마는 부모님 없이도 잘 살았어. 그러니까 아빠는... 없어도 돼.”눈물이 났지만 꾹 참았다.냉장고를 열어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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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마스터, 면도 좀 하시죠.”“신경 꺼. 남이사 면도를 하든 왁싱을 하든.”“아니요,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몰골이 꼭 사극에 나오는 왈패 같습니다.”“안 꺼져?”기철은 잔뜩 주눅이 들었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리아가 사라지고 난 뒤 세준의 모습이 점점 달라지고 있었으니까. 깔끔은 개나 줘버린 모습에 점점 더 신경질적으로 변해갔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시간은 자꾸만 길어졌다.“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됐어. 찾든지 말든지.”“왜 자꾸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십니까.”“더럽게도 돌아오기 싫은가 보지.”두 달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것. 세준은 그 시간이 증명이라고 확신했다. 무엇보다 명백한 이별선언이라고.“준수 말로는 수도권은 아닐 거라고 합니다. 강원 지역은 거의 다 돌았고요.”“됐다고. 보고할 필요 없다고.”“다음은 충북 지역 위주로 훑겠습니다.”“씹. 내 말이 말같지 않지?”잔뜩 겁을 먹은 기철이 고개를 저으며 떠나고, 사무실에 홀로 남은 세준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누군가에게 버림받는 건 진작에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하루가 지옥 같을까. 왜 이렇게 매시간이 고통인 걸까.“어디 있냐. 기지배야.”꿈에도 나오지 않는 기지배. 집안에는 기지배의 흔적이 잔뜩인데. 이제는 함께 지내던 시간마저 꿈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만약 행방을 안다면 찾아갈 수 있을까. 당당하게 왜 숨었냐고 화라도 낼 수 있을까.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격이 없었다. 그래도 멀리서는 꼭 한번 보고 싶었다.여전히 골 때리는 짓거리나 하고 있는지, 여전히 생글생글 철없게 웃는지. 그 희고 고운 얼굴과 커다란 눈망울이 반짝이는지. 그래서 자꾸만 기다리게 된다. 언젠가 김준수와 최기철이 강리아의 소식을 물어다 주기를. “하.. 씨발... 거, 존나게 보고싶네.”***그날 밤, 술에 잔뜩 취한 세준은 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예, 마스터.”“나 이사 갈까 봐.”“네? 갑자기요?”“집이 좆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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