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Chapter 251 - Chapter 260

358 Chapters

251. 북으로

북으로 가는 길은, 봄을 거꾸로 거슬러 올랐다.도성에서 살구꽃이 지던 날 북문을 나선 군은, 사흘 만에 다시 겨울로 들어섰다. 위도가 높아질수록 봄이 얕아졌고, 삭원에 이르자 땅은 아직 서리를 물고 있었다.위지헌은 선두에서 말을 몰았다. 검은 갑주 위로, 북의 찬 바람이 서늘하게 미끄러졌다.지난겨울, 그는 이 길을 한 번 지났다. 그때는 흑령의 겨울을 하루로 끝내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저들이 봄을 기다렸다가 먼저 국경을 넘었다.같은 길이었으나, 저들의 셈이 달라져 있었다.군은 말이 없었다. 봄을 등지고 겨울로 드는 길이라, 병사들의 입김이 다시 희게 서렸다. 갑주 스치는 소리와 말발굽 소리 사이로, 누구도 노래하지 않았다.지난 출정에는, 도성을 벗어나며 군가 한 자락이 오른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오르지 않았다. 하루로 끝난 겨울과, 여러 날이 걸릴 봄의 차이를 병사들도 몸으로 알았다.*닷새째, 북문군의 진영에 닿았다.심도윤이 진문 앞에 나와 있었다. 딸을 왕부로 보낸 장인이자, 국경을 얇게 막아 온 노장이었다. 갑주 위에 마른 피가 앉아 있었고, 눈 밑에는 여러 밤의 그늘이 짙었다."오셨습니까.""오래 버티셨습니다."위지헌이 말에서 내렸다.심도윤이 잠깐, 도성 쪽을 보았다."…그 아이는.""잘 있습니다. 왕부를 지키고 있습니다."심도윤은 더 묻지 않았다. 딸을 시집보낸 아비의 물음은, 그 한마디로 족했다.*두 장수는 막사 안 지도 위에서 나머지를 나눴다.심도윤이 지도를 짚었다. 흑령이 넘은 골짜기 둘과, 그 뒤로 이어진 마을들이 붉게 표시되어 있었다."이번에는, 노략이 아닙니다."노장이 낮게 말했다."약탈하고 물러나던 자들이, 이번에는 마을을 태우지 않고 지키고 있습니다. 땅을 가지려는 움직임입니다."위지헌의 눈이 지도 위에서 서늘해졌다.노략은 겨울을 나기 위한 것이었다. 땅을 가지려는 것은, 겨울 너머를 보는 것이었다. 흑령의 뒤에서 누군가, 저들에게 겨울 너머를 셈하게 하고 있었다.흑령이 스스로 담 쌓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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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이름을 따라

월령은 그 이름을 장부에 적은 뒤로, 사흘을 뒤척였다.석중. 성 밖 옛 역참에서 '연'의 통을 거두는 자들 가운데 하나였다.전생에, 그 이름은 금군의 교위였다. 폐위된 그녀를 냉궁으로 끌고 간 자. 그날의 억센 힘을, 월령은 팔목에 오래 기억했다.이번 생에, 석중은 아직 그 일을 하지 않았다. 할 일이 없었다. 그녀는 폐위되지 않았고, 냉궁의 문은 열린 적이 없었다. 그는 그저, '연'의 심부름을 하는 성 밖의 한 사내였다.그 사내가 누구의 발이 되어 움직이는지를 따라가면, '연'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월령은 강무진을 통해, 석중의 걸음을 멀리서 지켜보게 했다.쫓지는 않았다. 위지헌의 말대로, 쫓으면 저쪽이 눈을 잃은 것을 알았다. 다만 멀리서, 그 사내가 어디에 들고 어디에서 자는지를 세었다.며칠 뒤, 강무진이 낮게 옮겨 왔다."석중은 성 밖 역참과 저잣거리 셈방을 오갑니다. 사흘에 한 번, 남쪽 옛 절터에 듭니다.""절터에는 누가 있지.""아직,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석중이 그 앞에서는 늘 갓을 벗습니다."갓을 벗는다는 것은, 그 앞에 윗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월령은 그 절터를 장부에 적었다. '연'이라는 이름 아래, 남쪽 절터 한 줄이 더해졌다.석중이라는 사내는, 낮에는 여느 저잣거리 장사꾼과 다르지 않았다. 소금과 기름을 지고 골목을 돌았고, 저녁이면 셈방에서 술 한 잔을 걸쳤다. 그 걸음 어디에도, 전생에 사람을 냉궁으로 끌고 가던 자의 그늘은 없었다.월령은 그것이 더 서늘했다. 사람을 해칠 자가 아직 해칠 일을 만나지 못해, 장사꾼의 얼굴로 살아가고 있었다. 만나면, 그 얼굴이 언제든 바뀔 수 있었다.*며칠 뒤, 청아가 저잣거리에서 돌아와 목소리를 낮췄다."마마님, 그 남쪽 절터요. 요즘 저잣거리에서 소문이 자자해요.""무슨 소문이.""절터에 향 대는 어른이 계신다고. 병을 낫게 해 준다고요. 앓던 사람이 향 한 대 쐬고 나았다고, 다들 몰려간대요."월령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향 대는 어른.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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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청화각의 유자

봄이 깊어질 무렵, 궁에서 왕부로 첩지 하나가 들었다.황후 하문정이 내명부 봄 다회에 섭정왕비를 청한다는 것이었다.섭정왕이 북으로 나간 사이였다. 왕비가 홀로 궁에 드는 것은 아직 조심스러운 걸음이었다. 그러나 청한 이가 황후였다. 지난겨울 국청에서, 월령의 곧음을 본 사람이었다.월령은 그 첩지를 받았다.*청화각을 지날 때, 옅은 유자 향이 회랑을 따라왔다.혜귀인 류담희의 처소였다. 지난겨울 간택된 젊은 후궁으로, 요즘 황제의 밤 부름이 잦다 했다.마침 류담희가 처소 앞 뜰에서 유자를 까고 있었다. 손톱 끝에 봉숭아 물이 옅게 남아 있었다. 섭정왕비가 지나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다, 그만 무릎 위의 유자를 굴렸다."어머."류담희가 웃음을 반쯤 삼키다, 삼키지 못했다.월령도 옅게 웃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궁 안에서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 감출 것이 없다는 뜻이거나, 감추지 않아도 될 만큼 영리하다는 뜻이었다.어느 쪽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월령은, 그 밝은 얼굴 하나를 눈에 담아 두었다.봄볕이 청화각 뜰의 유자 껍질 위로 내렸다. 노란 껍질에서 옅고 단 향이 피어올랐다. 궁 안에서 그 향만은, 아무 셈도 섞이지 않은 냄새였다.*황후의 다회에는, 내명부의 여러 얼굴이 모였다.숙비도 있었다. 옥반지 없는 손을 소매에 넣은 채, 예전보다 아래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순검이 섭정왕에게 돌아간 뒤로, 자녕궁의 자리가 반 뼘 낮아져 있었다.황후는 월령을 제 가까이에 앉혔다."섭정왕이 북에 나갔다지.""예, 마마.""홀로 왕부를 지키기 외롭지 않으냐.""외로울 틈이 없습니다."월령이 낮게 답했다."지킬 것이 많으면, 외로움은 뒤로 물러납니다."황후가 부채 너머로 옅게 웃었다. 지난겨울, 자리를 탐내지 않는 사람이 자리를 가장 잘 지킨다던 그 사람이었다.다회 내내, 월령은 말을 아꼈다. 다만 누가 누구의 곁에 앉는지, 누구의 잔이 누구의 손에서 채워지는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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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북에서 온 글자

북에서 첫 서신이 온 것은, 위지헌이 떠난 지 열흘째였다.파발이 왕부에 닿았다. 겉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다만 봉함 자리에, 흰 바둑돌 자국 하나가 눌려 있었다.받을 사람만 아는 봉함이었다.월령은 그 자국을 손끝으로 만졌다. 지난겨울, 두 돌이 서로를 알아보던 봉함이었다.*안에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북의 봄은 아직 멀다. 그러나 나는 봄 안에 있겠다.'짧은 글이었다. 전장의 서신은 길면 늦었고, 길면 새어 나갔다. 그는 늘, 어렵게 두지 않고 한 줄로 말했다.월령은 그 한 줄을 오래 보았다.봄 안에 있겠다는 말은, 지난가을 계례에 그가 남긴 살구나무 비녀의 말과 같았다. 그때 그는 봄에 먼저 피는 나무를 깎아, 봄 하나를 미리 두고 갔다. 지금 그는 북의 겨울 속에서, 그 봄을 다시 약속하고 있었다.월령은 그 한 줄을 접어, 지난겨울 그가 보낸 첫 서신 곁에 두었다. 서신이 이제 둘이 되었다. 종이 두 장이, 넉 달을 떠나 있던 사람과 한 달을 떠나 있는 사람을 잇고 있었다.전생에는, 그가 어느 전장에 있는지도 몰랐다. 서신 한 장 오간 적이 없었다. 이번 생에는, 봄마다 한 줄씩 그의 겨울이 도성에 닿았다.*파발은 서신 말고도, 짧은 군보를 함께 가지고 왔다.북경군이 흑령이 넘은 골짜기 하나를 되찾았다는 것이었다. 다만 저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어, 싸움이 겨울보다 길다 했다. 겨울에 하루로 끝낸 것을, 이번 봄에는 여러 날이 걸리고 있었다.월령은 그 군보를 읽고, 검은 바둑돌을 만졌다.군보의 글씨는 담담했으나, 담담한 글씨 아래에서 월령은 사람이 상하고 있음을 읽었다. 하루로 끝나던 싸움이 여러 날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병사가 눕는다는 뜻이었다.그러나 그 걱정을, 답신에 옮기지 않았다. 걱정을 적어 보내면 북에 있는 사람이 그 걱정까지 짊어졌다. 그는 이미, 도성을 떠난 사람의 무게를 홀로 지고 있었다.늦지 말라는 말도, 이번에는 적지 않았다. 적지 않아도 두 사람은, 서로가 무엇을 세고 있는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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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절터의 가마

강무진이 남쪽 절터를 멀리서 지킨 지, 이레가 지났다.이레 동안, 절터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병을 얻은 자들이 향 대는 어른을 찾아 들었고, 그 앞에서 갓을 벗었다. 석중은 그 문을 지키는 자들 가운데 하나였다.강무진은 그 어른의 얼굴을 아직 보지 못했다. 향 대는 어른은 낮에 나오지 않았다. 사람을 들일 때도, 발을 드리운 안쪽에서만 말했다.강무진은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그림자로 사는 자의 이레는, 조바심으로 세는 이레가 아니었다. 그는 절터 건너 마른 갈대밭에 몸을 낮추고, 드는 자와 나는 자를 하루하루 세었다.병을 얻어 드는 자들의 얼굴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나오는 자들의 얼굴에는, 절박함 대신 옅은 홀림이 있었다. 향 한 대에 병이 낫는 것이 아니라 향 한 대에 마음이 기우는 것임을, 강무진은 그 얼굴들에서 보았다.*이레째 저녁, 절터에 가마 하나가 들었다.병을 얻은 백성의 가마가 아니었다. 휘장이 깨끗했고, 가마꾼의 걸음이 훈련된 걸음이었다.강무진은 그 가마를 오래 보았다.궁에서 나온 가마였다. 다만 궁의 어느 처소에서 나왔는지를 알리는 표는, 떼어 내고 있었다. 표를 뗀 가마는, 보이면 안 되는 걸음을 하는 가마였다.가마가 절터 앞에 멎자, 향 대는 어른의 발 안쪽에서 사람이 나와 그 가마를 맞았다. 백성을 맞을 때와 걸음이 달랐다. 허리가 더 깊이 숙여졌다.병자를 맞던 향집이, 그 가마 하나에만은 예를 갖추고 있었다. 병을 고치러 온 가마가 아니라, 향집이 받드는 윗사람의 가마라는 뜻이었다.가마는 향 대는 어른의 발 안으로 들었다가, 향 한 대가 탈 동안 머물고 나왔다.강무진은 그 가마를 뒤쫓지 않았다. 뒤쫓으면, 절터가 왕부의 눈을 알아챘다. 다만 그 가마가 성문 어느 쪽으로 드는지만, 멀리서 세었다.가마는, 궁성 쪽으로 들어갔다.*그 밤, 강무진이 왕부에 낮게 옮겨 왔다."절터에 궁의 가마가 들었습니다. 표를 뗀 가마였습니다."월령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향 대는 어른의 절터에, 궁의 사람이 몰래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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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내명부의 봄

세임을 당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숨거나,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이거나.월령은 마 어멈을 통해, 저쪽이 물어 온 종이에 답을 돌려보냈다. 왕부의 안주인은 요즘 내명부 다회에 든다는, 사실이되 무해한 답이었다. 감출 것을 감추려면, 감춰도 될 것 하나는 먼저 내주어야 했다.그러고는, 제가 세일 차례를 세는 대신 저쪽을 세러 궁으로 들었다.*두 번째 다회에서, 월령은 지난번보다 더 오래 앉았다.말은 여전히 아꼈다. 다만, 지난번에 그려 둔 자리의 지도를 다시 폈다. 누구의 처소가 밤에 조용하고, 누구의 처소가 밤에 문을 여는지.류담희가 그 곁에서, 여전히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재잘거렸다."왕비마마, 저는 밤에 잠이 없어서요. 청화각 뒤뜰에 앉아 있으면, 가끔 다른 처소 가마 나가는 소리가 들려요.""가마가, 밤에 나가더냐.""예. 한 처소가 사흘에 한 번쯤, 밤에 가마를 내보내요. 표도 없이요. 저는 그게 신기해서, 세어 봤어요."류담희는 그 말을 아무 셈 없이 했다. 신기한 것을 신기하다 말하는 얼굴이었다.월령은 그 말을 아무 무게 없이 받았다. 다만, 사흘에 한 번이라는 말을 마음에 눌러 두었다.석중이 남쪽 절터에 드는 것도, 사흘에 한 번이었다.우연일 수도 있었다. 궁의 어느 처소가 밤에 가마를 내보내는 사흘과, 성 밖의 사내가 절터에 드는 사흘이 그저 나란히 놓인 것일 수도 있었다.그러나 월령은 우연을 셈에 넣지 않는 법을 오래전에 배웠다. 두 개의 사흘이 같은 걸음으로 도는 것을, 우연이라 부르기에는 걸음이 너무 고왔다.*월령은 그 처소를 바로 짚지 않았다.류담희의 뒤뜰에서 보이는 처소는 하나가 아니었다. 밤에 가마를 내보내는 처소가 어디인지를 짚으려면, 한 번의 다회로는 부족했다.다만, 궁 안에 사흘에 한 번 밤 가마를 내보내는 처소가 있고, 그 가마가 표를 떼고 남쪽 절터에 든다는 것만은 두 개의 점으로 이어졌다.월령은 그 두 점을 장부에 적지 않았다. 궁 안의 일을 종이에 적으면, 그 종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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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되찾은 우물가

북의 봄은, 골짜기마다 눈이 녹는 속도가 달랐다.위지헌은 그 속도를 셈에 넣었다. 눈이 먼저 녹는 골짜기는 길이 열렸고, 늦게 녹는 골짜기는 아직 저들의 방패가 되었다. 지난겨울 살구골에서 저들을 몰아넣던 셈을, 이번 봄에는 거꾸로 저들이 쓰고 있었다.누군가, 저들에게 이 땅의 눈을 가르쳐 준 자가 있었다.*흑령이 지키던 마을 하나를, 북경군이 사흘 만에 되찾았다.싸움은 겨울보다 길었다. 저들은 약탈하고 물러나는 대신, 담을 쌓고 버텼다. 담을 깨는 데, 사람이 상했다.되찾은 마을의 우물가에, 북경군 열둘의 주검이 뉘였다.위지헌은 그 열둘의 이름을 군보에 적게 했다. 지난겨울 회암역의 일곱을 월령이 이름으로 지켰듯, 그도 이 열둘을 이름으로 남겼다.숫자로 세면 열둘이었으나, 이름으로 세면 열두 집이었다.열두 집에는, 아직 그 소식이 닿지 않았다. 봄이 되면 돌아올 아비를, 아들을 기다리는 집들이었다. 위지헌은 그 집들이 소식을 받는 날을 알았다. 이름을 적는 붓이, 그 날을 미리 무겁게 적었다.전장을 오래 오간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름을 적는 일에는, 오래되어도 무뎌지지 않는 데가 있었다.*심도윤이 그 우물가에 함께 섰다."저들이 달라졌습니다."노장이 낮게 말했다."흑령은 본디 셈을 모르는 자들이었습니다. 눈이 어디서 녹는지, 담을 어디에 쌓는지, 이제 저들이 압니다. 누가 가르쳤습니다."위지헌의 눈이 북쪽 능선으로 향했다.능선 너머에, 저들의 뒤에 선 자가 있었다. 그자가 흑령의 창을 직접 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흑령에게 이 땅의 셈을 쥐여 준, 도성 쪽의 그림자였다.도성의 남쪽 절터에서 향을 대는 자와, 북의 능선 뒤에서 흑령에게 눈을 가르치는 자가, 한 그림자인지 다른 그림자인지—위지헌은 아직 알지 못했다.다만, 봄이 깊어질수록 그 그림자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있었다.흑령은 창을 들었고, 그 그림자는 셈을 들었다. 창은 막을 수 있었으나, 셈은 막는 법이 달랐다. 위지헌은 그 셈을 쥔 자를 아직 보지 못했다. 다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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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사흘에 한 번

세임을 당하는 사람이, 세는 사람이 되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저쪽이 물어 온 물음에, 고른 답을 내주는 것이었다.월령은 마 어멈을 통해, '연'에게 한 가지를 흘렸다. 왕부의 안주인이 사흘 뒤 저녁, 남쪽 어느 약방에 든다는 것이었다. 지어낸 걸음이었다. 그러나 지어낸 걸음일수록, 저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미끼를 숨기지 않고, 미끼인 줄 알면서 내놓은 미끼였다.저쪽이 그 미끼를 물면,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저들이 아직 왕부의 눈을 제 것이라 믿는다는 것과, 왕부 안주인의 걸음을 실제로 노린다는 것.물지 않으면, 그것대로 답이었다. 저쪽이 이미 왕부의 눈이 돌아선 것을 알아챘다는 답.*그 사흘 동안, 유씨가 왕부에 다녀갔다.딸이 홀로 왕부를 지키는 것이 마음에 걸린 어미였다. 손에는, 딸이 어릴 적 좋아하던 약과 한 함이 들려 있었다."혼자 있느라, 끼니를 거르지는 않느냐.""방어멈이 오히려 저보다 잘 먹어요."월령이 웃었다. 유씨도 옅게 웃었다.두 생을 건너, 어미가 딸의 왕부에 약과를 들고 오는 봄이었다. 전생에는 없던 봄이었다.유씨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딸의 살림에 참견하지 않는 것이, 시집보낸 어미의 예였다. 다만 돌아가기 전, 딸의 안색을 한 번 오래 보았다."낯빛이 여위었다.""봄이라 그래요.""…봄이라 그렇다면, 봄이 지나면 낫겠지."유씨는 그 이상 캐지 않았다. 딸이 무엇을 세고 있는지 다 알지는 못했으나, 무언가를 세고 있다는 것만은 어미의 눈으로 알았다.월령은 그 약과를 한 조각 물었다. 단맛이 입에 도는 동안만은, 남쪽 절터도 궁의 밤 가마도 잠깐 뒤로 물러났다.*사흘째 저녁, 월령은 그 약방에 들지 않았다.대신, 강무진이 그 약방 골목을 멀리서 지켰다.저녁이 깊자, 골목 어귀에 낯선 자 둘이 들었다. 병을 얻은 자의 걸음이 아니었다. 누군가 들기를 기다리는 걸음이었다.강무진은 그 둘을 오래 보았다. 하나는 골목 어귀에서 드는 사람을 살폈고, 하나는 약방 처마 그늘에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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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강무진이 본 얼굴

강무진이 그 밤 왕부에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는 좀처럼 없던 것이 있었다.과묵한 자의 얼굴에, 서두름이 있었다.강무진이 서두르는 것을, 월령은 처음 보았다. 저잣거리 그림자로 사는 자였다. 급보를 옮길 때조차 걸음을 고르던 사람이었다. 그가 걸음을 고르지 못했다는 것은, 본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었다."약방 골목에서, 석중이 다른 하나 앞에서 갓을 벗었습니다.""누구지.""금군의 교위입니다."월령의 손끝이 잠깐 식었다.*금군은 궁성을 지키는 군이었다. 궁문을 여닫고, 어전을 지키고, 후궁 처소를 드나드는 걸음을 살피는 자들이었다.그 금군의 교위가, 성 밖 절터 심부름꾼의 앞이 아니라 그 심부름꾼의 윗자리에 서 있었다.'연'의 실이 성 밖 역참과 남쪽 절터를 지나, 궁성의 문을 여닫는 자리에까지 닿아 있었다.궁의 밤 가마가 표를 떼고도 성문을 자유로이 드나든 까닭이, 거기 있었다. 문을 지키는 자가 한편이면, 표는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다.성 밖의 향집이 성 안의 처소와 잇닿고, 그 사이를 금군의 교위가 지킨다면—그것은 자녕궁의 그늘이 다시 궁성의 문을 쥐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지난겨울, 섭정왕에게 순검이 돌아가며 자녕궁의 손이 문에서 밀려났다. 그 손이 순검이 반쯤 예부로 돌아간 이 봄을 틈타, 다시 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섭정왕이 북에 있는 동안, 도성의 문 하나가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그 교위의 이름은.""방준이라 합니다."월령은 그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러나 강무진이 옮긴 그 얼굴의 생김—왼 눈썹을 가르는 오래된 흉—은, 처음이 아니었다.전생의 마지막 밤.폐위된 그녀를 냉궁으로 끌고 간 것은 석중이었다. 그리고 그 냉궁의 문을 밖에서 잠근 것은, 왼 눈썹에 흉이 있는 금군의 교위였다.같은 흉이 이 봄에, 성 밖 절터와 궁성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월령은 그 흉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전생의 그 밤, 냉궁의 문이 밖에서 잠기던 소리를 그녀는 아직 기억했다. 빗장이 내려가던 둔한 소리. 그 소리를 낸 자의 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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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두 개의 봄

북에서 세 번째 서신이 온 날, 남에서도 한 가지가 왔다.두 가지가, 같은 저녁에 왕부에 닿았다.*북의 서신은, 여전히 한 줄이었다.'골짜기 둘을 되찾았다. 봄이, 조금 가까워졌다.'월령은 그 한 줄에 잠깐 웃었다. 봄이 가까워졌다는 말은, 그가 무사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다친 데를 적지 않는 사람이라, 그녀는 그 짧은 안부에서 무사만을 읽어 냈다.그러나 그 웃음은, 함께 온 군보 앞에서 곧 걷혔다.그 아래, 군보 한 장이 함께 있었다.되찾은 마을에서 흑령의 진막을 뒤지다, 낯선 물건 하나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 땅의 눈과 길을 그린 지도였다. 흑령의 거친 글씨가 아니었다. 도성의 손이 그린 지도였다.그 지도의 귀퉁이에, 향을 먹인 자국이 있었다.향을 먹인 종이는 오래 두어도 좀이 슬지 않았다. 귀한 문서에나 쓰는 손질이었다. 국경 밖으로 나가는 지도에 그 손질을 한 자는, 그 지도를 오래 쓰려 한 자였다. 한 철의 노략이 아니라, 여러 해의 셈을 그린 자였다.월령은 그 군보를 읽고, 남쪽 절터의 향을 떠올렸다.북의 능선 뒤에 선 그림자와, 남의 절터에서 향을 대는 그림자가, 한 그림자일지도 몰랐다. 두 개의 봄이, 하나의 그늘 아래 있었다.*같은 저녁, 마 어멈이 통에서 새것 하나를 꺼내 왔다.이번에는, 종이가 아니었다.마른 꽃 한 송이였다.여러 번 접힌 종이 대신, 마른 붉은 꽃 한 송이가 통 바닥에 놓여 있었다.월령은 그 꽃을 보았다.그리고, 숨이 한 박자 멎었다.적련초였다.*붉은 다섯 잎이, 마른 채로도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여느 꽃이라면 마르며 빛이 죽었다. 적련초는 독을 품은 채로 말라, 붉은빛만 남았다.월령은 그 꽃을 전생에 딱 한 번 보았다. 어머니의 약사발 곁에, 마른 잎 몇이 떨어져 있던 날. 그날 그녀는 그것이 무슨 꽃인지 몰랐다. 알았을 때는, 어머니가 이미 없었다.전생에, 그 꽃이 어머니를 죽였다.유씨는 그 붉은 꽃의 독을 먹고, 딸보다 먼저 갔다. 이번 생에, 월령은 그 꽃이 피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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