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정은, 닷새 뒤로 정해졌다.경화제는 끝내 군량 결재를 내렸다. 다만, 절목의 끝에 한 줄을 덧붙였다. 북변의 군권은 섭정왕에게 주되, 도성 순검은 그가 없는 동안 다시 예부와 나누어 둔다는 줄이었다.한 손으로 군량을 내리고, 다른 손으로 순검을 반쯤 거둔 셈이었다.위지헌은 그 줄을 읽고, 더 청하지 않았다. 황제가 무엇을 쥐고 무엇을 놓는지, 그는 오래 아는 형의 속을 읽었다.*떠나기 전날, 두 사람은 왕부의 살구나무 아래에 섰다.꽃이 진 자리에, 이제 푸른 열매가 맺혀 있었다. 지난봄에 핀 꽃이, 여름을 향해 익어 가고 있었다.지난겨울, 이 나무는 헐벗은 가지였다. 봄에 꽃을 피웠고, 그 꽃이 지고 이제 열매를 맺었다. 한 나무가 한 해에 세 얼굴을 지나는 동안, 두 사람도 이별과 재회와 혼례를 지났다."지난겨울에는, 제가 봄을 셌어요."월령이 말했다."이번에는요?""이번에는, 봄을 세는 대신 다른 걸 해요."월령이 소매 안에서 검은 바둑돌 하나를 꺼냈다. 지난겨울, 그가 흰 돌을 가져가고 그녀에게 남긴 돌이었다."이 돌을, 이번에는 제가 쥐고 있을게요. 문밖에서 기다리는 대신, 문 안에서 셈을 할게요. 연이라는 이름이 누구인지, 왕야가 북에서 돌아오기 전에 제 손으로 알아낼게요."위지헌이 그녀를 보았다.혼자 세우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혼자 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지난겨울에 이미 보았다."위험한 셈이다.""알아요."월령이 낮게 웃었다."그래서 왕야가 돌아올 자리를, 제가 지켜 둘게요."*닷새 뒤, 북문에 다시 북경군이 도열했다.지난겨울과 같은 아침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월령이 심가의 딸이 아니라 왕부의 안주인으로 그 자리에 섰다.위지헌이 말에 올랐다. 그의 품속에는, 지난겨울과 같은 흰 바둑돌이 들어 있었다.다만 이번의 두 돌은, 지난겨울과 짝이 달랐다. 지난겨울 검은 돌은 심가의 딸이 소매에 넣었고, 이번 검은 돌은 왕부의 안주인이 방첩 장부 곁에 놓았다. 같은 두 돌이, 다른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