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31 - チャプター 240

358 チャプター

231. 겨울을 적은 장부

재회한 이튿날, 월령은 위지헌에게 장부 한 권을 건넸다.겨우내 두꺼워진 방첩 장부였다. 그가 없는 넉 달 동안, 심가 담장 밖을 지난 걸음과 조정에서 오간 말과 저잣거리를 도는 소문이, 이름과 시각만으로 적혀 있었다."막지 말고 세라 하셨습니다."월령이 말했다."세어 두기만 했습니다. 판단은 넣지 않았습니다. 판단은 왕야의 손이 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위지헌은 장부를 폈다.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안, 그의 눈이 점점 깊어졌다. 흩어져 있으면 보이지 않던 선이, 한 장부 안에서 이어졌다. 삼황자부의 사람이 병부의 누구를 만난 날과, 자녕궁의 물표가 어느 상단을 지난 날과, 심가 담장 밖 미투리가 다녀간 날이, 한 줄기로 모였다."이걸 넉 달 동안.""혼자 본 것이 아닙니다. 강무진이 그림자에서 본 것과, 청아가 저잣거리에서 들은 것과, 은매가 스친 것을 모았습니다. 여러 손이 각자 본 것을 한 장부에 넣으니, 선이 드러났습니다."위지헌은 장부의 여백을 보았다.한 곳에, 작은 점들이 찍혀 있었다. 글자가 아니라 점만."이건.""연이라는 이름입니다."월령이 낮게 말했다."쫓으면 흠이 될까 하여, 이름은 적지 않고 점만 찍었습니다. 그 이름이 도성 어디에 몇 번 스쳤는지, 점의 수만 늘렸습니다. 쫓는 것은 왕야의 손이 하십시오. 저는 세어 두기만 했습니다."위지헌은 그 점들을 오래 보았다.넉 달을 북에서 싸우는 동안, 도성에서는 그녀가 붓으로 겨울을 지켰다. 칼이 없는 손이, 칼이 못 하는 일을 했다.그는 장부를 덮고, 처음으로 낮게 말했다."이 장부는, 내 군보보다 무겁다."*순검권이 돌아온 첫날, 위지헌은 그 장부의 점들을 따라 손을 폈다.겨우내 자리를 흠으로 만들던 손들이, 순검패가 돌아오자 하나씩 거두어졌다. 병부에서 삼황자부의 사람을 만나던 서리가 자리를 옮겼고, 자녕궁의 물표를 지나던 상단의 장부가 봉해졌다.시끄럽지 않았다.위지헌은 고함치지 않았다. 다만 넉 달 동안 저쪽이 남긴 자리마다, 그 자리에 이름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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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길일

승전과 함께, 미뤄 두었던 가례가 다시 상에 올랐다.경화제는 예부에 길일을 고르라 명했다. 밀서가 봉인된 채 삼 년을 기다린 자리에, 이제 날을 정하는 붓이 닿았다.예부가 올린 길일은, 살구꽃이 다 피는 늦봄이었다.월령이 열여덟이 되는 해의 봄이었다.*그 날짜를 들은 밤, 유씨가 딸을 불렀다."길일이 잡혔다.""예.""늦봄이라 하는구나. 살구꽃이 질 무렵이지."월령은 그 말을 오래 들었다.전생에도 이 나이가 있었다. 열여덟. 그때는 봄이 형장이었다. 빗속의 형장에서, 그녀는 열여덟에 숨을 거두었다.이번에는, 그 열여덟의 봄이 가례였다."어머니.""말해라.""전생에 저는, 열여덟에 죽었습니다."유씨의 손이 멎었다.월령은 그 말을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했다. 회귀의 비밀을 다 밝힌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열여덟이라는 나이가, 그녀에게 무엇이었는지만."그 나이가 늘 무서웠습니다. 열여덟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봄이 오는 것이 무서웠습니다."유씨는 딸을 붙잡지 않았다. 다만 오래 지켜 온 사람의 눈으로, 딸을 보았다."그런데 이번 열여덟의 봄에는, 가례가 있습니다."월령의 목소리가 젖었다."형장이었던 나이가, 혼례가 됩니다. 무서웠던 봄이, 기다리는 봄이 됩니다. 저는… 그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유씨의 눈가가 붉어졌다.유씨는 딸이 건너온 것들을 몰랐다. 회귀도, 전생도, 형장도. 다만 그 눈에 고인 것이 오늘은 처음 보는 빛이라, 뜻을 묻지 않고 딸의 등을 쓸었다."믿어라."유씨가 낮게 말했다."어미가 너를 열여덟까지 곱게 키웠다. 이번 봄에는, 어미가 너를 혼례의 문 안으로 곱게 보낸다. 형장이 아니라, 혼례로."월령은 어머니의 소매를 처음으로 쥐었다.넉 달을 참은 것도, 삼 년을 참은 것도 아니었다. 두 생을 참은 것이 그 밤에 한꺼번에 무너졌다.*같은 날, 왕부에서도 위지헌이 길일을 들었다.늦봄. 월령이 열여덟이 되는 봄.그는 그 날짜를 오래 보았다.전생에, 그는 그 봄에 늦었다. 빗속의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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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마지막 그늘

가례가 정해지자, 자녕궁의 그늘이 마지막으로 한 번 움직였다.숙비는 옥반지 없는 손으로, 오래 쥐고 있던 패 하나를 폈다.봄의 부름은 무색했고, 책봉은 승전에 녹았고, 문상궁은 봉함되었다. 겨우내 판을 깔던 손들은 위지헌의 장부에 이름이 적혔다. 남은 것은, 아직 이름이 적히지 않은 손 하나뿐이었다.연.숙비조차 다 쥐지 못한 손이었다. 자녕궁의 그늘 안에 있으면서, 자녕궁의 이름을 빌려 쓰는 손. 향을 대는 여인이라 했고, 봉랍 끝에 연이라는 글자를 남긴다 했다.숙비는 그 손을 마지막으로 쓰기로 했다.가례를 흠집 낼 수 있다면, 정비가 될 사람의 봄에 얼룩 하나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숙비가 이 봄에 둘 수 있는 마지막 수였다.*그러나 그 수는, 놓이기도 전에 걸렸다.월령의 장부에 찍힌 점들이, 봄이 되자 선으로 이어졌다. 위지헌은 그 선을 따라 손을 폈고, 연이라는 이름이 향을 대러 드나들던 길목마다 사람을 세워 두었다.쫓지는 않았다. 다만 그 길목을 지켜, 연이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곧 드러나게 해 두었다.연이 가례를 흠집 내려 손을 뻗는 순간, 그 손이 먼저 보이도록.숙비는 그것을 알았다.겨우내 세어 둔 장부 앞에서, 마지막 수가 놓일 자리를 잃었다.*가례를 사흘 앞둔 밤, 설련이 숙비의 방에 들었다."고모님."숙비는 옥반지 없는 손을 소매 안에 넣고 있었다."봄의 가례가 사흘 뒤라 하는구나.""예.""너는 그 자리에 들지 않아도 된다. 정비가 될 아이의 가례에, 자녕궁의 사람이 앉을 자리는 없다."설련은 잠시 말을 골랐다."고모님. 소녀는… 그 명패를 돌려주고 왔습니다."숙비의 눈이 조카를 보았다."임학이라는 군졸의 것이었습니다. 그 집 아이가, 궁에서 온 사람은 다 무서운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소녀에게는, 무섭지 않다 했습니다."설련의 목소리가 떨렸다."소녀는 평생 겁이 많았습니다. 자리를 잃을까 무서웠고, 고모님 손 밖으로 나가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 새를 돌려주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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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함이 오는 날

가례를 이틀 앞두고, 왕부에서 심가로 함이 왔다.혼례의 함이었다.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예물을 보내는 절차라, 도성의 혼례에서는 늘 왁자한 행렬이 함을 졌다.그러나 이 함은, 왁자하지 않았다.앞세운 것은 붉은 깃도, 풍악도 아니었다. 흰 명정을 앞세운 지난가을의 장례처럼, 조용한 대오였다. 다만 이번에는 흰 명정 대신, 살구나무로 깎은 작은 함이 앞에 있었다.함을 진 것은 강무진이었다.지난겨울 심가를 그림자로 지킨 사람이, 이번에는 그림자가 아니라 앞에 서서 함을 졌다. 다친 손은 이미 아물었고, 어깨 위의 함은 가벼워 보였다."함이오!"강무진의 목소리가 심가 대문 앞에서 울렸다.전장에서 몸을 들어 수레를 밀던 목소리라, 함을 지고 외치는 소리도 우렁찼다. 방어멈이 대문 안에서 그 소리에 놀라 웃음을 터뜨렸다.*함 안에는, 화려한 예물이 많지 않았다.비단 몇 필과, 옥 한 쌍과, 봉서 한 장. 그리고 그 아래에, 흰 비단으로 싼 작은 것이 하나 있었다.월령이 그것을 폈다.살구나무로 깎은 함이었다. 가을에 준 살구나무 비녀와, 같은 나무 같은 결이었다. 함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빈 함이었다.월령이 위지헌의 뜻을 묻는 얼굴로, 함을 가져온 기윤을 보았다.기윤이 낮게 전했다."왕야께서, 이 함은 비워 두라 하셨습니다.""비워 두라고요?""가례의 날, 신부가 이 함에 무엇을 담을지 스스로 정하라 하셨습니다. 신랑이 채워 보내는 함이 아니라, 신부가 채우는 함이라고요."월령은 그 빈 함을 오래 보았다.늘 그는, 그녀의 손에 물건을 쥐여 주지 않았다. 두 돌도, 나무 조각도, 비녀도, 손에 쥐여 주는 대신 곁에 두었다. 채우는 것은 늘 그녀의 손이었다.이 빈 함도 그랬다.무엇을 담을지, 그가 정해 주지 않았다. 그녀가 정하게 두었다.*그날 밤, 월령은 그 빈 함 앞에 오래 앉았다.무엇을 담을까.가장 먼저, 소매 안의 두 돌을 꺼냈다. 흰 돌과 검은 돌. 넉 달을 떨어져 있다가 봄에 다시 만난 두 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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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혼례 전야

가례 전날 밤, 심가는 늦도록 불을 밝혔다.방어멈은 부엌에서 이튿날 쓸 것을 마지막으로 챙겼고, 서윤은 월령의 혼례복 소맷단을 한 번 더 다렸다. 은매는 신부의 머리에 올릴 것들을 함에 정리했고, 청아는 그 곁에서 자꾸만 눈시울을 붉혔다."아가씨가 내일이면 이 집을 떠나신다니…""떠나는 게 아니야."월령이 웃었다."왕부가 도성 안에 있어. 걸어서 반나절이면 오는 거리야.""그래도요."청아가 소맷단으로 눈가를 눌렀다."아가씨 머리를 제가 빗겨 드린 게 몇 년인데. 내일부터는 왕부 사람이 빗기잖아요."월령은 그 말에 잠시 말을 잃었다.전생에는, 이 아이가 회랑에서 그녀의 마지막을 목격했다. 이번에는, 이 아이가 그녀의 혼례 전날 밤 머리를 빗기고 있었다."청아야.""예.""왕부에 함께 가자."청아의 눈이 커졌다."제가요?""네 손이 아니면, 내 머리가 반듯하지 않아. 내일부터도, 네가 빗겨 줘."청아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울면서도, 빗을 놓지 않았다.*아란은 잠들지 못하고 월령의 방으로 몰래 왔다.손에는 당과 하나가 쥐여 있었다."언니, 이거.""당과?""응. 왕야랑 먹으라고 감춰 뒀는데, 이제 진짜 같이 살면 매일 줄 수 있으니까. 오늘은 언니가 먹어."월령은 그 작은 당과를 손바닥에 올렸다.지난가을, 자녕궁으로 가던 가마 안에서도 이 아이는 당과를 밀어 넣었다. '왕야랑 먹어'라고 했다. 그때는 무서운 길이었다. 오늘은 혼례 전날이었다.같은 당과가, 다른 밤에 놓였다."고마워, 아란아."월령은 그 당과를 반으로 쪼갰다. 반은 아란의 입에 넣어 주고, 반은 제가 먹었다."내일 혼례 끝나면, 왕야 몫도 하나 챙겨 놓을게."아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유씨는 밤이 깊어서야 딸의 방에 왔다.병색이 옅어진 손에, 오래된 것 하나를 들고 있었다. 붉은 실로 짠 작은 주머니였다."이건 어미가 시집올 때, 네 외할머니가 주신 것이다."유씨가 그 주머니를 딸의 손에 놓았다."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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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붉은 옷

가례의 아침이 왔다.심가의 마당에 마지막 살구꽃이 흩날렸다. 밤사이 진 꽃잎이 댓돌 위에 얇게 깔렸고, 아침 해가 그 위를 지났다.월령은 새벽부터 목욕재계를 했다.청아가 그녀의 긴 머리를 빗겼다. 손이 자꾸 떨려, 빗살이 두 번 멎었다."울지 마."월령이 웃었다."신부 머리 빗기는 사람이 울면, 신부가 따라 울어.""안 울어요."청아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눈물을 떨어뜨렸다.혼례복이 걸렸다.붉은 옷이었다.월령의 손끝이, 그 붉은빛 앞에서 잠시 멎었다.전생에도 그녀는 붉은 옷을 입었다. 황후의 붉은 예복이었다. 그 옷은 무거웠고, 머리 위의 봉관은 고개를 들 때마다 이마를 눌렀다. 그리고 그 붉은 옷을 입은 채, 그녀는 폐위되어 형장으로 끌려갔다.붉은빛은, 월령에게 오래 두려운 색이었다."아가씨?"청아가 그녀의 멎은 손을 보았다."왜 그러세요."월령은 숨을 한 번 골랐다."아니야."그녀는 그 붉은 옷을 손으로 쓸어 보았다.같은 붉은빛이었다. 그러나 전생의 그것은 폐위의 붉은 옷이었고, 오늘의 이것은 혼례의 붉은 옷이었다. 같은 색이, 두 생에서 다른 옷이 되었다.두려운 붉은빛을, 오늘 그녀는 제 손으로 입는다."입혀 줘."월령이 말했다.청아가 그 붉은 옷을 월령에게 입혔다. 소맷단이 손목을 지나고, 옷깃이 목을 감쌌다. 무겁지 않았다. 전생의 예복보다, 오늘의 혼례복이 가벼웠다.*머리에는 두 개의 비녀를 함께 올렸다.하나는 계례 때 어머니가 올린 백옥 비녀. 하나는 위지헌이 준 살구나무 비녀.어머니의 손을 탄 물건과, 그가 봄을 깎아 준 물건이, 오늘 한 머리 위에 나란히 놓였다.봉관은 없었다.정비의 가례라 봉관을 올릴 수도 있었으나, 월령이 청하지 않았다. 이마를 누르는 봉관 대신, 두 개의 비녀만 올렸다.거울 속에, 붉은 옷을 입고 두 비녀를 꽂은 여인이 있었다.월령은 그 여인을 오래 보았다.전생의 마지막에도,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거울 속에 있었다. 그때 그 여인은, 무엇을 잃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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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문 앞의 사람

심가 대문 앞에, 위지헌이 서 있었다.혼례의 예를 갖춘 차림이었다. 검은 갑주도, 섭정왕의 관복도 아니었다. 붉은 혼례복 위에, 신랑의 예를 올린 사람의 옷이었다.그는 신부를 데리러 온 사람이 서는 자리에 섰다.전생에, 그는 늘 문밖에 섰다. 자녕궁 문밖에서, 별궁 문밖에서, 정전의 병풍 앞에서. 그녀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문 안으로는 그의 칼도 들지 못했다.오늘, 그는 처음으로 문 안으로 들 자격을 얻은 사람으로 그 앞에 섰다.*대문이 열렸다.붉은 옷을 입은 월령이, 붉은 함을 들고 나왔다.위지헌의 시선이, 그 붉은빛 앞에서 멎었다.그는 그녀가 붉은 옷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몰랐다. 전생의 폐위복이 붉었다는 것도, 형장으로 끌려가던 옷이 붉었다는 것도 몰랐다.다만 오늘, 붉은 옷을 입고 제 발로 걸어 나오는 그녀를 보았다.두 개의 비녀. 백옥과 살구나무. 그가 준 봄이, 그녀의 머리 위에 있었다."나왔느냐."그가 낮게 물었다.지난가을, 궁문 앞에서와 같은 물음이었다. 그때 그녀는 '사흘을 다 썼습니다'라고 답했다.오늘, 월령이 고개를 들었다."나왔습니다.""두렵지 않으냐."위지헌이 물었다.신부에게 하는 말치고는, 이상한 물음이었다. 그러나 그는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 오래된 두려움 하나가 스치는 것을, 그가 보았기 때문이었다.월령은 잠시 말을 골랐다."붉은 옷이 무서웠습니다."그녀가 낮게 말했다."오래, 무서운 색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무서운 색을 제 손으로 입었습니다. 두려운 것을 제 손으로 입으니, 두려움이 조금 작아졌습니다."위지헌은 그 붉은빛의 내력을 몰랐다.다만 무서운 것을 제 손으로 입었다는 말이, 오래 그의 안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그는 한 걸음 다가왔다.늘 남기던 한 뼘을, 오늘은 남기지 않았다. 신랑이 신부 앞에 서는 거리까지, 그가 걸어왔다."그럼 이제, 그 붉은 옷을 나와 함께 입자."위지헌이 낮게 말했다."무서운 색이 아니라, 우리 색으로."월령의 눈에 물기가 고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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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혼례

왕부의 마당에, 혼례상이 차려졌다.붉은 초 한 쌍이 타올랐고, 상 위에는 산 닭과 대추와 밤이 놓였다. 살구나무로 깎은 함이 상 한쪽에 있었다.하객은 많지 않았다.경화제는 직접 나오지 않고, 황후 하문정을 보냈다. 화안공주가 그 곁에 섰다. 조정의 대신 몇과, 북에서 급히 내려온 진북대장군의 부장 하나가 심도윤을 대신해 자리했다.심가에서는 유씨와 서윤, 아란이 왔다. 청아와 은매도 신부의 사람으로 뒤에 섰다.왕부에서는 기윤과 윤백과 강무진이, 오늘은 그림자가 아니라 마당 가운데 섰다.*신랑과 신부가 마주 섰다.붉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었다.혼례의 홀기가 낭독되었다. 절을 올리고, 잔을 나누는 절차가 이어졌다. 월령은 그 절차를 천천히 따랐다.절을 올릴 때, 두 개의 비녀가 흔들리지 않았다.잔을 나눌 때, 술은 반 모금이었다. 신부의 잔은 늘 반 모금이라 했다. 월령은 그 반 모금을 넘겼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술이, 오늘은 쓰지 않았다.*절차의 끝에, 신랑이 신부의 얼굴을 가린 것을 걷었다.붉은 천이 걷히자, 월령의 얼굴이 드러났다.위지헌은 그 얼굴을 보았다.전생에, 그가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얼굴은 형장에 있었다. 빗물에 젖고, 다 잃은 얼굴이었다. 그 얼굴이, 그의 품에서 '다시는 황후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오늘, 그가 본 얼굴은 혼례상 앞에 있었다.붉은 옷을 입고, 두 개의 비녀를 꽂고, 젖은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위지헌은 그 얼굴에서 오래 눈을 떼지 못했다.위지헌의 목울대가 한 번 크게 움직였다.그는 오래 참았던 것을, 그 자리에서 다 참지는 못했다."령아."낮은 목소리가,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령아.오래 아껴 두었던 호칭이었다. 첫 입맞춤과도 분리해 두었던, 그가 가장 무너질 것 같은 순간을 위해 남겨 둔 이름이었다.오늘, 그가 그 이름을 처음 썼다.하객들은 그 부름을 듣지 못했다. 두 개의 비녀 사이로만 지나간 소리였다.월령은 들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월령의 눈에서 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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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첫 밤

신방에는 붉은 초 한 쌍이 타고 있었다.청아가 신부의 겉옷을 벗기고, 머리의 두 비녀만 남긴 채 물러났다. 문이 닫히기 전, 청아는 한 번 더 눈시울을 붉혔다가, 이번에는 웃으며 나갔다.문이 닫혔다.방 안에, 두 사람만 남았다.월령은 낮은 상 앞에 앉아 있었다. 붉은 옷의 소맷단 위로, 손끝이 조금 떨렸다. 촛불이 그 떨림을 크게도, 작게도 만들지 않고 그대로 비췄다.위지헌이 그 앞에 앉았다.늘 한 뼘을 남기던 사람이었다. 문밖에 서고, 손을 뻗기 전에 멎고, 닿기 전의 거리를 지키던 사람. 오늘 밤, 그 사이를 막던 것들이 다 걷혔다.그런데도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떨리느냐.""조금.""늘 '조금'이라 하는구나."월령은 답하지 못했다. 대신 속눈썹을 길게 내리깔았다. 촛불이, 붉게 물든 귓불을 비췄다.그 붉은빛이 대답이었다.위지헌의 목소리가 한결 낮아졌다."오늘은 왕야가 아니다. 이제 왕야 대신, 부군이라 불러라."월령의 눈이 흔들렸다."…부군."그 두 글자가 그녀의 입술을 처음 지나갔다. 그 낮은 부름에, 그의 눈 안쪽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위지헌이 손을 들었다.전장에서 굳은살이 박인 손이었다. 겨울에 덴 화상 자국 위로, 새 흉이 얹힌 손. 그 손이, 월령의 뺨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에 닿았다.그리고 머리로 올라갔다.백옥 비녀를, 천천히 뽑았다.살구나무 비녀도, 뒤이어 뽑았다.두 비녀가 낮은 상 위에 놓이는 소리가, 유난히 맑게 울렸다. 묶여 있던 검은 머리가 어깨 위로, 등 뒤로 풀려 내렸다. 촛불이 그 결을 한 올씩 지나갔다.위지헌은 그 머리카락을 손등으로 쓸어 보았다.넉 달을, 아니 두 생을 참은 손이었다."령아."그가 이름을 불렀다. 혼례상 앞에서 처음 부른 이름을, 이제 둘만 남은 방에서 다시 불렀다. 부를 때마다 그 이름이 조금씩 낮아졌다.월령이 고개를 들었다. 젖은 눈이, 그의 눈 아래로 가까이 들어왔다.닿기 전의 거리가, 오늘 밤에는 남지 않았다.살구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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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봄의 아침

혼례 이튿날 아침, 왕부에 봄빛이 들었다.월령은 낯선 천장 아래에서 눈을 떴다.심가의 방이 아니었다. 왕부의 안채였다. 창호지로 든 아침빛이, 심가의 것보다 조금 높은 자리에서 내려왔다.곁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월령이 몸을 일으키자, 낮은 상 위에 놓인 것이 보였다. 흰 바둑돌과 검은 바둑돌 두 알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간밤에 그녀가 함에서 꺼내 둔 것이었다. 두 돌이, 이제 한 상 위에 있었다.*청아가 세숫물을 들고 들어왔다."아가씨… 아니, 마마님."청아가 호칭을 고치다 얼굴을 붉혔다."이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요.""부르던 대로 불러."월령이 웃었다."네가 아가씨라 부르면, 나는 아직 심가의 딸이야. 그게 좋아."청아가 웃으며 세숫물을 놓았다.월령이 머리를 매만지자, 두 개의 비녀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백옥과 살구나무. 어머니의 손과, 그가 깎은 봄이 함께 있었다.*위지헌은 안채 마당에 있었다.이른 아침부터, 그의 손에는 이미 문서 하나가 들려 있었다.혼례 이튿날인데도, 그는 일을 놓지 않았다. 다만 오늘의 문서는, 어제까지의 것과 조금 달랐다.기윤이 낮게 보고했다."연이라는 이름이, 어젯밤 도성 밖으로 움직였습니다. 가례를 흠집 내려던 손이, 판을 잃고 물러난 듯합니다.""쫓지 마라."위지헌이 말했다."어젯밤은, 쫓지 않는 밤이었다. 오늘부터 다시 센다."그는 문서를 접었다.연이라는 이름도, 자녕궁의 그늘도, 아직 다 걷히지 않았다. 삭원 너머의 흑령도, 봄이 지나면 다시 올 것이었다. 병풍 뒤의 황제가 비워 둔 결재 칸도,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그러나 오늘 아침만은, 그 모든 것을 잠시 뒤에 두었다.*월령이 마당으로 나왔다.위지헌이 돌아보았다.붉은 옷은 벗었다. 오늘 아침, 그녀는 무늬 없는 엷은 봄옷을 입고 있었다. 두 개의 비녀만, 여전히 머리 위에 있었다."일찍 일어나셨네요.""버릇이다.""오늘 하루는, 그 버릇을 쉬어도 되지 않을까요."위지헌이 그녀를 보았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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