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례를 이틀 앞두고, 왕부에서 심가로 함이 왔다.혼례의 함이었다.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예물을 보내는 절차라, 도성의 혼례에서는 늘 왁자한 행렬이 함을 졌다.그러나 이 함은, 왁자하지 않았다.앞세운 것은 붉은 깃도, 풍악도 아니었다. 흰 명정을 앞세운 지난가을의 장례처럼, 조용한 대오였다. 다만 이번에는 흰 명정 대신, 살구나무로 깎은 작은 함이 앞에 있었다.함을 진 것은 강무진이었다.지난겨울 심가를 그림자로 지킨 사람이, 이번에는 그림자가 아니라 앞에 서서 함을 졌다. 다친 손은 이미 아물었고, 어깨 위의 함은 가벼워 보였다."함이오!"강무진의 목소리가 심가 대문 앞에서 울렸다.전장에서 몸을 들어 수레를 밀던 목소리라, 함을 지고 외치는 소리도 우렁찼다. 방어멈이 대문 안에서 그 소리에 놀라 웃음을 터뜨렸다.*함 안에는, 화려한 예물이 많지 않았다.비단 몇 필과, 옥 한 쌍과, 봉서 한 장. 그리고 그 아래에, 흰 비단으로 싼 작은 것이 하나 있었다.월령이 그것을 폈다.살구나무로 깎은 함이었다. 가을에 준 살구나무 비녀와, 같은 나무 같은 결이었다. 함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빈 함이었다.월령이 위지헌의 뜻을 묻는 얼굴로, 함을 가져온 기윤을 보았다.기윤이 낮게 전했다."왕야께서, 이 함은 비워 두라 하셨습니다.""비워 두라고요?""가례의 날, 신부가 이 함에 무엇을 담을지 스스로 정하라 하셨습니다. 신랑이 채워 보내는 함이 아니라, 신부가 채우는 함이라고요."월령은 그 빈 함을 오래 보았다.늘 그는, 그녀의 손에 물건을 쥐여 주지 않았다. 두 돌도, 나무 조각도, 비녀도, 손에 쥐여 주는 대신 곁에 두었다. 채우는 것은 늘 그녀의 손이었다.이 빈 함도 그랬다.무엇을 담을지, 그가 정해 주지 않았다. 그녀가 정하게 두었다.*그날 밤, 월령은 그 빈 함 앞에 오래 앉았다.무엇을 담을까.가장 먼저, 소매 안의 두 돌을 꺼냈다. 흰 돌과 검은 돌. 넉 달을 떨어져 있다가 봄에 다시 만난 두 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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