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오는 밤이었다.월령은 그 비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빗소리는, 전생의 어떤 밤을 자꾸 불러왔다.형장의 밤도, 비가 왔다. 붉은 옷을 입고 끌려가던 길에, 빗물이 옷을 적셨다. 그 붉은 옷은, 비에 젖어 더 붉었다.이번 생의 봄비는 그저 봄비였다. 그런데도 그 소리를 들으면, 월령은 자꾸 붉은 옷의 무게를 떠올렸다.전생의 그 밤을, 월령은 오래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두 생을 살았다는 것은 입 밖에 내는 순간, 미친 사람의 말이 되었다.그래서 그녀는 늘, 무서운 밤이면 혼자 삼켰다. 삼킨 것이 몸 어딘가에 쌓여, 봄비 오는 밤마다 무겁게 가라앉았다.*위지헌이 그 곁에서 깨어 있었다."비가, 무섭느냐.""…비가 아니라, 비 오는 밤이요."월령이 낮게 말했다.위지헌은 그녀를 제 쪽으로 조금 당겼다. 다친 왼팔이 아니라, 성한 오른팔로."말하지 않아도 된다."그가 낮게 말했다."그러나 말하고 싶으면, 말해도 된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너를 다르게 보지 않는다."월령은 그의 어깨에 이마를 대었다.빗소리가, 창밖에서 계속 내렸다. 그 소리 아래에서, 오래 삼켜 온 이야기가 목 끝까지 올라왔다.위지헌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다만,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넉 달을 북에 있다 돌아온 사람의 팔에서는, 아직 찬 바람 냄새가 옅게 났다. 그 냄새가 이상하게, 월령의 마음을 가라앉혔다.무서운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그 팔이 충분히 단단했다.*"…왕야.""말해라.""제가,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 해도 될까요.""들으마."월령은 한참 숨을 골랐다. 목 안이 말라, 첫 소리가 바로 나오지 않았다.이 이야기를 하면, 위지헌이 그녀를 미친 사람으로 여길지도 몰랐다. 두 생을 살았다는 이야기를, 믿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다르게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월령은 그 말을 믿기로 했다.믿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믿었다가 아니면, 남는 것은 더 큰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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