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Chapter 321 - Chapter 330

358 Chapters

321. 봄이 오던 밤

살구가 다시 꽃을 피운 봄, 월령의 산기가 왔다.예정보다, 이레 일렀다.*곤원전 곁 산실에 등이 환히 밝혀졌고, 그 문 앞에 위지헌이 서 있었다.반나절째였다."…아직, 멀었느냐."문 안으로는, 그의 걸음이 들지 못했다. 그는 그 한 뼘 앞에서 물었다."초산이라, 오래 걸립니다."상궁이 문틈으로 아뢰었다."안에, 누가 있지.""황후마마와, 어의와, 산파와… 왕부에서 온 시비 둘이 있사옵니다."위지헌은 그 문을 오래 보았다.장인 심도윤이 그 곁에 함께 서 있었다. 딸의 산기 소식에, 갑주도 벗지 못하고 달려온 걸음이었다."…초산은, 다 이렇게 깁니다."심도윤이 낮게 말했다. 위로하는 법을 모르는 노장이, 제 딴에 건네는 말이었다."압니다.""…그런데도, 서 있는 게 낫지요."두 사내가 그 문 앞에 나란히 섰다. 하나는 아비, 하나는 지아비였다. 둘 다 그 문 안으로는, 한 걸음도 들지 못했다.위지헌은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에 온 신경을 모았다. 신음 한 번에 어깨가 굳었고, 소리가 잦아들면 다시 풀렸다.한 식경에 한 번씩, 안에서 상궁이 문틈으로 짧게 아뢰었다."아직, 이옵니다."그 '아직'이라는 말을, 위지헌은 반나절 동안 여러 번 들었다. 들을 때마다, 그는 문지방을 한 번씩 내려다보았다. 넘고 싶은 문이었다. 넘을 수 없는 문이었다.그 문 하나가, 반나절째 그를 붙들고 있었다.*산실 안에서, 월령은 이를 악물었다.청아가 손을 잡았고, 설련이 더운 물을 날랐다. 황후는 윗자리에 앉아, 드나드는 손을 눈으로 세었다."…아파."월령이 낮게 신음했다."조금만요, 마마님. 이제 곧이에요."청아가 그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저도 처음 드는 산실이라 손이 떨렸다. 떨리는 손으로도, 안주인의 손을 놓지 않았다.산파가 월령의 곁에 붙었다. 며칠 전 내명부에서 보낸 손이었다. 손이 야무지고, 말이 적었다."황후마마께서 직접 내력을 살피어 들이신 손이라 하옵니다."어의가 낮게 아뢰었다.황후는 그 산파를 한 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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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이름이 뭐지

"…초야라 하옵니다."산파가 답하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월령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배를 짚었다."초야."월령이 그 이름을 되뇌었다."초야. 처음 듣는 이름이구나.""…궁에 든 지, 오래되지 않았사옵니다.""그런데 어찌, 내 산실에 들었지.""내명부에서 보내셨습니다."초야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물음마다, 미리 준비한 답이 있는 사람이었다.통증이 한 차례 지나갔다. 그 사이에도, 월령의 눈은 산파의 손을 놓지 않았다."네 손에서, 향이 난다.""산실에 향을 조금 피웠사옵니다. 산모의 마음을 가라앉히는—""물려라, 그 향."초야는 향을 물리지 않았다. 도리어, 향이 밴 소맷자락을 월령의 얼굴 쪽으로 반 뼘 더 가져왔다."산모가 향을 가려서는, 순산이 어렵습니다.""…가라앉히는 향이라며.""예. 아주, 깊이 가라앉히지요."*윗자리에서, 황후가 눈을 들었다."무슨 향이냐.""…자경향이옵니다, 마마. 산실에 흔히 쓰는—""내가 들인 산실에, 내가 모르는 향이 있구나."황후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내려앉았다.산파의 손이, 잠깐 멎었다."자경향에서, 남쪽 절터 냄새가 나느냐."황후가 낮게 물었다.초야는 답하지 않았다. 답하지 않는 것이, 답이었다.월령이, 통증 사이로 초야를 보았다."…네가, 다음 손이구나.""다음 손이요?"초야가 옅게 웃었다."저는 그저, 오래된 명부에 이름을 잇는 사람입니다. 마마의 어머니 때에도, 마마 때에도 있던 이름을요."월령의 손끝이 식었다. 늙은 후궁이 넘겼다던 그 명부가, 이 젊은 손에 들려 있었다."이름은 늙어도, 명부는 늙지 않지요.""…그 명부를, 오늘 밤 네 손에서 끊는다."월령이 통증 사이로 낮게 말했다."산모가 하실 말씀은 아닌 듯한데요.""산모라서 하는 말이다. 내 아이 위에서 그 명부를 잇게, 두지 않아."*그때, 청아가 나섰다."마마님, 그 향… 저 알아요."청아는 왕부에서 기름통에 그려진 밤을 여러 번 나른 아이였다. 그 향을, 코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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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소매 안의 것

초야의 손이 소매에서 나왔다.작은 것이 쥐여 있었다. 마른 붉은 꽃잎을 뭉친, 향낭이었다."태울 것도 없습니다."초야가 낮게 말했다."지친 숨 가까이 두기만 하면 됩니다. 산기에 지친 숨은, 이 향을 이기지 못하지요."그 여인이, 향낭을 쥔 손을 월령의 얼굴 쪽으로 가져갔다."…물러서라."황후의 목소리가 산실을 갈랐다. 그러나 초야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물러설 수 없습니다, 마마. 이 일은 오늘 밤으로 정해진 일이라."*설련이, 그 손목을 잡았다.두 손이 향낭 하나를 두고 실랑이했다. 늙지 않은 초야의 힘이, 설련의 손을 조금씩 밀어냈다. 향낭이 다시 월령의 얼굴 쪽으로 기울었다."…놓으십시오."설련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러나 손은 떨리지 않았다."놓아라, 아이야."초야가 낮게 말했다."이 일은 너보다 오래된 일이다. 너 같은 아이가 막을 일이 아니야.""…압니다."설련이 손목을 더 세게 쥐었다."오래된 일인 거, 저도 압니다. 그래서 막습니다."초야가 설련을 보았다. 재를 뒤집어쓰기 전의, 아직 고요한 눈이었다."…너도 자녕궁의 그늘에서 자란 아이가 아니냐. 그 그늘이 무엇을 시키는지, 너는 알 텐데.""알아서, 나왔습니다."설련이 손목을 더 세게 쥐었다."그 그늘이 무엇을 시키는지 알아서, 저는 거기서 나왔어요."초야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그러나 곧 다시 고요해졌다."…나온다고 벗어날 것 같으냐. 명부에 한번 오른 이름은, 지워지지 않아.""그럼 오늘, 지우는 걸 보여 드리지요."설련이 이를 악물었다.향낭이, 두 손 사이에서 다시 한 번 기울었다.*월령의 통증이, 다시 밀려왔다.산기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향낭이 코앞에서 실랑이하는 그 순간에도, 아이는 나오려 했다."…마마님!"청아가 월령을 부축했다.월령은 이를 악물었다. 정신이 흐려지면 저 향에 지고, 정신을 붙들면 아이를 낳는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했다."…청아야."월령이 통증 사이로 낮게 불렀다."네, 마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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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문 밖의 사람

황후가, 향로의 재를 초야의 얼굴에 뿌렸다.재가 눈에 들자, 초야가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향낭을 쥔 손이, 허공에서 흔들렸다.그 틈에 설련이 향낭을 빼앗아, 물그릇에 처넣었다. 마른 붉은 꽃잎이 물속에서 풀어졌다.초야가 눈을 감싸 쥐고 비틀거렸다. 그러나 넘어지지 않았다. 오래 도망쳐 온 몸은, 눈이 멀어도 발이 먼저 문을 찾았다."…잡아! 문을 막아!"황후가 소리쳤다. 그러나 산실 안에는, 그 여인을 힘으로 막을 손이 없었다. 산모와, 시비와, 늙은 황후뿐이었다.설련이 초야의 옷자락을 잡았다가, 그 힘에 밀려 넘어졌다.*"…마마님, 지금이에요!"청아가 소리쳤다.월령의 통증이 가장 높은 데까지 올라왔다. 향낭은 물에 잠겼고, 초야는 눈을 감싸 쥐었고, 산실은 아수라장이었다. 그 한복판에서, 아이가 나오려 했다."마마님, 눈 뜨세요! 정신 놓으면 안 돼요!"청아가 소리쳤다.월령의 눈이 자꾸 감겼다. 통증과, 옅게 남은 향이 그녀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배에 힘을 주며, 눈을 떴다."…안 놔. 이 아이는, 내가 낳아.""초야를 잡아라!"황후가 명했다.그러나 그 명을 받을 금군이, 문 안에는 없었다. 문밖의 위지헌이 그 명을 들었다. 그의 손이 칼자루로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벨 자리가 아니었다. 그가 벨 수 있는 것은, 그 문 안에 없었다."…월령아."위지헌이 문밖에서 낮게 불렀다.반나절 동안, 그는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지 못했다. 그러나 아내가 안에서 정신을 놓으려는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낮게 이름을 불렀다."…듣고 있느냐. 나, 여기 있다."안에서, 월령이 그 목소리를 들었다. 감기던 눈이 다시 떠졌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그 소리는 닿았다. 늦지 않은 소리였다.그러나 초야는, 재를 뒤집어쓴 채로도 문 쪽으로 몸을 틀었다. 눈이 멀어도, 나갈 문은 아는 몸이었다.*산실 문이, 그 순간 벌컥 열렸다.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는 자리에, 위지헌이 서 있었다.들 수 없는 자리였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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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넘다

아이 울음소리가, 산실을 채웠다.위지헌이 그 소리를 들었다. 두 생을 통틀어, 처음 듣는 소리였다.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순간, 그는 넘지 못하던 문지방을 넘었다.상궁 하나가 놀라 그를 막아섰다."왕야! 이 안은, 사내가 들 수 없는—"위지헌은 그 상궁을 지나쳤다. 반나절을 그 앞에서 멈춰 서 있던 걸음이, 한순간에 문을 넘었다.*한 걸음에, 그는 도망치려던 초야의 앞을 막아섰다."…법도라 했느냐."위지헌이 낮게 말했다."내 아이가 우는 자리에서, 법도가 내 걸음을 멈출 것 같으냐."초야의 웃음이, 처음으로 걷혔다.위지헌의 손이 초야의 어깨를 눌렀다. 도망치던 몸이, 그 한 손에 붙들려 멎었다."…법도를 어기셨습니다."초야가 낮게 말했다."어겼다."위지헌이 낮게 답했다."그 값은 뒤에 치른다. 지금은 아니다."*초야는 그 자리에서 붙들렸다.재가 든 눈으로도, 그 여인은 위지헌을 올려다보았다."…넘으셨군요."초야가 낮게 말했다."두 생에, 늘 그 문 앞에서 멈추시던 분이.""두 번은, 늦지 않는다."위지헌은 그 여인을, 뒤따라 든 상궁들에게 넘겼다.끌려 나가면서도, 초야는 소리 내지 않았다. 늙은 후궁이 그러했듯, 그 젊은 여인도 고요했다.다만 문턱에서, 그 여인이 고개만 돌려 낮게 말했다."…오늘 밤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름은 얼마든지, 다시 오르니까요."*그가 안으로 들었다.월령이,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어의가 아이를 받아, 월령의 품에 안겨 준 참이었다. 핏기가 가시지 않은 작은 것이, 월령의 가슴 위에서 울고 있었다.위지헌이 그 작은 것을 보았다. 붉고 쭈글쭈글한, 아직 사람 같지도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보는 순간, 그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두 생을 살며 수많은 주검을 보아 온 눈이었다. 그 눈이, 처음 보는 생명 앞에서 젖었다.땀에 젖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 얼굴이, 위지헌을 보고 웃었다."…부군."월령이 낮게 불렀다."보세요. 봄이… 왔어요."위지헌이 그 곁에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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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이름 없는 아이

아이가 태어난 지, 사흘이 지났다.위지헌은 그 사흘을, 거의 곤원전 곁을 떠나지 않았다.조정이 그를 여러 번 찾았다. 그때마다 그는, 급하지 않은 일이면 사람을 돌려보냈다. 정사보다 앞에 둔 것이, 두 생을 통틀어 처음이었다.*낮에, 그가 아이를 안았다.큰 손이었다. 활을 당기고 칼을 쥐던 손이었다. 그 손 위에, 아직 이름도 없는 것이 담겼다."…이렇게, 안는 게 맞소."위지헌이 낮게 물었다."목을, 받치세요. 아직 못 가눠요."월령이 자리에 누운 채, 옅게 웃었다.위지헌이 조심스레 아이의 목을 받쳤다. 전장의 손이, 그 작은 목 하나 앞에서 어쩔 줄을 몰랐다."…무겁소.""안 무거워요.""…그런데 왜, 손이 떨리오.""…무거워서가, 아니라서 그렇겠죠.""…눈을, 떴소.""부군을 보네요.""아직 잘 못 본다 하던데.""그래도, 보는 것 같잖아요."위지헌은 그 작은 눈이 저를 향한 것 같아, 숨을 죽였다. 활도 칼도, 그 눈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이 아이가, 나를 아비로 알겠소.""당연하죠. 매일 안아 주는데.""…그럼 됐소."*월령이 손을 뻗어, 아이를 안은 그의 손등에 제 손을 얹었다."부군.""…음.""고마워요. 넘어와 줘서."위지헌이 그 말에, 아이에게서 눈을 들어 월령을 보았다.그가 몸을 숙였다. 아이를 안은 채로, 월령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오래, 그리고 조심스럽게."…아직, 몸도 안 풀렸소."그가 낮게 말했다."압니다.""그러니 지금은, 이것만."그가 다시 한 번, 그녀의 관자놀이에 입을 대었다. 그 이상은 참았다. 참는 것이, 그의 얼굴에 옅게 드러났다.월령이 그 얼굴을 보고, 옅게 웃었다."…부군도, 그런 얼굴을 하는구나 싶어서요.""…무슨 얼굴.""참는 얼굴이요.""…삼칠일."그가 낮게 말했다."길겠소."월령의 귓불이, 옅게 붉어졌다."…뭘 상상하세요.""아무것도.""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요."위지헌이 헛기침을 했다. 삼칠일이라는 말이, 그에게는 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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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법도라는 칼

이튿날, 어전이 술렁였다.한 대간이, 섭정왕을 겨누어 상소를 올렸다.섭정왕의 힘이 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자들이, 조정에 있었다. 그 달갑지 않음이 찾은 첫 틈이, 이 상소였다.*"섭정왕께서, 내명부의 산실 문을 넘으셨다 하옵니다."대간의 목소리가 어전에 울렸다."내명부는 사내의 걸음이 닿지 않는 자리이옵니다. 하물며 섭정왕이 그 법도를 어겼으니, 이는 종실의 기강을—""그 자리에, 짐이 있었다."경화제가 그 말을 끊었다.어전이, 한순간 조용해졌다.*"…폐, 폐하.""짐의 조카가 태어나던 밤이었다."경화제가 낮게 말했다."적이 그 산실 안에서, 산모와 아이를 해하려 했다. 섭정왕은 그 적을 잡으러 문을 넘었다. 경은, 그것을 기강이라 부르는가."대간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물러서지는 않았다."…적이 있었다 하나, 법도는 법도이옵니다. 한번 열린 문은, 다음에도 열리기 마련이라—"몇몇 대신이, 그 말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간 하나의 상소가, 여럿의 침묵을 등에 업기 시작했다.*그 상소의 뒤에, 노가가 있었다.섭정왕이 아이를 얻어 대를 세운 것이, 노예원에게는 눈엣가시였다. 힘으로 못 미는 자리를, 이번에는 법도로 흔들려 했다.그러나 노가는, 위지헌이 그 벌을 어떻게 받을지는 셈하지 못했다."…적을 잡은 것이, 어찌 죄가 됩니까."한 무장 출신 대신이, 대간을 향해 낮게 물었다."법도를 지키다 아이를 잃었으면, 그때는 누가 책임을 졌겠소."대간이 그 말에, 잠깐 답을 못 했다. 아이를 잃었을 때의 책임까지는, 상소에 적히지 않았다.어전이, 두 갈래로 갈렸다.한쪽은 법도를 세우자 했고, 한쪽은 아이를 지킨 공을 보자 했다. 갈린 소리가, 어전을 오래 메웠다.위지헌은 그 갈린 소리 한복판에, 홀로 곧게 서 있었다.위지헌이, 어전에서 낮게 입을 열었다."법도를 어긴 값은, 내가 치른다."그가 대간을 보았다."벌을 내리시면 받겠소. 다만."*"내 아이가 죽을 자리에서, 다시 그 문 앞이 온대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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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이름을 얻다

경화제는, 그 일을 오래 끌지 않았다.*"섭정왕이 법도를 어긴 것은, 사실이다."경화제가 어전에서 말했다."하여 벌한다. 섭정왕은 한 달간, 봉록을 거둔다."위지헌이 고개를 숙였다."그 거둔 봉록은—"경화제가 잠깐 말을 멈추었다."—그 밤, 산실에서 산모와 아이를 지킨 이들에게 내린다."어전이, 한순간 조용해졌다.*벌을 청한 자리에서, 상이 내렸다.문을 넘은 값을 물리면서, 그 값을 아이를 지킨 손들에게 돌린 명이었다. 황후에게, 설련에게, 청아에게. 섭정왕을 흔들려던 칼이, 도리어 그 밤의 공을 온 조정에 알렸다.노예원이 빌려 준 대간의 칼이, 노예원의 손으로 되돌아온 셈이었다. 그 밤 산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제 온 조정이 알았다.대간은, 더 상소하지 못했다.*그 밤, 왕부에서 아이의 이름을 지었다.위지헌이 붓을 들었다. 그러나 오래, 첫 획을 긋지 못했다."…무엇이든이라 하셨잖아요."월령이 곁에서 옅게 웃었다."아들이든 딸이든.""…그랬지.""그런데 왜 못 쓰세요.""…무엇이든 좋다 했더니, 무엇이든 아까워서.""…이름 하나에, 그렇게 오래요.""이름은, 평생 부를 것이니."위지헌이 낮게 말했다."내가 이 아이를 부를 때마다, 이 아이는 제 이름을 들을 것이오. 그러니 아무 이름이나 줄 수가 없소."두 생을 통틀어, 처음 얻은 이름 하나였다.*"…봄에 왔으니."월령이 낮게 말했다."봄을, 넣어요."위지헌이 그 말에, 붓을 내렸다.아이의 아명(兒名)을, 그렇게 지었다. 기다림 끝에 온 봄이라 하여, '봄'이라 불렀다. 정식 이름은, 아이가 조금 더 자라거든 짓기로 했다."봄아, 하고 부르니."월령이 낮게 말했다."이 아이한테, 봄을 하나 쥐여 준 것 같아요.""전생엔, 우리한테 봄이 없었지.""이번 생엔, 이 아이가 봄이에요."위지헌이 그 말에, 붓끝으로 아이의 이름자를 허공에 한 번 그어 보았다. 아직 종이에 옮기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입에는, 이미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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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삼칠일

삼칠일이 지났다. 월령의 몸이, 다시 제 것으로 돌아왔다.*아이가 유모의 품에서 잠든 밤이었다.삼칠일 동안, 위지헌은 그 방에 들지 않았다. 몸을 푼 아내 곁에서, 손끝 하나 함부로 대지 않았다. 그 참음이, 오늘 밤 방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끝났다.방문이 닫혔다. 안에는, 두 사람과 등불 하나뿐이었다.*그가 뒤에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그 손이 어깨에서 오래 머물렀다. 머무는데도, 손끝에서 열이 났다. 그 열이 옷을 넘어, 월령의 살갗까지 닿았다."…삼칠일."그가 낮게 말했다."하루하루, 세었소.""…뭘요.""당신 곁에 누워, 못 만지고 참은 밤을."월령이 돌아보려 하자, 그가 어깨를 잡아 돌리지 못하게 했다. 대신,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삼칠일을 참은 숨이, 거기서 한꺼번에 뜨거워졌다.*숨이, 목을 타고 내렸다.귓불에서 목으로, 목에서 옷깃이 벌어진 어깨로. 그가 입술로 지나간 자리마다, 월령의 살갗이 좁게 떨렸다. 떨림이 등을 타고 내려가, 허리께에서 잦아들었다."…부군.""음.""불을, 끌까요.""끄지 마시오."그가 낮게, 그러나 물러섬 없이 말했다."오늘은. 하나도 안 놓치고, 다 보고 싶소."말과 함께, 그의 손이 그녀의 옷고름을 풀었다. 한 겹이 풀리고, 또 한 겹이 풀렸다. 급하지 않은데도, 그 느림이 도리어 숨을 가쁘게 했다. 서두르지 않는 손일수록, 오래 참아 온 것이 그 안에 있었다.*이번에는, 월령이 돌아섰다.돌아서서, 그의 옷깃을 두 손으로 마주 쥐었다. 참은 것이, 그녀에게도 있었다."…저도."말이 부끄러워 기어들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했다."저도, 하루하루 세었어요."그 말에, 위지헌의 눈빛이 무너졌다.참던 것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눈이었다. 그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등불 아래로, 두 사람이 함께 기울었다.*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오래 참은 입맞춤이라, 처음부터 삼키듯 깊었다. 숨이 섞이고, 이가 부딪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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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채우다

삼칠일을 굶은 밤은, 하룻밤으로 다 갚아지지 않았다. 먼동이 틀 무렵까지, 두 사람은 잠들지 못했다.*먼동이 틀 무렵, 두 사람은 아직 마주 누워 있었다.위지헌이,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넘겨 주었다."…령아.""…음.""두 생을 살면서."그가 낮게 말했다."이런 아침은, 처음이오."월령이 그 말에, 그의 가슴에 이마를 묻었다.서로를 다 열고 맞는 아침이었다. 전생에는, 두 사람에게 이런 아침이 없었다. 늦게 만나 다 잃은 사람들에게, 아침이라는 것은 늘 무언가를 뺏기고 맞는 것이었다.이번 생의 이 아침은, 뺏기는 아침이 아니었다. 곁에 사람이 있고, 옆방에 아이가 자고, 창으로 봄빛이 드는 아침이었다."…부군.""음.""아이 이름, 오늘은 정식으로 지어요.""…어제 그렇게 미뤄 놓고.""어제는, 부군이 딴 데 정신이 팔려서요."위지헌이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이, 그녀의 머리칼에 닿았다.두 생을 건너 처음으로, 두 사람은 쫓기지 않는 아침을 나누고 있었다."…딴 데가 아니라."그가 낮게 말했다."오래 굶은 데였소.""…부군, 그런 말을 어디서 배웠어요.""…두 생을 살면, 저절로 알게 되오."월령이 그의 가슴을 가볍게 밀었다. 밀면서도, 그 가슴에서 멀어지지는 않았다."아침부터, 못 하는 말이 없네요.""삼칠일을 굶었으니.""또, 그 소리."월령의 얼굴이, 새벽빛 아래 붉어졌다.*그 아침, 강무진이 왕부에 들었다.두 사람이 옷을 여미고 나서야, 그를 들였다.조금 전까지의 온기가, 그 목소리 한마디에 걷혔다."왕야. 초야를, 신문했습니다."초야는 사흘을 버텼다. 그동안 제 이름 하나 대지 않던 여인이었다. 그런 여인이 끝내 이름 하나를 넘겼으니, 강무진의 얼굴도 편치 않았다.왕부의 문턱을 넘으며, 그의 걸음이 무거웠다.위지헌이 몸을 일으켰다."…불었나.""이름 하나를, 불었습니다. 다음 명부를 받을 이름을요.""…한 사람이냐.""예. 다만."강무진이 잠깐 멈추었다."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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