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임한 안주인의 곁을, 청아가 가장 부지런히 지켰다.아침이면 냄새 옅은 죽을 쑤어 들였고, 향이 진한 것은 안채에 들이지 않았다. 월령이 봄을 타는 몸이라, 청아는 제 딴에 온 신경을 썼다.그 청아가, 요즘 자꾸 대문 쪽을 살폈다.누구를 기다리는 눈은 아니라 했다. 다만, 대문 쪽에서 나는 소리에 자꾸 귀가 갔다. 제 딴에는, 안주인을 지키는 귀라고 여겼다.*왕부에 황실 호위가 더해진 뒤로, 기윤이 자주 들었다.위지헌의 암위였다. 그림자처럼 조용한 사람이라, 드나드는 발소리도 거의 나지 않았다. 그런데 청아는, 그 나지 않는 발소리를 먼저 알아들었다."…기윤 나리, 오셨어요."청아가 부엌에서 그렇게 말하면, 잠시 뒤 정말로 기윤이 마당에 들어섰다. 아무도 그 발소리를 못 들었는데, 청아만 들었다.월령이 언젠가 그 까닭을 물으면, 청아는 '나리가 조용하셔서'라고만 했다. 그러나 그 조용한 발소리를 여럿 가운데서 골라 듣는 것은, 귀를 기울여야만 되는 일이었다.*한번은, 청아가 물동이를 이고 마당을 지나다 발을 헛디뎠다.쏟아지려는 물동이를, 마침 지나던 기윤이 받쳤다. 그러고는 곧, 한 걸음 물러섰다."…조심하시오."짧은 말이었다. 기윤은 그 말만 하고, 제 갈 길을 갔다.그 짧은 말 한마디에도, 청아는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청아는 그 물동이를 다시 이면서, 얼굴이 옅게 붉어졌다. 물동이가 무거워서 붉어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기윤은 그 붉어짐을 보지 못한 채, 이미 저만치 가 있었다. 조용한 사람은, 제가 받쳐 준 물동이가 남긴 것을 늘 보지 못했다. 청아만, 물동이 무게보다 무거운 것을 잠깐 안고 서 있었다.*월령은 그 모습을, 안채 창으로 보았다.전생에, 청아가 회랑에서 그녀의 마지막을 목격한 것은 오래된 일이었다. 이번 생에 청아는, 물동이를 이고 마당을 지나다 얼굴을 붉히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전생에 앗아 간 것들 대신, 이번 생이 청아에게 돌려준 것이었다. 붉어지는 뺨 같은, 작고 사소한 것들을.월령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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